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967 챕터

제341화

일 년 전, 조유진의 소식이 갑자기 끊겼다. 영문을 알고 싶었지만, 그녀의 친한 친구인 남초윤은 단순히 그녀의 우울증이 재발했다고만 얘기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아 신준우는 정확히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그래서인지 신준우는 다시 만난 조유진이 너무 반가웠다. 그녀가 살아있었다는 것에 무한한 기쁨과 즐거움을 느꼈다.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조유진에게로 달려간 신준우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했다.“살아있었구나, 정말 살아있었어!”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던 신준우를 조유진이 밀어내려던 참이었다.그 순간 한 남성의 차디찬 음성이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지?”그 소리를 들은 신준우는 그제야 끌어안고 있던 조유진을 놓아주고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조유진은 배현수의 곁으로 걸어가 상황을 설명했다.“신 썜이 오랜만에 저를 만난 게 너무 기쁘셨나 봐요. 소식이 아예 끊겨서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셨으니까요.”“기쁘다고 함부로 막 끌어안고 그래도 되나?”남자의 눈빛은 한겨울의 서리처럼 차가웠다.신준우는 매섭게 자신을 노려보는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있었다.신준우는 조유진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신준우는 그 장례식 장소였던 남산 추모공원에서 배현수를 마주쳤었다.장례식에서 한 번 마주치고 만 사이였지만 신준우는 이 남자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친해지기 힘든 성격일 것이 분명했을 텐데 조유진이 대체 어떻게 이런 남자와 함께했던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둘 사이에 이미 선유라는 이름의 아이까지 있다는 것도 이해 할 수 없었다. 이 정도 성격이면 아무도 배현수와 잘 지내려고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신준우 역시, 서글서글한 유순한 성격이었지만 그렇다고 나약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배현수의 말이 거슬렸던 신준우가 바로 맞받아쳤다.“그저 친구 사이의 간단한 웰컴 포옹이었습니다만.”배현수가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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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그게 아니라면, 뭐 신준우 도와서 복수라고 할 건가?”조유진은 한참이나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한번 물었다.“그럼 지금은 또 어떻게 대제주시 제일 병원으로 돌아온 거죠? 이것도 현수 씨가 시킨 거예요?”그 질문에 배현수는 여전히 초연한 태도로 솔직하게 대답했다.“맞아.”그녀가 바다로 뛰어든 뒤, 신준우가 그녀를 구해줬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던 배현수가 대제주시 제일 병원 원장을 찾아가 지시했던 것이었다.하지만 온전히 배현수의 덕이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그래도 그 인간, 제일 병원이 키워낸 능력 있는 유망주였어. 내가 아니어도 제일 병원 쪽에서 언제든지 나 몰래 다시 데리고 왔을 거야.”“......”배현수의 초연하고도 당당한 태도에 얼이 빠져버린 조유진은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왜 그런 거예요? 그때 현수 씨가 저를 싫어해서 어디 한번 당해봐라 싶은 마음으로 그런 거예요? 하지만 신 선생님은…….”조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의 말이 들려왔다.“유진아, 남자가 제대로 질투를 시작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어. 만약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건 안 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거야.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 난 단 한 번도 신준우를 내 경쟁 상대로 생각해본 적 없으니까.”강이찬도 아니었고 신준우도 아니었고 엄창민도 아니었다.하지만 경쟁 상대가 없다고 해서 그의 마음이 편한 것은 또 아니었다.“......”조유진은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검은 롤스로이스가 빠른 속도로 산성 별장에 들어서자 배현수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만약 신준우가 널 살렸다는 사실을 내가 몰랐었다면 방금 널 끌어안았던 신준우 그 두 손, 내가 아작내버렸을 거야.”배현수의 말을 다르게 해석해보면 그는 조유진을 봐서라도 신준우와 싸울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배현수는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음에도.