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1206 챕터

제411화

선우의 체온을 머금은 따뜻한 외투가 윤아의 몸에 덮이며 순식간에 온기를 전달했다.선우의 체온은 윤아보다 훨씬 높았다.그가 다가오자 따뜻한 에너지가 함께 전달되며 어느새 야심한 밤의 칼바람도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윤아가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고마워.”선우는 그녀를 걱정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날씨가 추우니까 외출할 땐 두껍게 입어. 너 쉽게 아프잖아.”윤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앨리스가 선수를 쳤다.“아이고 이선우 씨. 윤아한테 자꾸 뭐라 하지 말아요. 적게 안 입으면 언제 선우 씨에게 잘 보일 기회가 있겠어요.”“그만해.”윤아가 서둘러 둘의 대화를 끊었다.“밖은 추우니까 들어가서 얘기하자.”셋은 그렇게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윤아는 선우의 외투를 벗어 그에게 돌려줬다.“얼른 입어. 감기 걸리겠다.”선우는 손을 뻗어 외투를 건네받았지만 입지는 않았다.앨리스는 그 둘을 보며 눈동자를 바삐 굴리더니 말했다.“난 이만 사라져줄게. 둘이 오붓한 시간 보내.”말을 마친 앨리스는 자신의 방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하필 그때 걸어 나오던 우진과 마주쳤다.우진은 윤아가 돌아온 걸 발견하고 그녀에게 인사를 하려 했으나 소리도 못 내고 그만 앨리스에 의해 입이 틀어막혀져서 끌려갔다.“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회사 상사에게 우리 윤아랑 단둘이 있을 시간 좀 줘요.”선우는 한 손에 외투를 든 채 윤아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 가는 도중에 그는 무심결에 몇 번이고 윤아의 표정을 관찰했다.눈치를 못 채고 있던 윤아도 물을 마시겠단 선우에게 물을 따라주다 그의 시선이 오로지 자신에게 쏠려있음을 느꼈다.윤아는 물컵을 선우에게 건네주면서 눈썹을 들썩였다.“왜? 내 몸에 뭐 귀한 보석이라도 있어? 들어올 때부터 왜 그렇게 빤히 보는 거야?”선우의 금테 안경이 거실의 불빛 아래에서 반사되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그는 얇은 입꼬리를 슥 올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랜만에 봐서 보고 싶
더 보기

제412화

“아니.”아니란 말에 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진 비서가 호텔 예약하는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했을 리 없다고 말하려 했으나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내뱉진 않았다.오늘 경매장에서 바쁘게 돌아치고 돌아와서도 자기를 위해 두 아이를 돌봐줬던 우진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윤아는 순간 뭐라 더 말하기 미안해졌다. 이 일엔 윤아의 책임도 있으니까.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그럼 내가 대신 호텔 잡아줄게. 어디서 지낼 예정이야?”그러나 선우는 여전히 미동 없이 윤아를 바라보기만 한다.“여기도 괜찮은 것 같네.”윤아가 멈칫했다.당황해하는 그녀의 눈빛에 선우가 웃으며 답했다.“어차피 나도 꽤 오랫동안 이곳에서 지낼 텐데 진 비서 얘기 들어보니 여기도 빈집이 있다지?”“응.”“잘됐네. 집주인 전화번호 있어?”“앨리스한테는 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월세 알아보려는 거면 내일 어때? 새집으로 들어오려면 청소도 해야 하고 가구도 놓아야 할 텐데.”“응. 네 말이 맞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 심윤아 아가씨가 내일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괜찮으면 나랑 마트 가서 쇼핑이나 할래?”그런 거라면 윤아는 거절하기도 뭐하니 당연히 수락했다.“그래.”잠시 후 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호텔 잡아줘?”“됐어.”선우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런 일은 진 비서 시키면 돼. 나오라고 해. 시간도 늦었는데 너희 쉬는걸 방해할 순 없지.”결국 선우는 포기하기를 선택했다. 서두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그가 떠날 때 윤아가 그에게 말했다.“앨리스한테 연락처 받으면 너한테 보내줄게.”고개를 끄덕이는 선우.“그래. 부탁할게.”“아니야. 네가 나한테 준 도움이 얼만데. 이 정도 일 가지고 부탁은 무슨.”윤아는 문 앞에서 선우와 우진이 떠나는 걸 배웅했다.둘이 나간 후 앨리스가 어디서 나타난건지 윤아의 뒤에서 불쑥 말했다.“진 비서님 정말 대단해. 훈이랑 윤이 다 곤히 잠들어있더라.”그
더 보기

