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언젠가 다시 만나요: Chapter 1 -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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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현수 씨,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열여덟의 조유진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배현수의 품에 안겨 사랑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그럴 거야.”남자는 단호한 말과 불타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의 맑고 작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허리에 힘을 주었다...아프다!조유진은 아파서 몸이 떨렸고 손톱이 그의 길고 굵은 팔 근육에 박혔다.분명 너무 아프지만 조유진은 고개를 들고 배현수를 보면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현수 씨, 사랑해요.”남자는 눈물이 맺힌 그녀의 눈가에 부드럽게 입맞춤하면서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넌 내거야... 영원히.”조유진은 마치 사랑을 처음 맛본 인어공주처럼 그의 목을 꼭 껴안고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나중에 조유진은 이때 그들의 입에서 나온 ‘영원히’라는 말이 그 순간의 뜨거운 열기를 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버텨내지 못하고 원망한다는 말로 되었다....엄숙한 분위기의 법정에서.“증인 조유진 씨는 6월 6일 밤에 피고 배현수 씨와 함께 있었습니까?”“네.”6월 6일은 조유진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는데, 그녀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고 배현수의 월세방에서 밤새 그와 함께 있었다.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그 느낌을 조유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그건 조유진의 첫 경험이었다. 배현수는 그녀를 아껴 부드럽게 다뤘지만 결국 자제력을 잃고 몇 번 그녀를 아프게 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피고인석에 서 있는 배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파란색 죄수복을 입은 채 얼굴은 엄청 피곤해 보였다. 검은 눈동자 주위에는 붉은 핏발이 가득 섰지만 그녀를 바라볼 때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웠다.그는 유치장에 있는 이 일주일 동안 살이 많이 빠졌고 초췌해졌다. 그러나 조유진은 그의 놀라운 자태에 눈을 뗄 수 없었다.배현수, 대제주대학교 금융 전공과 법학 전공 두 개의 학위를 가진 천재,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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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조범은 무자비했다. 조유진이 그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그녀의 어머니와 배현수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조유진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판사를 올려다보며 한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네, 6월 6일 저녁 10시에 저는 배현수 씨가 운전한 차의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그가 차로 사람을 치는 것을 직접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피고인석에 서 있는 배현수는 온몸이 떨렸고 눈가의 빛이 바로 사라졌다.“피고 배현수 씨,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배현수의 눈가에는 얼음장 같은 한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눈가가 시뻘게진 채로 조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절망과 고통이 느껴지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배현수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그가 가슴에 품고 사랑하고 아끼던 소녀가 이제 자비도 없이 그를 살인자라고 비방하며 그를 대적하고 있다.온 세상이 그를 배신해도 괜찮은데, 왜 하필 조유진인가!“쾅--”다시 의사봉이 울렸다!“피고 배현수는 형법 제13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원고 유성진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본 법원은 피고 배현수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한다.”법정 심판이 끝나고 교도관들이 수감복을 입은 배현수를 데리고 나갔다.배현수는 고개를 돌려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증오가 가득했다.조유진은 이제 배현수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녀는 밝은 미래를 가져야 할 배현수를 직접 파괴했다.조유진은 뾰족한 손톱으로 손바닥을 조금씩 찔렀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사흘 후.조유진은 애를 써서 배현수의 면회권을 얻었다.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바라보며 수화기로 말을 주고받았다.“현수 씨, 최대한 빨리 당신을 구해줄 사람을 찾을게요!”