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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그의 옆에는 하늘거리는 연분홍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함께 있었는데 비를 맞아 옷이 좀 헝클어지긴 했지만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 우아한 품위는 가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곁에서 가볍게 남자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둘은 어수선한 인파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볼 줄은 몰랐다.

‘몇 년이나 흘렀는데, 둘이 진작에 사귀었겠지? 애는... 우리 훈이 윤이와 비슷한 나이려나?’

윤아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데 뭔가 낌새를 눈치챈 그 남자가 윤아 쪽으로 걸어왔다.

윤아는 숨을 참고 급하게 몸을 돌렸다.

‘방금... 못 봤겠지?’

윤아는 고양이에게 걸린 생쥐처럼 제자리에서 꼼짝을 못 했다.

“윤아 님. 윤아 님?”

우진의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윤아는 손가락만 조금 움찔할 뿐 차마 몸을 돌릴 순 없었다. 때문에 우진은 빙 돌아 그녀의 앞으로 와서 물었다.

“윤아 님. 무슨 일 있으세요?”

“비서님. 오셨어요? 경매는 끝났나요?”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끝났어요.”

“물품은 낙찰받았나요?”

“그럼요.”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운 듯 말했다.

“하지만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렸어요. 저 진 씨...”

진수현의 씀씀이가 큰 탓에 물건을 낙찰받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하려던 우진이 급하게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다물었다.

사실 윤아와 우진 둘 다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한 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여는 윤아.

“다 되었으면 돌아가죠.”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우진을 관찰하다 그가 마음을 놓는 듯 하자 그제야 수현이 떠났겠거니 했다. 아니라면 아마 그녀가 더 긴장되었을 것이다.

생각 정리를 마친 윤아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역시, 조금 전까지 모여있던 사람들도 대부분 떠나고 인파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그 남녀도 보이지 않았다.

윤아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_

이 야심한 밤에 윤아와 앨리스가 외출한단 말에 우진은 걱정이 앞섰다.

“윤아 님. 시간도 늦었는데 지금 나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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