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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967 챕터

제321화

그녀는 이 남성용 팬티를 보고 변태를 만난 기분이었다.어제 점심 배달을 시켰을 때 따라온 일회용 장갑을 낀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팬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선 한참이나 손을 씻었다.로다가 가져다준 아침마저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았다.‘로다 씨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고 착해 보이는데... 좋은 사람인 척한 건가 아니면 내가 오해를 한 건가? 만약 오해라면 이 팬티는 어디서 생겨난 거지?’...오전 10시, 조유진은 다른 여자 출연자와 함께 1호 방으로 갔다.프로그램에는 총 6명의 출연자가 참여했고 남자 출연자 3명, 여자 출연자 3명이었다.그렇게 여섯 명이 바쁘게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조유진이 스테이크를 굽고 있을 때, 로다가 앞치마 하나를 가져왔다.하지만 고기 핏물을 빼고 있는 더러운 손으로 앞치마를 할 수가 없었다.“여기 놔두세요. 이따 할게요.”로다가 좋은 마음에 말했다.“제가 해드릴게요. 지금 안 하면 흰 셔츠에 묻을 수도 있어요. 핏물은 씻어내기 어렵거든요.”어제, 로다는 여자 출연자 2호인 채빈을 선택했었다.어젯밤 이후로 360도 바뀐 로다의 태도에 다른 출연자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이때 채빈이 물었다.“햇살 씨 어제 열났다면서요, 지금은 나았어요? 밥은 저희가 할 테니 가서 쉬시겠어요?”조유진은 그러고 싶었지만, 밥이 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괜찮아요. 스테이크만 구우면 돼요. 굽기는 어느 정도로 해드릴까요?”로다는 안색이 안 좋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가서 쉬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로다는 조유진의 팔을 당기면서 가서 쉬라고 말했다.이때 어떤 훤칠한 남자가 갑자기 하트 룸에 들어왔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남자 출연자 3호가 물었다.“누구세요?”여자 출연자 1호는 눈이 확 밝아지는 느낌에 제일 먼저 반응하더니 물었다.“시찰단이시군요! 어제 제작진께서 오늘 하트 룸에 오실 거라고 하셨어요!”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반응했고 남자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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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첫 만남에 이렇게 가까워 보이는 행동을 하는 건 선을 넘어선 것 같아 보이지만 조유진은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출연자들은 새로 온 이 시찰단 때문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배현수는 하트 룸에 들어선 후부터 손님이 아니라 출연자보다도 더 출연자 같아 보였다.이때 로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현수 형님, 햇살 씨랑 서로 아는 사이에요?”배현수는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오래된 친구예요.”등 뒤에 몽고점이 있다는 것과 가슴에 연갈색 점이 있다는 것도 알 정도로 아주 잘 아는 사이였다.“!!!”조유진이 보고있어도 배현수는 차분하고 태연하기만 했다.‘촬영 이대로 계속해도 되나? 나중에 이 부분을 편집하겠지?’이 순간 조유진은 조마조마하기만 했다.다른 출연자들은 배현수가 조유진과 친구라는 말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조유진은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왔어요?”배현수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너는 올 수 있고 나는 오면 안 돼?”“...”‘나는 돈 벌러 왔지만, 현수 씨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신분이 일 텐데... 사람들이 현수 씨가 SY 그룹 대표님이라는 거 알게 되면... 발칵 뒤집힐 텐데. 어느 회사 대표가 예능에 출연해. 그것도 연애 프로그램에...’배현수는 조유진의 웰던 스테이크를 접시에 담아 그녀에게 건넸다.“가져가.”조유진은 고개를 쳐들었을 때 배현수의 목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스 자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부가 너무 하얀 나머지 그 키스 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새 여자친구랑 이미 거기까지 간 거야?’인천에 오기 전부터 이미 그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목에 있는 키스 자국을 보니 마음이 저릿저릿했다.이성적으로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적으로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했다.아무리 그래도 오랫동안 사랑한 사람이라 내려놓기 어려운 것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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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뭐라고요? 