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유진아,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으니까 다시 와서 가식 떨 필요 없어. 앞으로 넌 조씨 가문의 아가씨로 잘 살아. 난 감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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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6년 후.대제주시에서 가장 화려하고 시끄러운 지역인 도심 한복판,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인터뷰가 방송되고 있다.“최근 SY 그룹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습니다. SY는 신생 기업에서 재벌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실 지배인이자 최고경영자인 배현수 씨는 일주일 전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는 등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잘 알려진 신화가 되었습니다. 오늘 저희는 운 좋게도 배현수 씨를 인터뷰하고 그가 어떻게 6년 동안 혼자서 SY를 비즈니스계 제국으로 성장시켰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조유진이 이력서를 손에 들고 골든스테이트 빌딩을 막 빠져나왔을 때 대형 스크린에 나온 한 남자를 보았다.스크린에서 그 남자는 회색 정장을 입고 검은색 셔츠 칼라에 은회색 넥타이를 꼼꼼하게 묶었다. 차가워 보이는 흰색 피부, 잘 생기고 뚜렷한 이목구비, 길고 가느다란 손은 다리에 자연스럽게 올려놓고 있었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편안하게 앉아서 허리를 곧게 세웠다. 차가운 표정은 무관심해 보이면서도 정중한 미소를 유지했으며 우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침착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침착하고 편안해 보이면서 동시에 다가가기 어려워 보였다.MC의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그가 말했다.“증오로요.”MC는 그가 농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배현수와 같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대화의 이슈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운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배현수 씨가 6년 전에 첫 여자 친구의 모함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소문이 커뮤니티에 돌고 있어요. 정말 궁금한데 이 소문이 사실입니까?”이 질문이 나오자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배현수는 여전히 우아하게 앉아 있었고, 잘생긴 얼굴은 너무 차분해서 잔물결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눈가에는 차가움과 살기가 가득했다!그는 천천히 양복 단추를 채우고 우아하게 일어나서 기쁜지 화가 났는지 감정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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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전에 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그 값도 없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제는 아이를 키울 돈도 없는데, 조씨 가문 딸이면 어떻고 아나운서면 어떻고, 그런 자존심들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다....저녁 8시, 888호 룸 안.“오늘 그 겁도 없는 아나운서가 무슨 쓰레기 같은 질문을 한 거야, 다른 사람에 관한 질문은 몰라도! 하필 그 재수 없는 첫사랑을 언급하는 건 뭐야! 이찬아, 가만두면 안 돼!”“이미 사람을 통해 그 아나운서를 해고했어. 오늘은 현수 생일이니까 이제 현수가 오면 이런 기분 잡치는 이야기는 꺼내지 마.”“누가 감히 말하겠어? 난 그런 용기 없어! 그 조... 퉤! 재수 없게! 그 여자 얘기를 꺼내면 현수가 완전히 폭발할 거야!”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SY 그룹의 육 대표와 강 대표이다. 육지율과 강이찬은 배현수와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현수가 왔고 그의 뒤에는 검은 수트를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따르고 있었다.육지율은 배현수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으며 말했다.“오늘 생일인데 좀 웃어 봐! 이 룸은 나랑 이찬이 직접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놀랐지!”배현수는 방 안에 가득 찬 풍선과 장식을 흘끗 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소파에 앉으며 두 다리를 꼬았다.“매년 있는 생일인데 뭐, 특별히 보낼 것도 없어.”“너 좀 봐, 젊은 나이에 이것도 재미없고 저것도 재미없고... 오늘 밤에 너를 위해 아가씨를 불러 줄게. 마음 놓고 놀아!”강이찬이 그를 비웃었다.“넌 현수가 너처럼 여자에 관심이 많은 줄 알아? 현수야, 난 오늘 진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강이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888호 룸의 문을 두드렸다.“안녕하세요. 저는 강이찬 손님이 부른 가수인데요.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강이찬이 웃으며 말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마침 서프라이즈가 도착했네. 들어와요!”