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967 챕터

제371화

약속한 시간이 다 되면 그녀는 냉정한 마음으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다.배현수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채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내가 왜 깜빡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가 너를 강요하고 있었는데...”“현수 씨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오늘은 몸도 성치 않은 데 빨리 쉬세요.”그녀는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었다. 배현수는 그런 잔잔함을 당장이라도 깨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녀는 평화로운 얼굴이 싫었다. 배현수가 조유진더러 선유 방에서 자라고 하자 그녀는 진짜로 베개를 들고 방을 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방문을 닫으면서 인사까지 했다.“잘 자요.”문이 닫히자 배현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가까스로 마음을 억누르고는 긴 다리를 들어 올려 방 안의 나무 책상을 힘껏 걷어찼다.그가 침대 옆에 앉아 한창 열을 식히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에는 ‘송지연’이라는 세글자가 떠 있었다.그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통화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 송지연이 물었다.“요즘 기분은 어때?”“그냥 그래.”대충 내뱉은 딱딱한 네 글자에 그의 기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했다. 확실히 많이 언짢은 게 분명했다.“유진 씨와 또 싸웠어?”“시리 알아?”“시리?”배현수는 피식 웃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시리는 물으면 바로 대답하잖아. 동문서답할 때도 많은데 어쨌든 대답은 하잖아. 조유진이 지금 딱 시리 같아. 내가 물으면 바로 대답하는 시리.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그녀는 정말 기계같이 딱 하라는 만큼만 하고 있었다.배현수가 주동적이면 그녀는 그에게 맞게 행동했고 배현수가 그러지 않으면 그녀도 별 움직임이 없었다.송지연은 몇 초 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했다.“그게 바로 가짜 친밀성이야. 네가 멈추면 이 관계는 끝나.”하... 가짜 친밀성.확실히 그들은 지금 친한 척만 하고 있었다.그가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면 그녀도 확실히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했지만 이런 접근은 단지 육체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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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결과가 보이지 않는 관계...전화기 너머의 송지연은 더 확실한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너와 조유진의 관계는 너만 계속 헌신하고 있어. 유진 씨가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너는 계속 붙잡고 놓지 않아. 하지만 너도 그런 상황에 지쳐서 이미 점점 네 화를 못 이기고 있어. 이런 나쁜 관계 심지어 최악인 감정에 오래 머물다 보면 너나 유진 씨 두 사람에게 모두 안 좋아.”“PTSD는 무엇 때문에 생기는 거야?”“극한의 스트레스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복잡한 심리적 반응이야. 극도로 강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 중에서 이러한 반응이 지속해서 나타나. 그로 인해 짧게 혹은 장기적인 트라우마가 생겨. 만성 환자의 3분의 1은 평생 치유되지 않아.”평생 치유되지 않는다...이 한마디는 마치 거대한 돌덩이처럼 배현수의 심장을 짓눌렀고 순간 그는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아팠다.사실 예전의 조유진은 피를 봐도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피를 보는 것을 이토록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안정희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조유진이 정말 배현수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면 왜 이런 스트레스 반응이 생기게 된 것일까?배현수가 전에 복수한 것 때문에?“진짜로 PTSD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평소 유진 씨 반응을 관찰하고 또 평소에 먹는 약은 없는지 한 번 봐. 만약 너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이 이미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하다면 유진 씨도 자기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커. 하지만 치료를 받으러 갔는지 안 갔는지는 모르지. 왜냐면 국내에서는 심리 질환에 대해 별로 중시를 안 하거든.”