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언젠가 다시 만나요: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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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조유진은 성남에서 대제주시에 올 때 달랑 캐리어 하나만 끌고 왔다. 그래서 짐도 정리할 게 별로 없었다. 선유가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엄마, 성남에는 왜 나 안 데려가는 거야? 나도 성남에 놀러 가고 싶단 말이야.”조유진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선유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그런데 우리 선유는 대제주시에서 학교도 다녀야 하잖아. 방학이 되면 엄마가 성남 구경시켜 줄게. 어때?”“그러면 아빠는? 아빠와 같이 성남에 놀러 가도 돼?”비록 아빠는 어른이지만 선유는 항상 아빠가 자기보다 엄마를 더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조유진은 선유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그래, 아빠가 원하면 같이 와.”하지만 배현수는 분명 거절할 것이다. 배현수가 원하는 것을 조유진은 줄 수 없기 때문에...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데 만나 봤자 질척거릴 뿐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이며 서로에게도 좋을 것도 없었다. 조유진도 배현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사실 이런 관계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선유야, 앞으로 공부할 때는 아빠 곁에 있고 방학이 되면 엄마와 같이 있는 거야. 어때?”선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엄마, 왜 대제주시에 안 있는 거야? 비행기 타고 다니기 힘들지 않아?”그녀가 이번에 성남으로 돌아간 이유는 엄 어르신을 만나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엄준의 성행 그룹에 입사하라는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엄마가 성남에 가서 열심히 일해야 돈 많이 벌어서 선유에게 밀크티 사줄 수 있어.”선유는 맑고 깨끗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는 조유진을 바라보며 작은 입을 삐죽거렸다.“엄마, 엄마는 대제주시가 싫은 거지?”순간 조유진은 선유의 물음에 어리둥절했다.대제주시, 이곳은 그녀의 너무 많은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현수와 함께했던 모든 추억이 전부 이곳에 있었다.아름답고 처절했던 그 시간들...그녀는 확실히 대제주시를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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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아니.”선유는 깜찍하고 귀여운 얼굴에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타일렀다.“거짓말쟁이, 나보다 엄마 보내는 게 더 싫잖아요. 엄마가 가면 분명 다시 선유 보러 올 거예요.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엄마는 절대 선유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가 이번에 가면 아빠를 버릴지 안 버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어린아이의 말은 정말 거리낌이 없었다.선유의 직설적인 말은 마치 칼날처럼 배현수의 심장을 찔렀다.얼마나 아픈지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어린 녀석을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다 까불었어?”그 말에 선유가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까부는데요? 아빠, 내 호의를 그렇게 무시하면 안 돼요.”“선유야... 이런 말은 대체 누구에게서 배운 거야?”선유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 이제 1학년이에요. 학교에서 다 배운단 말이에요. 아빠 1학년 때는 안 배웠어요?”선유는 1학년이 되기 전부터 드라마에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었다.그는 배현수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계속 잔소리를 했다.“아빠, 지금 엄마에게 가서 가지 말라고 한 번 빌어봐요. 엄마가 내 체면을 봐서라도 안 갈 수 있으니까.”배현수는 녀석의 잔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잠시 멈칫하던 배현수는 녀석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빌어?”“허벅지를 껴안고 가지 말라고 애원해 봐요. 내가 이렇게 부탁하면 엄마가 늘 다시 나를 꼭 껴안아 줬어요.”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너야?”이 무슨 유치한 아이의 장난이란 말인가?선유는 목을 한 번 움츠리더니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싫으면 말고요. 그런데 그렇게 화낼 필요는 없잖아요.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아요!”녀석은 말을 마치자마자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배현수는 선유의 팔을 끌어당기며 물었다.