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1206 챕터

제401화

비는 내릴수록 거세져 어느새 복도를 반이나 적셨다.윤아는 목도리를 정리하며 몸을 움직였다.한국 날씨가 이렇게 추운 줄은 몰랐는데...윤아는 몸은 바로 섰지만 정신이 흐릿함을 느꼈다. 오늘 밤 진 대표님 그 한마디 때문에...이번에도 예전과 같이 같은 성씨를 들어도 크게 동요하진 않았지만 사실 윤아도 알고 있었다. 오늘 밤의 그 ‘진 대표’는 그전에 들었던 이름들과 다르단 걸.이곳은 한국이다. 그리고 수원이다. 그 성씨에 120억을 외칠 수 있는 데다 초대를 받아 올 만한 사람, 딱 한 명이다.진수현...못 본 지 5년이다.윤아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방향을 틀어 걸음을 옮겼다.“윤아 씨.”몇 걸음 가기도 전에 그녀는 훤칠한 남성의 부름에 걸음을 멈췄다.윤아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색 슈트에 구김 없는 넥타이까지. 그는 윤아가 고개를 들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차서원입니다.”차서원?아까 그 진우진 비서님이 말했던 그 차씨 가문 후계자?윤아가 멍하니 있자 서원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절 못 알아보시는 건가요? 이래 봬도 윤아 씨에게 몇 번이나 스카우트 제안을 했던 사람인데. 못 알아보시면 너무 서운할 것 같은데요?”“그건 아니고요.”윤아가 그의 악수를 받아주며 말했다.“서원 씨가 이곳에 있는데 좀 신기해서요.”사실 윤아는 차성그룹의 신임 후계자의 얼굴을 모른다. 그때는 너무 바빠서 볼 새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렇다고 아는 척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앞으로 수원에 회사를 차릴 거니 다른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서원은 부드러운 손의 촉감에 잠시 멈칫하더니 금방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그는 윤아를 몇 초 정도 훑어보고는 물었다.“왜 나와 계시죠?”“너무 오래 앉았더니 바람 좀 쐬고 싶어서요.”“그렇군요.”서원은 눈썹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아 참. 윤아 씨. 저번 스카우트 제안을 몇 번이고 거절한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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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그의 비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농담 한건데 그게 왜 자신의 탓이 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한 편, 윤아는 서원이 떠나간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몸에 둘렸던 그의 외투를 벗었다. 그를 뒤따라 가려 했지만 이미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후였다.윤아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경매장 입구의 관리원에게 그의 외투를 맡겼다.“안녕하세요. 혹시 이 외투 좀 차서원 씨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요?”조금 전 윤아와 서원이 대화를 나눌 때 입구의 관리원들도 이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농담거리를 주고받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서원은 사람 홀리기 좋아하는 데다 방탕한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여자가 많은 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홀릴 줄은 몰랐는데 미인에게 자신의 외투까지 벗어줄 줄이야.관리원인 그들이 윤아의 외투를 어찌 감히 받겠는가. 그것도 차서원이 그녀에게 준 걸 말이다. 이건 분명 윤아와 잘 되고 싶어 하는 시그널이라는건 그들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아뇨아뇨. 아가씨, 이건 차서원 대표님이 윤아 아가씨께 드린 거잖아요. 그래도 직접 돌려드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윤아:“하지만 그분이 어디 갔는지 몰라서요.”관리원:“아까 차서원 대표님과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나요?”윤아:“...”윤아가 아직도 제자리에 서 있자 옆에 있던 관리원이 설명했다.“저희가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요. 현장 관리원인 저희는 평소 차서원 대표님을 만날 기회가 없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이 외투를 받아도 돌려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그의 설명을 들으니 윤아도 납득이 된 듯 말했다.“그렇군요. 감사해요.”윤아는 더는 그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그녀는 경매장을 한 눈 보고 또다시 로비 쪽을 보면서 그들에게 말했다.“밖에서 좀 쉬어도 괜찮을까요?”그녀의 말에 관리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했다.“그럼요. 제가 바래다 드리죠.”반대편까지 가려면 우산이 필요했기에 관리원은 우산을 들고 그녀를 안내했다.싱긋 웃으며 말하는 윤아.“감사해요.”