겉으로는 아주 정상인 것처럼 혹은 정서가 매우 안정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단지 기분 나쁜 감정으로 간주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물론 어떤 사람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심각한 상태라 치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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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지금도 집에는 그녀가 생전에 쓰던 바이올린이 놓여 있었다.엄준은 조유진과 정말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엄창민 역시 신희수의 사진을 보고 조유진의 모습이 왠지 신희수와 비슷하다고 느꼈고 머릿속으로 과감한 추측을 했지만 이내 곧 부정했다.얼마 전 자기가 친딸이라고 찾아온 백소미 친자 확인 검사를 엄창민이 직접 가서 했고 그녀가 바로 엄준의 친딸이었다.“아버지, 지난번에 소미 신분을 공개할 거라고 하신 건 언제쯤 하실 예정이세요?”“급하지 않아. 일단 다음 주에 소미를 집에 데리고 와서 적응할 수 있는지 봐야지.”그 말에 엄창민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엄준은 걱정이 태산인 얼굴을 한 엄창민을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조유진을 찾으러 대제주시에 가고 싶은 거야?”“최근 인터넷에 뜬 기사를 보니 유진이에게 많은 일이 생긴 것 같아서요. 사실 많이 걱정돼요.”“지금 대제주시의 업무는 명월이가 담당하고 있어. 만약 사적인 일로 간다면 너를 단속할 사람은 없어.”순간 엄창민의 눈이 살짝 빛났고 그 모습을 본 엄준은 그에게 몇 마디 당부했다.“가 봐, 너 같은 애가 그런 감정을 느끼기도 쉽지 않은데 모처럼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으니 적극적으로 한번 다가가 봐. 늘 그렇게 벙어리처럼 있으니 유진 씨가 어떻게 네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알겠니?”“네, 하던 일 마치면 바로 비행기 티켓 예매할게요.”...밤의 원주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조윤미는 심미경을 위층으로 끌고 가더니 방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너 여기 가만히 있어.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강이찬, 이 자식이 진심으로 너와 결혼하고 싶은지 한번 보고 싶네!”말을 마친 조윤미는 대문까지 걸어 잠그고 강이찬이 들어올 틈조차 주지 않았다.밖에는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졌고 심미경은 2층 창가에 서서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우산을 쓰지 않은 그의 몸은 이미 흠뻑 젖었다.조윤미는 딸을 힐끗 쳐다보고는 무정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그놈이 네 배를 불리고도 책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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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마당에는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조윤미는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강이찬의 발 옆에 검은 우산을 놓고 당당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이만 가봐요. 미경이는 이찬 씨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끊임없이 쏟아지는 비는 강이찬의 시야마저 흐릿하게 했다.그는 커튼이 닫힌 2층을 천천히 올려다보며 힘이 다 빠진 쉰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미경 씨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제 아이예요. 미경이 혼자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어요? 어머님, 제가 꼭 미경 씨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어떻게 책임질 건데요? 미경이에게 양육비를 줄 거예요? 아니면 계속 대제주시로 데려가 이찬 씨 가사도우미로 쓸 거예요?”조윤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가사도우미라는 단어에 강이찬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저 한 번도 미경 씨를 가사도우미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그러자 조윤미는 코웃음을 한 번 치더니 계속 말했다.“그러면 우리 미경이 사랑해요? 미경이에게 듣기로는 이찬 씨가 먼저 고백했다고 들었어요. 맞나요?”“네.”먼저 고백한 건 사실이다.처음에 강이찬이 심미경을 따라다녔고 지금 그녀에게 미안한 사람도 강이찬이었다. “이찬 씨 집이 잘산다는 거 알아요. 대제주시에서 일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가 사는 이곳은 대제주시에 비하면 한없이 작아요. 미경이 아버지도 돌아갔고 우리 집안 형편도 그냥 그렇죠. 하지만 미경이도 우리 집안의 귀한 딸이에요! 우리가 아껴 먹고 아껴 써서 겨우 대학까지 보낸 이유가 갖은 수모를 견디며 누구 뒷바라지나 하라고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 미경이 바보 같아서 그저 잠시 데리고 노는 거라면 여기서 이럴 필요 없어요. 배 속의 아이를 없앨지 아니면 그냥 나을지는 이제 이찬 씨와 상관없는 일이에요!”조윤미가 독설을 퍼붓고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강이찬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왔다.