“어디 가?” “아빠도 안 하는데 그럼 나라도 빌어서 며칠만 더 있어 달라고 해야죠! 이번 주 토요일에 엄마와 같이 동물원에도 가고 싶단 말이에요!”“안돼,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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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선유는 맑고 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배현수를 바라보았다.그러자 배현수는 귀찮은 녀석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울고 싶지 않으니 내려가서 엄마나 바래다줘.”선유는 얼굴을 가까이하고 그의 표정을 열심히 살폈다.“진짜죠? 아빠, 나 그럼 엄마 바래다주고 올게요. 너무 많이 울지는 마세요.”녀석은 작은 손으로 그의 팔을 툭툭 치더니 어른처럼 쓰다듬었다.방문 앞까지 왔을 때 배현수가 다시 한번 선유를 불렀다.“명심해, 절대 엄마 앞에서 소란 피우지 말고 보내드려야 해.”“알았어요. 아빠나 후회하지 마세요.”선유는 나가더니 작은 손으로 손잡이를 당겨 문을 꼭 닫았다.이따가 아빠 혼자 너무 크게 울면 까칠한 아빠는 분명 창피해할 것이다....조유진이 짐을 다 싸자 서정호가 트렁크에 그 짐을 실었다.“유진 씨, 차에 타세요. 더 늦으면 10시 비행기 못 탈지도 몰라요.”시각이 벌써 9시가 다 되어갔다. 이때 선유가 뛰쳐나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엄마! 아빠가 빨리 가래!”서정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배 대표님, 진심입니까?’조유진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선유를 보고 웅크리고 앉아 녀석을 꼭 끌어안았다.“그러면 엄마 먼저 갈게, 방학이 되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선유는 아빠의 당부가 기억나 고개를 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엄마, 보고 싶지 않을 거야. 내 걱정 안 해도 돼! 나는 아빠와 잘 지낼게! 엄마는 엄마만 잘 돌봐!”녀석은... 너무 착해서 탈인 것 같다.조유진은 사실 선유가 허벅지를 껴안고 울면 며칠만 더 같이 있어 주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부녀 두 사람에게 조유진이 딱히 필요 없는 것 같다.조유진은 그나마 한시름은 놓았지만 약간 실망스러운 마음도 있었다.“우리 선유도 밥 잘 챙겨 먹고 잠도 잘 자고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알겠지?”“어!”선유는 조유진의 목을 껴안고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엄마, 빨리 가. 안 가면 비행기 놓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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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선유는 화가 난 얼굴로 배현수의 손을 뿌리치고는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선유는 지금 열받아 미칠 지경이었다.아빠가 따라 나와 엄마를 붙잡는 줄로 알았는데... 아빠는 자기가 해야 할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바보 멍청이인 것 같았다. 선유는 방에 들어갔지만 배현수는 아직도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눈빛은 마치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듯 점점 사나워졌다. ...마이바흐 차량 뒷좌석에 앉은 조유진은 빈 약병을 꼭 움켜쥐었다.떠나는 길은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었다.뒤를 돌아보니 긴 그림자가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순간 조유진은 피식 웃었다.사실 처음부터 이곳을 떠나려던 사람은 그녀였는데 자기를 놓아달라고 그렇게 외쳤지만 정작 배현수가 모든 것을 포기하자 그녀의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분명 더 가벼울 거로 생각했는데...분명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지금 그녀는 가슴이 답답해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순간 조유진은 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흘러나왔고 운전석에서 차를 몰던 서정호는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한마디 했다.“유진 씨, 사실 배 대표님은 겉으로 내뱉는 말과 속이 다를 뿐이지 유진 씨를 내쫓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인제 와서 그런 말 해도 소용없는 거 아시잖아요. 서 비서님, 현수 씨 위가 안 좋으니 술자리에서 최대한 술 좀 덜 마시게 해주세요. 담배도 덜 피우고...”배현수와 선유만 잘 지내면 그 외에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없었다.그들 사이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상처로 얼룩져 진작 만신창이가 된 그들에게 ‘화해’와 ‘처음’이라는 단어는 감동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서정호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의 말에 대꾸만 했다.“네.”...조유진이 떠나니 산성 별장은 다시 1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했다.