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언젠가 다시 만나요: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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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조윤미는 심미경을 원주시에 있는 한 병원으로 데려갔다.이때 블랙 포르쉐 한 대가 그들의 옆을 지나갔다.운전하고 있던 진민우는 백미러로 힐끔 보더니 확신이 부족한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심미경 씨 본 것 같은데 맞아요?”강이찬은 심미경이 한 중년여성에 끌려 병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차 세워.”...병원 내부, 조윤미는 접수를 마치고 심미경과 함께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조윤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손을 꽉 잡았다.“미경아, 엄마 탓하지 마. 나는 너 다른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당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혼전임신에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으면 사람들이 뒤에서 수근거릴 거라고. 너한테도 안 좋은 일이야. 이제 몇 살이나 되었다고 아이를 낳아.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인생, 이대로 발목 잡히게 할 순 없어.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 이 아이 낳게 할 수 없어.”심미경은 창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조윤미가 자신을 생각해서 이러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도망치지는 않았다.전에 아이를 지울까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정작 지우려고 하니 아쉬울 뿐이었다.심미경은 조윤미를 간절하게 쳐다보니 물었다.“엄마, 생각을 좀 더 해보면 안 될까?”“생각할 게 뭐 있어. 아이는 뱃속에서 하루하루 커가는데 시간을 지체할수록 너한테 안 좋아! 그 남자가 너랑 결혼해서 아이를 호적에 올리면 몰라도. 아니면 이 아이 절대 낳을 수 없어!”‘결혼? 근데 이찬 씨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데. 아이를 핑계 삼아 결혼해달라고 할 순 없잖아.’심미경이 중얼거렸다.“나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결혼 안 하겠다고 하면 이 아이 가질 수 없는 거야!”진료실에서는 심미경의 이름을 세 번째나 부르고 있었다.“3번 고객님 심미경 씨!”조윤미는 심미경을 끌고 진료실로 들어갔다.의사가 물었다.“어디 편찮으세요?”조윤미는 문을 닫더니 조용히 말했다.“의사 선생님, 저희 딸 임신했는데 이 아이 원하지 않아서 그러는데 오늘 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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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강이찬은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미경 씨 책임질 테니 저랑 돌아가요.”“돌아가서 뭐해요? 이찬 씨, 저희는 이미 헤어졌어요.”강이찬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돌아가서 결혼해요.”...대제주시 쇼핑몰.조유진은 연한 브이넥 원피스를 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가게 직원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밍크 숄을 하나 가져와 조유진 어깨에 걸쳐주었다.“배 사모님은 인물이 좋으셔서 이 브이넥 원피스에 밍크 숄을 함께 입으시면 더욱 빛나실 거에요.”“저는 배 사모님이...”조유진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귀빈실 소파에 앉아있던 배현수가 벌떡 일어났다.그녀가 물었다.“이거 예뻐요?”배현수는 훤히 드러난 가슴을 보더니 어두운 눈빛을 하고서 차갑게 말했다.“그냥 그래. 다음 거 입어 봐.”브이넥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는 조유진이 너무나도 야해 보였다.비록 그녀의 관능적인 모습을 보지 못했던 건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게, 혼자만 보고 싶었다.가게 직원은 어이가 없었다.‘이것이 그냥 그렇다고? 배 사모님보다 이 밍크 숄이 어울리는 사모님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어떤 사모님은 관리를 잘했어도 배 사모님처럼 청순하지 않아 이 밍크 숄을 입으면 촌스러웠는데. 배 사모님은 젊고 피부도 하얘서 하나도 촌스럽지 않아.’하지만 가게 직원은 반박할 수가 없어 그저 웃으면서 말했다.“이 옷이 마음에 안 드시면 다음 옷을 입어보세요. 디자인이 비교적 심플해요.”배현수는 심플하다는 원피스에 시선을 고정시켰다.‘등이 다 드러나는데 심플하다고?’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무겁게 말했다.“배 사모님은 추위를 많이 타서 감기에 자주 걸리세요. 노출 없는 옷은 없어요?”“대표님, 밍크는 일반 재질보다도 더 따뜻해요.”그리고 지금은 비록 기온이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곧 10월이 다가오기 때문에 춥다고 할 수가 없었다.밍크 숄을 입으면 더울지도 몰랐다.