제413화

윤아는 훈이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손을 뻗어 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돌아왔으니까 이제 안심하고 자.”서훈은 윤아의 품에 안긴 채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저 오늘 엄마랑 같이 자면 안 돼요?”윤아는 널찍한 침대를 보며 마음속으로는 그러려고 했지만 입이 멋대로 귀여운 아들을 놀려주고 싶었다.“우리 훈이 이제 다섯 살인데 혼자 자야지.”그녀의 말에 서훈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그는 윤아가 거절한 줄 알고 고개를 푹 떨구고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 혼자 잘 수 있어요.”그냥 놀려주려던 건데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니 윤아는 자기가 엄청난 악당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농담한 거야. 오늘 밤은 추우니까 우리 같이 자자.”그녀의 말에 훈이의 눈빛에 어느새 환희가 가득 찼다.“정말요?”“그래. 먼저 침대에 가 있어. 엄마는 이불 갖고 올게.”그러나 훈이는 조금 생각하다 고분고분 침대로 돌아가는 대신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는 이불 가지고 전 엄마를 도와 베개를 가져올래요.”“그래. 가자.”윤아도 동의했다.이윽고 윤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챙겼고 훈이도 뒤따라 베개를 챙겼다.둘이 돌아가는 길에 윤아는 어디선가 방문을 닫는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그것도 밖의 현관문 쪽에서 말이다.윤아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훈이와 방으로 돌아간 뒤에야 그에게 말했다.“훈이야. 먼저 자고 있어. 엄마는 앨리스 아줌마가 잠들었는지 확인해보고 올게.”이제 윤아가 밤새 함께 있어 줄 거란 생각에 훈이도 걱정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윤아는 훈이를 침대 중앙에 눕힌 후 두 아이의 이불을 정리해주고서야 신발을 챙겨 신고 밖으로 나갔다.먼저 앨리스의 방으로 가 노크를 했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없었다.“앨리스?”여전히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윤아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다.역
더 보기

제414화

비록 그 별다른 얘기는 더 없었지만 앨리스가 무슨 생각인지 윤아가 모를 리가 없었다.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핸드폰을 껐다.성인이 되어서 남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안 되는 건 맞지만... 수현과 소영이 사귀는 걸 알고 있는 이상 윤아는 그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줄 의무가 있었다.원래는 내일 일어나서 앨리스에게 말해주려 했는데 그녀가 이 밤중에 그렇게 뛰쳐나갈 줄은 몰랐다.윤아는 고민 끝에 결국 앨리스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앨리스. 할 말이 있는데 통화 가능해?」그러나 이 문자를 끝으로 앨리스는 답장하지 않았다.윤아는 그래도 참을성 있게 2분은 기다려줬으나 여전히 답장이 오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의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차가운 기계음에 윤아는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듯했다.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는 윤아.‘지금 전원 끈 거야?’무슨 일이라도 난건지 아니면 그냥 윤아와 상종하고 싶지 않은 건지.윤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도 사람마다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다는 것도.하지만 어떻게 이걸 그냥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어차피 이대로 그냥 돌아가 잠을 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앨리스가 핸드폰 전원까지 꺼버린 걸 보아 지금으로선 윤아가 뭘 해도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았다.그녀와 앨리스는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이가 늘 좋았다. 윤아는 가능하면 최대한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민 끝에 윤아는 결국 충동을 자제하고 방으로 돌아가 누웠다.훈이는 여태 자지 않고 윤아를 기다리고 있었다.윤아가 돌아오자 그는 얼른 옆쪽으로 가 쪼그린 채 그 작은 손으로 옆자리를 탁탁 치며 말했다.“엄마.”윤아는 복잡한 마음으로 외투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윤아가 머리를 대기 바쁘게 훈이가 그녀의 품에 폭 안겨 왔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그의 말에 윤아가 정신이 돌아오며 미안한
더 보기