두 사람이 한창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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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대제주시의 새벽 세 시, 그 시각 강이찬은 생각에 잠겨있었다.며칠 동안이나 밤을 새운 그는 차창을 내렸다. 대제주시의 맑은 가을 새벽 공기가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와 달아오른 그의 뺨을 식혔다.찬 바람을 맞으니 어느 정도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심미경이 꺼낸 헤어지자는 말이 홧김에 내뱉은 말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알 길이 없었다.그는 이미 수십 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심미경의 전화는 여전히 꺼져있었다.만약 심미경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는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아갈 것이 분명했다.심미경은 1년 가까이 강이찬과 함께 하며 단 한 번도 순종적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강이찬 역시 그런 심미경과 함께하며 그녀의 존재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던 참이었다.요리 실력이 뛰어났던 심미경은 강이찬이 입맛이 없을 때마다 그에게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대접했었다. 그런 심미경 덕에 강이찬은 꽤 행복한 시간을 보내왔었다.어찌 됐든 그는 일상 속에서 심미경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다. 침대 위에서든 어디에서든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그가 사적인 연회 때문에 늦게 귀가할 때도 심미경은 짜증 한번 낸 적 없이 묵묵히 늦게 귀가한 그를 챙겨줬었다.강이찬은 심미경을 떠올리며 그녀가 정말 좋은 여자친구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실제로 정말 좋은 여자친구였고 좋은 결혼 상대였다. 하지만 강이찬은 그녀에게 좋은 남자친구가 되지 못했다.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있었던 것도 모자라 첫 만남 때는 일부러 대놓고 그녀를 무시하며 시비를 걸기도 했었다.운전석에서 운전하고 있던 진민우가 백미러로 강이찬을 바라보며 못 참겠다는 듯 얘기했다.“사장님, 저희 이미 대제주시를 이미 세바퀴나 돌았는데도 미경 아가씨 그림자도 안 보이는데, 계속 찾으실 거예요?”강이찬은 체념했다는 듯 비서에게 얘기했다.“경찰에 실종 신고해.”그 말을 들은 비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 되물었다.“네?”실종 신고요? 진심이세요?진민우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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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강이찬은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왼쪽에 누워있을 사람에게 손을 뻗었다.“미경아….”하지만 만져지는 것은 사람의 형체가 아닌 사람의 온기가 없어 차갑게 식어있는 침대 시트였다.“미경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이찬은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텅 비어버린 자신의 옆자리를 공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심미경이 자신을 떠났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까먹어버린 것이었다.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물을 마시러 방을 나섰다.그렇게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강이찬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강이진과 부딪쳤다. 집으로 돌아온 강이진은 어둠 속에서 자신과 부딪친 강이찬 때문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오빠! 여기서 뭐해!”강이찬이 미간을 찡그리며 차갑게 물었다.“어디서 뭘 하다 왔길래 이렇게 늦게 들어와?”강이진은 손에 들고 있던 신상 명품백을 내팽개치며 대답했다.“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말이야. 친구들이랑 클럽에서 기분 전환 좀 하고 왔어. 근데 오빠는 아직도 안 자고 뭐 해?”“목말라서, 물 마시러 내려온 거야.”“이런 건 심미경 시키면 되잖아. 왜 직접 내려와? 심미경은 어쩌고? 이렇게 취했는데신경도 안 쓴다고? 내가 이 년을 진짜…. 오빠, 걱정하지 마. 내일 날 밝는 대로 내가 얘기 좀 해야겠어. 이게 정신상태가 아주 빠져가지고.”강이진마저 심미경의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어제 심미경이 이미 집을 나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술기운에 까먹어버린 듯했다.그게 아니라면, 그녀 역시 강이찬처럼 심미경이 객기 좀 부리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심미경은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강이진의 말을 듣고 있던 강이찬은 얼빠진 사람처럼 거실에 가만히 서 있었다.강이진은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강이찬은 주방으로 걸어가 컵에 물을 따랐다. 