현수 형님이었다고요?”테이블에 둘러앉아 점심 먹던 출연자들은 전부 놀라고 말았다...놀라서 어쩔줄 몰라하는 출연자들과 달리 배현수는 유난히 차분했고 심지어 또 한 번 강조했다.“새벽 4시에 문 두드린 거 저였다고요.”“...”조유진은 굳어버리고 말았다.‘어젯밤에 온 거라고?’남자 출연자 1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현수 형님 어젯밤 어디서 주무셨어요?”“3번 방이요.”“햇살 씨 방이요?”배현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네.”조유진은 물을 마시다 뿜을 뻔했다.“켁켁켁...”“!!!”사람들은 속으로 생각했다.‘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해도 된다고? 장난하는 건가? 장난이겠지!’조유진이 큰일 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배현수는 기침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장난이에요.”‘그럼 그렇지... 농담도 참.’조유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자 출연자 1호는 배현수와 조유진 사이의 관계가 어딘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고 왠지 모르게 달달한 커플이라는 느낌도 받았다.여자 출연자 1호가 호기심에 물었다.“현수 씨, 목에 있는 거 혹시 키스 자국이에요?”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이런 것도 물어도 돼?’한 남자 출연자가 어색하게 웃더니 말했다.“갑자기 저희 프로그램 관람 연령대가 높아진 느낌이네요.”배현수가 얼렁뚱땅 넘어갈 줄 알았지만, 스스럼없이 말했다.“네. 여자친구가 그랬어요.”조유진은 눈을 파르르 떨었다.여자 출연자 2호는 옆에 있던 촬영감독에 물었다.“이거 방송에 나가도 돼요?”촬영 감독은 허허 웃더니 말했다.“현수 형님이 가능하다면 가능한 거죠.”‘저분은 장해원 사장님이 직접 연락 와서 꽂아준 시찰단인데 신분이 심상치 않을 거야. 아마도 부자일지도 몰라!’배현수가 온 뒤로 제작진이 짜둔 각본은 그대로 사라졌다.오후, 비가 멈추고 먹구름마저 사라졌다.날씨가 살짝 풀리면서 시원하기만 했다.자유 활동시간...자기 방으로 돌아간 조유진은 잠깐 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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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조유진은 열도 나고 폐기종 증상도 있어 이 섬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다간 아무도 책임질 수가 없었다.이 섬은 병원도 없이 의료시설이 부족했다.만약 고열에 산소 부족 현상까지 나타난다면 그 후과는 아무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조유진도 일주일간 사람을 너무 시달리게 하는 조작 프로그램 때문에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던 참이었다.하지만...“중도에 하차하면 출연료도 주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위약금을 물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녀는 배현수가 자신을 대신해 위약금을 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평생 그한테 빚진 돈을 갚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조유진은 이를 꽉 깨물더니 그래도 참아보기로 했다.‘왜 예전에는 유진이가 돈을 좋아한다는 거 몰랐지?’배현수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내일 출연료 받을 수 있게 해줄게. 나랑 집에 가자. 응?”“...”‘진짜?’“선유가 너를 보고 싶어 해.”조유진은 중도에 하차해도 출연료를 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그렇게 대답에 응하려고 했을 때 그의 목젖에 있는 키스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여자친구도 있는데 이렇게 안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조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됐어요. 이만 돌아가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거예요. 며칠만 지나면 촬영도 끝날 거고 조금만 참으면 돼요.”“유진아.”배현수는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는지 목소리마저 차가워졌다.“남은 시간 동안 잘 지내보자고 말한 건 너잖아.”“네. 제가 말했죠.”“그럼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렇게도 나 언짢게 하고 싶어?”조유진은 입을 움찔거렸다.“...”‘내가 뭐 미쳤다고 일부러 언짢게 했나?’배현수는 문에 기댄 채 그녀를 바라보면서 슬슬 인내심을 잃어갔다.“조유진, 너의 계약 정신은?”‘채권자를 즐겁게 할 거라며, 난 하나도 즐겁지 않은데? 2800억 원으로도 유진이 웃음을 살 수 없는 건가?’요 며칠 배현수는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조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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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조유진은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이때 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나랑 집에 가자.”