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361 - 챕터 370

967 챕터

제361화

“조햇살은 연예계에서 퇴출하라!”“이보세요, 조햇살은 연예계 데뷔도 안 했어요. 연예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퇴출이에요!”“그러면 틱톡 계정을 아예 없애버려야 해요! 아무나 인터넷 가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사람이 기본은 갖춰야죠! 행동이 올바르지 못한 것들은 아예 매장해 버려야 한다니까요!”...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누리꾼들을 본 배현수는 댓글 창을 나왔다.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욕하든 상관없었다. 인생에서 자주 스치는 사람들조차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는데 하물며 일면식도 없는 네티즌들의 말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다만 그들이 7년 전 조유진이 위증한 일을 또 들춰내 기사화하면 또 한 번 피바람이 불까 봐 그게 조금 걱정될 뿐이었다.이 사회는 결국 남자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사회이다.여자가 잘못한 것은 남자들이 잘못한 것보다 대중들에게 용서받기 훨씬 더 어렵다.당사자인 배현수가 일찌감치 조유진을 용서했다 하더라도 전혀 일면식이 없는 대중들은 다시 조유진을 도마 위에 올려 재미를 보려 할 것이다. 이때 육지율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영상을 보니 피가 많이 난 것 같네? 다음에 과일 바구니와 영양제 좀 챙겨서 환자 보러 갈게. 솔직히 정설혜가 뭘 좀 모르네. 칼을 바로 너의 가슴을 찔렀어야지. 그래서 네가 한 열흘쯤 혼수상태에 빠지면 혹시 알아? 조유진이 감동해서 너와 결혼하겠다고 할지.」그의 문자에 배현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답장했다.「내가 그렇게 죽기를 바라면 직접 한 번 찔러보시지 그래?」「내가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 너를 찔렀다가는 변호사 자격증도 다시 반납해야 할 수 있는데. 내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야.」그 말에 배현수는 일부러 육지율의 약을 올렸다.「몸으로 칼을 대신 맞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어떤 사람은 당장 죽는다고 해도 아마 아무도 보러오지 않을걸?」「너... 너 지금 누구 얘기하는 거야?」그의 물음에 배현수는 두 글자만 보냈다.「짐승.」육지율은 기가 막혀 더 이상 답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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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이제 10월이 다 돼 가고 날씨도 별로 덥지도 않아서 운동만 안 하면 보름 동안 샤워 안 해도 되지 않아요? 몸만 좀 닦고 하면 별로 더러울 거 없을 것 같은데.”조유진은 그저 생각하는 대로 객관적인 사실을 그에게 말했다.하지만 배현수는 전혀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상처에 물이 묻을지언정 보름 동안 샤워하지 않는 것은 절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름은 고사하고 이틀 동안 목욕하지 않아도 배현수는 견디지 못했다.그는 단단히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해, 샤워 못 하는 건 안 돼.”“좀 참아요...”“못 참아.”조유진은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병원을 나선 배현수는 서정호에게 다른 차를 몰고 오라고 했다.배현수는 정장 바지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내 서정호에게 던지며 말했다.“저 차 좀 서비스 센터에 몰고 가서 세차 좀 해줘”차 열쇠를 건네받은 서정호는 미처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되레 그에게 한마디 했다.“배 대표님, 저 차 그저께 금방 세차했어요.”“차 안이 더러워졌어. 차 시트에 피가 묻었어.”순간 서정호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배 대표님, 조유진 씨와 같이 있을 때 조심 좀 하시죠. 젖 먹던 힘까지 다 끌어내면 건강에 좋지 않아요...”배현수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내 팔에 난 상처 때문에 피가 나서 시트에 묻은 거라고!”“아!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네요!”서정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차 키를 들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빨리 가지 않으면 배현수의 성격상 바로 가까이 걸어와서 발로 찰 것이 분명했다. 옆에 있던 조유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서정호 씨가 이렇게 점잖지 못한 사람이었어요?”그녀의 기억 속에 서정호는 명문대를 졸업한 젠틀하고 공손한 사람으로 조금 전과 같은 말들을 쉽게 입에 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배현수는 새 차 열쇠를 들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차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이상해? 남자들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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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알림음은 차 안에서 끊임없이 계속 울렸다. 