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자?”“그럴 리가. 남자야!”남자인 주변 친구?설마 김양훈?“지금 상태를 보니 다시 와인바로 돌아가는 것도 안될 것 같네.”윤아는 생각 끝에 말했다.“그렇게 걱정되면 사장님께 맡겨. 사장님이 이분 친구분께 연락해주시겠지.”낯선 사람을 처리하기엔 최적의 방법이다. 윤아가 쓰려는 방법이기도 하고.하지만 앨리스는 수현을 마음에 품은 지 꽤 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윤아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했다.앨리스는 입술을 깨문 채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사장님을 찾아가는 건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 그냥 내가 차 불러서 호텔에 데려다주는 게 낫지 않아?”“그다음엔?”앨리스는 조금 난처한듯싶었지만 그래도 말을 이었다.“아이참.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윤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올라오는 화를 꾹 참으며 간신히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유지했다.“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가. 저 사람 호텔에 데려다주고 별일 없는 거 확인한 뒤에 같이 떠나면 되겠다.”앨리스는 뭔가 말하려는 듯싶었지만 윤아가 화가 난 듯싶어 더 말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지금 가자.”둘은 곧바로 와인바의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수현을 택시에 태우고 호텔 주변까지 데려갔다.호텔 체크인을 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했다.“윤아야. 네가 부축 좀 해줘. 난 신분증 좀 찾을게.”윤아는 어쩔 수 없이 다가가 수현을 부축했다.수현의 체중이 가감 없이 그녀를 짓눌러오자 윤아는 몇 걸음 휘청거리다 겨우 바로 섰다. 수현의 몸에서 풍겨오는 지독한 술 냄새와 남성호르몬 냄새에 윤아는 숨을 쉬기 힘들었다. 5년 만에 느끼는 익숙한 감각에 윤아는 가슴이 답답해 났다.윤아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앨리스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수현을 밀쳐버렸을 것이다.호텔 직원은 신분증을 확인한 후 물었다.“몇 분이 묵으시는 거죠?”앨리스는 혼자라고 말하려다 윤아도 있는 게 생각나 말을
둘은 간신히 수현을 호텔 안까지 데려갔다.수현을 침대에 내팽개치고 난 후 윤아는 그 자리에 서서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앨리스를 한 눈 보았다. 앨리스는 바로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했다.“윤아야. 나...”“안돼.”단칼에 거절하는 윤아.“가자. 이제 갈 때 됐어. 이 사람도 여기서 뭔 일 없을 거야.”“하지만... 취했잖아. 혼자 호텔에 있으면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해.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나면?”윤아:“그래서? 너도 여기에 묵겠다는 건 아니지?”앨리스는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아니야. 내 말은 저분 핸드폰으로 친구한테 전화라도 해주는 게 어때?”“핸드폰 비밀번호 알아?”“몰라.”“그럼 어떻게 연락하자는 건데?”“그러네.”앨리스는 고민하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하지만 너무 걱정되잖아.”“애도 아니고 어엿한 성인이 술 마시고 취한 거 가지고 뭘. 너도 한때는 자주 만취했었지 않아?”그렇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런 상태가 되니 그녀는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술을 진탕 마시고 다녔을 때 그녀의 부모님이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해 하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하지만 걱정 되는 것과 별개로 윤아의 말을 들으니 앨리스도 마음이 좀 놓였다. 그녀도 술에 잔뜩 취했었어도 멀쩡히 잘 살아왔으니까. 다 큰 남자 한 명이 설마 뭔 일이야 있겠는가.“그럼...그래.”그녀는 고민 끝에 윤아와 함께 떠났다.막 호텔을 빠져나올 때 앨리스는 문득 궁금해졌다.“그러고 보니 너 저분 지갑이 주머니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동작도 익숙해 보이고. 그리고 신분증이 거기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던 거야?”앨리스는 다시금 수현의 바지 주머니에서 익숙한 듯 지갑을 꺼내던 윤아의 망설임 없는 모습을 떠올렸다. 게다가 윤아는 정확히 지갑의 두 번째 칸에서 신분증을 꺼냈다.앨리스는 윤아가 해외에서 5년이나 있었던 걸 몰랐다면 둘이 아는 사이가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주머니에 지갑을 두는 건 자연스러
