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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선유는 맑고 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배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배현수는 귀찮은 녀석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울고 싶지 않으니 내려가서 엄마나 바래다줘.”

선유는 얼굴을 가까이하고 그의 표정을 열심히 살폈다.

“진짜죠? 아빠, 나 그럼 엄마 바래다주고 올게요. 너무 많이 울지는 마세요.”

녀석은 작은 손으로 그의 팔을 툭툭 치더니 어른처럼 쓰다듬었다.

방문 앞까지 왔을 때 배현수가 다시 한번 선유를 불렀다.

“명심해, 절대 엄마 앞에서 소란 피우지 말고 보내드려야 해.”

“알았어요. 아빠나 후회하지 마세요.”

선유는 나가더니 작은 손으로 손잡이를 당겨 문을 꼭 닫았다.

이따가 아빠 혼자 너무 크게 울면 까칠한 아빠는 분명 창피해할 것이다.

...

조유진이 짐을 다 싸자 서정호가 트렁크에 그 짐을 실었다.

“유진 씨, 차에 타세요. 더 늦으면 10시 비행기 못 탈지도 몰라요.”

시각이 벌써 9시가 다 되어갔다.

이때 선유가 뛰쳐나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아빠가 빨리 가래!”

서정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배 대표님, 진심입니까?’

조유진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선유를 보고 웅크리고 앉아 녀석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 엄마 먼저 갈게, 방학이 되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

선유는 아빠의 당부가 기억나 고개를 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엄마, 보고 싶지 않을 거야. 내 걱정 안 해도 돼! 나는 아빠와 잘 지낼게! 엄마는 엄마만 잘 돌봐!”

녀석은... 너무 착해서 탈인 것 같다.

조유진은 사실 선유가 허벅지를 껴안고 울면 며칠만 더 같이 있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부녀 두 사람에게 조유진이 딱히 필요 없는 것 같다.

조유진은 그나마 한시름은 놓았지만 약간 실망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우리 선유도 밥 잘 챙겨 먹고 잠도 잘 자고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알겠지?”

“어!”

선유는 조유진의 목을 껴안고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엄마, 빨리 가. 안 가면 비행기 놓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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