임상희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오직 술만 마실 뿐이다. 그녀 혼자 테이블 위의 술을 많이 마셨다.차우미는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그들에게 시선이 꽂힌 것을 전혀 몰랐다. 그녀는 나상준이 갑자기 등장한 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나상준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게다가 이곳을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차우미가 자리에 굳어버렸다.전민수는 차우미와 달랐다.전민수는 나상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자기와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였고, 어쩌면 자기보다 더 잘생겼다고 할 수 있는 외모였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190㎝ 는 되어 보이는 키에 어깨도 넓었다.나상준이 입고 온 정장은 밖에서 파는 싸구려 옷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값비싼 수제 맞춤 정장이었다. 특히 나상준이 풍기는 카리스마에 전민수도 압도되었다.전민수는 움찔하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나상준의 시선은 전민수가 아닌, 미동도 없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차우미에게 향했다.차우미가 나상준을 의아하고 경악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나상준은 순간, 답답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올랐다.손가락으로 옷을 살짝 누른 뒤, 그는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의 분위기는 나상준의 움직임에 따라 변했다.그러나 절대 가볍지 않았다.전민수는 처음으로 뭉개지는 느낌을 받았다.자기를 쳐다보지도 않는 남자에게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은 미묘하게 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다.입 밖으로 무슨 말을 내뱉어야 할지 감 잡히지 않았다.나상준은 전민수를 지나쳐 차우미의 앞에 멈춰 섰다.차우미는 갑자기 나타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나상준이 왜 이러는지 그녀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매달리는 남자를 대신 떨어내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당신..."순간, 차우미의 손목을 잡은 나상준이 그녀를 끌었다.강제로 손목이 잡힌 차우미가 힘없이 나상준에게 휘둘렸다.놀랐지만 고민할
어두운 밤하늘 아래, 가로등이 잔잔하게 빛났다. 어두운 그림자 속, 훤칠한 키의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를 데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무거운 발걸음과 차가운 분위기로 주변 공기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 고요하고 적막했다.이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술잔을 내려놓고 밖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임상희는 키가 큰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순간 공포를 느낀 임상희는 얼이 빠졌다.'삼촌? 작은삼촌이 왜 여기…? 내가 잘못 본 건가?'임상희는 자기가 술을 너무 마셨던 탓에 헛것을 봤다고 여겼다. 어쩌면 비슷한 사람을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늘 바쁜 삼촌이 이곳에 나타날 리 없었기 때문이다.사방이 조용했다. 음악 소리가 허공에서 튕겨 나간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하성우가 밖에서 통화하다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하성우의 곁에는 양훈도 있었다. 하지만 양훈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사람을 응시했다. 낮은 소리가 그의 귀로 들려왔다. "너 큰일 날 것 같은데.""큰일은 무슨, 쟤 좀 봐. 얼마나 신경 쓰였으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쯧쯧, 그걸 모르다니.""쌤통이지. 형수님 좀 봐, 얼마나 좋은 사람이야. 착하지, 마음 여리지, 성품 훌륭하지. 게다가 얼마나 사려 깊은지 몰라! 아름다운 분이 성품도 훌륭하니, 저런 여자를 어디 가서 또 만나겠어? 나상준 정도 되어야 형수님 같은 분을 담을 수 있어. 하느님이 점 찍어둔 두 사람인데, 그걸 자기 발로 뻥 차버리다니!"하성우는 자기 행동이 절대 잘못되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남자는 때론 과격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나상준처럼 항상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모든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양훈은 하성우를 상대하기 귀찮았다. "나 갈게."양훈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하성우가 차우미를 데리고 그것도 옆에 다른 사람도 없이 단둘이 온 것을 보고 의아해서 따라
두 사람은 빠르게 로엔을 벗어났다. 입구에 다다르자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었고 나상준은 곧장 차우미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뒤따라 그도 차에 올라탔다."호텔로 가."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운전기사도 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바로 대답했다. "예."곧 차가 출발했고 빠르게 호텔로 향했다.차우미는 차 안의 공기가 나상준 때문에 더 희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나상준이 오늘따라 유독 이상하다고 여겼다.특히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절대 놓지 않았다.로엔을 벗어나 차에 탄 순간에도 손목을 놓지 않았다.차우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자기 옆에 앉은 나상준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은 미동 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불빛 때문에 나상준의 눈빛을 알 수 없었다.마냥 어둡게만 느겼졌다.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알겠지만,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자기 힘으로 나상준의 손아귀 속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나상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나상준은 힘을 주어 손목을 조여왔다. 순간, 차우미는 고통에 눈썹을 찌푸렸다.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이러면 안 되는 사이다.차우미는 다시 나상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고 나상준은 아주 강한 힘으로 그녀의 팔목에 힘을 가했다.흡사 힘겨루기 대결 같았다.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미동도 없이 앞을 바라보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준 씨."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서려 있지 않았다.오늘 밤 있었던 일 때문에 죄책감 따위를 느끼는 사람 같지 않았다.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나상준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바닥에 힘을 줬다.차우미의 가녀린 팔목은 으스러지는 듯 아팠다. 그녀가 아랫입술을 힘껏 깨물었다.하지만 차우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어두운 빛이 비친 그의 얼굴은 그의 기분을 알아볼 수 없게 했다. 그가 왜 이
