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1206 챕터

제391화

“죽었어.”이 세 글자는 갑작스럽게 앨리스에게 다가왔다.그녀는 심지어 채 묻지도 못했다.앨리스는 자라에 멍하니 서서 놀란 얼굴로 윤아를 보았다.“뭐라고?”윤아는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앨리스를 보며 여유 있게 말했다.“왜?”“죽, 죽었다고?”앨리스는 이런 답을 들을 줄 몰랐다. 그래서 한번 다시 반복한 후 순간 머쓱하면서도 죄책감이 들었다.전 남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왜 다시 반복해서 윤아의 가슴을 찔렀는지 참 후회되었다.세상에.앨리스는 죄책감에 푹 빠져 선우 얘기를 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후회했다.윤아가 왜 과거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나 했다. 현아에게 물어봐도 그저 한숨만 내쉬며 이렇게 말했었다.“윤아에겐 아주 속상한 일이야. 그러니까 묻지 않는 게 좋겠어.”앨리슨 이제야 현아가 왜 윤아의 속상한 일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리고 윤아가 왜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지에 대해서도 알 것 같았다.“미, 미안해.”정신을 차린 후, 앨리슨 윤아를 향해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윤아야, 미안해. 난 정말 몰랐어. 만약 알았다면 이렇게 물어보지는 않았을 거야.”앨리스는 윤아에게 이렇게 사과해도 미안했다. 그래서 윤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죽었다고 한 건 아이들이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을 없애기 위해서다.친구인 앨리스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해 윤아는 이미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어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아서였다.만약 앨리스를 이렇게 놀라게 할 줄 알았다면 아마 더 부드러운 방식을 택했을 거다.결국, 앨리스는 너무 자책한 나머지 더는 와인바에 가자고 조르지 않았다.하루 동안 비행기를 탄 데다가 생리까지 온 윤아는 비록 꽤 오래 자긴 했지만 몸은 여전히 피곤했다. 그래서 밤에 일찍 잠들었다.이튿날 깨어났을 때 앨리스는 생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윤아야, 어제 와인바에 갔을 때 누굴 만났는지 알아?”이 말을 듣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어제 일찍 자지 않았어?”분명 서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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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호텔 룸.누군가가 암막 커튼을 걷어내자 룸은 순간 밝아졌다.눈 부신 빛이 침대에 있는 훤칠한 얼굴에 비춰졌다.원래 시체처럼 누워있던 사람이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그는 눈썹을 삐푸리며 감았던 눈을 떴다.“깼어?”맑은 남자 소리가 소파에서 들려왔다.금방 깬 수현은 몇 초 후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보았다. 바로 양훈이었다.눈 부신 빛에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수현이 자신을 무시하는 걸 보았지만 양훈은 계속 말했다.“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훈은 수현이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한 듯 그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의사 선생님께서 너한테 말했을 텐데.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말라고 말이야.”침대에 누워있는 수현은 여전히 반응을 하지 않았다.양훈은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지금 더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아니면 몸을 망가뜨려서 네 부모님이 먼저 네가 죽는 꼴을 보게 하고 싶어?”말을 마친 양훈은 계속 말을 하는 대신 거기에 앉아서 기다렸다.한참이 지나서야 침대의 남자는 몸을 일으켜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말이 통하지 않는 모습을 보자 양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오 년 전, 윤아가 선우랑 간 후, 수현은 이런 귀신 같은 몰골로 되었다.귀신 같은 몰골이라고 하긴 했지만 퇴폐해졌다는 뜻이 아니다.반대로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건 더 훌륭해졌다. 그래서 현재 진씨 그룹의 지위는 거의 경쟁사가 없을 정도로 탑이었다.하지만 이건 모두 수현이 자신을 일만 하는 로봇으로 삼았기 때문이다.그는 일이 아니면 술을 마셨다.그 어떤 오락 활동도 하지 않았고 수면 시간도 정말 적었다. 심지어 위병에 걸렸다.처음에 수현은 취할 때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콜도 그를 마비시키지 못했다.양훈은 수현이 뭔가 보복하려고 그러는 게 아님을 보아낼 수 있었다.