그 모습을 본 조윤미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이찬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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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은 서로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헤어지는 것은 한 사람의 일이에요. 상대방의 동의 같은 건 필요 없어요.”“그런데 임신한 건 왜 일부러 계속 숨겼어요?”“아이를 핑계로 억지로 이찬 씨 발목 잡고 싶지 않아요. 나도 한때는 이찬 씨와 정말 결혼하고 싶었죠. 순진하기도 하지... 이찬 씨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줄 알았으니까... 이찬 씨 마음속에 조유진이 얼마나 큰 존재인지도 모르고. 이찬 씨, 그거 알아요? 당신은 자면서까지 조유진 이름 부른다는 거? 이런 것까지 신경이 안 쓰이지는 않아요. 나는 이찬 씨 옆에만 있으면 만족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나도 생각보다 꽤 욕심이 있더라고요. 나 혼자 좋아하는 거 이제 못하겠어요.”욕심이 많은 그녀는 사랑받기를 바랐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바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침대 머리맡에 앉아있는 심미경은 얼굴을 살짝 숙인 채 자기 기분을 최대한 감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서 어느새 그녀의 흐느낌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울고 싶지 않았다.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억울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그녀 혼자 강이찬을 좋아한 것일 뿐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강이찬은 그 자리에 선 채 그녀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 몸을 굽혀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미경 씨, 우리 결혼해요. 진짜로 결혼해요. 날짜는 변함없이 월말 그대로 해요. 나 꼭 아이와 미경 씨에게 좋은 가정 만들어 주고 싶어요. 나를... 나를 한 번만 더 믿어주면 안 될까요?”그의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심미경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코를 훌쩍이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이찬 씨, 나와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그냥 내가 임신했기 때문에 그저 나 책임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거예요?”‘그것도 아니면 그는 조유진의 그림자와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하지만 이 말을 그녀는 차마 물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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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심미경의 눈물이 그의 손등에 닿았다.강이찬이 또 말했다.“미경 씨, 이제부터 미경 씨 차갑게 대하지 않을 테니 우리 다시 시작해요. 이번에는 잘해드릴게요.”이성적으로는 그를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자, 슬프기만 했다.“이찬 씨, 한 번 더 믿어도 되는 거예요?”강이찬은 주머니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더니 말했다.“미경 씨, 저랑 결혼해 줄래요?”이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반지는 그가 직접 고른 것이었다.강이찬은 반지를 그녀의 약지에 끼워주면서 말했다.“만약 이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제주시로 돌아가서 다시 골라도 돼요.”심미경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약지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았다.예전에는 그가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꿈꿔왔는데 정작 프러포즈를 받으니 어째서인지 전혀 기쁘지 않았다.아마도 강이찬이 자신과 결혼하려는 이유가 임신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강이찬은 흔들리는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이진이 독립시키려고요. 이제부터 미경 씨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동시통역하고 싶다면서요? 이미 온라인에 접수 신청했어요. 아직은 임신 중이라 급히 일할 필요도 없으니 먼저 동시통역 자격증을 취득하고, 출산하고 몸조리도 끝내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해도 돼요. 말리지 않을게요.”‘동생을 끔찍이 사랑하던 사람이 동생을 독립시키겠다고?’“쫓아내면 이진이가 이찬 씨를 미워하지 않을까요?”“너무 오냐오냐 키웠더니 고생도 좀 맛보게 해야 하겠어요.”심미경은 어두워진 그의 눈빛 속으로 점점 깊이 빠지게 되었다.“이찬 씨, 이번이... 마지막 기회에요.”강이찬을 위한, 그리고 자신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그래요. 여전히 마음이 안 놓인다면 대제주시로 돌아가자마자 혼인신고부터 해요.”‘혼인신고?’