조수석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운이 안 좋을 때는 경찰 아저씨에게 잡혀 한바탕 교육을 들어야 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한 조유진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배현수에게 안전벨트를 매 주기 위해 몸을 숙였다.그녀는 배현수처럼 다리와 손이 길지 않아 안전벨트까지 손이 닿는 데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제 막 손이 안전벨트에 거의 다다르려 할 때 배현수는 갑자기 한쪽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그녀의 가녀린 몸을 조수석으로 끌어당겼다. 순간 그의 품에 안긴 조유진은 미처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입술이 그에게 막혀버렸다.맞닿은 코 사이로 그의 시원한 남자 향수 냄새가 은은한 담배 냄새와 섞여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역겹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손목 마디가 뚜렷한 배현수의 큰 손이 그녀의 허리춤에서 점점 올라오더니 그녀의 풍성한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며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마구잡이로 키스를 퍼부었다.조유진의 두 팔은 그의 다리에 강제로 눌려 있었다. 그녀의 하반신은 아직 운전석에 있었지만 상반신은 이미 배현수에게 이끌려 조수석까지 왔다. 그녀는 매우 불편한 자세로 배현수에게 이끌려 키스하고 있었다. 배현수도 그걸 느꼈는지 왼팔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 살짝 안은 뒤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 통째로 조수석으로 옮겼다.그의 품에 안긴 조유진은 그를 밀쳐내고 싶었다. 이 남자는 분명 한쪽 팔을 못 쓰고 있었음에도, 조금 전만 해도 안전벨트조차 스스로 채우지 못할 정도로 나약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뒤통수를 꽉 잡고 있어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외출하기 전 파록세틴 알약 두 알을 미리 삼킨 그녀는 이 순간 너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이런 친근한 스킨십을 절대 감당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혀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의 키스에 조유진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배현수는 사실 차 안에서 그녀와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앞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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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조유진이 하는 것과 배현수가 하는 것, 차이가 있긴 할까? 순간 조유진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방금 의사가 한 말이 계속 생각났다.“조금 전 남편이요. 성격이 좀 오만하고 고집이 있어 보여서 뭐라 말은 못 했지만 팔에 난 상처를 아내분도 보셨을 거예요. 너무 깊게 난 상처라 어쩌면 나중에 작은 장애가 생길 수도 있어요. 농담 아닙니다. 절대 허투루 들으시면 안 돼요. 상처가 회복되더라도 1년 안에 무거운 물건은 안 드는 게 좋아요. 팔의 근육과 뼈가 좀 많이 다쳐서 오랫동안 치료해야 합니다.”배현수처럼 오만한 사람은 돈 한 푼 없을 때도 그는 몸뚱어리 하나로 버텨냈고 아무도 그를 쉽게 넘어뜨릴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단단한 강철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오른팔에 앞으로 진짜 장애가 있게 되면 행동이 서툴어질 수도 있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유진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목을 껴안았고 눈시울은 점점 붉게 물들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조금 전 그가 듣기 싫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배현수는 왼쪽 손가락으로 그녀의 살짝 붉어진 눈가를 쓰다듬으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왜 울어? 싫으면 뽀뽀 안 하고 잠깐 안고 있어도 돼. 응?”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유진은 그의 목을 껴안고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다친 오른팔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목을 껴안았던 그녀의 두 팔은 점점 위로 올라가 그의 얼굴을 감쌌다.조유진이 위에 배현수가 아래에 있었고 그의 흩어진 긴 머리카락은 그녀의 움직임과 함께 아래로 축 흘러내렸다. 큰 웨이브 펌을 한 그녀의 머릿결은 매우 부드러웠다.배현수는 손을 뻗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의 손바닥에 닿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비단결같이 느껴졌다.조유진은 어색한지 키스하다가도 가끔 그의 입술에 이를 부딪쳤다.그는 입술이 조금 아팠지만 이 작은 통증은 그녀와 더 깊은 키스를 나누고 싶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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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강이진은 안승호를 보며 말했다.