윤아는 예쁜 외모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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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그의 옆에는 하늘거리는 연분홍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함께 있었는데 비를 맞아 옷이 좀 헝클어지긴 했지만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 우아한 품위는 가려지지 않았다.그녀는 곁에서 가볍게 남자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둘은 어수선한 인파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볼 줄은 몰랐다. ‘몇 년이나 흘렀는데, 둘이 진작에 사귀었겠지? 애는... 우리 훈이 윤이와 비슷한 나이려나?’윤아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데 뭔가 낌새를 눈치챈 그 남자가 윤아 쪽으로 걸어왔다.윤아는 숨을 참고 급하게 몸을 돌렸다.‘방금... 못 봤겠지?’윤아는 고양이에게 걸린 생쥐처럼 제자리에서 꼼짝을 못 했다.“윤아 님. 윤아 님?”우진의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윤아는 손가락만 조금 움찔할 뿐 차마 몸을 돌릴 순 없었다. 때문에 우진은 빙 돌아 그녀의 앞으로 와서 물었다.“윤아 님. 무슨 일 있으세요?”“비서님. 오셨어요? 경매는 끝났나요?”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끝났어요.”“물품은 낙찰받았나요?”“그럼요.”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운 듯 말했다.“하지만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렸어요. 저 진 씨...”진수현의 씀씀이가 큰 탓에 물건을 낙찰받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하려던 우진이 급하게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다물었다.사실 윤아와 우진 둘 다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한 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여는 윤아.“다 되었으면 돌아가죠.”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윤아는 우진을 관찰하다 그가 마음을 놓는 듯 하자 그제야 수현이 떠났겠거니 했다. 아니라면 아마 그녀가 더 긴장되었을 것이다.생각 정리를 마친 윤아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역시, 조금 전까지 모여있던 사람들도 대부분 떠나고 인파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그 남녀도 보이지 않았다.윤아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_이 야심한 밤에 윤아와 앨리스가 외출한단 말에 우진은 걱정이 앞섰다.“윤아 님. 시간도 늦었는데 지금 나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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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시간을 한 눈 확인한 윤아는 앨리스에게 물었다.“네 남신님은?”그녀의 질문에 앨리스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난 그가 올지 안 올지도 몰라.”윤아는 눈에 띄게 죽상이 된 앨리스의 모습에 웃으면서 어깨를 다독여줬다.“너무 속상해하지 마. 운에 한 번 맡겨보는 셈 치지 뭐. 안 오면 내가 여기서 너랑 같이 있어 줄게. 여기 분위기도 좋으니 한두 시간 앉아있는 건 일도 아니겠어.”앨리스는 냉큼 웃으며 다정하게 윤아의 팔짱을 꼈다.“윤아야. 넌 정말 나한테 너무 잘해줘. 우리 꼭 영원히 함께하자.”둘은 그 후로 한참 동안 이곳 와인바에 더 있었다.그 사이에 서너 명의 남자가 술잔을 손에 들고 윤아의 옆자리에 앉으며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지만 모두 윤아에게 단칼에 거절당했다.앞의 몇 명은 그렇게 거절을 당한 후 체면이 있으니 금방 자리를 떴지만 마지막 그 남자는 달랐다.그는 윤아의 완곡한 거절의 표시를 듣고도 떠나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윤아에게 물었다.“죄송하지만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윤아:“?”“거절한 이유요.”남자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제 생각엔 친구 하는 것 정도는 딱히 나쁠 것도 없어 보이는데.”윤아는 그의 생각을 눈치 챈 듯 말했다.“저 결혼 했어요.”윤아의 말에 상대방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잠시 후 그는 아쉬워하며 손을 흔들었다.“네. 실례했네요. 그럼 전 이만.”그가 떠나간 후 앨리스가 장난기 어린 말투로 윤아에게 말했다.“너 남자 쳐내는 기술도 참 독하다 정말. 예전엔 이 정도 아니었는데 이젠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구나.”윤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네가 보기에도 이 방법이 더 낫지 않아? 귀찮은 일도 줄이고 말이야.”“네 남자 운도 줄이겠지. 언제 솔로 탈출할래?”“그게 뭔데? 난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남자가 대수야?”앨리스는 집에 있는 두 귀여운 꼬맹이들을 떠올리고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흥. 나도 그런 귀여운 아이가 있었으면 남자 따위 필요 없을 텐데. 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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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남자의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확인한 순간, 윤아의 머릿속에 경보기가 울렸다.