“아까 그 사람 주머니에 뭘 넣은 거야?”그녀의 말에 앨리스가 잠시 멈칫하더니 급하게 눈을 피했다.“무슨 말이야?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윤아는 말없이 그녀를 주시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는 앨리스에게 압박을 주기에 충분했다.“그래그래. 메모지 한 장 남겼어. 핸드폰 비밀번호를 모르니 연락처를 알아낼 방법도 없고, 내 연락처 남기는 건 되잖아? 오늘 밤 내가 도운 게 있는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날 은인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잖아?”앨리스의 말 중에 유난히 귀에 거슬리는 단어 하나가 윤아의 귀에 박혔다. 윤아는 순식간에 낯빛이 바뀌어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앨리스는 한참을 떠들어대다 그제야 윤아가 아무런 대꾸도 없는걸 눈치채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언제부터인지 윤아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창문에 비친 그녀의 무표정은 뭔가 슬픈 듯 공허해 보였다.‘왜 이러는 거지? 내가 방금 말실수를 했나?’앨리스는 곧바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방금 혹시나 실수로 윤아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진 않았나 곱씹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무슨 말실수를 한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별 방도가 없자 앨리스는 결국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윤아야. 내가 혹시 뭐 말실수해서 네 기분 상하게 했어?”앨리스의 가까운 목소리에 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런 거 아니야.”앨리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자 윤아는 조금 전 자신이 딴생각에 빠져 있었던 걸 떠올렸다.“진짜?”앨리스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되물었다.“하지만 너 방금...”“응. 아까는 그냥 잠깐 딴생각하느라 정신 팔려 있었던 거야.”“정말 괜찮아? 혹시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기분 상한 건 아니지?”윤아는 손을 뻗어 앨리스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네가 무슨 기분 상할 말을 하겠어? 쓸데없는 생각 그만해. 우리 이제 거의 다 왔어.”윤아가 장난스레 말하자 앨리스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화난 거 아니
선우의 체온을 머금은 따뜻한 외투가 윤아의 몸에 덮이며 순식간에 온기를 전달했다.선우의 체온은 윤아보다 훨씬 높았다.그가 다가오자 따뜻한 에너지가 함께 전달되며 어느새 야심한 밤의 칼바람도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윤아가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고마워.”선우는 그녀를 걱정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날씨가 추우니까 외출할 땐 두껍게 입어. 너 쉽게 아프잖아.”윤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앨리스가 선수를 쳤다.“아이고 이선우 씨. 윤아한테 자꾸 뭐라 하지 말아요. 적게 안 입으면 언제 선우 씨에게 잘 보일 기회가 있겠어요.”“그만해.”윤아가 서둘러 둘의 대화를 끊었다.“밖은 추우니까 들어가서 얘기하자.”셋은 그렇게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윤아는 선우의 외투를 벗어 그에게 돌려줬다.“얼른 입어. 감기 걸리겠다.”선우는 손을 뻗어 외투를 건네받았지만 입지는 않았다.앨리스는 그 둘을 보며 눈동자를 바삐 굴리더니 말했다.“난 이만 사라져줄게. 둘이 오붓한 시간 보내.”말을 마친 앨리스는 자신의 방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하필 그때 걸어 나오던 우진과 마주쳤다.우진은 윤아가 돌아온 걸 발견하고 그녀에게 인사를 하려 했으나 소리도 못 내고 그만 앨리스에 의해 입이 틀어막혀져서 끌려갔다.“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회사 상사에게 우리 윤아랑 단둘이 있을 시간 좀 줘요.”선우는 한 손에 외투를 든 채 윤아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 가는 도중에 그는 무심결에 몇 번이고 윤아의 표정을 관찰했다.눈치를 못 채고 있던 윤아도 물을 마시겠단 선우에게 물을 따라주다 그의 시선이 오로지 자신에게 쏠려있음을 느꼈다.윤아는 물컵을 선우에게 건네주면서 눈썹을 들썩였다.“왜? 내 몸에 뭐 귀한 보석이라도 있어? 들어올 때부터 왜 그렇게 빤히 보는 거야?”선우의 금테 안경이 거실의 불빛 아래에서 반사되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그는 얇은 입꼬리를 슥 올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랜만에 봐서 보고 싶