“저 위스키는 네가 계산해!”“저 쩨쩨한 꼴 좀 보게나!”“만약 우리 오빠가 진짜로 원주에서 그 여자를 데려온다면 내 생활도 힘들어질 거야. 오늘 밤의 드래곤 세트는 내 마지막 즐거움이야.”안승호는 동정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순간, 주머니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아니, 내 지갑 못 봤어?”강이진은 다리를 흔들며 물었다.“네 지갑이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정말 못 찾겠으면 CCTV를 확인해 보던가!”“아오, 정말 짜증 나.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다 그 안에 있는데. 내가 일단 여기 매니저 찾아서 CCTV 확인하고 올게.”안승호는 매니저를 찾으러 돌아다니며 혼자 중얼거렸다.“CCTV가 있으니 다행이지 안 그러면 삼일이 아니라 삼 년이 지나도 못 찾겠네.”강이진은 그런 안승호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더니 금빛 칵테일을 들고 한 모금 들이켰다. 순간 그녀는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CCTV...”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천장에 있는 카메라를 찾았다.이런 CCTV는 정말 사각지대가 없이 사람을 완전히 다 찍을 수 있을까?1년 전, 그 낡고 작은 요양원에서... 그녀는 자기가 찍혔는지 아닌지 잘 몰랐다.하지만 이 일은 이미 1년이나 지났고 현수 오빠가 그녀를 찾아와 따지지 않은 걸 보면 분명 발견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만약 찍히기라도 했다면... 이런 공공장소의 CCTV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을까?순간 강이진은 심장이 심하게 요동쳤고 등 뒤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얼굴을 힘껏 문지르며 마음속으로 되새겼다.교외에 있는 그 요양원은 낡고 낡아서 카메라가 몇 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안정희와 다투고 있었던 그곳은 작은 숲이라 그렇게 구석진 곳까지 절대 카메라가 있을 리가 없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지갑을 찾은 안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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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강이진은 댄스 플로어에서 비틀거리며 테이블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들고 검색어를 클릭했다.그녀는 오늘 오후 누리꾼들이 조유진에게 쌍욕을 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때마침 심심하던 찰나에 재미를 볼 겸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조유진의 기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강이진은 자신이 술에 취해 눈이 침침해진 줄 알고 눈을 부릅뜨고 한참 동안 찾았지만 ‘조햇살', ‘조유진', ‘쇼핑몰'이라는 키워드를 아무리 검색해도 ‘좋아요’가 십여 만개가 넘는 원본 영상을 찾을 수 없었다.조유진의 의붓어머니가 쇼핑몰에서 칼부림을 해 피까지 봤다. 이런 사회 이슈들이 어떻게 단 몇 시간 만에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순간 강이진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검색어를 내린 게 틀림없다!하지만 남을 헐뜯기 좋아하는 일부 누리꾼들은 개인 계정으로 여전히 그 영상을 계속 게시하고 있었다.하지만 게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너무 피비린내 나는 과격한 영상이라는 이유로 다시 인터넷 관리자에게 삭제되었다. 하지만 반항적 성향이 강한 현대 네티즌들은 그들의 입을 가리려 할수록 뒤에서 더욱 치열하게 논쟁을 펼치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요, 그 조 무슨 그 여자는 어떤 여자예요? 어떻게 인터넷 내용 자체를 다 가리려 할 수 있을까요...”“진짜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뒤에 스폰서가 있다는 말! 스폰서가 말로는 엄청 대단한 사람이래요.”“설마 그런 관계는 아니겠죠? 어떻게 인터넷 전체 기사를 아예 다 막을 수 있죠? 완전 대박이네요!”“그런 관계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그 스폰서는 분명 대단한 인물이에요!”“조용히 한마디만 하자면 저 영상 속의 잘생긴 남자는 SY 그룹 대표인 것 같아요!”“대박!”“SY 그룹 대표면 그 성이 배 씨인 그 대표 맞아요?”“네네네네, 바로 그 사람이에요! 검색해 보면 얼굴이 나온 인터뷰 영상도 있어요. 그 사람이 확실해요!”“대박! 스캔들 기사에 조햇살이 스폰서 상대에게 아들을 낳아줄 거라 했는데 그게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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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별장에 들어간 후, 조유진은 그의 휴대전화를 쥐고 잠금을 풀려고 했다.하지만 배현수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모르는 그녀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선유에게 자신의 핸드폰으로 배달을 시키자고 말하려 했다.그때 옆에 있던 배현수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비밀번호, 네 생일이야. 19980606.”