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은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 귀까지 빨개지고 말았다. 창피해지는 것보다 배현수가 정말로 행동에 옮길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창피함과 목숨 잃는 것 중에 창피함을 선택하기로 했다.배현수는 그녀의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그제야 태연하게 전화를 끊었다....천우 별장.강이찬은 멍한 상태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조유진의 신음소리에 이상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강이찬은 배현수가 아까 통화하면서 조유진과 함께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한 말의 뜻을 알아버리고 말았다.조유진한테도 단독으로 청첩장을 보내려고 했지만 필요 없을 것만 같았다.조유진은 친구도 아닌, 그저 친구의 여자친구라 단독으로 결혼식에 초대할 자격이 없었다.심미경은 디자인이 서로 다른 청첩장을 몇 개 가지고 오더니 물었다.“이찬 씨, 어느 디자인이 나아요?”그럴 기분이 아닌 강이찬은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린 상태였다.“미경 씨가 좋아하는 거로 해요. 저는 상관없으니까요.”심미경은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아직 청첩장도 돌리지 않았으니 후회할 시간은 충분해요.”“무슨 말이에요. 이미 결혼하기로 약속했는데 후회할 리가요?”심미경은 고개를 떨구더니 몇 초간 침묵했다.강이찬은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별다른 생각하지 말아요. 보름 후면 결혼식이 진행될 거고 저는 결혼하기로 약속한 이상...”심미경은 고개를 쳐들더니 그의 말을 끊었다.“만약 유진 씨가 현수 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저랑 결혼했을 거예요?”이미 내뱉은 질문이었기 때문에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강이찬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설명했다.“유진 씨 이미 현수랑 재결합했어요. 전에도 따라다닌 적 없고 나중에도 그럴 일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상상 좀 하지 말아요. 미경 씨, 더는 이런 질문도 하지 말고요. 지금은 만약이라는 것이 없어요. 저희는 결혼할 사이에요.”심미경은 억지웃음을 지었다.“그러면 제 두 눈을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심미경은 사진을 잡은 상태로 강이찬한테 라이터를 건넸다.강이찬은 건네받지 않고 그저 인내심이 바닥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꼭 이래야 되겠어요? 고작 사진 한 장 가지고.’심미경은 억지 미소를 짓더니 계속 고집을 부렸다.“그러게요, 사진 한 장을 가지고 뭐 그렇게 망설여요?”강이찬의 말대로 그저 사진 한 장뿐이었기 때문에 그가 태워버리기만 한다면 더는 싸움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그런데 왜... 태우려고 하지 않는 거지?’임신한 그녀는 강이찬의 옆에 있고 싶었고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하지만 하루라도 마음속에 품은 조유진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고 해도 그 속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미경 씨, 그저 추억일 뿐이잖아요. 저랑 유진이는 동창이고 정말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그만하면 안 돼요? 사진을 태우는 건 너무한 짓이에요. 이 사진을 어디 잠가 버리고 더는 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네?”강이찬은 늘 자기 뜻을 존중해주던 심미경을 달래기만 하면 넘어올 줄 알았지만, 이번만큼은 큰 결심을 내린 듯해 보였다.그녀는 붉어진 두 눈으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안 돼요. 이 사진을 태워버려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요.”처음에는 그가 마음에 다른 여자를 품고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심미경은 강이찬이 자신만 바라봤으면 했고 꿈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으면 했다.조유진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으면 했다.그녀는 사진과 라이터를 동시에 그의 손에 쥐여주더니 울먹이면서 말했다.“그저 사진일 뿐이라면서요? 태워버려 주세요. 네?”아주 간절한 말투였다.그렇게 눈물이 끝끝내 흘러내리고 말았다.강이찬은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는지 사진과 라이터를 건네받아 딸깍 소리와 함께 라이터를 켰다.사진 속 해맑은 조유진을 보고 있자니 처음 만난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배현수가 여자친구와 함