고작 남은 14일 동안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한테 시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예를 들어 로다말이다.문밖.“햇살 씨, 계세요?”조유진이 욕실에서 대답했다.“무슨 일이에요?”“자전거로 바다 한 바퀴 돌면서 바닷가 구경하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뜨거운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배현수는 그녀의 귀를 깨물면서 잠긴 목소리로 리드했다.“거절해.”그 열기는 마치 개미처럼 그녀의 귀를 파고들어 간지럽혔다.워낙 귀가 예민한 조유진은 그 간지러움이 찌릿찌릿 온몸에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분명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몸이 노곤해지기 시작했다.조유진은 신체 반응대로 본능적으로 배현수를 좋아했다.무의식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하지만 함께 있으면서 행복할수록 죄책감이 깊어져갔고 그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와 가까이 있으면서 이성을 되찾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안정희가 죽는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그와 멀리하려고 했다.하지만 배현수는 남자답게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기더니 키스하면서 말했다.“안 갈 거라고, 꺼지라고 말해.”“먼저 놔줘요.”“먼저 꺼지라고 말해.”“...”그를 이겨낼 수가 없어 문밖에 있던 로다에게 말했다.“쉬고 싶어요. 다른 분들이랑 가세요. 저는 안 갈 거예요.”로다가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아직도 상태가 안 좋아요?”“미열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구경하러 가세요.”“제가 남아서 옆에 있어 줄까요?”조유진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무의식적으로 배현수에게 물었다.“어떡해요?”배현수는 인내심이 부족한 말투로 말했다.“필요 없다고 말해.”‘차리라 꺼지라고 말하면 더는 말 걸지 않을 텐데.’하지만 조유진은 그래도 예의 있게 말했다.“가보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옆에 있어 줄 필요도 없어요.”연이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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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배현수는 갑자기 남자답게 조유진을 덮치더니 그녀의 청바지 단추를 풀어 살짝 차가운 손으로 허리를 감싸더니 그 손이 점점 깊숙이 아래로 내려갔다.조유진은 창백한 얼굴에 촉촉한 두 눈으로 무언가 속삭이는 듯했다.배현수는 그녀의 귓가에 피식 웃더니 말했다.“유진아, 그렇게 보지 마. 내가 너무 변태 같잖아.”조유진을 포식하고 있는 것이 맞았고 조유진은 순간 그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디.현수는 부드러움이 섞인 중저음과 함께 공격적인 눈빛을 보내왔다.전에는 그래도 조유진과 농담할 인내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인내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만 했고 울어도 소용이 없었다.조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파르르 떨고 말았다.“다음날 하면 안 돼요? 여기서 하고 싶지 않아요.”미리 진정제라도 먹었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다.배현수는 그녀가 단순하다고 비웃기라도 하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나랑 지금 흥정하는 거야? 유진아, 언젠간 나한테 적응해야지.”참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1년 동안이나 참았기 때문에 이대로 더 참았다간 잘못될 수도 있었다.한 남자가 눈앞에 좋아하는 여자를 두고 순정을 지키는 것은 두 가지 경우였다. 첫 번째로 속이고 있거나, 그 여자한테 관심이 없거나. 둘째로는 생리적 기능에 문제가 있다거나.배현수는 자신이 조유진을 좋아하고 생리적 기능에도 문제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계속 뒤로 물러서는 조유진을 신사처럼 자신을 받아주기만을 기다리려고 했지만, 그녀의 성격대로라면 억지로 잡아끌어 당기지 않는 이상 영원히 먼저 다가올 사람이 아니었다.배현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조유진한테만큼은 욕심이 생겨 원하는 것이 많았다... 그녀가 자신한테 매달려 자신을 향해 웃고, 또 자신의 앞에서만 울었으면 했다.이때 배현수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하고서 조유진을 거울에 밀치고 허리를 잡더니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날 만날 때면 치마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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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조유진은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 귀까지 빨개지고 말았다. 