심미경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둘 사이의 관계가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혼인신고는 나중에 해요.”“그래요. 저랑 대제주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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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정설혜가 쇼핑몰에서 사람을 칼로 찌른 동영상을 삭제하고 댓글도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인기 검색어에서 내려오지를 않았다.댓글 비공개 태세로 오히려 반감을 샀던 것이다.어떤 네티즌들은 조햇살 계정에 입에 담지도 못할 악성 댓글을 달았다.그로 인해 이틀에 한번 업데이트하던 계정은 연속 며칠 동안 업데이트하지도 못했다.요 며칠 조유진은 최선을 다해 배현수를 돌봐주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적었다. 조선유도 낮에는 등교해야 했기 때문에 커다란 별장은 썰렁하기만 했다.조유진은 소파에 앉아 일기책을 보고 있었다. 배현수와 약속한 시간은 한 달이었지만 그가 팔을 다치는 바람에 6일이 더 추가되었다.그래도 눈 깜짝할 사이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었다.예정대로라면 배현수는 다음 주 금요일에 실밥을 제거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아직 6일이 남아있었다.조유진은 오늘 날짜를 지워버리더니 일기장을 닫았다.배현수는 2층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점심때 아무것도 먹지 않아 조유진이 과일을 준비해서 올라갔다.2층 서재.배현수는 송지연과 통화하고 있었다.“저녁에 친구 몇몇이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 건데 너도 같이 와.”전화기 너머의 송지연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갑자기 저녁 식사 초대를 한다고? 무슨 꿍꿍인데?”배현수는 4년 동안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준 송지연의 병원만 다녔어도 단 한 번이라도 그녀를 집으로 초대한 적이 없었다.그러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도움이 필요해.”“조유진 씨와 관련된 일이야?”“응. 오늘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유진이를 좀 봐줘. 저번에 유진이가 나한테 PTSD 있는 것 같다고 했잖아. 그래서 말인데, 오늘 좀 봐줘.”“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유진 씨를 봐주는 거 유진 씨는 알아? 환자마다 정신과의사한테 털어놓고 말하는 건 아니야. 그리고 오늘은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좋아하실까...”“정신과 의사인 거 숨겨줘.”송지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뭐라고?”“몰래 관찰하고 진료해 줘.”“그러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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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현수 씨는 지율 씨 파를 안 먹는 거 알더라고.」그리고 뒤에 강아지 이모티콘을 달았다.남초윤: 「오~ 대단한데? 아예 그냥 둘이 살지? 오늘 저녁 볼만하겠군!」조유진:「기대돼.」...오후 4시쯤, 조유진은 조선유 하교 픽업을 다녀왔다.5시쯤 되었을 때, 육지율이 과일바구니와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다.만나자마자 육지율은 카네이션 한 송이를 배현수에게 건네주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빨리 회복해!”배현수는 그 한 송이를 육지율한테 던지며 말했다.“남자 사이에 꽃은 왜 선물하는데!”“너 건강이 걱정되어서 빨리 회복하라고. 그래야 조유진도 빨리 성남으로 돌아가지.”“...”육지율은 염장 지르면서 또 한마디 추가했다.“조유진, 내 말 맞아?”조유진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육 변호사님, 초윤이 곧 올 거예요. 이혼과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은가 봐요. 요 며칠 계속 피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육지율은 입을 움찔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언성을 높였다.“누가 피했다고 그래! 무서워할 줄 알아? 내가 만나보지 못한 세상 물정이 어디 있는데!”배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이혼은 당해보지 못했지.”육지율은 할 말이 없었다.“...”‘제기랄, 할 말이 없게 만드네.’장 셰프가 식전 음료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마당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조유진은 남초윤인 줄 알고 고개를 쳐들었다가 한 낯선 여자가 흰색 BMW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육지율이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더니 말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너의 새로운 여자친구?”육지율은 구경거리가 났다는 듯이 말했다.“현수 너 이 자식. 구 여친 현 여친을 한 자리에 불렀어? 대환장 파티로군!”배현수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말했다.“현 여친 좋아하고 있네. 너를 말하는 거야?”