순간 조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녀의 생일날은 결코 기념할 만한 날이 아닙니다.7년 전 6월 6일, 배현수는 그녀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생일을 보냈지만 그녀는 그가 그날 밤에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라고 모함했다.그의 비밀번호를 들은 조유진은 휴대전화를 잡고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진작에 그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었다. 7년 전 법정에서 증언하는 순간부터 자격은 이미 박탈되었다.조유진이 멍하니 서 있자 선유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엄마, 밀크티 주문할래!”조유진은 그제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배달 앱을 켜 밀크티를 검색했다.“어떤 거 마실 거야?”“이거, 푸딩 밀크티. 코코넛과 펄 넣어줘!”선유는 밀크티 안에 이것저것 많이 넣는 것을 좋아했다.조유진이 주문을 하고 보니 밀크티 가게가 근처가 아니어서 배달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 퀵 서비스를 불러 갖고 와야 하는데 퀵 서비스 비용이 밀크티보다 더 비쌌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었다. 주문을 마친 조유진은 배현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비밀번호를 입력해 비용을 내라고 했다.그러자 배현수는 휴대전화를 건네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비밀번호를 불렀다.“980606.”순간 조유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제 비밀번호까지 그녀의 생일로?심지어 비밀번호를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알려준다고? 그러다가 그녀가 거액을 챙겨 도망이라도 가면 어쩌려고...밀크티를 주문한 뒤 조유진은 배현수를 보며 한마디 했다.“현수 씨... 결제 비밀번호 변경해요.”“왜?”“내가 비밀번호를 이미 알았고 그러다가 누가 현수 씨 돈을 훔쳐 가기라도 하면 내가 제일 먼저 의심받을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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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귓가에 전해지는 뜨거운 숨결에 조유진은 흠칫 놀라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손에 있는 약병을 더 꽉 움켜쥐었다. 배현수는 처음에 무슨 약인지 못 알아챈 듯했으나 왼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은 그는 그녀의 손에 작은 약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약병에 시선을 돌리는 대신 그녀의 귀에 키스하며 물었다. “무슨 약이야?”“그런 약...”순간 배현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응?”조유진은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돌아서서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고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깊은 밤, 산성 별장 거실에는 무드등 하나만 남아 있었다.장은숙은 이미 메이드룸에서 쉬고 있었고 장 셰프도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돌아갔다.선유도 이미 방에서 자고 있었다.커다란 별장 거실에는 배현수와 조유진 그리고 우리에서 자고 있는 예삐만 있었다. 부쩍 대담해진 조유진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내고 마는 성격이었다.달빛만 비치는 어두운 거실에서 그녀는 배현수의 까만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성.욕.촉.진.제.”사실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파록세틴은 지금의 그녀에게는 어느 정도 ‘성욕촉진제'인 셈이다. 먹지 않으면 어쨌든 바로 흥을 깨기 마련이니까...이 다섯 글자를 들은 배현수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언제 이렇게 안 좋은 것까지 다 배웠어?”조유진은 속으로 흠칫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현수는 왼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쉰 목소리에 농담 섞인 웃음을 띠며 말했다.“약을 먹어야만 나와 관계를 가지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거야?”그의 웃음은 기쁜 내색이 아니라 오히려 실망한 듯 차가움이 감돌고 있었다.배현수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남자들은 원래 이런 여러 가지 작업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낮에 배현수도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는가? 남자들이 야한 생각을 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그 또한 정상적인 남자라고. 그런데 지금은 왜... 다시 금욕이라도 시작한 걸까?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싼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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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배현수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하고 씻어도 돼요.”오늘 밤, 조유진은 정말 이상한 것 같다.