윤아는 거의 도망치다시피 자리를 빠져나왔지만 한발 늦은 모양이다.앨리스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는 갑자기 자연스레 윤아가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물렸다.눈이 마주친 순간, 마치 궤도를 이탈한 기차가 서로 충돌하듯 무수한 불꽃을 일으켰다.술잔을 잡은 채 여유롭고 고귀하게 있던 그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다.무슨 일인지 모르는 앨리스는 여전히 그의 연락처를 알아내려 잔뜩 수줍은 모습 그대로였다. 둘 사이 거리가 가까운 탓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수현을 보지도 못하고 그저 힐끗힐끗 몰래 살펴보고만 있었다.“저기... 우리 얘기 나눈 지도 꽤 됐는데 연락처나 교환할까요? 오해하진 말아요. 제가 그쪽한테 관심 있는 건 맞지만 연락처 추가했다고 막 귀찮게 굴고 그러진 않을 거니까요.”그러나 그녀가 뭐라 말하든 눈앞의 그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앨리스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저기...”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는 수현. 그는 앨리스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벌써 몸을 일으켜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그리고 코너를 돌아 사라진 가녀린 그림자 하나.앨리스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굳어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남신님은 왜 갑자기 뛰쳐나간 거지?그리고 방금 그 사람... 윤아인가?_윤아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다시피 이곳을 벗어났다.앨리스가 눈여겨본 남자가 그일 줄이야.‘5년 동안 대체 왜 그리 변한 거지? 강소영도 있는데 와인바에서 순진한 여자나 꼬시며 뭐 하는 짓이람?’윤아는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왜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뛰었다.사실 마음이 불편할 일도 없는데 말이다. 5년 전에도 평화롭게 이혼했는데 왜 도망치는 거지?하지만 뒤에서 혼잡하게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윤아는 더더욱 멈출 수 없었다.어느덧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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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소란스럽던 복도가 한순간 고요해졌다.윤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수현을 바라보았다.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윤아의 어깨에 기대어 쓰러져있었다.윤아는 진정 후 손을 뻗어 수현을 밀쳐냈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움직임도 없다.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방금까지...“심공주.”윤아가 다시 한번 그를 밀어내려고 할 때, 그녀의 몸에 기대어 있던 수현이 작게 웅얼거렸다.수현이 윤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어 거의 윤아의 귀에 대고 말하는 격이었다.덕분에 윤아는 수현의 목소리를 아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윤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시선을 내려 그의 곁에 있는 아름답고 쇠약한 그를 한 눈 보았다.방금 그가 중얼거린 건 윤아의 애칭이다..수현에게서 풍겨오는 지독한 술 냄새로 보아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신 모양이다.윤아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앨리스다!윤아는 사색이 되어 수현을 밀쳐냈다.쿵!만취 상태인 그는 윤아의 손에 의해 밀쳐진 후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수현이 뒤로 자빠질 것 같자 윤아가 얼른 다시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지만 수현이 너무 무거운 탓에 오히려 윤아가 그 힘에 못 이겨 그의 몸 위로 자빠졌다.하필 이때 앨리스가 올 건 뭐람.앨리스는 윤아가 수현의 몸 위에 자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윤아야. 너??”윤아:“...”윤아는 숨을 한번 크게 쉰 후 침착하게 앨리스 앞에서 수현의 가슴을 받침대로 삼고 몸을 일으켰다.앨리스는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에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반면 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어디서 나타난 취객인지 여자 화장실에 쳐들어오려고 하는 것도 모자라 날 덮치려 들잖아.”그녀의 말에 앨리스는 깜짝 놀라 물었다.“널 덮쳐? 서, 설마?”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친구인 윤아를 보고 그래도 친구를 믿기로 했다. 하지만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저 사람은...생각 끝에 앨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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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한순간에 모든 일이 꼬여버린 것 같았다.