컵에 담긴 물을 절반 정도 마시고 왜인지 모르게 화가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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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너무 작아서요.”작은 휴대폰 화면 속의 여섯 글자에 배현수의 눈앞이 캄캄해졌다.배현수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그 순간 알림창으로 카톡 알림이 떴다. 저장명이 ‘육 개새끼’인 사람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술 마시러 안 나올래?]배현수는 의아하다는 듯 답장을 보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새벽 네 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창밖으로 동이 트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이런 새벽 시간에 술자리로 불러내는 것이 여간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육지율의 생활패턴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너 어차피 지금 안 잘 거잖아, 아니야? 방금 열 명한테 카톡 보냈는데 답장한 게 너밖에 없어.]이 새벽에 술 마실 사람 찾겠다고 열 명한테나 메시지를 보내는 노력이 가상했다.어장관리 하는 남자들이나 하는 짓을 왜 본인 친구가 자신에게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답장하기 귀찮아진 배현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육지율에게서 또 하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이 시간까지 자지도 않고 뭐하는데, 술 마시러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고. 뭐, 조유진이랑 침대에서 엎치락뒤치락 놀이라도 하시나?]알림창을 확인한 배현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엎치락뒤치락은 개뿔. 이 넓은 침실에 혼자 있구만.생각해보니 또 자동으로 인상이 찌푸려졌다.[여자친구가 뽀뽀도 하고 포옹도 다 해주면서, 동침은 절대 안 하려는 이유가 뭘까?][조유진이 같이 자기 싫대?]의도치 않게 뼈를 맞아버린 배현수는 또다시 침묵을 이어갔다.[밀당 하는 거지 뭐. 이거 은근 남자 소유욕 자극하는 데는 짱이거든. 뭐, 좀 재밌기도 하고. 근데 이게 또 질질 끌면 너무 지루해져. 왜, 조유진이 얼마나 끌고 있길래 그래?][이때까지 한 번도 건드린 적 없어.][...야, 내가 솔직히 말해줄게. 조유진 이거 진짜 쓰레기네. 밀당을 해야 하는데 밀기만 하고, 나빴다. 내가 봤을 땐 전에 술집까지 너 데리러 왔던 그 여자분이랑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냥 갈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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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조유진은 확실히 그의 희로애락을 건드릴만한 능력이 있었다.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성남시로 돌아가면 송지연이 제안한 MECT 치료를 고려해보기로 했다....그렇게 점심까지 자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배현수가 이미 1층으로 내려가 있었다.조선유는 딸깍딸깍 슬리퍼 소리를 내면서 2층으로 올라왔다.“엄마! 빨리 일어나! 점심시간이야! 장 셰프님이 오늘 맛있는 거 엄청 많이 하셨어! 매쉬드 포테이토도 해주셨어!”“알았어. 씻고 내려갈게. 배고프면 아빠랑 먼저 먹어.”조유진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남초윤이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얼른 인기 검색어부터 확인해.」「아오, 열 받아! 도대체 누가 악성 댓글을 단 거야!」조유진은 남초윤이 보내온 링크를 열었다.#하트 시그널 여자 출연자, 싱글맘이면서 싱글인 척 프로그램에 출연해#어렴풋한 사진이었지만 조유진은 한눈에 사진 속 모녀가 자신과 조선유라는 것을 알아챘다.아래에는 악성 댓글이 난무했다.「원래 로다 씨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아이가 이렇게 컸는데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더니. 얼굴이 두꺼운 사람인가 보네.」「내가 좋게 본 커플이 이대로 깨지다니...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시즌2에는 출연 안 하니까.」「아이가 이렇게 컸는데 연애 프로그램에 참여하다니. 정말 창피한 거 모르네.」「이 프로그램 대박이네. 글쎄 남자 출연자 세 분이 모두 조햇살 님 선택 안 한다 했어. 이렇게 큰 아이가 있는 줄 알았으면 나라도 선택 안 했겠다. 누가 아이 딸린 여자를 좋아하겠어?」「조햇살 님 인기 얻으려고 출연했나 본데요? 소문으로는 남자친구가 여럿이 있다는데 아이 친 아빠가 스폰서래요.」「대박! 저도 이 기사 아침에 확인했어요. 조햇살 님 스폰서를 만난 지 수년이라고 들었어요. 대학교 때부터 유부남 스폰서를 만났는데 그 유부남이 와이프에게 아이가 없는 틈을 타 몰래 임신해서 와이프 자리를 탐냈다고 했어요. 스폰서 배경도 엄청 복잡하던데.