강이찬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심미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고작 사진 한 장 때문에 결혼을 안 해요? 그렇게까지 해야 돼요? 미경 씨 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오늘 저녁에는 왜 이진이처럼 막무가내에요?”심미경은 이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보름만 있으면 결혼할 건데, 사진 한 장 태워버리라고 해서 제가 막무가내로 보여요?”“그럴 필요 없어요.”강이찬은 이 한마디를 내뱉고 뒤돌아 성큼성큼 거실을 떠났고 문을 열자마자 강이진과 부딪히고 말았다.아까 싸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지나가다가 다 들었던 것이다.강이진은 거실에 서 있는 심미경을 비웃더니 말했다.“무슨 자격으로 우리 오빠더러 사진을 태우라 말아야! 너의 꼬락서니를 봐. 우리 오빠랑 어울리기나 한다고 생각해?”화가 들끓고 있던 강이찬에게 기름을 더 부은 식이 되었다.그는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그 입 닥쳐! 네가 말할 자리가 아니야!”강이진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오빠 나한테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는데...’강이진은 서운하기는 했지만 두려워 아무 말도 못했다.최근에 강이찬에 의해 카드사용중지가 되었기 때문이다.강이찬은 그렇게 별장을 떠나버리고 말았다.그가 멀리 떠나자 강이진은 결국 폭발하더니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팔짱을 낀 채 아랫사람을 보듯 심미경을 깔보면서 말했다.“심미경, 꿈 깨. 눈치가 있으면 빨리 우리 오빠 곁에서 꺼져. 오빠는 널 좋아하지 않아. 우리 오빠한테서 무엇이라도 건져낼 생각 죽어도 하지 마! 우리 오빠는 회사도, 재산도 나중에 다 나한테 물려줄 거기 때문에 꿈 깨라고!”심미경은 비웃듯이 말했다.“내가 너희 오빠한테 시집 안 가도 언젠간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겠지. 그러면 이제 자기 아이가 생기면 아이한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지. 누구한테 꿈 깨라고 하는 거야!”아이 언급에 강이진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임신했어? 조유진처럼 아이 덕에 팔자 좀 고쳐보려고?”“너랑 무슨 상
심미경은 사탕 하나를 물고 캐리어를 꺼냈다.강이찬과 헤어지면 그의 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이 안방은 심미경의 스타일대로 다시 인테리어한 것이었고 전자제품부터 커튼까지 모두 그녀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었지만 그녀는 미움을 받으면서 계속 여기에 남아있을 정도로 얼굴이 두꺼운 사람은 아니었다....짐 정리를 마친 심미경은 캐리어를 끌고 안방을 나섰다.1층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강이진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실실 웃기 시작했다.“가출이 우리 오빠한테 먹힐 것 같아?”심미경은 그녀와 말도 섞기 싫었다. 강이찬과 헤어지기로 했으니 그녀한테 잘 보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강이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한두 가지 중요한 물건을 두고 가는 것이 좋을 거야. 예를 들어 신분증 같은 거. 그 핑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잖아. 우리 오빠가 찾지도 않는데 자기 발로 돌아오는 건 너무 쪽팔리잖아.”심미경이 받아쳤다.“난 너처럼 얼굴이 두껍지 않아. 오빠 등이나 처먹는 주제에. 난 이찬 씨가 곁에 없어도 살 수 있는데. 너는? 기생충 따위가 밖에 나가서 살 수나 하겠어?”“누구더러 기생충이래!”“지금 질문하고 있는 사람.”강이진은 화난 나머지 얼굴에 붙이고 있던 팩을 떼어버리고 씩씩거리면서 심미경을 향해 걸어갔다.“너도 우리 오빠 회사에서 출근하잖아? 기생충이 아니면 사직서 내든가!”“한 달 전에 이미 사직서 냈거든? 걱정 마, 네가 나 보기 싫은 것처럼 나도 너 꼴 보기 싫어.”“야!”심미경은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천우 별장을 떠났다.강이진은 화가 나 입구를 향해 베개를 집어 던졌지만 그때는 심미경이 이미 집을 나선 후였다.그녀는 또 심미경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하,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밀당까지 해? 우리 오빠가 다시 너 찾으러 가면 손에 장을 지질 거야!”...인천 무의도.태풍 바람이 창문을 마구 두드렸다.섬에서 사는 주민이 많지 않아 밤이 되면 고요했고, 태풍 바람이 유
