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언젠가 다시 만나요: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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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밖의 파도 소리는 더욱더 거세졌고 조유진은 더욱 불안해졌다.조유진은 저도 모르게 배현수의 목을 그러안고 낮게 대답했다.“...네.”배현수는 그렇게 조유진을 안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유가 넘어지면 뭐라고 하게?”“네?”“아야...”“풉...”조유진이 웃자 배현수가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재밌지?”조유진은 작게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아재 개그 좋아해요? 재미없어요.”“재미없어도 웃었잖아.” 배현수는 놀리듯이 얘기했다.“...”7년만에 보여준 웃음이 아재 개그 때문이라니.이럴 줄 알았으면 아재 개그 모음집을 샀을 것이다.“유진아.”배현수는 갑자기 정색하고 그녀를 불렀다. “네?”“내일 나랑 같이 대제주로 돌아가자. 선유가 오늘 밤 전화 왔어. 언제 돌아오냐고.”조선유가 저녁에 배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조유진이 살짝 놀랐다.하지만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조선유가 그립기도 했다. 아이를 떠올린 조유진이 물었다.“내가 인천으로 온 후 선유랑 싸웠었어요?”전에 조선유는 자꾸만 배현수와 말다툼을 했었다.다른 집의 아빠와 딸은 전생의 연인 같기도 한데 배현수와 조선유는 전생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자주 다퉜다.배현수도 조선유에게 지지 않고 계속 조선유를 훈계하려고 들었다.배현수는 시선을 내리깔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응.”조선유의 얼굴을 보면 가출해서 연애 프로그램에 나간 그녀의 친엄마가 떠오르는데,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게다가 조그마한 녀석이 얼마나 말이 많은지. 짜증을 돋우는 학과라도 전공한 걸까. 조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 “왜 애랑 싸우고 그래요.”배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선유가 먼저 나한테 시비 거는 거잖아.”“...”자기 딸이랑 시비를 가리는 아빠라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안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한참 시간을 보냈다.배현수는 조유진의 목덜미를 가볍게 주무르며 얘기했다.“아직 대답해 주지 않았잖아.”“뭘요?”“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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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조유진은 배현수와 다시 시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자 배현수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조유진이 급히 해명했다.“게다가 현수 씨의 신분으로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는 건 좋지 않잖아요. 이미지에도 안 좋을 건데...”배현수는 차갑게 코웃음치더니 얘기했다.“날 위하는 척 하지마.”“...”“날 위해서 하는 말이야, 아니면 나랑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그것도 아니면 나 때문에 네 그 청순한 솔로 이미지에 영향이 가서 돈을 못 벌까 봐 그래?”화가 난 사람이 하는 말은 뇌를 거치지 않는 법이다.배현수도 마찬가지였다. 조유진의 일에는 자꾸만 평정심을 잃었다.배현수의 말에 조유진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그녀는 멍하니 배현수를 쳐다보며 끌어안고 있던 배현수의 목에서 손을 뗐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몸을 돌려 그를 등지고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조유진이 갑자기 숨을 들이켜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가 무슨 사이였으면 좋겠는데요? 자세히 얘기하면 전 연인도 아니라 원수 아니에요?”듣기 거북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게 진실이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너무 단단한 벽이 있다. 다시 가까워지려고 해도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 조유진이 그 얘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마지막까지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녀는 모든 힘을 다해서 배현수를 사랑할 수도 없고 독하게 마음먹고 예지은을 미워할 수도 없었다.지금 조유진과 배현수는 같은 침대에 누워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안고 있었다. 우습지 않은가. 배현수는 자리에 누운 채 손등으로 이마를 짚었다. 기분은 이미 바닥이었다.결국 그는 자존심만 세우며 말을 던졌다.“아직 13일이 남았어. 13일만 지나면 넌 자유야. 그전까지는 나랑 있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참고 붙어있어.”