한산하기 짝이 없었고 이따금 어린 선유의 재잘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가끔 녀석은 학교에서 돌아온 뒤 작은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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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어린 선유가 전화기 너머로 조유진에게 애교를 부리자 옆에 있던 엄창민이 먼저 선유에게 인사했다.“안녕, 선유야.”“창민 아저씨, 안녕하세요. 엄마, 출근한 거야?”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마가 오늘 첫 출근이라 창민 아저씨가 엄마에게 회사 소개하는 중이야. 선유야, 엄마 먼저 끊을게. 저녁에 다시 전화할까?”“응! 엄마 기다릴게!”선유는 저녁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오면 아빠한테 가서 엄마에게 할 말이 없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알겠어, 8시 넘어서 전화할게.”영상통화를 끊은 후 선유는 재빨리 서재로 달려갔다. 배현수는 한창 서재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고 선유는 손잡이를 돌려 몰래 문틈으로 그를 훔쳐봤다.배현수는 인기척을 듣고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한 마디 물었다.“또 무슨 꿍꿍이야?”선유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꿍꿍이라니요. 그런 거 없어요.”“왜?”선유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서 있자 배현수가 말했다.“들어와서 얘기해.”선유는 느릿느릿 걸어 들어와 배현수의 눈치를 살폈다.“아빠, 나 할 말이 있는데 아빠 화내면 안 돼요. 네?”“무슨 일인데?”“화내지 않겠다고 먼저 약속해요. 아빠에게 귀띔해 주는 것뿐이니까.”선유가 꾸물거리며 뜸을 들이는 것을 보자 배현수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말 안 할 거면 숙제하러 가.”“그럼 말할게요? 화내면 안 돼요. 알았죠?”녀석은 고개를 똑바로 쳐들고 그를 보며 연신 애원했다.그런 녀석의 모습에 배현수는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말 안 하면 안 들을 거야.”“방금 엄마와 영상통화 했는데...”계약서를 넘기고 있던 배현수는 조유진과 관련된 일이라는 말에 순간 자료를 넘기던 손가락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응, 그래서?”선유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창민 아저씨도 있었어요. 창민 아저씨와 엄마가 같이 있었어요.”창민 아저씨라고 하면 분명 엄창민을 말하는 것이다.조유진이 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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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아빠, 알아서 잘 생각해 보세요!”조선유는 아빠의 편이었지만 배현수가 너무 맥을 쓰지 못하는 것뿐이었다.녀석이 입구까지 걸어갔을 때, 배현수가 말했다.“방금 새아빠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어?”조선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엄마랑 저한테 잘해주고, 엄마만 좋아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선유는 아빠를 버리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도 저를 계속 사랑할 거고 저도 아빠를 계속 사랑할 거예요.”‘... 그렇다면 나를 버리지 않는 거에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그래, 나가봐.”“응. 아빠도 내가 했던 말 잘 생각해 봐요! 저는 그래도 아빠가 엄마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조선유는 새아빠를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배현수는 녀석에게 새아빠가 생긴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저 단순히 조유진 옆에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상상만 해도 불쾌했다.손에 쥐고 있는 계약서 내용은 점점 흐릿해졌고, 불안해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몇 번이고 감정을 추슬러 보았지만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고, 자꾸만 차오르는 화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그는 손에 쥐고 있던 폴더를 창문에 던져버리고 말았다.툭!폴더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계약서가 사방에 흩날리게 되었다.테이블 앞에 앉아있던 배현수는 이마를 짚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눈빛마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서랍에서 담배를 꺼내려고 했을 때, 담배 옆에 있는 조유진이 사준 침향스틱에 시선이 고정되고 말았다.조유진이 산성 별장을 떠난 지 이미 며칠 지났지만, 배현수는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을 지울 수가 없었다.화장대 앞 머리빗에 남아있는 머리카락 몇 가닥, 그녀가 마시다 남긴 물이 담겨있는 컵...장은숙이 이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했을 때 배현수가 버럭 화를 내면서 말렸다.“건드리지 마세요.”전에는 3일에 한 번 씻던 침대 시트를 이제는 일주일이 지나도 씻지를 못했다.