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97화

서정호가 몸을 옆으로 돌려 시신을 피해서 돌아서려는데 뒤에서 귀에 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 비서님!”

서정호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는 조유진이 서 있었다.

“유진 씨, 오셨어요?”

조유진은 배현수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말에 외투만 대충 걸치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평소 시내 안에서의 제한 속도는 80, 90킬로 정도였지만 오늘 밤 그녀는 100킬로를 넘나드는 속도로 이곳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슬리퍼를 신은 채 서 있는 그녀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마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곳까지 바로 뛰어온 것 같았다.

“유진 씨, 배 대표님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시신을 운구하던 의료진이 지나가면서 한마디 했다.

“다들 옆으로 비켜주세요!”

순간 조유진의 시선은 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을 향했다.

서정호가 시신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에 그녀는 이 시신이 배현수라고 확신했다.

조유진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고 흰 천으로 덮인 시신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현수 씨...”

조유진이 시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자 서정호는 그녀와 시신을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유진 씨가...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조유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하얀 손으로 시신이 놓여있는 침대를 잡았다.

“저... 마지막으로 이 사람 한 번만 볼 수 있을까요?”

의료진이 물었다.

“사망자 가족분 되십니까?”

“네...”

아이의 아빠예요.

의료진도 이런 상황은 자주 겪었던지라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빨리 마지막 인사하세요. 그리고 바로 영안실로 모실게요.”

여기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응급환자들의 이동에 방해가 된다.

조유진은 침을 몇 번 삼키고 나서야 얼굴에 덮인 흰 천을 거둘 용기를 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흰 천에 닿으려 할 때 그녀는 갑자기 배현수를 볼 용기가 없었다.

오늘 밤의 그 포옹이 두 사람의 마지막 포옹이 될 줄 몰랐다.

오늘의 만남이 마지막이 될 줄은 더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