그저 고통스러운 현실을 멀리하려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이렇게 생각한 양훈은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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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말한다 해도 수현은 전처럼 그녀가 억울함을 당한 걸 알았을 때 부드럽게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그저 차갑게 자리에 서서 평온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 시선에 온몸이 불편해질 때 소영은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돌렸다.“농담이야. 어떻게 내 전화가 받기 싫을 수 있어? 아, 맞다. 양훈은? 어젯밤 수현 씨한테 전화 걸었을 때 양훈이가 받았거든. 수현 씨가 취했다고 하더라. 어때? 머리 아파?”이렇게 많이 말했지만 수현은 그저 세글자로 대답했다.“괜찮아.”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침실에 들어가 셔츠를 입었다.소영은 그 자리에 서서 수현의 차가운 뒷모습을 보며 엄청 속상했다.오 년 전, 수현과 윤아가 성공적으로 이혼했고 또 윤아는 해외에 갔는데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소영은 그녀가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 대해 무척 놀랐었다. 그리고 수현이 이혼한 다음 빨리 그녀와 결혼해 주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수현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기 때문이다.그는 소영에게 이렇게 말했다.“미안,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 같아.”이 말을 듣자 소영은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간신히 웃으며 물었다.“왜? 납치 사건 때문에 그래? 지금도 내가 사주한 거라고 의심하는 거야? 수현 씨, 난 윤아 씨가 수현 씨 곁에 있었던 점이 부럽긴 했어. 하지만 내가 없을 때 윤아 씨가 나 대신해서 수현 씨를 챙겨줘서 많이 고마워.”“널 대신한 게 아니야.”“뭐?”“소영아, 윤아는 널 대신해서 챙겨준 게 아니야. 우리 예전에 사귀지 않았잖아.”여기까지 듣자, 소영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몸도 휘청거렸다.“소영아, 네가 날 목숨으로 구해준 거 알아. 그래서 영원히 가슴에 새길게. 앞으로 그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 난 꼭...”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영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수현 씨, 나한테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날 갖기 싫어졌어? 전에 우리 약속했잖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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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기다리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었으니 수현은 분명 그녀의 사랑에 감동받을 것이다. 오 년 동안, 수현의 부모님도 그녀에게 감동받았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싫어하면서 은인에게 갖추어야 할 태도를 취했다. 친근함은 정말 조금도 느껴보지 못했다.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수현 대신 그의 부모님을 감동 시켰다.이번 경매도 선희가 원하던 물건이 전시되었기 때문에 두 장의 초대장을 가져왔었다. 소영과 수현이 함께 가라고 말이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건 선희가 그녀와 수현을 위해 만든 기회라는 것을.여기까지 생각한 소영은 앞으로 다가가 침실의 문을 노크했다. 하지만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문밖에 서서 말했다.“수현 씨, 저녁에 열리는 경매에 갈 거야?”수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자 멈칫했다.진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원하던 물건을 떠올리니 아무리 귀찮아도 결국 효심 깊은 아들 역할을 하기로 했다.“그래.”그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그가 가겠다고 하자 문 밖에 서 있던 소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겠다고 하니 참 다행이었다.“그러면 내가 저녁에 찾아갈게. 경매에 입을 옷을 준비해야 해서.”“응.”경매에 함께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영은 너무 행복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수현이 그녀와 함께 가주겠다는 건 그녀에게 아직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소영은 돌아간 후, 급하게 디자이너를 찾아서 자신에게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스타일로 꾸며달라고 했다.저녁이 되었을 무렵, 그녀는 15cm에 가까운 힐을 신고 수현을 찾으러 갔다.오늘 자선 경매는 고선 그룹이 개최한 것이다.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 서원은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이번 경매도 그중 하나였다.이 소식을 퍼뜨리자 현장엔 많은 상류층 사람들이 왔었다.오늘 저녁의 피날레는 아무 신비로운 서프라이즈였다.심지어 고고학계 전문가들도 경매에 참석했다.차에서 내릴 때 소영은 너무 높은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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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소영은 그가 자신을 돌려보내라고 할 줄은 몰랐다.