밖의 파도 소리는 더욱더 거세졌고 조유진은 더욱 불안해졌다.조유진은 저도 모르게 배현수의 목을 그러안고 낮게 대답했다.“...네.”배현수는 그렇게 조유진을 안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유가 넘어지면 뭐라고 하게?”“네?”“아야...”“풉...”조유진이 웃자 배현수가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재밌지?”조유진은 작게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아재 개그 좋아해요? 재미없어요.”“재미없어도 웃었잖아.” 배현수는 놀리듯이 얘기했다.“...”7년만에 보여준 웃음이 아재 개그 때문이라니.이럴 줄 알았으면 아재 개그 모음집을 샀을 것이다.“유진아.”배현수는 갑자기 정색하고 그녀를 불렀다. “네?”“내일 나랑 같이 대제주로 돌아가자. 선유가 오늘 밤 전화 왔어. 언제 돌아오냐고.”조선유가 저녁에 배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조유진이 살짝 놀랐다.하지만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조선유가 그립기도 했다. 아이를 떠올린 조유진이 물었다.“내가 인천으로 온 후 선유랑 싸웠었어요?”전에 조선유는 자꾸만 배현수와 말다툼을 했었다.다른 집의 아빠와 딸은 전생의 연인 같기도 한데 배현수와 조선유는 전생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자주 다퉜다.배현수도 조선유에게 지지 않고 계속 조선유를 훈계하려고 들었다.배현수는 시선을 내리깔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응.”조선유의 얼굴을 보면 가출해서 연애 프로그램에 나간 그녀의 친엄마가 떠오르는데,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게다가 조그마한 녀석이 얼마나 말이 많은지. 짜증을 돋우는 학과라도 전공한 걸까. 조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 “왜 애랑 싸우고 그래요.”배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선유가 먼저 나한테 시비 거는 거잖아.”“...”자기 딸이랑 시비를 가리는 아빠라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안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한참 시간을 보냈다.배현수는 조유진의 목덜미를 가볍게 주무르며 얘기했다.“아직 대답해 주지 않았잖아.”“뭘요?”“내
조유진은 배현수와 다시 시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자 배현수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조유진이 급히 해명했다.“게다가 현수 씨의 신분으로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는 건 좋지 않잖아요. 이미지에도 안 좋을 건데...”배현수는 차갑게 코웃음치더니 얘기했다.“날 위하는 척 하지마.”“...”“날 위해서 하는 말이야, 아니면 나랑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그것도 아니면 나 때문에 네 그 청순한 솔로 이미지에 영향이 가서 돈을 못 벌까 봐 그래?”화가 난 사람이 하는 말은 뇌를 거치지 않는 법이다.배현수도 마찬가지였다. 조유진의 일에는 자꾸만 평정심을 잃었다.배현수의 말에 조유진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그녀는 멍하니 배현수를 쳐다보며 끌어안고 있던 배현수의 목에서 손을 뗐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몸을 돌려 그를 등지고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조유진이 갑자기 숨을 들이켜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가 무슨 사이였으면 좋겠는데요? 자세히 얘기하면 전 연인도 아니라 원수 아니에요?”듣기 거북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게 진실이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너무 단단한 벽이 있다. 다시 가까워지려고 해도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 조유진이 그 얘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마지막까지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녀는 모든 힘을 다해서 배현수를 사랑할 수도 없고 독하게 마음먹고 예지은을 미워할 수도 없었다.지금 조유진과 배현수는 같은 침대에 누워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안고 있었다. 우습지 않은가. 배현수는 자리에 누운 채 손등으로 이마를 짚었다. 기분은 이미 바닥이었다.결국 그는 자존심만 세우며 말을 던졌다.“아직 13일이 남았어. 13일만 지나면 넌 자유야. 그전까지는 나랑 있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참고 붙어있어.”조유진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가는 살짝 젖어있었다.조유진에게 있어 배현수는 그저 조선유의 아빠일 뿐이다.이혼이