조유진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가는 살짝 젖어있었다.조유진에게 있어 배현수는 그저 조선유의 아빠일 뿐이다.이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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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조유진은 소리를 지르는 배현수를 보고 살짝 놀라서 대답했다.“그런 생각한 적 없어요...”배현수는 믿지 않는 듯했다. 어쩌면 조유진은 배현수가 그녀와 함께 뛰어내린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조유진에게 배현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그럼 조선유는?배현수는 조유진의 어깨를 붙잡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얘기했다.“조유진, 다시 이런 생각하기만 해봐. 네가 죽으면 선유에게 독한 새엄마를 찾아줄 테니까.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조유진은 배현수를 신경 쓰지 않지만 조선유의 일에는 신경 쓸 것이다.배현수가 조선유에게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죽으려고 한 것이겠지.하지만 그 예상이 빗나간다면? 배현수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듯, 차가운 표정으로 협박했다.배현수는 뱉은 말을 지키는 사람이다.조유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얘기했다.“선유는 현수 씨의 친딸이에요. 결혼을 한다고 해도 적어도 인성은 좋은 사람이랑 결혼해요. 선유한테 잘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학대하지는 말아야죠... 현수 씨... 어떻게...”배현수는 조유진을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감히 죽기만 해봐. 선유한테 독한 새엄마를 찾아줄 테니까.”“당신은 그러지 않을 거예요.”두 사람이 알고 지낸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배현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기에 절대로 조선유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배현수는 조유진의 말에 반박하며 똑똑히 얘기했다.“아니! 난 그렇게 할 거야. 그러니 다시는 자살 따위 생각도 하지 마. 네가 죽으면... 나는 선유를 당장 갖다 버릴 거니까.”“애는 죄가 없어요.”게다가 조유진은 투신하려던 게 아니다.그저 자기가 두려워하던 것을 이겨낼 수 있는지, 마주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7년 동안 그녀는 그저 도망만 다녔다. 하지만 도망칠수록 공포와 트라우마는 끈질기게 그녀를 쫓아다녔다.화가 난 배현수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에 숨을 크게 들이쉰 그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이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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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배현수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앞만 쳐다볼 뿐, 조유진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어투는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조유진을 안고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로다가 마침 그녀를 찾아왔다.제작진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몰랐다. 조유진은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현수의 품에서 반항하며 작게 얘기했다.“일단 내려놔 줘요.”미간을 찌푸린 배현수는 조유진을 내려놓지 않고 오히려 더 세게 안았다. 배현수는 조유진을 안은 채, 담담하게 로다 옆으로 지나갔다.로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지나갔다.“...”‘내가 안 보이나?’게다가 시찰단이 여자 게스트를 이렇게 안고 가는 건 좀...오히려 이 두 사람이 커플 같았다.두 사람은 어느새 방에 들어왔다. 배현수는 발목을 다친 조유진을 소파에 앉혔다.그리고 조유진의 발목을 잡고 자기 다리 위에 놓고 관찰했다.조유진의 피부는 아주 하얗고 부드러워서 마치 비단 같았다.발목을 잡은 배현수의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손바닥이 그녀의 발에 닿을 때, 조유진은 부끄러워서 귀가 빨개졌다.이 동작, 이 각도. 분위기가 살짝 오묘해졌다.게다가 조유진은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이곳에는 바를만한 약이 없었다. 배현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발목을 마사지 해줄 수밖에 없었다. 조유진은 아파서 다리를 굽혔다.배현수는 시선을 들어 조유진을 보다가 그녀가 흰 원피스를 입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조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아파요! 그만 해요!”배현수는 그저 차갑게 웃고 얘기했다.“아픈 줄은 아네. 여기 가만히 앉아있어. 짐 정리는 내가 할 테니까.”그리고 배현수는 짐 정리를 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또 걸음음 멈추고 물었다. “앞으로 흰 원피스는 금지야.”