그녀의 입술엔 핏기가 가셨다. 소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어렵게 수현 씨랑 여기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나 정말 오랜만에 수현 씨랑 밖에 나왔어. 그러니까 제발 날 내치지 말아줘, 응?”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억울한 표정으로 수현을 보았다.하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영을 보았다.“내가 수현 씨 구했다는 것 때문에 수현 씨가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는 거 잊어버리려고 시도하면 어때? 난 그냥 수현 씨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일 뿐이야, 응?”이 말을 할 때 머리를 썼었다.겉으론 수현에게 자신을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을 잊으라고 했지만 실은 그에게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을 알리는 거였다.일부로 은인이라는 점으로 그의 죄책감을 자극하려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 마지막 카드 외엔.만약 이것도 쓸모가 없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다행인 건 이 일에 대해 수현은 늘 그녀에게 고마움을 품고 있었다. 그는 한참동안 소영을 차갑게 보다가 팔을 움직였다.“다음부턴 안 돼.”이 말을 듣자 소영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뿜을 뻔했다. 그리고 얼른 수현의 팔짱을 끼었다.“고마워, 수현 씨.”역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도 그를 구했다는 얘기만 언급하면 마음이 약해진다.수현이 마음 속으론 그녀만 아니었어도 이미 죽었을 거라고 생각할 거니까.그의 두 번째 생명은 그녀가 주었다고 말이다.이 일에 마음 약해지지 않는다면 또 어떤 일에 마음 약해질까.소영은 수현의 팔짱을 끼고 아까 그 여자들을 한눈 쏘아보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걸어갔다.그녀가 간 후, 아까 소영을 비웃다가 그녀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본 여자들은 어처구니 없어서 모여 수다를 떨었다.“어머, 잘난 척하는 모습을 봐요. 모르는 사람이라면 내일 수현 씨랑 결혼하는 줄 알겠어요.”“오 년 동안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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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우산 챙겼어요?”두 아이와 함께 뒷좌석에 앉은 윤아가 물었다.이 말을 듣자 진 비서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뇨, 오늘 비가 올 줄 몰랐어요.”윤아는 주위를 둘러본 후 결정했다.“앞에 24시간 편의점 하나 있어요. 기사님, 조금 있다가 길옆에 차를 세워 주시겠어요?”처음엔 가랑비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젠 소나기로 되었다.앞이 잘 보이지 않아 경매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다.경매장에는 사람들이 아주 적었다.진 비서가 초대장을 꺼내자 입구에서 맞이하는 사람의 태도는 순간 공손해졌다.“절 따라오시죠.”윤아가 이번 경매에 참석한 건 선우를 대신해서였다. 선우의 신분과 지위라면 응당 중심 지역의 자리였다.그래서 직원은 그들은 VIP석으로 안내했다.하지만 너무 늦게 왔기 때문에 경매는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만약 VIP 자리에 앉으려면 사람들 앞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윤아는 잠시 고민한 후 직원에게 말했다.“뒤쪽으로 안내해줘요.”“네? 그건 안 됩니다. 두 분께선...”윤아는 그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저희가 늦게 왔는걸요. 그리고 뒤에 앉는다고 경매에 참여하는데 차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그건 그렇지만 VIP분들을 제일 뒷자리로 모셨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겨서 책임을 물으면 곤란하게 될 거다.“가죠.”그러나 윤아는 어느새 뒷좌석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우진도 그녀를 뒤따라갔다.직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뭐라 더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매니저한테 보고를 올렸다.윤아와 우진이 자리에 앉았을 땐 이미 첫 번째 경매품의 경매가 끝난 후였다.우진은 자리에 앉기 바쁘게 수첩을 윤아에게 건넸다.“선우가 원하던 물품은 앞쪽에 있진 않네요.”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이런 물품은 보통 피날레로 가죠.”“아...”윤아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피날레면 우리 이선우 대표님 오늘 피 좀 보시겠는데요.”그녀의 농담에 우진이 웃음을 터뜨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윤아 님. 저희 대표님한테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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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윤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잠시 후 우진은 머쓱한 듯 자신의 머리를 쓱쓱 만졌다.