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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서정호는 서둘러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배 대표님, 팔 상처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비를 맞으면 감염될 수 있어요! 얼른 차에 타세요!”

서정호는 검은 우산으로 배현수를 향해 덮치는 비바람을 막았다.

그러나 배현수는 자리에 선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7년 전, 유진이가 법정에서 나를 지목했을 때도 나는 한 번도 유진이를 잃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 나만 유진이 미워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언제든 내가 돌아보면 유진이는 분명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거로 생각했어.”

“조유진 씨가 생각이 짧아서 그러는 걸 수도 있잖아요. 나중에 대표님을 이해하면 다시 돌아올 거예요...”

그 말에 배현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서정호, 유진이가 더 이상 나를 안 봐. 유진이에게 이제 나는 없어.”

“배 대표님, 제 생각에 조유진 씨는 여전히 대표님을 사랑해요.”

서정호는 그저 이런 말로 그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여느 때보다 정신이 맑은 배현수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사랑만으로는 이제 안돼.”

그녀가 배현수를 사랑하려고 진심으로 원해야만 소용이 있다.

만약 그녀에게 다가가기까지 백 걸음이 필요하다면 그래서 그녀가 한 걸음, 아니 딱 반걸음만 앞으로 내디뎌 준다면 배현수는 남은 걸음을 기꺼이 걸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반걸음이 없는 한, 배현수가 아무리 백 걸음, 천 걸음을 걸어도 결국 두 사람은 이어질 수 없다.

...

비 오는 밤, 흰색의 작은 벤츠 한 대가 산성 별장으로 가고 있었다.

이때 심미경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힐끗 바라보니 강이찬에게 온 전화이다.

심미경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찬 씨?”

“나 방금 집에 도착했는데 미경 씨 어디예요? 마당에 차도 없네요.”

이렇게 늦은 밤,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

심미경은 솔직히 말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강이찬이 그녀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가 자신의 친여동생이 살인범이라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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