“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조유진은 바이올린을 들고 들어왔다.룸 안의 불빛은 어두웠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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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거기 서.”배현수의 목소리는 무겁고 매력적이었다. 리더 특유의 위엄이 있었고 저항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조유진의 두 발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러나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배현수 씨 하실 말씀이 있나요?”“돈 벌러 온 거라며 왜 그리 급하게 나가?”조유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착!”배현수는 두꺼운 현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연극을 보려는 것처럼 말했다.“이 술을 병째로 다 마시면 이 돈은 네 거야.”술을 마시라고...조유진은 등이 뻣뻣해 났다. 그녀는 침을 삼키고 말했다.“배 대표님, 미안하지만 저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요.”배현수는 웃으며 가볍게 툭 던졌다.“그래? 기억 안 나네.”무자비할 정도로 차가웠다.기억이 안 난다고...조유진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 도수가 아주 낮은 과일맥주를 마셔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다. 만약 소주를 마신다면 심각할 경우 쇼크도 올 것이다.6년 전, 조유진은 모르고 알코올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셨다가 온몸에 큰 두드러기들이 났었다. 당시 배현수는 마음이 아파서 늦은 저녁에 그녀를 업고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다. 링거 때문에 팔이 부어 배현수는 밤새 조유진의 옆에서 그녀의 팔을 주물러 주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직접 그녀의 몸에 약까지 발라줬었다.그때 배현수는 조유진을 잃는 게 무서워 앞으로 다시는 그녀가 알코올 근처에도 가지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그렇다, 그는 기억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 술을 피할 수 없다.조유진은 눈시울이 뜨거워 나서 힘껏 코를 훌쩍였다.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 돌아서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좋아요. 마실게요. 배 사장님께서 꼭 약속을 지키셨으면 좋겠네요.”배현수가 조유진에게 술을 마시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술을 마시지 않으면 여기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조유진은 배현수가 자신을 얼마나 원망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 병 안의 보드카는 56도나 된다. 칵테일을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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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조유진은 돈을 줍고 바이올린을 든 채 발걸음을 옮겨 문 앞으로 갔다.배현수는 그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샴페인을 들이마시며 조유진에게 냉랭하게 당부했다.“그리고 조유진 목에 있는 목걸이의 그 은반지가 너무 신경 쓰이네.”조유진은 문 앞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배현수를 등지고 서 있다.그녀는 손을 올려 목에 건 목걸이에 있는 은반지를 만졌다. 그것은 6년 전에 배현수가 사줬던 커플 반지였다. 싸구려 은으로 만든 것이지만 조유진은 보물처럼 여겼다.“습관이 돼서요. 이 반지를 6년 전에 저에게 선물하셨으니 제 거죠. 제 물건인데 어떻게 할지는 제 선택이죠. 배 대표님과는 상관이 없잖아요.”게다가 그것은 6년 전의 배현수가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다. 조유진을 아끼고 사랑하던 배현수가 준 것이다.조유진은 이기적이게도 아름다웠던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다. 비록 그 추억이 그녀의 가슴을 칼로 베는 듯 아프게 하지만 말이다.그런데 조유진은 뭔가에 홀린 듯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그녀의 고집이 배현수의 화를 돋운 듯했다.“꺼져.”조유진은 떠났다.배현수의 손에 들어 있던 술잔이 순식간에 쨍그랑하고 깨졌다!진한 냄새의 알코올과 손바닥의 붉은 피가 섞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육지율과 강이찬은 깜짝 놀랐다. 조유진의 등장이 배현수를 이 정도로 자극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현수야,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 생각이 짧았어!”어두운 불빛 아래, 배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손바닥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피를 바라보았고 눈가가 붉어졌다. 그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이게 네가 준비했다던 서프라이즈야? 재미없어.”“미안해. 내가 생각이 너무 짧았어.”강이찬은 배현수와 아주 친한 친구 사이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배현수는 그의 상사이기도 하다. 이 몇 년간에 배현수는 점점 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알 수 없게 변했다. 