너무 마음을 놓아버린 탓일까, 저도 모르게 말실수를 해버렸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곱씹으며 후회하고 있었다.그래도 다행히 몇 분 후 윤아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깨줬다.“비서님. 다음 경매품은 저 대신 값을 불러주세요.”“다음이요?”우진은 곧바로 수첩을 펼쳐 다음 경매품이 고급스러운 옥 팔찌임을 확인했다.“윤아 님. 이게 마음에 드세요?”우진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탓이 어리둥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 윤아가 옥을 좋아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다행인 것은 이선우가 사전에 그에게 윤아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이 있거든 그녀를 도와 얼마를 부르던 무조건 낙찰받도록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돈은 선우의 계좌에서 나가도록 하라고 말이다.윤아는 싱긋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네. 알겠습니다.”우진은 다음 경매품이 나올 때쯤에 잔뜩 긴장한 채 자리를 잡았다.다음 경매품이 아마 오늘 밤의 피날레인듯했다. 윤아는 사뭇 진지하게 기다리는 우진을 보며 당부했다.“다들 한바탕 하기까지 기다렸다 값을 불러요.”우진이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장내에는 어느새 줄줄이 값을 부르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옥 팔찌의 가격은 빠르게 6억 원에 치달았다.6억 원이라는 가격에 값을 부르던 사람들도 주춤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남은 사람은 둘 밖에 없었다.그때 윤아가 우진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에 우진이 막 팻말을 들어 값을 부르려 했는데 마침 그때 앞쪽 VIP 석에서 누군가 선수를 쳤다.“8억.”우진도 8억을 부르려 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외칠 줄은 몰랐던 탓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선우의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던 그도 만만치는 않았다. “9억.”옆에 있던 윤아가 입을 열기도 저에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우진.윤아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우진의 활활 타오르는 열정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닫았다.강소영은 호기롭게 값을 불렀다가 그에 따라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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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윤아가 그에게 선우의 말을 그렇게까지 하면서 따를 필욘 없다고 말하려 했으나 우진이 이미 팻말을 든 후였다.“10억.”재벌인 그들에게 10억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숫자는 아니었지만 소영은 이 옥 팔찌를 위해 그렇게까지 나서는 이가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하필이면 그녀가 수현과 함께 있는 이 때에 말이다. 대부분 사람은 그녀의 체면을 위해 이렇게까지 경쟁하진 않았을 것이다.설마...날 무시하는 건가?소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11억.”우진도 지지 않았다.“12억.”윤아:“...”그녀 잘못이다. 물건이 마음에 든다는 걸 티 내지 말았어야 했는데.현장은 어느새 수군대는 사람들로 술렁거렸다. 아마 옥 팔찌 하나로 이렇게까지 치열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12억까지 왔는데 소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팻말을 들었다.“13억.”우진은 그에 더 따라붙으려 했지만 윤아가 말린 탓에 팻말을 들 수 없었다.“됐어요. 비서님.”“하지만 윤아 님. 대표님...”윤아는 차분히 그를 보며 말했다.“이제 갖고 싶지 않아졌어요. 정말 그를 대신해 제가 좋아하지 않는 물건을 사줄 생각이에요?”그녀의 말에 우진이 멈칫했다.선우를 대신해 윤아의 환심을 사려 했으나 이젠 선우도 없는데 고집을 부리다 윤아의 눈 밖에 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 얻은 게 하나도 없는 꼴이지 않은가.생각 정리를 마친 우진은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알겠어요. 하지만 후에라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꼭 말씀해주세요.”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머리를 끄덕였다.그러나 우진은 그녀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도 이젠 티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어휴.여자의 환심을 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는 새삼 대가 없는 사랑을 퍼붓는 선우가 어떻게 몇 년을 견지해왔는지 참 대단해 보였다.소영은 그렇게 13억에 팔찌를 낙찰받았다. 주위에서 수군대는 소리에 그녀는 기세가 등등해졌다.13억. 