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아이를 지우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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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조유진이 권 여사한테 전화하려고 할 때 마침 권 여사한테서 전화가 왔다.“햇살 씨, 정말 아이가 있었어요? 왜 저한테 미리 말씀 안 하셨어요?”조유진이 사과했다.“제 실수였어요. 권 여사님, 혹시 그 사진 지울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러니까, 아이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었어요?”조유진이 인정했다.“네.”“그러면 스폰서가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에요?”“...”‘현수 씨도 스폰서에 속하나? 그런데 현수 씨는 스폰서가 아니라 채권자잖아.’조유진이 설명하려고 할 때 권 여사가 말했다.“스폰서가 어떤 분이세요?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받아보세요. 지금 사진을 삭제한다고해서 언론을 잠재울 순 없어요. 지금 네티즌들 무서워요. 입을 막으려고 할수록 더 난리 날 거예요. 잠시 후 입장 표정을 대신해드릴게요. 아직 결혼은 안 하셨죠?”“안 했어요.”하지만 아이는 있었다.권 여사는 갑자기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그러면 스폰서 분은 와이프가 있으세요?”조유진은 무의식 결에 대답하게 되었다.“가정이 없으신 분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가정을 깨버린 사람이 아니에요. 아, 그것보다 저는 스폰서를 만난 적...”“정말 스폰서를 만났어요? 햇살 씨, 몰라 뵀네요. 스폰서가 있다는 거 진작에 말씀하시지. 이런 일 이 바닥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스폰서가 누구예요? 제가 아는 분인가요?”“???”‘연예계 사람들은 다 이런 마인드인가? 하늘이 무너져도 자기 연예인 가십에 흥미를 느끼다니.’조유진은 권 여사의 정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런 마당에 스폰서가 누군지나 물어보고!’...조유진은 복잡한 심경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씻고 난 후 1층으로 내려갔다.배현수와 조선유가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조선유는 조유진을 보자마자 손으로 옆에 있는 의자를 두드리더니 말했다.“엄마, 얼른 와서 밥 먹어!”조유진은 녀석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이때 조선유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물었다.“엄마, 어제저녁 또 몽유했어? 왜 아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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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강이진은 침대에 엎드려 어떻게 하면 조유진을 배현수 곁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 마당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핸드폰을 거두고 1층으로 내려가 봤더니 강이찬이 돌아온 것이었다.“오빠,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왔어?”‘오늘은 출근일 아닌가? 왜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강이찬은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말했다.“지금 원주에 가려고.”“원주?”강이진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그 자그마한 곳은 심미경 고향 아니야? 오빠, 정말 속아 넘어간 거 아니야? 직접 가서 데려오려고? 내가 말했잖아. 이거 그냥 그년 수작이라고. 밀당하는 거라고...”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이찬이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짐 정리하고 이곳을 떠나.”“왜? 원주에 가서 그년을 데려오는데 내가 왜 떠나야 해? 어디에 가 있으라고? 나 오빠 동생이야. 설마 길바닥에 나앉으라고?”분명 전에 심미경한테 강이찬이 데리러 가면 이름 석 자를 거꾸로 쓰겠다고 호언장담한 적이 있었지만 강이찬은 이번에 결심한 듯 단호하기만 했다.“너 24살이나 되었어. 어린 애가 아니야. 이진아, 독립할 줄도 알아야지. 이번에 밖에서 고생 좀 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고생 한번 못 해봐서 이렇게 제멋대로야.”“내가 왜 고생을 해야 하는데? 오빠는 이 커다란 집에서 살면서 나는 왜 밖에 나가서 고생해야 하는데? 그래. 엄마 아빠가 안 계시니까 이제 나를 괴롭히려고? 엄마 아빠가 알면 가만히 안 놓아둘 거야!”“너를 위해 그러는 거야.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야. 엄마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내가 너 엄하게 키우는 거야. 지금도 이런데 내가 널 교육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마 아빠 볼 면목도 없어.”강이찬은 말을 끝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 안방으로 가 짐을 정리했다.강이진은 제자리에서 화가나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강이찬!