“아니.”아니란 말에 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진 비서가 호텔 예약하는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했을 리 없다고 말하려 했으나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내뱉진 않았다.오늘 경매장에서 바쁘게 돌아치고 돌아와서도 자기를 위해 두 아이를 돌봐줬던 우진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윤아는 순간 뭐라 더 말하기 미안해졌다. 이 일엔 윤아의 책임도 있으니까.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그럼 내가 대신 호텔 잡아줄게. 어디서 지낼 예정이야?”그러나 선우는 여전히 미동 없이 윤아를 바라보기만 한다.“여기도 괜찮은 것 같네.”윤아가 멈칫했다.당황해하는 그녀의 눈빛에 선우가 웃으며 답했다.“어차피 나도 꽤 오랫동안 이곳에서 지낼 텐데 진 비서 얘기 들어보니 여기도 빈집이 있다지?”“응.”“잘됐네. 집주인 전화번호 있어?”“앨리스한테는 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월세 알아보려는 거면 내일 어때? 새집으로 들어오려면 청소도 해야 하고 가구도 놓아야 할 텐데.”“응. 네 말이 맞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 심윤아 아가씨가 내일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괜찮으면 나랑 마트 가서 쇼핑이나 할래?”그런 거라면 윤아는 거절하기도 뭐하니 당연히 수락했다.“그래.”잠시 후 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호텔 잡아줘?”“됐어.”선우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런 일은 진 비서 시키면 돼. 나오라고 해. 시간도 늦었는데 너희 쉬는걸 방해할 순 없지.”결국 선우는 포기하기를 선택했다. 서두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그가 떠날 때 윤아가 그에게 말했다.“앨리스한테 연락처 받으면 너한테 보내줄게.”고개를 끄덕이는 선우.“그래. 부탁할게.”“아니야. 네가 나한테 준 도움이 얼만데. 이 정도 일 가지고 부탁은 무슨.”윤아는 문 앞에서 선우와 우진이 떠나는 걸 배웅했다.둘이 나간 후 앨리스가 어디서 나타난건지 윤아의 뒤에서 불쑥 말했다.“진 비서님 정말 대단해. 훈이랑 윤이 다 곤히 잠들어있더라.”그
윤아는 훈이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손을 뻗어 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돌아왔으니까 이제 안심하고 자.”서훈은 윤아의 품에 안긴 채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저 오늘 엄마랑 같이 자면 안 돼요?”윤아는 널찍한 침대를 보며 마음속으로는 그러려고 했지만 입이 멋대로 귀여운 아들을 놀려주고 싶었다.“우리 훈이 이제 다섯 살인데 혼자 자야지.”그녀의 말에 서훈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그는 윤아가 거절한 줄 알고 고개를 푹 떨구고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 혼자 잘 수 있어요.”그냥 놀려주려던 건데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니 윤아는 자기가 엄청난 악당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농담한 거야. 오늘 밤은 추우니까 우리 같이 자자.”그녀의 말에 훈이의 눈빛에 어느새 환희가 가득 찼다.“정말요?”“그래. 먼저 침대에 가 있어. 엄마는 이불 갖고 올게.”그러나 훈이는 조금 생각하다 고분고분 침대로 돌아가는 대신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는 이불 가지고 전 엄마를 도와 베개를 가져올래요.”“그래. 가자.”윤아도 동의했다.이윽고 윤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챙겼고 훈이도 뒤따라 베개를 챙겼다.둘이 돌아가는 길에 윤아는 어디선가 방문을 닫는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그것도 밖의 현관문 쪽에서 말이다.윤아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훈이와 방으로 돌아간 뒤에야 그에게 말했다.“훈이야. 먼저 자고 있어. 엄마는 앨리스 아줌마가 잠들었는지 확인해보고 올게.”이제 윤아가 밤새 함께 있어 줄 거란 생각에 훈이도 걱정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윤아는 훈이를 침대 중앙에 눕힌 후 두 아이의 이불을 정리해주고서야 신발을 챙겨 신고 밖으로 나갔다.먼저 앨리스의 방으로 가 노크를 했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없었다.“앨리스?”여전히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윤아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다.역