조유진은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왜요? 안 예뻐요?”“응. 징조가 안 좋아.”“...”현대 사회에 배현수 같은 사람이 미신을 믿다니. 흰 원피스가 안 좋은 징조라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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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대제주의 밤. 강이찬은 술을 많이 마셨다. 그가 천우 별장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강이진은 거실에 앉아 마스크 팩을 붙인 채 게임을 하고 있었다.“오빠, 왔어?”그녀는 게임기를 내려놓고 강이찬에게 걸어갔다. 가까이 가자 강이찬의 몸에서 술과 담배의 냄새가 진동했다.“술 마셨어?!”강이찬은 목의 넥타이를 풀며 강이진에게 물었다.“심미경 씨는?”“오전에 갔어.”강이찬은 강이진을 사납게 쏘아보며 물었다.“또 괴롭혔어?!”강이진은 억울하다는 듯 얘기했다.“난 괴롭힌 적 없어! 본인이 알아서 가겠다고 한 거야! 관심하지 마! 캐리어까지 끌고 나간 걸 보면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화내는 거야. 내가 이런 걸 한두 번 보는 줄 알아? 며칠 가만히 두면 알아서 돌아올 거야.”“가기 전에 뭐라고 한 적 없어?”뭐라고 했긴. 강이진에게 기생충이라고 했었다.‘자기는 뭐가 대단하다고. 그렇게 대단하면 영원히 돌아오지 마라!’강이진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아니. 오빠, 많이 마셨네. 얼른 올라가서 쉬어. 심미경은 상관하지 마. 알아서 돌아올 거야.”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았다. 그냥 돌아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강이진은 그런 여자들을 많이 봐왔다.강이진이 강이찬을 부축하여 계단을 오르려고 하는데 강이찬이 갑자기 강이진을 뿌리쳤다.“오빠, 왜 이래... 설마 그 여자 때문에 이러는 거야?”강이찬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심미경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들려오는 건 차가운 기계 음성이었다.“지금 거신 전화기가 꺼져있어...”강이찬의 눈에 놀란 기색이 비쳤다.심미경은 한 번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언제 어디서 뭘 하든지, 그녀는 강이찬의 전화를 꼬박꼬박 받았다.하지만 지금은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미심쩍게 생각한 강이찬이 강이진을 보며 다시 물었다.“정말 안 괴롭혔어?”“내가 왜 괴롭히겠어. 그저 오빠한테 안 어울리는 여자라고 했을 뿐이야. 이건 사실이잖아. 이 정도도 못 견딘다면 그건 너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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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강이진은 화가 나서 벌떡 일어서서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얘기했다.“왜서! 난 오빠 친동생이야! 심미경이 돌아오든지, 말든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 강이찬, 너 미쳤어?”“네가 평소에 미경 씨를 어떻게 대하는지 내가 정말 몰랐을 것 같아? 너라서 봐준 거고 귀찮아서 별로 상관하지 않았더니 넌 이미 선을 넘었어. 강이진, 네 꼴을 봐. 그래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으면 가서 계속 반성해.”강이찬은 계속 참아왔다. 평소에 강이진을 혼내는 일도 드물고 화를 내는 일도 드물었다. 그는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었다.하지만 오늘은 술을 마셔서인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게다가 강이진이 계속 도발하듯이 얘기하니 더욱 화가 났다.강이찬은 계속 멀쩡한 척할 수가 없었다. 육지율의 말이 맞았다. 평소에 성질을 죽이고 착한 모습을 보여주느라 착한 사람이 된 줄 알았지만 사실 강이찬의 성격도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배현수와 달랐다. 육지율과도 달랐다.배현수는 항상 고고한 사람이다. 좋고 싫은 감정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물건은 정말 끔찍이 아끼고 온갖 좋은 물건을 갖다바칠 정도였다. 싫어하는 것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짜증도 감추지 않는다.배현수는 조유진을 사랑한다. 그리고 동시에 조유진을 미워한다. 반대되는 두 감정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하지만 조유진은 배현수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편애와 강압적인 사랑을 말이다.이게 바로 배현수였다. 그는 뼛속까지 강압적이고, 이기적이며 고고한 사람이다. 사람들의 화젯거리로 되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고 눈도 높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교 시절에 그의 눈에 들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그래서 배현수는 곁에 친구가 적었다. 그래도 그는 의미 없는 사교 관계에 집착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다 덜떨어진 사람들이니까.육지율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였다. 