침대에는 조유진의 향기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배현수가 병적으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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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배현수는 조유진과 대화하고 싶은 것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뿐이었다.조선유는 그를 힐끔 보더니 조유진에게 물었다.“엄마, 엄마는 엄창민 아저씨 좋아?”“좋지.”엄창민은 조유진이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줬던 사람이었다.그 사람이 싫었다면 친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을 들은 배현수는 가슴에 비수가 꽂힌 듯 아팠다.이때 조선유가 울상을 하면서 물었다.“엄창민 아저씨가 좋아졌다면 아빠는 어떡해?”“뭘 어떡해?”조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조선유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배현수가 이미 방을 나간 후였다.“엄마는 아저씨랑 결혼할 거야?”“아니, 엄마랑 아저씨는 그저 친구 같은 관계야. 선유랑 퉁퉁이처럼 말이야.”이런 좋은 감정은 남녀 사이의 사랑과는 먼 감정이었다.배현수는 다시 서재로 돌아갔다.조유진이 엄창민을 좋아한다고 인정했을 때부터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도저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조유진이 자신 이외의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성남으로 다시 돌려보낸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양보였다.‘그런데 조유진이 자기 입으로 직접 다른 남자가 좋다고 했어... 엄창민이 나보다도 좋아? 그 사람이 나보다도 유진이를 사랑해? 나보다도 유진이를 더 많이 알아? 둘이 안지 고작 얼마나 되었다고. 나랑 유진이가 알고 지낸 13년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배현수의 가슴에는 질투의 화신이 불타오르고 있었다.마치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그 불씨가 점점 커 커져갔다.배현수는 그 질투심에 눈이 멀어 손등에 선명하게 핏줄이 부어오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더니 분노가 극치에 달해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화를 삭이려고 무표정으로 진정해 보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화의 불씨는 점점 더 커져 미칠 것만 같았다.배현수가 작은 약병을 열었을 때 탄산리약은 마지막 한 알만 남은 상태였다.조유진이 살아서 돌아와 그의 옆에 있을 동안에은 발작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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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이 몇 대의 바이크는 마이바흐 차량을 초월하더니 선두를 달리던 놈이 휘파람을 불면서 시비를 걸어왔다.“우후~ 아저씨 좋은 차 타시네? 누가 더 빠른지 내기해 보실래요?”평소였다면 이런 깡패 같은 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테지만 인내심 한계에 다다른 지금은 바로 욱하게 되었다.‘이것들이 죽으려고 환장했네.’마이바흐 차창이 내려지더니, 잘생기고 포스가 넘치는 배현수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바이크 뒤에 앉아있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한 여자아이가 환호했다.“아저씨 멋져요!”이에 앞에서 운전하던 놈이 발끈하고 말았다.“젠장, 너는 내 여자라고! 왜 다른 남자한테 정신이 팔려서 그래? 나보다도 멋져?”“당연히 너보다 훨씬 멋지지!”“제기랄, 어떻게 내기 한판 해보실래요?”이놈은 기껏해 20살짜리 한창 패기가 넘치는 청년으로 보였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30살 배현수는 이들에게 아저씨가 맞았다.이 넓은 거리는 저녁이라 아무도 없어 레이싱하기 좋았다.차가운 바람이 창문을 통해 불어왔고, 배현수는 액셀 브레이크를 밟아 시속 200km/h로 올렸다. “아저씨! 죽고 싶어서 세단 시속을 이 정도까지 올려요?”이들은 일부러 배현수를 자극하려고 그의 차량을 하나둘 추월했다.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부대는 이상하리만큼 날뛰기 시작했다.이 깡패 같은 놈들은 뒤에 있는 배현수를 향해 중지를 치켜세웠다.“아저씨! 뒤에서 기어 와요? 저희가 기다려 줄까요?”차 안에 있던 배현수는 무표정으로 또 한 번 액셀 브레이크를 밟아 시속 300km/h로 올렸다.이 마이바흐 차량은 업그레이드 후에 최대 시속 400km/h까지도 가능했지만, 400km/h까지 올리면 죽을 수도 있었다.이들이 타고 있는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최대 시속은 기껏해 240km/h로 보였다.이때, 마이바흐 차량이 바람처럼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부대를 추월하게 되자 그중 한 명이 놀라고 말았다.“젠장! 300km/h까지도 가능한 차였어?”“아저씨 죽으려고 환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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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블랙 마이바흐 차량은 급히 핸들을 돌려 길옆에 있는 가드레일을 박아 산산조각 내버리고 말았다.