비록 그 별다른 얘기는 더 없었지만 앨리스가 무슨 생각인지 윤아가 모를 리가 없었다.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핸드폰을 껐다.성인이 되어서 남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안 되는 건 맞지만... 수현과 소영이 사귀는 걸 알고 있는 이상 윤아는 그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줄 의무가 있었다.원래는 내일 일어나서 앨리스에게 말해주려 했는데 그녀가 이 밤중에 그렇게 뛰쳐나갈 줄은 몰랐다.윤아는 고민 끝에 결국 앨리스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앨리스. 할 말이 있는데 통화 가능해?」그러나 이 문자를 끝으로 앨리스는 답장하지 않았다.윤아는 그래도 참을성 있게 2분은 기다려줬으나 여전히 답장이 오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의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차가운 기계음에 윤아는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듯했다.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는 윤아.‘지금 전원 끈 거야?’무슨 일이라도 난건지 아니면 그냥 윤아와 상종하고 싶지 않은 건지.윤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도 사람마다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다는 것도.하지만 어떻게 이걸 그냥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어차피 이대로 그냥 돌아가 잠을 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앨리스가 핸드폰 전원까지 꺼버린 걸 보아 지금으로선 윤아가 뭘 해도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았다.그녀와 앨리스는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이가 늘 좋았다. 윤아는 가능하면 최대한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민 끝에 윤아는 결국 충동을 자제하고 방으로 돌아가 누웠다.훈이는 여태 자지 않고 윤아를 기다리고 있었다.윤아가 돌아오자 그는 얼른 옆쪽으로 가 쪼그린 채 그 작은 손으로 옆자리를 탁탁 치며 말했다.“엄마.”윤아는 복잡한 마음으로 외투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윤아가 머리를 대기 바쁘게 훈이가 그녀의 품에 폭 안겨 왔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그의 말에 윤아가 정신이 돌아오며 미안한
선우의 열기가 손을 통해 불길 같이 전해져왔다.윤아는 짧은 순간에 따뜻함을 느꼈다.그러다 그의 말에 반응이 돌아온 윤아는 그제야 자신이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적게 입은걸 눈치챘다.“선우야. 앨리스가 지금 나갔는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 말이야. 핸드폰을 끈건지 아니면 내 전화를 받기 싫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윤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우는 그녀가 뭘 말하려 하는지 단번에 눈치챘다.윤아의 손과 발이 얼음장처럼 차게 얼어가는데 말을 해줘도 모르니 선우는 그저 한숨만 나왔다.“무슨 말인지 알겠어. 진 비서 불러서 같이 찾게 해줄게. 어때?”같이 사람을 찾아?“아니, 아니.”윤아가 머리를 흔들었다.“난 안가. 내가 가면...”앨리스는 분명 그녀가 참견이 심하다고 생각할 거다.윤아를 잘 아는 선우는 그녀의 말에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았다.“알았어. 사람 시켜서 안전한지 확인하라 할게.”윤아는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고마워.”“그럼 이젠 옷 좀 두껍게 입을 수 있을까? 너 계속 이러다가 감기 걸릴까 봐 무섭거든.”일이 해결되자 마음이 놓인 윤아는 그의 말대로 방에 돌아가 스웨터를 챙겨 입었다.윤아가 옷을 입을 새로 선우는 이미 통화를 마쳤다.“아 참, 진 비서가 그분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아냐는데?”위치?윤아는 도와주는 사람들한테 숨기기도 뭐해 앨리스가 있는 호텔의 주소를 알려주었다.“이 밤에 혼자 거길 왜 간 거래?’선우는 그동안 도움이 필요로 할 때마다 그냥 그녀의 말에 따라줬지 한 번도 원인을 물은 적은 없었기에 이번엔 윤아도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선우에게 알려줬다.그녀의 얘기를 들은 선우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뗐다.“그래서, 걜 만난 거야?”윤아:“...”둘 사이의 공기가 한순간에 어색해졌다.잠시 뒤 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만났어.”윤아의 담담한 태도를 보고 선우는 그나마 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또 뭔가 떠오른 듯 안경 뒤로 복잡한 눈빛을 숨기며 물었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