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99화

산성 별장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 3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고 사정없이 쏟아지던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조유진이 슬리퍼를 신은 채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배현수는 병원에서처럼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는 한쪽 팔로 그녀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받쳐주었고 조유진은 떨어질까 봐 그의 목을 꼭 껴안았다.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하지만 배현수는 그녀를 놓지 않았고 안은 자세 그대로 별장 안으로 향했다.

“다음번에는 언제가 될지 모르잖아.”

어쩌면 오늘이 그녀를 마지막으로 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배현수가 입을 열었다.

“유진아, 오늘 병원에 찾아와 줘서 고마워.”

조유진은 그런 배현수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두 사람 사이가 어쩌다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조유진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게 바로 운명의 장난일지도 모른다.

이게 사람의 인생이다. 좌우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그저 인생이 시키는 대로 그 강력한 힘에 떠밀려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유진은 또다시 마음이 약해졌다.

“현수 씨 팔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약속한 기한이 5일이나 남았고요. 정말... 정말...”

배현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유진아,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돼서 그러는 거면 됐어. 너에게 불쌍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배현수가 원하는 것은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불쌍한 감정은 나약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다. 도도하기 짝이 없는 배현수는 남이 자기를 불쌍히 보는 것도 싫고 조유진이 자기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배현수는 그녀를 소파에 내려놓았다.

그는 깨끗한 슬리퍼 한 켤레를 가지고 와서 한쪽 무릎을 그녀 앞에 꿇고는 그녀의 발을 잡고 슬리퍼를 신겨 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떨구고 한마디 했다.

“유진아, 여기까지만 할게. 앞으로 혼자 잘 가야 해. 그러다가 도저히 못 가겠으면...”

사실 배현수가 하고 싶은 말은 혼자 가기 힘들면 자기를 찾으러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