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이 갑자기 말했다.“마시고 싶으면 마셔요. 어차피 배 대표님 별장에는 방도 많은데. 한 사람이 자든 세 사람이 자든 상관없어요.”조유진은 아까처럼 냉정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감정이 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그녀를 계속 관찰하던 송지연은 이 표정 변화를 포착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잔을 들면서 말했다.“유진 씨도 좀 마시지 그러세요?”취중 진담이라는 말대로 술을 마시면 감정도, 마음도 읽히기 쉬웠다.배현수가 말렸다.“유진이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 마시지 못해.”“그럼 말고.”송지연도 이대로 포기하려고 했지만, 이때 조유진이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못 마실 거 뭐 있어요. 지연 씨가 저랑 한잔 마시고 싶다는데 같이 마셔드려야죠.”예전에 조유진은 심한 알코올 알레르기를 앓은 적이 있었다.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몇 번 술을 마셨더니 알레르기 반응은 있어도 예전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한잔 마시면 기껏해 두드러기가 나서 며칠 가려울 뿐이었다.조유진이 자신에게 한 잔 따르려고 하자 배현수가 일어나 그녀의 손목을 잡으면서 말렸다.“조유진.”하지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조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손에 쥐고 있던 보드카 한잔을 그대로 쭉 들이켰다.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시고는 술잔을 머리 위에 올려놓더니 송지연을 쳐다보았다.“지연 씨, 저는 다 마셨어요. 이제 지연 씨 차례에요.”송지연은 눈앞에 있는 조유진한테서 흥미를 느꼈다.‘조유진 씨도 정말 현수처럼 죽을 각오까지 하는 성격이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면서 40도짜리 보드카를 들이켜? 이제야 현수가 왜 수년간 잊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네. 독해, 너무나도 독해. 자신한테도, 현수한테도 너무 독해. 겉으론 약해 보여도 현수랑 같은 성격이야.’조유진이 통쾌하게 한잔 마셔버리자, 송지연도 잔에 술을 가득 담더니 한 번에 들이켰다.이때 남초윤이 말했다.“저기요, 저랑 마시자고 하더니 왜 유진이랑 마시고 있어요? 유진이 알코올 알레르기 있다니까 만만해 보여요?”송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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