제415화

선우의 열기가 손을 통해 불길 같이 전해져왔다.윤아는 짧은 순간에 따뜻함을 느꼈다.그러다 그의 말에 반응이 돌아온 윤아는 그제야 자신이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적게 입은걸 눈치챘다.“선우야. 앨리스가 지금 나갔는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 말이야. 핸드폰을 끈건지 아니면 내 전화를 받기 싫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윤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우는 그녀가 뭘 말하려 하는지 단번에 눈치챘다.윤아의 손과 발이 얼음장처럼 차게 얼어가는데 말을 해줘도 모르니 선우는 그저 한숨만 나왔다.“무슨 말인지 알겠어. 진 비서 불러서 같이 찾게 해줄게. 어때?”같이 사람을 찾아?“아니, 아니.”윤아가 머리를 흔들었다.“난 안가. 내가 가면...”앨리스는 분명 그녀가 참견이 심하다고 생각할 거다.윤아를 잘 아는 선우는 그녀의 말에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았다.“알았어. 사람 시켜서 안전한지 확인하라 할게.”윤아는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고마워.”“그럼 이젠 옷 좀 두껍게 입을 수 있을까? 너 계속 이러다가 감기 걸릴까 봐 무섭거든.”일이 해결되자 마음이 놓인 윤아는 그의 말대로 방에 돌아가 스웨터를 챙겨 입었다.윤아가 옷을 입을 새로 선우는 이미 통화를 마쳤다.“아 참, 진 비서가 그분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아냐는데?”위치?윤아는 도와주는 사람들한테 숨기기도 뭐해 앨리스가 있는 호텔의 주소를 알려주었다.“이 밤에 혼자 거길 왜 간 거래?’선우는 그동안 도움이 필요로 할 때마다 그냥 그녀의 말에 따라줬지 한 번도 원인을 물은 적은 없었기에 이번엔 윤아도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선우에게 알려줬다.그녀의 얘기를 들은 선우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뗐다.“그래서, 걜 만난 거야?”윤아:“...”둘 사이의 공기가 한순간에 어색해졌다.잠시 뒤 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만났어.”윤아의 담담한 태도를 보고 선우는 그나마 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또 뭔가 떠오른 듯 안경 뒤로 복잡한 눈빛을 숨기며 물었다.“진
더 보기

제416화

“진 비서도 날 위해 그러는 거니까 탓하지 마.”선우가 싱긋 웃었다.“아마 미래의 상사가 다른 사람이 될까 봐 그랬을 거야.”그의 말 속엔 뜻이 있었다.“그래서, 지금은 걜 보면 어떤 느낌인데?”선우의 질문은 직설적이고 날카롭다.“미안. 내가 선 넘었나? 5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벗어났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만.”하긴, 5년이나 흘렀는데.그렇게 긴 시간 동안 못 털어낼 일이 뭐가 있겠는가.윤아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아냐, 괜찮아. 묻고 싶으면 물을 수도 있지. 수현 씨는 이젠 나한테 낯선 사람이나 마찬가지야.”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에게 가슴 떨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말이 안 된다.“그래?”선우는 믿는건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는 표정으로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됐어. 난 네가 아직도 그곳에 머물러있는 줄 알았어.”“그럴 리가.”윤아가 웃으며 말했다.둘은 더 말하지 않았다. 이 화제가 불편하단 걸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으니까.선우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윤아의 어깨에 손을 놓고 밀며 나아갔다.“가자. 이제 자야지. 여긴 내가 계속 있을게. 앨리스가 아무 일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제일 먼저 너한테 알릴 테니까 걱정 말고.”“하지만...”윤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네가 계속 있어 주는 것도 좀 미안하고. 아니면 역시 내가...”윤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선우에 의해 방까지 밀려갔다.윤아가 입을 열어 말을 하려 하자 선우가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입술을 누르며 말했다.“쉿.”그의 중저음 보이스는 마치 유유히 흘러나오는 첼로 소리 같이 매력적이었다.“훈이랑 윤이 깨겠어. 얼른 들어가.”그의 손가락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는 마치 불꽃같이 윤아의 입술에 닿여왔다. 그녀가 정신이 돌아왔을 땐 황급히 그를 밀어내기 바빴다.하지만 그보다 빨리 손을 거둔 선우. 그의 눈빛은 맑고 청렴해 마치 조금 전 행동은 그저 순수하게 윤아를 조용히 시키려는 의도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윤아는 하는 수없이 침대
더 보기