가끔은 강이찬도 함부로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앞으로 함부로 나서지 마. 특히 조유진에 관한 일은.”배현수가 하는 말에 강이찬은 따를 수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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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이찬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하지.”가장 심각했을 때는 배현수가 교도소에서 칼에 맞았는데 하마터면 심장이 찔려 죽을 뻔했었다....조유진은 술에 취해 어질어질해서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도 모른다.집에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나 토해서 겨우 속이 조금 편해졌다.약국을 지날 때 조유진은 들어가서 숙취해소제와 알레르기 약을 샀다.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몸에 난 두드러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몸에서 나는 술 냄새는 너무 세서 막을 수 없었다.집 안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조유진은 가방을 내려놓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조선유는 평소처럼 달려와 그녀에게 안기지 않았다.“선유야?”대답이 없었다. 잠든 것일까?조유진은 침실로 들어가자 조선유가 침대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입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조유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큰 걸음으로 다가갔다.“선유야, 왜 그래?’“엄마... 나 아파... 가슴이 아파...”아이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엄마가 당장 병원 데려가 줄게! 선유야, 조금만 참아!”조유진은 곧바로 구급차를 부르고 조선유를 업은 채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밖에 날씨가 변했다. 어두운 밤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구급차는 아직 안 왔지만 조유진은 기다릴 새 없어 조선유를 업고 길가로 달려가 오는 차를 막았다!등에 업혀 있는 아이는 아파서 중얼거렸다.“엄마,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너무 아파...”조유진은 불안해서 눈물을 흘렸다.“아니야! 선유야, 조금만 더 참아! 엄마가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 줄게! 자지 말고 참아! 선유야...”아이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조유진은 한 손으로 아이 엉덩이를 바치고 다른 한 손으로 차를 잡았다.“멈춰요! 멈춰! 아이가 쓰러졌어요! 당장 병원에 가야 해요!”“차를 세워요! 제발 병원으로 데려가 주세요! 제 딸을 살려주세요...”하지만 비가 너무 크게 쏟아져 지나가는 차들은 이 광경을 보고도 감히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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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늦은 밤, 응급실에서.조선유는 응급실로 들어갔고, 온몸이 젖은 조유진은 간호사에게 막혀 문밖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보호자분, 여기는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조유진은 응급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너무 무력했다. 두 손을 떨며 간호사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간곡히 부탁했다.“제 딸을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흐느끼는 목소리였다.간호사가 조유진을 위로하며 말했다.“저희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진정하세요.”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병원으로 오는 내내 정신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온몸에 힘이 빠진 조유진은 벽에 기대어 천천히 쭈그려 앉았다.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조선유가 등에 업혀서 쓰러졌을 때 당장이라도 딸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은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조유진은 몸을 덜덜 떨었다.6년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바로 배현수가 교도소에서 그녀와 완전히 헤어지자고 말했던 순간이었다.숨 쉬는 것조차 아팠다.한 사람이 극도로 슬플 때는 온몸이 저리다. 조유진은 한 손으로 벽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는 갯벌에 빠진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때 누군가 큰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부축했다.“조심해요.”조유진은 고개를 들어 빨개진 눈으로 그 사람을 바라봤다.“신 선생님?”그 사람은 제일 병원 호흡기과 주치의 신준우였다. 3년 전 선유가 고열로 인해 병원에 왔을 때 치료해 준 사람이 바로 신준우였다.신준우는 조유진이 홀로 딸을 힘겹게 키우는 것을 알고 이 모녀를 많이 신경 쓰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아까 선유가 응급실에 실려 가던데, 어떻게 된 거예요?”“제가 집에 도착했을 때 선유의 얼굴이 창백하고 숨을 잘 못 쉬더라고요. 