배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밍크 숄로 그녀의 새하얀 가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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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배현수의 시선은 카운터를 지나 블랙 타이트 끈 민소매 원피스에 고정되었다.가게 직원은 그가 몇 초간 이 원피스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더니 말했다.“배 사모님 어깨선이 이쁘셔서 끈 민소매 원피스를 입으시면 정말 예쁠 거예요. 추위를 타시면 밍크 숄과 함께 입든 어떻게 입어도 이쁠 거에요. 배 대표님, 한 벌 선물하실래요?”배현수는 살짝 고개를 쳐들더니 말했다.“제일 작은 사이즈요.”조유진은 비록 168cm의 큰 키였지만 약해서 S 사이즈밖에 입지 못했다.“네. 네 벌 함께 계산해드릴게요. 총 1억7,540만 원입니다.”배현수는 블랙 카드를 건네더니 말했다.“카드로 결제해주세요.”조유진이 환복을 마쳤을 때는 이미 결제가 끝났다.가게 직원은 입구까지 배웅하면서 공손하게 말했다.“배 대표님, 배 사모님, 나중에 가을 신상이 나오면 미리 말씀드릴게요. 오시기 불편하시면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맘에 드시는 옷 있으시면 직접 집까지 배송도 가능하답니다.”나중이면... 배현수와의 관계가 끝나 대제주시에 없을지도 몰랐지만, 조유진은 그래도 예의상 대답했다.“네.”배현수는 그녀를 쳐다보더니 그녀가 한 달이라는 약속 시간을 잊은 줄 알고, 그녀가 자신의 곁에 남아있기로 한 줄 알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때 조선유가 전화 와서 밀크티가 먹고 싶다면서 집에 돌아올 때 포장해오라고 말했다.배현수와 조유진은 그렇게 밀크티 사러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조유진도 목이 말랐는지 과일 티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더니 배현수에게 물었다.“뭐 마시고 싶어요?”배현수를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안 마실래.”“밖에 오래 있었는데, 목 안 마르세요?”그는 조유진을 담담하게 쳐다보더니 말했다.“목마르면 네 것 같이 마시면 되지.”“...”예전에 연애할 때도 데이트하면 큰 사이즈의 과일 티 하나만 주문했었다.배현수는 어차피 몇 모금밖에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개를 시키면 낭비였다.주문을 마친 조유진은 밀크티와 과일 티 두 잔을 나눠서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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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비록 야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유난히 차분한 모습에 시선이 더욱 많이 가는 것 같았다.조유진이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아 그를 밀쳐내자 배현수는 키스를 안 한 것처럼 행동했다.너무도 갑작스러운 키스에 조유진은 얼굴이 빨개졌다.“현수 씨...”“응?”배현수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또 키스하고 싶어?”“...”조유진은 뻘쭘하기만 했다.“공공장소에서 이러는 거 옳지 않아요.”배현수는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그럼 이따 차에서 할까?”“...”‘그 뜻이 아닌데!’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있던 배현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했다.조유진은 후다닥 한 계단 위로 올라가더니 그와 안전거리를 유지했다.배현수는 조유진보다 한 계단 아래에 서 있었지만 그래도 키가 커서 조유진보다 높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턱을 어깨에 기대고 마성적인 중저음으로 귀를 간지럽혔다.“차에서 키스할래 아니면 영화 보러 갈래?”“...”조유진은 쿵쾅쿵쾅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긴장해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고개를 돌렸을 때 배현수의 부리부리한 눈과 마주치게 되었다.“오후에 일 안 해도 돼요?”오늘은 출근일이었지만 회사도 가지 않고 오전에 집에서 미팅만 했을 뿐이었다.맨날 바쁘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나 동시에 두 가지 일을 못 해. 오늘 나머지 시간은 다 네 거야.”“회사에서 찾는 사람 없어요?”그러고 보니 온종일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았다.“너랑 있을 때는 아예 꺼버려.”조유진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지라 배현수의 말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면 1층에서 옷 사고 차에 두고 영화 보러 갈까요?”사실 배현수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지만, 조유진이 보고 싶다고 해서 따라갈 뿐이었다.‘옷을 차에 두는 틈을 타 차에서 잠깐 키스하면 되겠네. 영화를 같이 보는 수고비랄까?’