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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심미경은 사탕 하나를 물고 캐리어를 꺼냈다.

강이찬과 헤어지면 그의 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안방은 심미경의 스타일대로 다시 인테리어한 것이었고 전자제품부터 커튼까지 모두 그녀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었지만 그녀는 미움을 받으면서 계속 여기에 남아있을 정도로 얼굴이 두꺼운 사람은 아니었다.

...

짐 정리를 마친 심미경은 캐리어를 끌고 안방을 나섰다.

1층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강이진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실실 웃기 시작했다.

“가출이 우리 오빠한테 먹힐 것 같아?”

심미경은 그녀와 말도 섞기 싫었다. 강이찬과 헤어지기로 했으니 그녀한테 잘 보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강이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

“한두 가지 중요한 물건을 두고 가는 것이 좋을 거야. 예를 들어 신분증 같은 거. 그 핑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잖아. 우리 오빠가 찾지도 않는데 자기 발로 돌아오는 건 너무 쪽팔리잖아.”

심미경이 받아쳤다.

“난 너처럼 얼굴이 두껍지 않아. 오빠 등이나 처먹는 주제에. 난 이찬 씨가 곁에 없어도 살 수 있는데. 너는? 기생충 따위가 밖에 나가서 살 수나 하겠어?”

“누구더러 기생충이래!”

“지금 질문하고 있는 사람.”

강이진은 화난 나머지 얼굴에 붙이고 있던 팩을 떼어버리고 씩씩거리면서 심미경을 향해 걸어갔다.

“너도 우리 오빠 회사에서 출근하잖아? 기생충이 아니면 사직서 내든가!”

“한 달 전에 이미 사직서 냈거든? 걱정 마, 네가 나 보기 싫은 것처럼 나도 너 꼴 보기 싫어.”

“야!”

심미경은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천우 별장을 떠났다.

강이진은 화가 나 입구를 향해 베개를 집어 던졌지만 그때는 심미경이 이미 집을 나선 후였다.

그녀는 또 심미경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하,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밀당까지 해? 우리 오빠가 다시 너 찾으러 가면 손에 장을 지질 거야!”

...

인천 무의도.

태풍 바람이 창문을 마구 두드렸다.

섬에서 사는 주민이 많지 않아 밤이 되면 고요했고, 태풍 바람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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