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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선유는 화가 난 얼굴로 배현수의 손을 뿌리치고는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선유는 지금 열받아 미칠 지경이었다.

아빠가 따라 나와 엄마를 붙잡는 줄로 알았는데... 아빠는 자기가 해야 할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바보 멍청이인 것 같았다.

선유는 방에 들어갔지만 배현수는 아직도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눈빛은 마치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듯 점점 사나워졌다.

...

마이바흐 차량 뒷좌석에 앉은 조유진은 빈 약병을 꼭 움켜쥐었다.

떠나는 길은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긴 그림자가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조유진은 피식 웃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곳을 떠나려던 사람은 그녀였는데 자기를 놓아달라고 그렇게 외쳤지만 정작 배현수가 모든 것을 포기하자 그녀의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분명 더 가벼울 거로 생각했는데...

분명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지금 그녀는 가슴이 답답해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

순간 조유진은 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흘러나왔고 운전석에서 차를 몰던 서정호는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한마디 했다.

“유진 씨, 사실 배 대표님은 겉으로 내뱉는 말과 속이 다를 뿐이지 유진 씨를 내쫓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인제 와서 그런 말 해도 소용없는 거 아시잖아요. 서 비서님, 현수 씨 위가 안 좋으니 술자리에서 최대한 술 좀 덜 마시게 해주세요. 담배도 덜 피우고...”

배현수와 선유만 잘 지내면 그 외에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없었다.

그들 사이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상처로 얼룩져 진작 만신창이가 된 그들에게 ‘화해’와 ‘처음’이라는 단어는 감동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서정호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의 말에 대꾸만 했다.

“네.”

...

조유진이 떠나니 산성 별장은 다시 1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했다.

한산하기 짝이 없었고 이따금 어린 선유의 재잘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가끔 녀석은 학교에서 돌아온 뒤 작은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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