배현수는 그녀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와 관계하려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일은 그저 그때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이지 굳이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조유진은 마치 그와 무슨 거래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오늘 조유진을 처음 만난 것도 아니고 그녀와 알고 지낸 지 벌써 13년이다. 조유진이 자신에게 진심인지 아닌 자쯤은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예를 들어 지금처럼 조유진은 분명 그런 마음이 없고 심지어 본능적으로 그를 거부하면서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배현수와 관계를 가지려 하고 있다. 배현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기 허리에 감긴 그녀의 손을 떼며 돌아서서는 까맣고 맑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내가 너 때문에 칼을 맞은 것 때문에 고마워서 그래?”고마워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나?조유진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배현수는 차가운 얼굴로 한마디 했다.“고마운 거면 이런 식으로 하지 마.”“원하잖아요.”순간 말문이 막힌 배현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켰고 최대한 기분 나쁜 기색을 감추려 했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고 화가 나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래! 하고 싶어! 너를 아예 내 침대에 가두고 아무 데도 못 가게 하고 싶어! 유진아 그래도 괜찮다고 할 거야?”사실 그건 좀 너무한 게 아닌가...“오늘 너 대신 칼을 맞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엄창민이나 신준우였다면? 그래도 이런 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할 생각이야?”나긋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배현수의 모습에 조유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배현수는 그녀의 마음속에 자신이 엄창민이나 신준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이고 어쩌면 그들보다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엄창민은 그녀의 오빠라는 신분으로 그녀를 많이 신경 쓰고 전화도 가끔 걸어 그녀더러 성남으로 돌아가라고 할 수 있다.그리고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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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안개가 자욱한 욕실에서 배현수는 그녀의 입술까지 깨물 정도로 진하게 키스했고 서로의 입안에는 희미한 피비린내까지 퍼졌다.조유진은 그가 어떻게 ‘공격’해도 저항하지 않았고 마치 그가 무엇을 하든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분명히 아픔을 느꼈을 텐데도 그녀는 눈살만 찌푸릴 뿐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이 키스에서 배현수는 그녀의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데 무슨 사랑을 논할 수 있겠는가?심지어 조유진은 또렷한 말투로 한 마디 물었다.“침대로 가면 안 돼요?”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배현수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큰 손으로 그녀의 뒷덜미를 더 꽉 움켜쥐었다.“내가 너를 어떻게 해도 그냥 다 덤덤히 받아들이기로 한 거야?”약속한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상 배현수는 채권자이고 그녀는 빚쟁이이다.“빚을 갚는 동안은 현수 씨가 갑이니까...”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는 그녀를 조였던 팔을 풀며 말했다. “나가.”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하듯 말했다. 안개로 뒤덮인 그의 얼굴은 부드러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의 주위에는 한기가 맴돌고 있었다.조유진은 아무 말 없이 욕실을 나갔고 욕실 문을 나서기 전에 심지어 배현수에게 당부의 말까지 했다.“너무 오래 담그지 마세요. 의사가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상처 회복에 좋지 않다고 했어요.”이런 그녀의 관심은 배현수의 귀에 오히려 다른 뜻으로 들렸다.하... 조유진은 배현수가 상처가 악화된 걸 핑계로 그녀가 성남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걸까?만약 이 상처가 평생 낫지 않으면 이 여자를 계속 옆에 둘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치없는 생각이 순간 배현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욕실을 나온 조유진은 엄창민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창민 오빠?”“요즘 대제주시에서 어떻게 지내? 배현수가 괴롭히지는 않아? 지난번에 전화했을 때 휴대전화가 꺼져있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엄창민은 전화에서 그녀 걱정만 잔뜩 늘어놓았다.조유진은 걱정을 끼치기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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