제417화

이런 생각을 하며 윤아는 방문을 열고 맨발로 뛰쳐나갔다.거실로 나가려 했던 윤아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대로 그녀를 찾으러 왔던 선우의 품에 폭 안겼다.선우도 놀랐는지 윤아를 안은 채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휘청거렸다.“무슨 일이야?”선우가 넘어지지 않게 윤아의 허리를 잡고 바로 서며 물었다.그러나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윤아는 바로 그에게 물었다.“앨리스는? 돌아왔어?”그녀의 말에 선우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조급해하지 마. 그거 알려주려고 온 거니까.”그제야 조금 진정이 된 윤아는 그에게서 몇 걸음 물러났다.윤아는 옷도 어제 그대로고 신발도 신지 않았는데 얘기를 듣기 전에는 입을 것 같지 않아 선우는 하는 수 없이 될수록 짧게 추려서 말해주기로 했다.“앨리스는 안전해. 별일 없었어. 우리 쪽 사람이 호텔 입구에서 지금까지 계속 지키고 있다 금방 돌아왔대.”“호텔에서?”“응.”“어떻게 지키고 있었다는 건데? 앨리스는 호텔 어디에 있었어? 들어갔었어?”나올 때 호텔 카드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니 방에 들어가진 못했을 텐데.선우는 윤아의 표정을 관찰하려는 듯 그녀를 빤히 주시하더니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들어갔다면, 넌 무슨 기분일 것 같은데?”윤아가 멈칫했다.곧이어 표정이 굳는 윤아.“날 시험해 보면 재밌어?”“어젯밤부터 계속 알게 모르게 날 시험해 보고 있잖아.”선우가 잠시 멈칫하더니 시선을 올려 그녀를 유심히 바라봤다.“그럼 시험하는 거라고 치자. 긴장되고 신경 쓰이고 근데 또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라도 네가 걔한테 마음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 나한테 아직 기회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어.”“...”그의 돌직구에 윤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난...”“됐어. 이 얘긴 그만하고 이제 앨리스 안전한 거 알았으니까 옷이나 입어.”윤아는 그제야 고개를 숙여 자신이 잠옷 차림인 걸 확인했다.“추워. 감기 걸리겠다.”_호텔,어느새 날이 밝았다. 앨리스는 벽에 기댄 채 졸음
더 보기

제418화

두 번 정도 눌렀는데 안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앨리스는 그래도 참을성 있게 문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초인종을 얼마나 눌렀는지 세지도 못할 무렵, 방문이 드디어 열렸다.문 앞의 수려한 용모의 그 남자는 단잠을 깨운 탓인지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찰나였지만 앨리스는 그에게서 한기를 느꼈다.“안, 안녕하세요?”쾅!곧바로 닫히는 문에 앨리스는 하마터면 문에 코를 찧을 뻔했다.그녀는 정신을 다잡은 뒤 다시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두 번을 누르고서야 수려한 용모의 그 남자가 다시 문을 열어줬다.“무슨 일이죠?”수현이 눈앞의 그녀를 못 알아본 건 아니다.술집에서 그렇게 그에게 오랜 시간 찝쩍대던 여자.수현은 입을 꾹 다문 채 서늘하게 그녀를 쳐다봤다. 술집에 있던 이 여자가 어떻게 호텔까지 쫓아온 건지.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이 다시 닫힐까 봐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그러나 수현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는 바람에 몇 걸음 못 가 앨리스는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수현은 여전히 서늘하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방에 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저... 먼저 들여보내 줘요. 할 말이 있어요.”“여기서. 일 분.”수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앨리스는 그가 이렇게까지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금방 깨서 어젯밤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앨리스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그쪽이 너무 취해서 제가 여기 호텔까지 데리고 온 거예요.”그녀의 말에 수현이 잠시 멈칫했다.“호텔 비용도 제가 냈고요.”앨리스가 머쓱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그 돈 돌려달라는 건 아닌데요, 그냥 오해하지 마시라고요.”어젯밤에 취한 그를 도와줬다는 얘기에 수현이 잠시 침묵하더니 어젯밤 일을 조금씩 떠올렸다.혼란스러운 가운데 그가 간절히 그리워하던 누군가의 모습을 본 것만 같았다.하지만 눈을 떠보니 그의 앞에 있는 여자는 낯선 사람이고,
더 보기