에스컬레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두 사람이 옷가게로 걸어가고 있을 때 조유진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엄창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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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조유진이 갑자기 내뱉은 말에 배현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섹스를 맛본 남자한테 1년 동안 잠자리를 가지지 않고 자위만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조유진이 떠난 389일 동안 하루라도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하지만 전제는 그녀도 원한다는 것이었다.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봤을 때 원한다기보다 마치 임무를 완수하는 것 같이, 자신한테 보상해주려는 것처럼 보였다.배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설마 이별 선물이야?”“...”그는 멈칫하더니 또 말을 이어갔다.“아니다, 우리 만난 적도 없는데 이별은 무슨? 이별 선물이 아니라면 뭔데? 조유진, 말해봐.”조유진은 이 한마디로 그가 격노할 줄 몰랐는지 다급하게 설명했다.“현수 씨한테 2,800억 원이나 빚졌는데 곁에 남아있기로 한 한 달 동안 무슨 짓이든 할수 있어요. 현수 씨가 원한다면요...”조유진은 배현수가 곁에 남아있으라고 한 한 달 동안 손만 잡고 포옹만 할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순진하지 않았다.전에 모른 척 한 것은 오랜만에 만나 습관이 안 되어 받아들일 수 없어 큰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신체접촉도 많아지고 약까지 먹어서인지 반응 정도가 줄었다는 것을 느꼈다.배현수는 그녀의 말을 끊더니 분노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나는 당연히 하고 싶지. 불가능하지만 않다면 어느 남자가 하기 싫겠어? 하지만 유진아.”그는 멈칫하더니 이를 꽉 깨물었다.“남은 10날 동안 이런 방식으로 나한테 보상해주고 위로해주려면 그만해. 10날 후 떠나고 싶다면 굳이 잡지 않을게. 난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라는 거 알잖아. 몸으로 나랑 거래할 필요는 없어.”“이런 거래 안 해본 건 아니잖아요. 한 번 더 한다고 달라질 거 있어요?”조유진의 아무렇지 않게 말한 말은 비수처럼 배현수의 가슴에 꽂혔다.예전에 조유진을 미워했을 때 이런 거래를 한 것이 맞았다. 200만 원에 한 번씩 말이다.‘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네.’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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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유진아, 제발 번복 좀 해줘. 아니면 현수 씨한테 얘기 좀 해줘. 번복하면 너를 다시용서해줄 거야. 제발 현수 씨한테 아빠랑 동생 감옥에서 꺼내 달라고 해줘. 대제주시에서 권력도 크신데 어려운 일도 아닐 거야!”조유진은 싫증 난 표정으로 그녀의 팔을 뿌리쳤다.“사람 잘 못 보셨어요. 저는 그분들을 살려낼 생각이 없으니 포기하세요.”정설혜는 쇼핑몰 청소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조씨 가문이 망한 뒤로 이렇게 비참하게 살고 있을 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인과응고이기도 했다.애인의 신분으로 조범과 안정희의 이혼을 부치기고, 아들 조영훈을 데려고 안정희 병실에서 우쭐거렸기 때문에 조유진은 그녀를 평생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퍽!조유진이 쇼핑백을 들고 떠나려고 하자 정설혜가 무릎을 꿇고 말았다.쇼핑몰 1층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연기에 능한 정설혜는 조유진의 팔을 잡고 대성통곡하면서 말했다.“딸아,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동생은 나 몰라라 해도 아빠를 어떻게 감옥에서 고생시킬 수 있어? 너의 친아빠잖아! 혈연관계도 없는 남자 때문에 아빠랑 동생을 감옥에 처넣어? 어떻게 그렇게 독할 수가 있어!”조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당신 딸이 아니에요. 정설혜 씨, 이거 놔요. 안 놓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에요!”“해!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남자한테 홀려가지고! 아빠랑 동생은 감옥에서 1년이나 콩밥 먹고 있는데!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너희 아빠 좀 구해줘. 제발!”이때 정설혜는 정말 체면도 차리지 않고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조유진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말했다.“저는 이미 조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 잘 못 찾으셨어요!”정설혜가 그녀를 와락 덮치더니 말했다.“딸! 가지 마! 이 엄마를 모른 척 해도 아빠의 생사도 모른 척 하려고? 아빠는 감옥에서 앓고 있고 동생은 감옥에서 맨날 맞아만 대고.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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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피범벅 된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거짓 증언으로 배현수, 그리고 자신을 낳아준 아빠마저 배신한 죄는 씻어낼 수가 없었다.