윤아는 앨리스가 수현이 이미 애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에 대한 마음을 접게 만들고 싶었다.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앨리스가 자신과 수현의 관계를 몰랐으면 싶었다.진퇴양난의 상황이다..“윤아야. 오늘은 정말 미안한데 먼저 돌아갈래?”윤아가 한창 생각에 빠져 있는데 앨리스가 그녀에게 말했다.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나랑 같이 안 가고?”“이분 모습을 봐. 마음 놓고 갈 수가 없어서 그래.”“그럼 난 널 마음 놓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아?”그녀의 말에 앨리스가 웃으며 말했다.“윤아야. 난 괜찮아. 설령 무슨 일이 있대도 내가 원해서 하는 걸 거야.”윤아:“...”윤아는 앨리스를 꽤 오랫동안 봐왔지만 그녀가 이렇게 금사빠일 줄은 몰랐다.잠시 후 윤아가 이를 꽉 물고 얘기했다.“안돼. 널 혼자 여기에 둘 순 없어.”“윤아야. 날 믿어줘. 이 사람 정말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 아니야. 아까는 다 오해였을 거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할 리가 없다고.”“네가 이 사람을 봤으면 얼마나 봤다고?”윤아는 어이가 없었지만 친구인 정을 생각해 오늘 밤 그녀와 함께 있어 줄 생각이다. 이로써 그녀가 할 최소한의 책임은 다하는 셈이다.“제발. 반년이면 오래 본 거 아냐?”윤아가 조소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그럼 너 이 사람 이름이 뭔지는 알아? 나이는? 키나 몸무게는? 직업은 또 뭔지 알아? 그리고...”여기까지 얘기한 윤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결혼했는지는?”“그럴 리가 없어!”앨리스는 그녀가 하는 얘기에 하나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을 들었을 때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반박했다.“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 앞의 질문들은 하나도 대답 못 하면서 왜 마지막 질문에는 이렇게 발끈하는 가야? 그럴 리가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네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거 아니야?”앨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결혼했다면 허구한 날 술집 와서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았겠지.”“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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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친구?“여자?”“그럴 리가. 남자야!”남자인 주변 친구?설마 김양훈?“지금 상태를 보니 다시 와인바로 돌아가는 것도 안될 것 같네.”윤아는 생각 끝에 말했다.“그렇게 걱정되면 사장님께 맡겨. 사장님이 이분 친구분께 연락해주시겠지.”낯선 사람을 처리하기엔 최적의 방법이다. 윤아가 쓰려는 방법이기도 하고.하지만 앨리스는 수현을 마음에 품은 지 꽤 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윤아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했다.앨리스는 입술을 깨문 채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사장님을 찾아가는 건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 그냥 내가 차 불러서 호텔에 데려다주는 게 낫지 않아?”“그다음엔?”앨리스는 조금 난처한듯싶었지만 그래도 말을 이었다.“아이참.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윤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올라오는 화를 꾹 참으며 간신히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유지했다.“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가. 저 사람 호텔에 데려다주고 별일 없는 거 확인한 뒤에 같이 떠나면 되겠다.”앨리스는 뭔가 말하려는 듯싶었지만 윤아가 화가 난 듯싶어 더 말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지금 가자.”둘은 곧바로 와인바의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수현을 택시에 태우고 호텔 주변까지 데려갔다.호텔 체크인을 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했다.“윤아야. 네가 부축 좀 해줘. 난 신분증 좀 찾을게.”윤아는 어쩔 수 없이 다가가 수현을 부축했다.수현의 체중이 가감 없이 그녀를 짓눌러오자 윤아는 몇 걸음 휘청거리다 겨우 바로 섰다. 수현의 몸에서 풍겨오는 지독한 술 냄새와 남성호르몬 냄새에 윤아는 숨을 쉬기 힘들었다. 5년 만에 느끼는 익숙한 감각에 윤아는 가슴이 답답해 났다.윤아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앨리스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수현을 밀쳐버렸을 것이다.호텔 직원은 신분증을 확인한 후 물었다.“몇 분이 묵으시는 거죠?”앨리스는 혼자라고 말하려다 윤아도 있는 게 생각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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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둘은 간신히 수현을 호텔 안까지 데려갔다.