집안도 좋고 일 처리 방식도 고귀한 도련님들처럼 대범했다. 그는 한 번도 성본과 후과를 고려하지 않았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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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배현수와 조유진과 함께 인천에서 돌아왔다. 대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아홉 시였다.서정호가 차를 몰고 와서 두 사람을 데리고 산성 별장으로 향했다.밤이 되자 대제주에는 보슬비가 내렸다.빗방울이 차창을 가볍게 때렸다. 시내를 지날 때, 조유진은 도로에서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심미경이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캐리어까지 있었는데 갑자기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놀란 조유진이 저도 모르게 얘기했다.“차 세워줘요!”서정호와 배현수는 다 놀라서 굳어버렸다.배현수가 물었다.“왜 그래?”조유진이 창밖을 가리키며 얘기했다.“미경 씨를 본 것 같은데, 기절해서 쓰러졌어요.”“심미경?”솔직히 배현수는 이미 심미경이 누구인지 까먹을 뻔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멈춰 섰다.차가 멈춰서자 조유진이 문을 열고 빗속에서 뛰쳐나갔다.배현수도 우산을 들고 조유진을 따라갔다.그는 조유진의 손을 잡고 우산 밑으로 끌어당기며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뭘 그렇게 조급해해?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배현수는 조유진이 왜 심미경을 그렇게 관심하는지 몰랐다.배현수가 알기로 두 사람은 많이 만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조유진의 반응을 보면 심미경이 본인보다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조유진에게는 조선유가 배현수보다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정희도 배현수보다 더 소중할 것이다. 안정희는 조유진의 친엄마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남초윤은 조유진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그러니 조유진이 남초윤을 더 소중하게 여겨도 배현수는 조금 억울하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심미경이 쓰러진 일에 조유진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다니.유독 배현수 앞에서만 마네킹 같은 조유진이... 조유진은 쪼그려 앉아 심미경을 부축해 주었다. 심미경은 여린 편이지만 조유진의 힘이 세지 않아 조유진은 얼굴을 찌푸리고 배현수를 쳐다보았다.“좀 도와줘요.”고고하게, 도도하게 서 있던 배현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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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하지만 조선유가 이 차에 앉았는지는 잘 몰랐다.배현수는 마이바흐에 자주 앉아 다녔으니까.그리고 오늘 서정호가 몰고 나온 건 롤스로이스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현수가 포장지도 뜯지 않은 초콜릿을 조유진 손에 건네주며 가볍게 웃고 차갑게 얘기했다.“심미경 씨가 깨어나면 너한테 절이라도 하겠어.”“...”사람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 게다가 심미경에게는 아이도 있으니...심미경을 살리려는 건 단순한 호의가 아니었다. 그저... 심미경을 보면서 예전에 본인이 임신했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비슷한 처지라서 더욱 마음이 이상했다.조유진도 혼자 아이를 키웠었으니 심미경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게다가 심미경은 낯선 사람도 아니고 배현수의 친구의 약혼녀다.배현수는 핸드폰을 꺼내 강이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강이찬의 약혼녀니까, 직접 와서 챙겨주라고 할 생각이었다.배현수는 심미경을 챙겨줄 의무가 하나도 없었다. 그럴 마음도 없었다.하지만 조유진이 그를 말리며 얘기했다.“일단 강이찬 씨한테 연락하지 마요. 미경 씨가 깨어나면 그때 다시 봐요.”심미경이 강이찬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할 수도 있으니까...이 저녁에, 임신한 심미경이 혼자 캐리어를 끌고 길가에 쓰러졌다는 건 강이찬과 헤어졌다는 것이다.그 이유는 조유진도 잘 모르지만 여자의 촉이 알려주고 있었다. 심미경과 강이찬이 크게 싸웠다고 말이다.그렇지 않으면 임신한 상태로 나오지 않았겠지.그 어떤 여자도 임신했을 때 혼자 길바닥에 쓰러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조유진은 초콜릿을 심미경 입 안에 넣어주며 얘기했다.“미경 씨, 내 말 들려요?”심미경은 반쯤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여기... 어디...”“길에서 쓰러졌어요. 우리가 지금 병원으로 데려다줄게요. 그... 강이찬 씨한테 연락해 줄까요?”강이찬의 이름을 들은 심미경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쉰 목소리로 애걸복걸했다.“아니요, 제발, 제발 이찬 씨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요. 우린 이미 헤어졌어요.”