제419화

번호도 다 저장한 마당에 이제 와 비서 연락처라고 하고 가버리다니.앨리스는 급한 마음에 무작정 수현을 뒤따라 엘리베이터까지 갔다.“잠깐만요. 보수를 달라고 연락처 물어본 거 아니에요. 전 그냥 그쪽과 친구라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본인 연락처 좀 주시면 안 돼요?”성큼성큼 걸어가던 수현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표정으로 가만히 멈춰 섰다.앨리스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며 잔뜩 긴장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제발요. 저 정말 연락처 알고 싶다고요. 저 절대 귀찮게 굴지 않을게요.”수현은 서늘하게 그녀를 한 눈 보고는 손을 올려 슈트 가장 위의 단추를 잠그며 말했다.“이봐요 아가씨. 나한테 마음 있는 거면 이만 포기해요. 아니면 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 못 하니까.”띵--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수현이 무표정으로 걸어 들어갔다.앨리스는 그의 매정한 말에 어느새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그를 보며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슬며시 그를 따라갔다.엘리베이터에는 그녀와 수현 둘만 있었다. 앨리스는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그에게서 냉랭한 한기가 풍기는 걸 느꼈다.이 남자가 좋지만... 누군가에게 이렇게 단칼에 거절당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수현의 차가운 눈빛과 말투는 그녀를 마치 무슨 쓰레기 취급을 하는 듯해 사람 자신감을 한순간에 박살 냈다.앨리스는 수현에게 다시 말을 걸 용기조차 나지 않아 그저 꼿꼿하게 서서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를 기다렸다.앨리스는 이 순간만큼은 일 초가 일 년 같이 느껴졌다.얼마나 지났을까,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일 층에 도착했고 앨리스는 그제야 수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올 때 수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서늘하게 물었다.“따라오지 마시죠.”앨리스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채 입술만 깨물며 고개를 들지도 대꾸를 하지도 못했다.그때,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리며 눈앞의 남자는 떠나갔다.앨리스는 발신인을 확인한 뒤 맥 빠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
더 보기

제420화

‘설마 진수현이 옆에 있는 건 아니겠지?'윤아는 불현듯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한 편, 윤아의 전화를 끊은 앨리스는 황급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낸 후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왜...”앨리스는 왜 돌아왔냐 묻고 싶었으나 괜히 머쓱한 마음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앨리스가 무슨 얘기로 운을 떼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수현이 그녀의 핸드폰을 힐끗 보더니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방금 통화 한 겁니까?”의외의 질문에 앨리스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죠.”“친구?”“네.”수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어젯밤에... 그쪽이 날 도왔다고요?”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취해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호텔에 데려왔어요. 근데...”앨리스는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말을 멈췄다.“근데 뭐요?”수현의 촉이 그 뒤의 말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사실 앨리스는 그 뒤의 말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 먼저 나와버린 거였다. 자신의 친구를 팔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그의 앞에서 할 말은 아닌듯했기 때문이다. 괜히 얘기했다 그를 화나게 할 수도 있으니까.그녀도 자기 입이 이렇게 빠른 줄 몰랐다.앨리스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수현의 눈빛이 순간 싸해졌다.“사실대로 말해요.”그 순간 수현에게서 상위자의 기개가 뿜어져 나왔다.앨리스도 자기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분명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 걸 수현이 이렇게 나오니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저도 모르게 사실대로 말했다.“어, 어젯밤에는 오해가 있었어요. 그쪽이 술에 취해 제 친구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고요. 근데 걱정은 마세요. 제가 제 친구한테 그런 사람 아니라고 해명했거든요. 그리고나서는 저와 친구가 같이 그쪽을 호텔에 데려다준 거고요.”“당신 친구 몸에 손을 대려 했다고?”수현의 머릿속에 순간 떠오르지 않았던 화면이 스쳤다.술집에서 그녀를 만난 기억이 어렴풋이
더 보기
이전
1
...
4041424344
...
12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