창피해지는 것보다 배현수가 정말로 행동에 옮길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창피함과 목숨 잃는 것 중에 창피함을 선택하기로 했다.배현수는 그녀의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그제야 태연하게 전화를 끊었다....천우 별장.강이찬은 멍한 상태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조유진의 신음소리에 이상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강이찬은 배현수가 아까 통화하면서 조유진과 함께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한 말의 뜻을 알아버리고 말았다.조유진한테도 단독으로 청첩장을 보내려고 했지만 필요 없을 것만 같았다.조유진은 친구도 아닌, 그저 친구의 여자친구라 단독으로 결혼식에 초대할 자격이 없었다.심미경은 디자인이 서로 다른 청첩장을 몇 개 가지고 오더니 물었다.“이찬 씨, 어느 디자인이 나아요?”그럴 기분이 아닌 강이찬은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린 상태였다.“미경 씨가 좋아하는 거로 해요. 저는 상관없으니까요.”심미경은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아직 청첩장도 돌리지 않았으니 후회할 시간은 충분해요.”“무슨 말이에요. 이미 결혼하기로 약속했는데 후회할 리가요?”심미경은 고개를 떨구더니 몇 초간 침묵했다.강이찬은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별다른 생각하지 말아요. 보름 후면 결혼식이 진행될 거고 저는 결혼하기로 약속한 이상...”심미경은 고개를 쳐들더니 그의 말을 끊었다.“만약 유진 씨가 현수 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저랑 결혼했을 거예요?”이미 내뱉은 질문이었기 때문에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강이찬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설명했다.“유진 씨 이미 현수랑 재결합했어요. 전에도 따라다닌 적 없고 나중에도 그럴 일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상상 좀 하지 말아요. 미경 씨, 더는 이런 질문도 하지 말고요. 지금은 만약이라는 것이 없어요. 저희는 결혼할 사이에요.”심미경은 억지웃음을 지었다.“그러면 제 두 눈을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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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심미경은 사진을 잡은 상태로 강이찬한테 라이터를 건넸다.강이찬은 건네받지 않고 그저 인내심이 바닥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꼭 이래야 되겠어요? 고작 사진 한 장 가지고.’심미경은 억지 미소를 짓더니 계속 고집을 부렸다.“그러게요, 사진 한 장을 가지고 뭐 그렇게 망설여요?”강이찬의 말대로 그저 사진 한 장뿐이었기 때문에 그가 태워버리기만 한다면 더는 싸움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그런데 왜... 태우려고 하지 않는 거지?’임신한 그녀는 강이찬의 옆에 있고 싶었고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하지만 하루라도 마음속에 품은 조유진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고 해도 그 속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미경 씨, 그저 추억일 뿐이잖아요. 저랑 유진이는 동창이고 정말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그만하면 안 돼요? 사진을 태우는 건 너무한 짓이에요. 이 사진을 어디 잠가 버리고 더는 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네?”강이찬은 늘 자기 뜻을 존중해주던 심미경을 달래기만 하면 넘어올 줄 알았지만, 이번만큼은 큰 결심을 내린 듯해 보였다.그녀는 붉어진 두 눈으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안 돼요. 이 사진을 태워버려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요.”처음에는 그가 마음에 다른 여자를 품고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심미경은 강이찬이 자신만 바라봤으면 했고 꿈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으면 했다.조유진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으면 했다.그녀는 사진과 라이터를 동시에 그의 손에 쥐여주더니 울먹이면서 말했다.“그저 사진일 뿐이라면서요? 태워버려 주세요. 네?”아주 간절한 말투였다.그렇게 눈물이 끝끝내 흘러내리고 말았다.강이찬은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는지 사진과 라이터를 건네받아 딸깍 소리와 함께 라이터를 켰다.