“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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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심미경은 저번에 병원에서 조유진, 남초윤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 후에 조유진과 남초윤은 심미경이 임신했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심미경은 조유진이 입도 무겁고 약속도 잘 지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심미경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오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샀는데, 마침 가는 길에 저혈당이...”“고향이요? 어딘데요?”“원주요.”조유진은 원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작은 곳이지만 경치가 좋은 곳이다.“원주는 경치가 좋죠.”심미경은 웃으면서 얘기했다.“맞아요. 만약 나중에 시간이 되면 배 대표님이랑 원주로 여행 오셔도 돼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고향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에요?”심미경은 조유진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솔직히,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고향에 가서 쉬고 싶어요. 나중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잠시 도망치고 싶어요.”배현수의 눈은 차갑게 번뜩였다.“미경 씨가 도망치면 아이는요? 낙태할 겁니까, 낳을 겁니까?”솔직한 말을 듣기 거북했다.심미경은 그 말에 한참이나 대답하지 못했다.조유진이 분위기를 풀려고 손을 뻗어 심미경의 팔을 두드리며 위로했다.“신경 쓰지 마요. 원래도 저렇게 말하는 편이라.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면 천천히 생각해 봐요.”배현수는 여전히 차갑게 그곳에 서 있었다.그는 동정심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귀찮은 일에 연루되는 것도 질색이었다. 하지만 임신을 숨기는 심미경의 행동이 마치 그때의 조유진 같아서,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거친 말을 내뱉고 말았다.심미경의 태도를 봐서는 아이를 지울 것 같지는 않았다.그럼 아이를 낳겠다는 건데.그는 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애를 낳으면, 키울 능력은 있습니까?”조유진은 아이를 낳고 식물인간이 된 안정희까지 챙기면서, 배현수의 압박하에 방송국의 직장도 잃고 6년간 힘들게 살아왔다.배현수는 조유진이 그 6년을 어떻게 버텨온 것인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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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내가 미경 씨를 구한 건 나도 전에 홀로 아이를 키워봐서 알아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미경 씨, 잘 생각해야 해요.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현수 씨의 말이 좀 거북하긴 해도 사실이에요. 미경 씨와 강이찬 씨는 나와 현수 씨의 상황과는 달라요. 적어도 서로 원수는 아니잖아요. 강이찬 씨가 임신 소식을 알게 되면 엄청 기뻐할 거예요.”원수?심미경은 조유진과 배현수의 일을 조금만 알 뿐,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저번에 강이진의 말을 들어보니 조유진 어머니의 죽음이 미심쩍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들은 것이 아니라 감히 판단하기 어려웠다.강이진은 싫지만 증거도 없이 강이진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하여튼 심미경은 자기를 살려준 조유진에게 아주 감사했다.심미경이 조유진에게 물었다.“조유진 씨, 배 대표님과는 언제 결혼할 생각이에요?”“아니요. 지금 전 그저 선유의 엄마일 뿐이에요. 현수 씨도 그저 선유의 아빠일 뿐이에요. 우리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정말 결혼할 수도 없고요.”조유진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어차피 한 달이 되면 두 사람은 갈라져야 한다.그때가 되면 다들 알게 될 것이니 숨길 수 없다.‘유진 씨 어머니의 죽음 때문일까?’심미경은 강이진에게서 조유진과 배현수는 조유진 엄마의 죽음 때문에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자세한 이유는 심미경도 몰랐다.하지만 먼저 물을 수도 없었다. 이건 그들의 사생활이니 너무 자세히 알려고 들면 실례가 될 것이다.게다가 그저 추측일 뿐, 증거도 없으니 이간질을 해서는 안된다.수액은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조유진이 벨을 누르자 간호사가 와서 수액을 교체했다.시간은 어느새 열한 시가 되었다.심미경은 조유진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해 죄스럽게 얘기했다.“전 이제 괜찮아졌어요. 이만 돌아가셔도 돼요. 혼자라도 괜찮아요. 배 대표님과 일 보러 가세요.”조유진도 갈 생각이었다. 심미경을 간호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배현수가 짜증을 낼까 봐서였다.배현수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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