차우미는 나상준이 강하게 잡아끄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강제로 급히 내리는 바람에 바닥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한 하이힐은 휘청거리더니 차 문턱에 부딪혔다.쿵!그렇게 차우미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움직이던 나상준의 발이 멈추었다. 소리 때문에 살짝 굳었지만, 그는 매우 빠르게 몸을 돌려 바닥에 주저앉은 차우미를 발견하고 허리를 숙여 그녀를 안아 올렸다.눈동자가 움츠러든 나상준의 눈썹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사람 전체가 무서울 정도로 침울했다.차우미는 넘어진 줄도 모르고 넋이 나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바닥을 짚고 있는 자기를 보고 더 어리둥절했다.그녀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 나상준이 그녀를 안아 올렸다. 덕분에 공중에 붕 뜬 그녀는 단단한 나상준의 품에 안겼다.차우미는 다시 한 번 넋이 나갔다.자기를 안아 든 나상준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과 표정을 그제야 정확히 알아볼 수 있었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노란 불빛 사이로 훤칠한 키를 가진 나상준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미간을 찌푸린 나상준은 얼음처럼 차갑고 누구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가졌다.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언제나 잔잔한 호수 같았다. 항상 이성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거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거칠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변화에 놀랐다. 하지만 그녀가 알던 나상준이 아니었고 그래서 차우미도 적잖게 당황했다. 그의 품에 안긴 차우미는 너무 당황해 아무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그저 멍청한 인형처럼 말없이 안겨 있었다.나상준은 자기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차우미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했다. 넘어진 게 많이 아팠는지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하지만 나상준을 바라보는 차우미의 눈빛은 맑고 밝았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어딘가에 자기가 있다면,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계 그 자체였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다른 마음이
차우미는 움직일 수 없었다.나상준은 말보다 행동이 앞섰고, 항상 감정 변화도 없었다. 그의 말에는 그의 기분이 담겨 있지 않았다. 성질도 없었고 불쾌함을 드러내 본 적도 없었다. 3년의 결혼 생활에서 오늘처럼 이렇게 감정을 앞세운 적이 없었다.오늘 밤이 처음은 아니었다, 임상희가 입원했던 그날부터 나상준이 변한 것 같았다.마음을 내비치지 않은 나상준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차우미는 말을 할 때, 항상 나상준의 기분부터 살폈다. 혹시나 그를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할까 봐 항상 눈치를 봤고 항상 신중하게 생각했다.어쩌면 두 사람이 이혼한 뒤부터 변했을지 모른다고 여겼다.어떤 일이 생기든 얼굴 한번 안 변하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해결하는 사람이 나상준이다. 사람이든 일이든 그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나상준은 곧게 뻗은 직선처럼 영원히 규격에 맞게, 곧게 뻗어 나갔다.하지만 지금의 나상준은 다르다.감정이 요동칠 수 있는 게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그녀가 알던 나상준과는 많이 달랐다.3년 동안 나상준에게 지금과 같은 파동은 없었다. 차우미도 그런 것에 감정이 상하지 않았다. 감개무량한 것은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걸 알았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았다. 나상준은 그녀가 아파할까 봐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발목을 살펴보았다. 차우미는 움츠러들지 않고 소파에 손을 짚고 서서 고통을 참았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나상준은 그녀의 신발을 완전히 벗겨 낸 후, 맨발의 그녀를 안아 올렸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지 못했던 차우미가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치려 했고, 나상준은 말없이 그녀를 안고 걸음을 옮겼다.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것이다.나상준이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녀가 넘어져 발목을 삔 것이다. 나상준은 당연히 이 일에 책임감을 느꼈고 그녀를 병원까지 데려가려 했다.하지만 차우미는 그의 침울한 얼굴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그의