조유진은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정설혜의 손을 뿌리치고 실성한 듯 소리쳤다.“이거 놓으라고요!”“딸... 화내지 마...”정설혜는 최대한 불쌍한 척 연기했다.조유진이 그녀를 뿌리치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을 때, 몰려든 인파 때문에 눈앞이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머리에서 삐-하는 소리마저 들려왔다.이때 훤칠한 남자가 인파를 가르고 성큼성큼 조유진의 앞으로 다가왔다.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조유진이 이름을 불렀다.“현수 씨...”조유진은 마치 생명줄을 잡은 듯 그의 손을 꽉 잡았다.배현수가 그녀를 품에 안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을 때 뒤에 있던 정설혜가 비명을 질렀다.“유진아! 가지 마!”이때 비수 하나가 조유진을 향해 날아오자 배현수가 팔을 들어 대신 막아주었다.“아악!”이 장면에 사람들은 경악하고 말았다.배현수는 긴 다리로 정설혜를 걷어찼고 오른팔이 비수에 찔려 깊게 난 상처 때문에 찢어진 셔츠 팔 전체가 물들어져 피가 팔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대리석 바닥에 퍼진 피를 보고 있자니 조유진은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주위에 겁 없는 사람들은 심지어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조햇날 님이에요!”“이런 사람일 줄 몰랐네요.”배션수는 왼손으로 조유진의 얼굴을 막으려고 품에 안으면서 분노 섞인 말투로 말했다.“찍지 마세요!”어떤 사람들은 미친 듯이 더욱 흥분하면서 촬영했다.배현수는 그중의 핸드폰 하나를 뺏어오더니 두 눈이 충혈된 채로 바닥에 힘껏 던졌다.“찍지 말라고! 안 들려?”살기가 느껴지는 무서운 눈빛에 사람들은 겁에 질려 그제야 뒤로 물러섰다.배현수는 조유진의 얼굴을 꽉 끌어안고 쇼핑몰 1층을 벗어났다.차에 도착하고, 조유진은 피가 흐르고 있는 그의 오른팔을 보더니 울먹이면서 말했다.“제, 제가 운전해서 병원으로 갈게요.”조유진이 조수석에서 내리려고 하자 배현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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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이 상처는 살이 뒤집힐 정도로 깊게 파여있었다.피범벅 된 상처를 보고 있자니 조유진은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한숨을 들이마시더니 재빨리 솜에 소독약을 묻혀 핀셋으로 상처를 닦았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배현수가 억지로 고통을 참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개 들어 쳐다보려고 했을 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두 눈을 막아버렸고 기다란 눈초리가 깜빡이면서 배현수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분명 비수에 찔린 것은 배현수였고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도 배현수였지만 정작 조유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지면서 핀셋을 쥐고 있던 손을 떨고 있었다.배현수는 그제야 그녀에게 피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말했다.“바로 거즈로 덮어.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마무리해달라고 하면 되니까.”조유진은 더는 억지를 부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배현수가 손을 거두었을 때 피범벅 된 상처가 눈앞에 보이자 또다시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래도 재빠르게 깨끗한 거즈로 상처를 한 겹 또 한 겹 감쌌다. 하지만 혼이 나갔는지 계속 거즈를 둘렀다.배현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더니 말했다.“나를 미라로 만들고 싶어?”“피가 또다시 흘러내릴까 봐서요.”그때 온정희가 조유진의 품에서 점점 체온을 잃어갔을 때도, 뒤통수에서 흐르던 따뜻하고도 진득한 피를 아무리 막아보려고 해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렇게 상처를 감싸고 난 뒤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어 거즈를 고정시키고는 휴지를 여러 장 빼내 차 안에 묻은 피를 닦았다.눈을 자극하든 피 흔적을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피 흔적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고집스레 닦고 있었다.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배현수는 가슴이 아파져 왔다....제일 병원 응급실.의사 선생님은 배현수 오른팔에 생긴 상처를 보더니 혀를 끌끌 찼다.“어떻게 된 거예요? 원수라도 만난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깊은 상처를 낼 수가 있죠? 인대마저 끊어졌어요. 이 팔을 들 수 있겠어요? 한번 들어보실래요?”