“난 새로운 여친 없거든?”송지연은 과일바구니와 선물을 들고 들어오면서 인사했다.“조유진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사진보다 실물이 낫네요.”그녀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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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옆에 기대어 구경하고 있던 육지율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현수랑 오래 알고 지내면서 이렇게 예쁜 여사친이 있는 줄 몰랐네요. 현수가 워낙 꽁꽁 숨겨서요.”그는 조유진에게 들려주기라도 하는 듯 여사친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말했다.송지연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아주 태연하게 대답했다.“과찬입니다.”그녀는 일부러 여사친이라는 호칭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 미션은 조유진을 자극시켜 그 반응을 잘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배현수도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조선유가 호기심에 조유진한테 물었다.“엄마, 여사친이라는 게 뭐야?”조유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설명했다.“너랑 퉁퉁이 같은 아주 친한 친구를 말하는 거야.”“우와! 나도 아빠 여사친 할래!”조유진이 말했다.“선유는 원래 아빠의 친한 친구잖아.”다만, 가끔 말대꾸하는 친구이지만 말이다.옆에 서 있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얼굴에서 실망감이나 슬픈 표정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한참을 봐도 그런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그야말로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차가울 정도로 냉정해 질투는커녕 표정 변화마저 없었다.‘이것이 바로 라이벌을 대하는 태도인가?’송지연은 그런 조유진을 더 유심히 관찰했다.‘조유진... 정상적이진 않아. 열정적으로 주변의 일과 사람을 대하면서 무리에 끼어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웃음기가 하나도 없어.’잠시 후 남초윤이 도착하고, 조유진이 말했다.“다 오셨네요. 요리가 준비되었는지 확인해 보고 올게요.”남초윤은 별장에 도착해서 모든 사람과 인사했지만 유독 육지율만은 모른 척했다. 거실에 남아 육지율을 마주하기 싫었는지 조유진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나랑 같이 가.”두 사람은 그렇게 부엌으로 들어갔다.남초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육지율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내가 여기 서 있는 거 안 보이나?’주방에 있는 장 셰프는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사모님, 이제 몇 가지 요리만 남기고 다 되어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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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조선유는 자연적으로 조유진의 옆에 앉게 되었고 남초윤도 뺏길세라 조유진의 옆을 차지했다.배현수의 차가운 눈빛에 남초윤은 섬뜩하긴 했지만, 자리를 비켜주는 대신 맞은편을 짚으면서 중얼거렸다.“친구 옆에 가서 앉으세요.”어차피 배현수와 육지율은 끈끈한 형제애로 맺어진 사이였다.배현수는 조유진을 힐끔 쳐다보았지만, 이 자리 배치에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모양이었다.그는 이를 꽉 깨물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육지율의 옆에 가서 앉았다.육지율도 질세라 의자를 들어 한끝으로 가더니 팔꿈치로 배현수를 찔렀다.“지연 씨는 너의 여사친인데 내가 옆에 앉기는 좀 그렇잖아.”배현수는 센터로 밀려나 좌 육지율, 우 송지연이 되어버렸다.조유진도 센터에 앉아있었다.그러고 보니 조선유와 송지연, 남초윤과 육지율, 센터에 앉은 배현수와 조유진이 마주 보게 되었다...제대로 짝을 만난 것이었다.오른손을 다친 배현수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질할 수가 없어 그동안은 조유진이 먹여주거나 왼손으로 젓가락질했다.왼손으로 젓가락을 잡을 수는 있었지만, 오른손처럼 편하지는 않았다.요 며칠 조유진도 습관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배현수에게 음식을 짚어주려다 송지연이 먼저 공용 젓가락으로 배현수에게 새우 한 마리를 집어주는 것을 보았다.수육 하나를 짚은 조유진은 결국 옆에 있던 조선유에게 건네주게 되었다.아주 자연스럽게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하지만 이때, 조선유가 입을 삐쭉 내밀더니 말했다.“엄마, 잊었어? 나 수육 안 좋아하잖아!”수육에는 비계가 있어 먹기 싫어했다.조선유의 입맛을 모를 리가 없는 조유진은 멈칫하더니 다시 수육을 자기 그릇에 넣었다.“그러면 갈비 먹어.”그러고는 또 조선유에게 갈비를 집어주었다.“새우 먹을래!”조유진은 조선유를 위해 새우 한 마리를 집어와 손수 껍질을 까주었다.조선유는 배현수 그릇에 있는 새우를 보더니 말했다.“아빠는 새우 껍질 바르지 못하니까 엄마가 발라줘.”조유진은 껍질을 바른 새우를 조선유에게 먹여주더니 또 새우 한 마리를 집어와 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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