조유진은 소리를 지르는 배현수를 보고 살짝 놀라서 대답했다.“그런 생각한 적 없어요...”배현수는 믿지 않는 듯했다. 어쩌면 조유진은 배현수가 그녀와 함께 뛰어내린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조유진에게 배현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그럼 조선유는?배현수는 조유진의 어깨를 붙잡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얘기했다.“조유진, 다시 이런 생각하기만 해봐. 네가 죽으면 선유에게 독한 새엄마를 찾아줄 테니까.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조유진은 배현수를 신경 쓰지 않지만 조선유의 일에는 신경 쓸 것이다.배현수가 조선유에게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죽으려고 한 것이겠지.하지만 그 예상이 빗나간다면? 배현수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듯, 차가운 표정으로 협박했다.배현수는 뱉은 말을 지키는 사람이다.조유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얘기했다.“선유는 현수 씨의 친딸이에요. 결혼을 한다고 해도 적어도 인성은 좋은 사람이랑 결혼해요. 선유한테 잘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학대하지는 말아야죠... 현수 씨... 어떻게...”배현수는 조유진을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감히 죽기만 해봐. 선유한테 독한 새엄마를 찾아줄 테니까.”“당신은 그러지 않을 거예요.”두 사람이 알고 지낸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배현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기에 절대로 조선유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배현수는 조유진의 말에 반박하며 똑똑히 얘기했다.“아니! 난 그렇게 할 거야. 그러니 다시는 자살 따위 생각도 하지 마. 네가 죽으면... 나는 선유를 당장 갖다 버릴 거니까.”“애는 죄가 없어요.”게다가 조유진은 투신하려던 게 아니다.그저 자기가 두려워하던 것을 이겨낼 수 있는지, 마주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7년 동안 그녀는 그저 도망만 다녔다. 하지만 도망칠수록 공포와 트라우마는 끈질기게 그녀를 쫓아다녔다.화가 난 배현수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에 숨을 크게 들이쉰 그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이 감정
배현수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앞만 쳐다볼 뿐, 조유진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어투는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조유진을 안고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로다가 마침 그녀를 찾아왔다.제작진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몰랐다. 조유진은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현수의 품에서 반항하며 작게 얘기했다.“일단 내려놔 줘요.”미간을 찌푸린 배현수는 조유진을 내려놓지 않고 오히려 더 세게 안았다. 배현수는 조유진을 안은 채, 담담하게 로다 옆으로 지나갔다.로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지나갔다.“...”‘내가 안 보이나?’게다가 시찰단이 여자 게스트를 이렇게 안고 가는 건 좀...오히려 이 두 사람이 커플 같았다.두 사람은 어느새 방에 들어왔다. 배현수는 발목을 다친 조유진을 소파에 앉혔다.그리고 조유진의 발목을 잡고 자기 다리 위에 놓고 관찰했다.조유진의 피부는 아주 하얗고 부드러워서 마치 비단 같았다.발목을 잡은 배현수의 손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손바닥이 그녀의 발에 닿을 때, 조유진은 부끄러워서 귀가 빨개졌다.이 동작, 이 각도. 분위기가 살짝 오묘해졌다.게다가 조유진은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이곳에는 바를만한 약이 없었다. 배현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발목을 마사지 해줄 수밖에 없었다. 조유진은 아파서 다리를 굽혔다.배현수는 시선을 들어 조유진을 보다가 그녀가 흰 원피스를 입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조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아파요! 그만 해요!”배현수는 그저 차갑게 웃고 얘기했다.“아픈 줄은 아네. 여기 가만히 앉아있어. 짐 정리는 내가 할 테니까.”그리고 배현수는 짐 정리를 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또 걸음음 멈추고 물었다. “앞으로 흰 원피스는 금지야.”조유진은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왜요? 안 예뻐요?”“응. 징조가 안 좋아.”“...”현대 사회에 배현수 같은 사람이 미신을 믿다니. 흰 원피스가 안 좋은 징조라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