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거야! 심미경이 일부러 덫을 놓은 거라고!”강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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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강이찬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원한다면 심미경이 따라서 결혼할 줄 알았던 것이다.유일하게 결혼할 수 없는 이유 단 한 가지는 자신이 원하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강이찬은 넋 놓게 되었다.‘예전에는 왜 이런 사람인 줄 몰랐지?’...산성 별장.장은숙이 쓰레기통을 가져오더니 물었다.“사모님, 이 옷 잘못 버린 거에요 아니면 정말 버리는 거예요? 새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잘 못 버릴까 봐 여쭤보려고요.”‘이거 내가 어제저녁 입었던 옷 아니야?’조유진은 자신이 세탁 바구니에 넣었지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무의도에서 배현수는 무슨 취미 때문인지 조유진의 옷을 마구 버렸다.비록 비싼 옷은 아니었지만 대제주시로 올 때 옷을 몇 벌 안 챙겨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아직 10날이 남았는데 뭐 입지?’요 며칠 배현수는 전례 없는 자택 근무를 하고 있었다.조유진은 2층을 힐끔 보더니 바로 배현수를 찾으러 서재로 향했다.“현수 씨, 어제저녁 제가 입은 이 옷, 현수 씨가 버렸어요?”그녀가 갑자기 뛰쳐 들어와 이런 질문을 하자 배현수는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옷 몇 벌 따위 오후에 다시 사러 가면 되지.”조유진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왜 제 옷을 버렸어요?”“어제저녁 그 옷 신준우 가운에 닿았잖아. 가운에는 세균이 많아. 난 결벽증이 있다고.”조유진은 이 설명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어제저녁 신 선생님이 저를 안아서 제 몸에도 세균이 묻었는데 왜 저는 안 버렸어요?”“옷은 버려도 다시 사면 되지만 너를 버리면... 이 세상에는 두 번째 조유진이 없잖아.”담담한 말투에 굳이 뭐라 할 수가 없었다.배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오후에 쇼핑할 때 같이 갈까?”“일하고 있잖아요. 초윤이랑 사러 가면 돼요.”‘현수 씨 같은 성격에 쇼핑이나 할 인내심이 있을까?’“유진이는 왜 남초윤밖에 몰라?’배현수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피식 웃었다.“만약 법적으로 동성결혼이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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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엄마, 아무 일도 없어. 그냥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 대제주시는 집값도 비싸잖아. 일반 대학을 필업해서 몇십 년을 일해도 집 하나 못 사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향에서 일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아.”“밖에서 무슨 서러운 일을 겪었어?”“엄마, 서러운 일은 무슨.”조윤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공무원시험도 쉽지 않아. 너희 사촌 언니도 몇 해 동안 시험 봤는데 아직이야. 너는 영어를 잘하잖아. 영문 전업이기도 했고. 공무원시험을 보면 배웠던 거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어?”심미경도 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동시통역사 자격증을 따려고 했지만, 원주시로 돌아오려면 공무원이 낫다고 생각했다.“그건 아니야. 나중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으면 또 찾으면 돼.”조윤미는 이런 것에 대해 잘 몰랐다.“일단 생각 좀 잘해보고. 요즘 살이 빠진 것 같아. 아침에 달걀 좀 삶았는데 먹고 공부해.”조윤미는 달걀을 가져오더니 하나 까서 건네주었다.심미경은 달걀 냄새를 맡자마자 헛구역질하고 말았다.전에 통화했을 때 심미경은 남자친구가 생겼다면서도 반년이 지나도 보여주지 않았고 매번 물어볼 때마다 일이 바빠서 나중에 함께 보러 오겠다고 했다.그리고 이번에 이유 없이 집에 돌아와 여기서 일하겠다면서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고 있는지 말하지 않는 걸 보니 더욱더 이상하다고 느껴졌다.조윤미는 달걀 냄새에 헛구역질하는 것이 무슨 증상인지 잘 알고 있었다.“혹시 임신했어?”심미경은 속을 달래더니 급히 설명했다.“엄마, 그냥 속이 안 좋아서 그래.”“나를 속이려고? 나도 너 가졌을 때 달걀 냄새를 맡지 못했어. 솔직히 말해. 이 아이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 아이지?”심미경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조윤미는 침묵을 지키는 딸 모습에 흥분하면서 손찌검했다.“혼전임신이잖아! 이러면 이제 시집에서 얕볼 거란 말이야! 왜 그랬어! 미경아. 남자친구는? 왜 혼자 왔어?”조윤미는 심미경이 입을 열지 않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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