사진 속 해맑은 조유진을 보고 있자니 처음 만난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배현수가 여자친구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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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강이찬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심미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고작 사진 한 장 때문에 결혼을 안 해요? 그렇게까지 해야 돼요? 미경 씨 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오늘 저녁에는 왜 이진이처럼 막무가내에요?”심미경은 이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보름만 있으면 결혼할 건데, 사진 한 장 태워버리라고 해서 제가 막무가내로 보여요?”“그럴 필요 없어요.”강이찬은 이 한마디를 내뱉고 뒤돌아 성큼성큼 거실을 떠났고 문을 열자마자 강이진과 부딪히고 말았다.아까 싸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지나가다가 다 들었던 것이다.강이진은 거실에 서 있는 심미경을 비웃더니 말했다.“무슨 자격으로 우리 오빠더러 사진을 태우라 말아야! 너의 꼬락서니를 봐. 우리 오빠랑 어울리기나 한다고 생각해?”화가 들끓고 있던 강이찬에게 기름을 더 부은 식이 되었다.그는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그 입 닥쳐! 네가 말할 자리가 아니야!”강이진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오빠 나한테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는데...’강이진은 서운하기는 했지만 두려워 아무 말도 못했다.최근에 강이찬에 의해 카드사용중지가 되었기 때문이다.강이찬은 그렇게 별장을 떠나버리고 말았다.그가 멀리 떠나자 강이진은 결국 폭발하더니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팔짱을 낀 채 아랫사람을 보듯 심미경을 깔보면서 말했다.“심미경, 꿈 깨. 눈치가 있으면 빨리 우리 오빠 곁에서 꺼져. 오빠는 널 좋아하지 않아. 우리 오빠한테서 무엇이라도 건져낼 생각 죽어도 하지 마! 우리 오빠는 회사도, 재산도 나중에 다 나한테 물려줄 거기 때문에 꿈 깨라고!”심미경은 비웃듯이 말했다.“내가 너희 오빠한테 시집 안 가도 언젠간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겠지. 그러면 이제 자기 아이가 생기면 아이한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지. 누구한테 꿈 깨라고 하는 거야!”아이 언급에 강이진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임신했어? 조유진처럼 아이 덕에 팔자 좀 고쳐보려고?”“너랑 무슨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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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심미경은 사탕 하나를 물고 캐리어를 꺼냈다.강이찬과 헤어지면 그의 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이 안방은 심미경의 스타일대로 다시 인테리어한 것이었고 전자제품부터 커튼까지 모두 그녀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었지만 그녀는 미움을 받으면서 계속 여기에 남아있을 정도로 얼굴이 두꺼운 사람은 아니었다....짐 정리를 마친 심미경은 캐리어를 끌고 안방을 나섰다.1층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강이진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실실 웃기 시작했다.“가출이 우리 오빠한테 먹힐 것 같아?”심미경은 그녀와 말도 섞기 싫었다. 강이찬과 헤어지기로 했으니 그녀한테 잘 보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강이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한두 가지 중요한 물건을 두고 가는 것이 좋을 거야. 예를 들어 신분증 같은 거. 그 핑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잖아. 우리 오빠가 찾지도 않는데 자기 발로 돌아오는 건 너무 쪽팔리잖아.”심미경이 받아쳤다.“난 너처럼 얼굴이 두껍지 않아. 오빠 등이나 처먹는 주제에. 난 이찬 씨가 곁에 없어도 살 수 있는데. 너는? 기생충 따위가 밖에 나가서 살 수나 하겠어?”“누구더러 기생충이래!”“지금 질문하고 있는 사람.”강이진은 화난 나머지 얼굴에 붙이고 있던 팩을 떼어버리고 씩씩거리면서 심미경을 향해 걸어갔다.“너도 우리 오빠 회사에서 출근하잖아? 기생충이 아니면 사직서 내든가!”“한 달 전에 이미 사직서 냈거든? 걱정 마, 네가 나 보기 싫은 것처럼 나도 너 꼴 보기 싫어.”“야!”심미경은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천우 별장을 떠났다.강이진은 화가 나 입구를 향해 베개를 집어 던졌지만 그때는 심미경이 이미 집을 나선 후였다.그녀는 또 심미경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하,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밀당까지 해? 우리 오빠가 다시 너 찾으러 가면 손에 장을 지질 거야!”...인천 무의도.태풍 바람이 창문을 마구 두드렸다.섬에서 사는 주민이 많지 않아 밤이 되면 고요했고, 태풍 바람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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