병원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 중 양훈도 포함되었다. 양훈은 옆에서 떠드는 하성우의 입을 강제로 막았다.차우미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눈알만 굴렸다. 하성우는 양훈을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 하지만 양훈은 무덤덤한 얼굴로 하성우를 막을 뿐이다. 차우미가 이 광경에 웃음이 터졌다.그녀의 입꼬리가 샐쭉 올라갔다.나상준도 그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숙여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달빛 아래, 그녀의 입술이 곱게 말려 올라갔다.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얼굴은 덧없이 피어난 꽃처럼 어두운 밤을 밝게 밝혀주었다.나상준의 어두운 눈이 밝아졌다.그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그녀를 꼭 껴안은 뒤, 병원으로 들어갔다.하성우가 미리 의사에게 진료를 부탁하긴 했으나, 그는 누가 어디를 다쳤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외과 전문의로 진료를 예약했다.물론 옆에서 조언한 양훈의 도움이 가장 컸다.의사는 차우미의 발목을 진찰하고 있었고, 하성우는 옆에서 양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속삭였다. "돗자리 깔아~ 신을 모셔야 해~"양훈은 두 손으로 문틀을 잡고 있다가 하성우의 장난에 그대로 가버렸다.하성우의 말을 계속해서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하성우도 기분 나빠 하지 않았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시선을 돌려 차우미의 옆에 서 있는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나상준은 차우미의 곁에 서서 치료하는 것을 뚫어지게 보면서 주의 사항을 들었다.의사는 차우미가 발목을 심하게 다쳤고 요 며칠은 아예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며칠이 지나서 다시 병원에 와서 경과를 확인하자고 했다.회복이 잘 되면 며칠 만에 움직일 수 있겠지만, 잘 되지 않으면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차우미는 의사가 하는 말을 들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회성에 일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온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발을 삐었고 그래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받는 것 같았다.가장
"평소에 형수님이 상준이 내조를 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상준이가 형수님 돌봐야 인지 사정이죠.""그리고..."하성우가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멀쩡하던 형수님이 상준이랑 돌아가자마자 이렇게 다친 걸 보니, 상준이가 소홀한 게 틀림없어요. 지금부터라도 지극정성을 다해 보살필 거예요.""그렇지, 상준아?"하성우는 로엔을 떠나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분명 좋은 일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차우미를 만만하게 보고 괴롭힌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나상준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한다고 말했다.더군다나...하성우는 나상준이 처방전을 들고 접수하러 갈 때, 아주 유쾌하게 웃었다.아주 기뻐했다.나상준이 약을 받아온다며 밖으로 나갔다.차우미는 앉아서 멀어지는 나상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하성우는 나상준이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여겼다.하지만 차우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다.나상준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성우가 차우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나상준이 나가자마자, 차우미에게 다가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하지만 차우미는 하성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성우가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질문한다는 것을 안 그녀는 하성우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실수로 넘어진 거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하성우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차우미는 거짓말을 할 때 티가 나는 사람이다. 잔뜩 굳은 채로 실수로 넘어졌다고 하는 사람의 말을 쉽게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고 하성우도 강요할 수 없었다.한참이나 그녀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정보도 캐낼 수 없었다.곧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란 하성우가 외쳤다. "형수님, 손목!"하성우가 차우미의 손을 가리켰다.긴 소매를 입은 그녀는 줄곧 옷으로 손목을 가렸다. 사람들은 그녀가 발목만 삔 줄 알고 다른 곳을 살피지 않았다. 그런중, 추워서 두 손을 맞잡으며 긴 소매가 내려갔고 그녀의 손목
나상준은 차우미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갔다. 하성우도 따라가려고 했으나 나상준이 매몰차게 차 문을 닫는 바람에 따라가지 못했다.차우미는 차에 앉아 있었다. 창 밖으로 하성우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분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나상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곧 차가 아주 빠르게 병원을 벗어났다.차우미는 이 장면이 약간 웃겼다. 나상준과 하성우, 양훈이 모이기만 하면 항상 재밌는 일이 생겼다. 차우미가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두 부모님에게 회성에서 다쳤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이 일이 나상준과 관련 있다는 것도 속여야 했다.숨기기 위해서는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간병인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진정국이 내일 회성에 온다. 그를 속이지 못하면 두 부모님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갈 것이다. 차우미는 마음이 무거웠다.여가현은 자기의 올해 운세가 좋지 않다며 한탄한 적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올해 운세가 좋지 않은 것은 여가현이 아니라 그녀였다.차는 호텔 앞에 멈췄고 나상준이 차우미를 안고 내렸다.발을 다쳐 움직일 수 없었던 차우미는 마음이 불편했다. 나상준 때문에 다친 것은 맞지만 이렇게 안겨 있는 모습이 편치 않았다.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나상준이 제발 일을 하러 나갔으면 하는 거다. 그녀는 따로 간병인을 부르면 되었다.그녀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나상준은 그녀를 안아 들고 호텔 방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소파 위에 그녀를 내려놓았다.그제야 차우미는 정신을 차렸다."상준 씨..."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살짝 놀랐다.나상준이 데려온 방은 그녀가 묶었던 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성우가 나상준과 그녀를 같이 데리고 왔던 방이었다.방 안의 배치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퀸 사이즈의 넓은 침대 위에는 붉은 장미 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장미 꽃다발이 정중앙에 놓여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는 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