배현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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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조유진은 배현수를 부축하고 의사 선생님 따라 상처 치료실로 들어갔다.의사 선생님이 상처를 치료하려고 하자 배현수가 갑자기 옆에 있던 조유진에게 말했다.“나가서 기다려.”이 상처는 그녀 대신 칼 맞아서 생겨난 상처이기 때문에 조유진이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맞았다.“정말 옆에 안 있어 줘도 돼요?”조유진은 살짝 허리를 숙이고 관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배현수는 마음이 사르륵 내려 녹는 느낌을 받았다.‘이따 피를 보고 쓰러지면, 봉합을 진행할 수나 있겠어?’상처 치료는 빨랐다.이때 배현수가 갑자기 말했다.“담배 좀 사다 줘. 오늘 집을 나서면서 담배를 안 챙겼어.”조유진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지금이 어느 때라고 담배 생각을 해요?”배현수는 놀란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더니 거짓말했다.“니코틴은 진통제 역할을 하기도 해.”“...”조유진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니코틴이 이런 작용을 하는지도 몰랐다.진짜인 줄 알고 그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상처 치료실을 떠나려고 하자 배현수가 갑자기 왼손으로 그녀를 덥석 잡았다.조유진이 물었다.“또 뭐 살 거 있어요?”“안전 조심해.”그렇게 한마디 당부했다.“네.”조유진이 떠나고, 의사 선생님은 과산화수소로 상처를 소독하면서 물었다.“아프세요?”배현수는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괜찮아요, 별로 아프지 않아요.”처음에는 아팠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한쪽 팔이 마비되어 아픈 줄 몰랐다.그리고 배현수는 원래 고통을 잘 참는 사람이었다.이때 의사 선생님이 심심풀이로 물었다.“와이프 분한테 담배를 사 오라고 한 건 정말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였어요?”배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설명했다.“유진이는 피 공포증이 있어 이런 거 못 봐요.”그래서 담배를 사 오라고 심부름시켰던 것이다.반 시간 뒤, 12바늘을 꿰매고 파상풍 주사도 맞았을 때 조유진이 담배를 사 들고 왔다.너무 급하게 걸어서인지 헐떡거리고 있었다.“부근을 다 뒤져서야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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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조유진은 평소에 설명을 늘려놓는 것을 싫어했지만 오늘은 그래도 설명해보기로 했다.“그 뜻이 아니에요.”배현수가 자신을 위해 칼을 막아줬고 12바늘이나 꿰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잠깐깐 침묵을 지켰다.배현수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조유진은 진심으로 말했다.“며칠 더 늘려도 상관없어요. 상처가 나을 때까지 옆에 있어 줄 수 있어요.”배현수는 멈칫하더니 잘 못 들은 줄 알고 조유진을 쳐다보았다.“뭐라고?”“...”‘분명 다친 건 팔인데 왜 듣지를 못해?’조유진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못 들었으면 됐어요.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하죠.”‘괜히 오지랖을 피운 거지.’반 시간이 지나고, 조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수술 후에 조심해야 해는 부분이 있는지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고 올게요.”조유진이 의사 사무실로 향하려고 하자 옆에 앉아있던 배현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유진아.”배현수는 고개를 쳐들더니 불확실한지 웃을 듯 말 듯하면서 물었다.“내 상처가 나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 주겠다고 한 거, 진심이야?”‘아니면, 기분이 좋아지라고 그냥 해본 소린가?’조유진이 되물었다.“진심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진심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당연히 진심이었으면 하는 거지.”“그러면 누구보다 더 진심이었던 거로 하죠.”조유진은 이 한마디를 내뱉고 의사 사무실로 향했다.배현수는 앉아서 계속 이 한마디를 곱씹었다.그리고 거즈를 칭칭 감긴 오른팔을 보더니 12바늘이나 꿰맨 것이 갚지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상처, 보름이면 회복할 수 있다고? 정설혜 그 사람, 더 깊이 찔렀어야 했어.’정설혜를 떠올린 배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까 쇼핑몰에서는 급히 조유진을 피신시키느라고 아직 정설혜를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다.그가 왼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서정호한테 전화하려고 했을 때 육지율이 카톡을 보내왔다.「자식, 멋있는 척은 다 했네. 조유진 감동하였겠는데?」육지율이 인터넷에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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