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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안방은 불이 안 켜져서 어두웠지만 창밖에서 비쳐 들어오는 달빛을 통해 배현수의 어두운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표정은 평온해도 속은 들끓고 있었다.

나쁜 결말이라는 말은 비수처럼 그의 가슴에 박혀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배현수는 갑자기 웃더니 말했다.

“나 갑자기 후회됐어.”

‘물어보지 말걸. 그러면 우리 사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몰랐을 텐데.’

“조유진, 나한테 거짓말이라도 해야 했어. 지금은 거짓말이라도 했으면 좋겠어.”

“이미 뱉은 말은 거둘 수가 없어요. 현수 씨는 저한테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어요.”

가끔 어떤 내뱉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거짓말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거짓말하는 사람의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보다 거짓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이 이것이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언제까지 모르는 척해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배현수는 더는 모른 척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조유진도 거짓말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서로 상처만 주는 두 사람은 아무 소리 없이 쳐다만 볼 뿐이었다. 이 순간, 배현수는 조유진과 가까이 있으면서 멀게만 느껴졌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하늘의 별처럼 말이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기만 했다.

“조유진...”

“네, 저 여기 있어요.”

“그만 가. 더는 괴롭히지 않을게.”

조유진은 눈물을 떨구더니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정말요?”

“응. 난... 너를 죽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유진이 살고 싶어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가 살아있어야만 배현수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다른 건 다 필요 없었다.

이번에는 억지로 손에 모래를 쥐지 않으려고 했다. 꽉 쥘수록 손에서 다 빠져나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모래였다.

배현수는 두 사람 사이에 남은 마지막 감정마저 짓밟고 싶지 않았다.

고집이 그에게는 포기하는 것이 어렵기만 했다.

7년 동안 조유진은 18살부터 25살 되기까지 자신의 운명을 모두 배현수에게 맡겼지만 7년 전에 이미 목숨을 잃은 것처럼 더는 해맑지 않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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