끼익!차바퀴는 지면과 마찰하면서 불꽃과 함께 바닥에 검은 궤적을 남기게 되었고 그 마찰하는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말았다.비록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흰색 차량 주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상대방은 차창을 내리더니 화를 냈다.“운전 똑바로 안 해? 죽고 싶으면 혼자서 조용히 죽을 것이지 왜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여!”차 안에 앉아있던 배현수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무표정에 창백한 상태로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쥐고 있었다.“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가!”“...”‘미친놈!’흰색 차량 주인은 욕하면서 부랴부랴 이곳을 떠났다.마이바흐 차량은 비스듬히 길가에 세워져 있었고 차 앞 대가리가 움푹 파여 있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고, 가만히 앉아있던 배현수는 한참 지나서야 무표정으로 전화를 받게 되었다.전화기 너머에서 송지연이 물었다.“나 병원에 도착했는데. 너는?”배현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또 한 번 물었다.“배현수! 안 들려?”배현수가 갑자기 물었다.“MECT 치료를 받으면 조유진 잊어버릴 수 있어?”“...”송지연은 당황하고 말았다.배현수의 경계선인격장애는 백 프로 조유진으로 인해 생긴 병이라 그녀를 잊어야만 완쾌할 수 있었기 때문에 4년 전에 기억을 없애는 심리치료를 제의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조유진이 죽도록 미웠기 때문에 복수하고 나서 잊겠다고 했었다.송지연은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자신을 괴롭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조유진한테 복수하고, 미워하는 것은 조유진을 불구덩이에 끌어들여 서로 괴롭히고, 서로 상대방을 죽이는 거나 다름없었다.결국 조유진을 죽음에까지 몰아냈어도 전혀 잊히지 않았다.“잊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 수는 있는데. 마음이 정해졌어?”이것은 탑클래스 정신과 의사인 송지연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배현수는 피식 웃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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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성남시 엄씨 사택.엄씨 가문에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그 사람은 바로 엄준의 친딸 백소미였다.엄준은 셰프에게 백소미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한상차림을 준비하라고 했다.저녁 식사 자리에는 조유진과 엄창민도 참석했다.엄준은 기쁜 마음에 잔을 들더니 말했다.“자. 소미가 돌아온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한잔하지.”사람들은 다 같이 축배를 들었다.엄준은 백소미와 몇 마디 나누더니 조유진을 바라보았다.“최근에 환희 바이올린 연주 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조유진은 겸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은 할 줄 알아요.”백소미는 엄씨 가문에 오기 전에 가족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왔기 때문에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전에 인터넷에서 조햇살 씨가 바이올린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엄청나게 잘하시던데요? 아빠, 전에 ‘골든 스틸’을 좋아하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늘 밤 분위기도 좋은데 유진 씨 저희를 위해 연주해 줄 수 있을까요?”엄준은 아내 신희수가 죽은 뒤로 옛 기억이 떠오를가봐 연주회도 관람하지 않아 ‘골든 스틸’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그는 기대가 가득 찬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았다.“환희야, 가능하다면 한 곡 부탁드릴게.”오늘은 친딸도 돌아오고, 수양아들 수양딸도 한자리에 함께해서 와인도 마셨겠다 아주 기분 좋은 상태였다.조유진은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이렇게 말했다.“그러면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한 곡 연주해 보겠습니다. 못해도 웃으시면 안 돼요.”엄준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더니 말했다.“도 집사, 사모님 바이올린 가져와 봐.”“사모님 바이올린이요?”도 집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특별제작한 그 바이올린은 신희수가 남긴 유물이었다. 살아생전 이 바이올린으로 자주 엄준에게 ‘골든 스틸’을 연주해 주었기 때문에 아무도 못 만지게 할 정도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물건이었다.‘그거를 조유진 씨한테 준다고?’“맞아. 환희가 연주할 수 있게 가져와 봐. 특별제작한 거라 음색이 아주 좋거든.”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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