그녀의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내일이면 아마 모두가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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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소영은 손에 들고 있던 경매 수첩을 펼쳐보고는 조심스레 수현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수현 씨. 어머님이 말한 그 물건이 곧 나올 거야.”“응.”수현은 차갑게 대꾸하고는 다시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소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에 들어서서부터 수현은 줄곧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목적이 분명해서 원하는 물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경매에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관심이 없다 해도 예전엔 이렇게까지 핸드폰을 보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대체 뭘 보길래 그렇게 눈을 못 떼는 것인지.소영은 궁금한 마음에 그의 핸드폰 화면을 한 눈 보았다가 깜짝 놀라 그대로 몸이 굳고 말았다.두 아이??수현이 지금 두 아이를 보고 있다고?소영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그의 핸드폰을 향해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핸드폰 화면은 이미 꺼져있었다.이윽고 그녀를 향하는 수현의 싸늘한 시선.“뭘 봐?”소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너한테 얘기 좀 해주려고.”“알았어.”수현은 핸드폰을 거두고 딴 데 정신 팔지 않고 정면을 주시했다. 그러자 소영도 자세를 바로 하고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 소영.‘수현 씨가 언제부터 아이들 사진을 보기 시작했지?’예전에 그의 핸드폰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요즘은 일에만 미쳐있는 사람이 어떻게 어린아이 사진을 본단 말인가?짧은 찰나에 소영은 방금 자신이 봤던 화면을 떠올리고는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혈색이 줄고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화면 속 그 아이들, 수현과 아주 많이 닮았다.수현이 최근 술에 찌든 생활을 한 바람에 적지 않은 여자들이 호시탐탐 그를 노리며 그가 취한 틈을 타 어떻게든 그와 엮여보려 안달이긴 했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성형시키기까지 하는 악랄한 인간들이다. 소영은 그런 인간들이 대체 무슨 수로 수현에게 다가간 것인지, 또 어떻게 그런 음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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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결국 그 물품을 가져간 건 이름 없는 신비의 인사였다.모두 그 신비의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해했으나 그 추리가 차씨 집안까지 다다를 줄은 몰랐다.윤아는 뭔가 떠오른 듯 옆에 있던 우진에게 물었다.“그 차씨 집안...”우진은 그녀와 마음이 통한 듯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윤아 님. 바로 예전에 윤아 님을 캐내던 그 집안이에요.”정말로 그 차씨 집안이라니.현장의 분위기를 보며 윤아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새로 온 후계자가 꽤 인내심이 있는 모양이네요.”“네.”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인내심이 있네요. 게다가 패기도 있고요. 이번 피날레도 손에 얻겠죠.”현장은 이미 값을 부르기 시작했다.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오늘 기세로 보아 얼마를 들여야 얻을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히네요.”희귀아이템이다 보니 경매 최저 가격도 굉장히 높았다. 게다가 값을 부르는 사람들도 줄줄이 나오니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써 80억에 치솟았다.80억, 100억.경매장에서 외치는 숫자들은 돈이 아니라 그저 숫자에 불과한 듯했다.“120억!”사회자가 감탄하며 서둘러 누군가의 이름을 외쳤다.“저희 진 대표님이 120억을 외쳤습니다. 더 높은 가격 있나요?”수현과 같은 성씨를 듣자 우진이 저도 모르게 윤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윤아는 마치 듣지 못한 사람 마냥 태연하게 앉아있었다.윤아의 평온한 표정과 달리 우진은 마음이 불편했다.여긴 해외가 아니라....한국이다.그것도 남성의 옆 도시 수원이다.수원이 아니라 전국에서도 이런 값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심지어 그중에서도 성이 진 씨인 사람은... 없지 않은가.우진은 자신도 아는 걸 영리한 윤아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온한 그녀의 표정을 보니 정말 이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하긴, 벌써 5년이나 흘렀으니 그럴 만도. 5년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무언가를 흐릿하게 만들기엔 충분한 시간이다.우진은 마음을 놓고 다시 경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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