저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선유가 너무 아프대요...”“걱정하지 마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병이 발작한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전에 선유를 데리고 와서 동맥 도관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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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조선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매쉬드 포테이토도 먹고 싶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매쉬드 포테이토 왔어!”신준우는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영양죽 좀 사 왔어요. 매쉬드 포테이토도 있고요. 선유랑 같이 먹어요.”“준우 아저씨.”신준우는 조선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선유 말 잘 듣고 치료받아야 해. 엄마 걱정시키지 말고.”“네!”“선유 말 잘 듣네.”조유진은 숟가락으로 으깬 감자를 퍼서 선유에게 먹였다.신준우는 그녀의 손등에 난 두드러기를 보고 물었다.“알레르기죠? 아까 약국에 가서 알레르기약 사왔어요. 조금 있다가 꼭 발라요.”조유진은 잠시 멈칫했다.“고마워요. 병원에 올 때마다 신세를 지네요.”“신세는 뭘요. 혼자서 선유 보느라 쉽지 않을텐데, 저도 그냥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는 거예요. 별거 아니에요. 유진 씨, 모든 일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꼭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요.”조유진은 신준우가 마음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신준우의 마음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도 신준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그의 도움에 보답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어떤 일은 신준우가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그녀는 이미 진흙탕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신준우도 그녀와 함께 발버둥 치게 끌어들일 수 없었다.신준우가 떠나자 침대에 기대어 있던 선유는 갑자기 놀라운 말을 꺼냈다.“엄마, 준우 아저씨가 엄마를 좋아해.”조유진은 입꼬리만 올린 채 아무런 감정변화 없이 말했다.“애가 뭘 안다고.”“원래 그런 거지! 엄마, 엄마도 혹시 나처럼 아빠 생각하고 있어?”숟가락으로 감자를 뜨던 조유진의 손이 멈췄다.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조유진의 눈 밑에 그림자가 한 층 드리워져 외로워 보였다.“아니야, 엄마는 지금 선유를 너무 좋아해서 다른 사람은 하나도 생각 안 해.”선유는 고민에 빠졌다.“엄마, 아빠가 떠난 지 이제 몇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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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유진의 절친 남초윤은 선유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남초윤은 두 손 가득 간식과 장난감을 사 왔다.“아이고, 우리 선유, 왜 이렇게 살 빠졌어!”“이모!”선유가 태어난 후부터 남초윤은 선유의 수양어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얼른 와, 이모가 안아보자! 아이고 내 새끼, 링거 맞느라 손이 다 부었네!”남초윤이 조선유의 얼굴을 마구 어루만지자 선유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모! 너무 열정적이야! 나 얼굴 아파!”“쏘리 쏘리! 이리 와, 이모가 너 주려고 맛있는 음식과 장난감을 사 왔어. 마음에 들어?”조유진이 말했다.“너무 많이 사 왔어. 무슨 큰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이러다 애 나쁜 습관 들어.”남초윤은 신경 쓰지 않았다.“어린애잖아. 많이 사랑해 줘야지. 맞지, 선유야?”조선유는 너무 기뻐서 눈이 반달 모양으로 되었고 남초윤에게 윙크를 날렸다.“이모, 사랑해, 음뫄!”“사랑해, 사랑해!”남초윤은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발사했다.조선유는 한 켠에서 바비 인형에게 옷을 갈아입혀 주었고 남초윤은 조유진을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가 이야기를 나눴다.“너 어젯밤에 술집에서 배현수를 만났어?”조유진은 흠칫했다.“너 어떻게 알았어?”“강이찬이 말했어. 네가 배현수 때문에 술을 들이켜 알레르기 났을 거라고 나보고 시간 있으면 보러 가라고 하더라고. 배현수 이 자식 너무 한 거 아니야?! 네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난 괜찮아. 약 먹었어. 그래도 그 술 덕분에 칠백만 원이나 벌었어. 나 손해 본 거 아니야.”남초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너 무슨 소리야! 너 운이 나쁘면 알코올 알레르기로 죽을 수 있어! 바보야!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너에게 이런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을 거야. 너 술집에서 알바하지 않았으면 그 자식이랑 다시 만나지도 않았을 텐데!”조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좋은 거든 나쁜 거든 피할 수 없어.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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