수현을 침대에 내팽개치고 난 후 윤아는 그 자리에 서서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앨리스를 한 눈 보았다. 앨리스는 바로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했다.“윤아야. 나...”“안돼.”단칼에 거절하는 윤아.“가자. 이제 갈 때 됐어. 이 사람도 여기서 뭔 일 없을 거야.”“하지만... 취했잖아. 혼자 호텔에 있으면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해.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나면?”윤아:“그래서? 너도 여기에 묵겠다는 건 아니지?”앨리스는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아니야. 내 말은 저분 핸드폰으로 친구한테 전화라도 해주는 게 어때?”“핸드폰 비밀번호 알아?”“몰라.”“그럼 어떻게 연락하자는 건데?”“그러네.”앨리스는 고민하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하지만 너무 걱정되잖아.”“애도 아니고 어엿한 성인이 술 마시고 취한 거 가지고 뭘. 너도 한때는 자주 만취했었지 않아?”그렇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런 상태가 되니 그녀는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술을 진탕 마시고 다녔을 때 그녀의 부모님이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해 하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하지만 걱정 되는 것과 별개로 윤아의 말을 들으니 앨리스도 마음이 좀 놓였다. 그녀도 술에 잔뜩 취했었어도 멀쩡히 잘 살아왔으니까. 다 큰 남자 한 명이 설마 뭔 일이야 있겠는가.“그럼...그래.”그녀는 고민 끝에 윤아와 함께 떠났다.막 호텔을 빠져나올 때 앨리스는 문득 궁금해졌다.“그러고 보니 너 저분 지갑이 주머니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동작도 익숙해 보이고. 그리고 신분증이 거기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던 거야?”앨리스는 다시금 수현의 바지 주머니에서 익숙한 듯 지갑을 꺼내던 윤아의 망설임 없는 모습을 떠올렸다. 게다가 윤아는 정확히 지갑의 두 번째 칸에서 신분증을 꺼냈다.앨리스는 윤아가 해외에서 5년이나 있었던 걸 몰랐다면 둘이 아는 사이가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주머니에 지갑을 두는 건 자연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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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아까 그 사람 주머니에 뭘 넣은 거야?”그녀의 말에 앨리스가 잠시 멈칫하더니 급하게 눈을 피했다.“무슨 말이야?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윤아는 말없이 그녀를 주시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는 앨리스에게 압박을 주기에 충분했다.“그래그래. 메모지 한 장 남겼어. 핸드폰 비밀번호를 모르니 연락처를 알아낼 방법도 없고, 내 연락처 남기는 건 되잖아? 오늘 밤 내가 도운 게 있는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날 은인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잖아?”앨리스의 말 중에 유난히 귀에 거슬리는 단어 하나가 윤아의 귀에 박혔다. 윤아는 순식간에 낯빛이 바뀌어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앨리스는 한참을 떠들어대다 그제야 윤아가 아무런 대꾸도 없는걸 눈치채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언제부터인지 윤아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창문에 비친 그녀의 무표정은 뭔가 슬픈 듯 공허해 보였다.‘왜 이러는 거지? 내가 방금 말실수를 했나?’앨리스는 곧바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방금 혹시나 실수로 윤아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진 않았나 곱씹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무슨 말실수를 한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별 방도가 없자 앨리스는 결국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윤아야. 내가 혹시 뭐 말실수해서 네 기분 상하게 했어?”앨리스의 가까운 목소리에 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런 거 아니야.”앨리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자 윤아는 조금 전 자신이 딴생각에 빠져 있었던 걸 떠올렸다.“진짜?”앨리스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되물었다.“하지만 너 방금...”“응. 아까는 그냥 잠깐 딴생각하느라 정신 팔려 있었던 거야.”“정말 괜찮아? 혹시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기분 상한 건 아니지?”윤아는 손을 뻗어 앨리스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네가 무슨 기분 상할 말을 하겠어? 쓸데없는 생각 그만해. 우리 이제 거의 다 왔어.”윤아가 장난스레 말하자 앨리스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화난 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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