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05화

남자의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확인한 순간, 윤아의 머릿속에 경보기가 울렸다.

윤아는 거의 도망치다시피 자리를 빠져나왔지만 한발 늦은 모양이다.

앨리스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는 갑자기 자연스레 윤아가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물렸다.

눈이 마주친 순간, 마치 궤도를 이탈한 기차가 서로 충돌하듯 무수한 불꽃을 일으켰다.

술잔을 잡은 채 여유롭고 고귀하게 있던 그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앨리스는 여전히 그의 연락처를 알아내려 잔뜩 수줍은 모습 그대로였다. 둘 사이 거리가 가까운 탓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수현을 보지도 못하고 그저 힐끗힐끗 몰래 살펴보고만 있었다.

“저기... 우리 얘기 나눈 지도 꽤 됐는데 연락처나 교환할까요? 오해하진 말아요. 제가 그쪽한테 관심 있는 건 맞지만 연락처 추가했다고 막 귀찮게 굴고 그러진 않을 거니까요.”

그러나 그녀가 뭐라 말하든 눈앞의 그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앨리스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저기...”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는 수현. 그는 앨리스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벌써 몸을 일으켜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 사라진 가녀린 그림자 하나.

앨리스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굳어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남신님은 왜 갑자기 뛰쳐나간 거지?

그리고 방금 그 사람... 윤아인가?

_

윤아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다시피 이곳을 벗어났다.

앨리스가 눈여겨본 남자가 그일 줄이야.

‘5년 동안 대체 왜 그리 변한 거지? 강소영도 있는데 와인바에서 순진한 여자나 꼬시며 뭐 하는 짓이람?’

윤아는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뛰었다.

사실 마음이 불편할 일도 없는데 말이다. 5년 전에도 평화롭게 이혼했는데 왜 도망치는 거지?

하지만 뒤에서 혼잡하게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윤아는 더더욱 멈출 수 없었다.

어느덧 어디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