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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불야항 바에서 배현수는 자리에 앉아 술 한 세트를 주문했다.

열 잔을 마신 그는 목이 따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옆에 있던 서정호가 그런 그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배 대표님, 팔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는데 이렇게 독한 술을 마시면 상처 회복에 좋지 않아요.”

그 말을 들은 배현수가 차가운 얼굴로 한마디 툭 내뱉었다.

“마실래?”

“저... 저는 이따가 운전해야 해서 마시지 않겠습니다.”

게다가 곤드레만드레 취한 상태로 한밤중에 집에 돌아가면 분명 와이프가 화낼 거예요.

하지만 서정호는 그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조유진은 내일 아침 성남으로 돌아갈 예정이고 배 대표는 이제 아내가 없기 때문이다.

“안 마실 거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네...”

배현수는 오늘 정말 죽도록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힘들 때일수록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마시면 마실수록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지고 있었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느끼는 이 아픔은 더 말할 것 없이 고통스러웠다.

그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술은 빠른 속도로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고 도수 높은 술 때문에 위가 당장이라도 불타오를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알코올로 끊임없이 모든 장기를 마비시켜야만 심장이 그나마 통증을 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한잔 또 한잔, 몇 잔을 마셨는지도 모른 채 그는 끊임없이 들이켰다.

이때 옆에 있던 서정호가 한마디 했다.

“배 대표님, 열여덟 번째 잔이에요. 이러다 위가 다 망가지겠어요. 더 마시면 진짜로...”

응급실에 갈 수도 있어요.

배현수는 손에 잔을 쥔 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죽으면 유진이가 안 가지 않을까?”

서정호는 배현수의 물음에 순간 멈칫했다.

그는 배현수가 목숨까지 걸 만큼 이런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무슨 일이 생기면 조유진 씨가 슬퍼할 거고 조유진 씨뿐만 아니라 선유도 많이 슬퍼할 거예요.”

만약 예전의 배현수였다면 그는 분명 이 하찮은 목숨으로 조유진을 붙잡으려 했을 것이다. 어쩌면 강제로 조유진을 가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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