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967 챕터

제421화

깜짝 놀란 엄창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배현수를 바라봤다.저 사람이 설마 배현수?엄창민은 어쩌면 자기가 잘 못 보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똑똑히 보려고 할 때 진료실에 들어가는 조유진이 눈에 띄었다.간호사가 엄창민에게 진단서를 건네주며 물었다.“환자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죠?”“오빠예요.”“네, 이거 갖고 가서 병원비 내시면 됩니다.”엄창민은 서둘러 접수를 마치고 돈을 냈다.한편, 배현수는 이미 수술실에 실려 들어갔다....VIP 병동.조유진은 쓰러지면서 연기까지 마시는 바람에 폐에 문제가 생겨 수액 여러 병을 맞고 나서야 겨우 의식을 되찾았다.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조유진은 눈을 뜨자마자 자기 병상 주위로 여러 명이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다.엄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환희야, 이제 정신이 들어?”엄창민은 조유진이 눈을 뜬 것을 보고 물었다.“의사를 불러올게.”도 집사는 조유진이 누워있는 침대의 상체를 세웠다.의사도 병실에 들어와 다시 한번 검사했다.“어제 환자분이 흡입한 것은 아이소플루레인이라는 불소를 지닌 흡입성 마취제의 일종입니다. 다행히 너무 많이 흡입한 게 아니어서 지금쯤 약효가 다 빠졌기에 별문제는 없을 겁니다.”말을 한 의사는 조유진을 한번 보더니 물었다.“다른 데 더 불편한 건 없으세요?”조유진은 약간 어지러운 듯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조금 어지럽고 기억이 잘 안 나요.”“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오후쯤 되면 괜찮아질 거예요. 이 수액 다 맞으시면 퇴원하셔도 됩니다.”그 말에 옆에 있던 엄창민이 물었다.“며칠 더 지켜보지 않아도 될까요?”“네, 괜찮아요. 엑스레이나 검사한 사진 다 확인했는데 별문제가 없습니다.”의사가 나가자 조유진이 엄창민을 보며 물었다.“창민 오빠, 어제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제 입과 코를 막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후로 기억이 없어요... 아마 그 후로 의식을 잃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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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또 다른 VIP 병실.밤새 대제주시에서 성남으로 내려온 서정호는 하루 만에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배 대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배현수가 잠에서 깨자마자 가장 제일 먼저 걱정하는 것은 역시 조유진이었다.“유진이는 어떻게 됐어?”서정호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배현수를 보며 말했다.“배 대표님, 대표님 척추가 부러질 뻔했어요. 자기 몸부터 먼저 챙기는 게 어떠세요?”만약 정말 운이 나빴다면 분명 척추가 부러졌을 것이고 그러면 남은 생을 휠체어에서 보냈을 것이다.다행히 극장의 샹들리에 조명이 싼 제품이었고 진짜 크리스털이 아니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였기에 비교적 가벼워 배현수는 그저 타박상에 그쳤고 당분간 약을 바르고 안정을 취하면 바로 나을 수 있었다. 만약 진짜로 무거운 크리스털이 배현수의 등에 떨어졌더라면 목숨은 건졌을지 몰라도 평생 장애가 남을 수 있었다. “유진 씨는 엄씨 가족에서 돌보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한 번 가봐.”서정호는 내키지 않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배 대표님, 아직 수액도 다 못 맞았어요...”유진 씨는 그냥 기절한 것뿐인데 무슨 큰일이 있겠냐 말이다.배현수는 굳은 얼굴로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이제는 대표 말도 안 듣는 거야? 점점 막 나가겠다는 거야?”서정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럼 제가 당당하게 보러 갈까요? 아니면 몰래 갈까요? 유진 씨가 저를 보면 대표님이 성남에 온 걸 바로 알 텐데... 대표님이 저더러 직접 얘기하라고 하면 바로 얘기할게요. 아마 유진 씨는 자기를 구해준 사람이 대표님인 줄도 모르고 있을 거예요.”배현수는 잠시 침대에 기대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하고도 이름을 남기지 않는 영웅도 아니고...하지만 배현수는 조유진의 과민반응만 생각하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분명 자기를 만나면 무서워서 피하려 할 거고 배현수 또한 그녀 앞에 나타나 그녀의 안 좋은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다.이런 정신 질환은 일단 발작하면 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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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대표님, 유진 씨가 엄창민 씨와 만나기로 했대요.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난다고 하더라도 유진 씨가 성남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대표님도 충분히 유진 씨를 다시 뺏어올 수 있어요...”뺏어오라고?배현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내가 그저 유진이를 좋아하는 거면 뺏을 수 있어. 더 심한 수법을 써서라도 뺏을 거야. 하지만 나는 유진이를 좋아만 하는 게 아니야. 나 때문에 유진이가 이미 한 번 죽으려고 했어. 유진이를 두 번 죽일 수 없어.”안정희의 죽음은 배현수와 무관하지만 예지은과 관련이 있다.그리고 예지은은 그의 친어머니이다.안정희가 죽자 조유진도 같이 따라 죽으려고 했다.그걸 잘 아는 배현수가 어떻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배현수는 더 이상 조유진을 강요할 수 없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어도... 그녀만 살아 있으면 되니까...그러면 배현수는 그녀 뒤를 따라다니면서라도 그녀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으니까...서정호는 배현수의 말에 흠칫 놀랐다. “만약... 유진 씨가 엄창민 씨와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대표님...”배현수는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눈시울이 빨개진 채 말했다.“그러면 나는 한 마리의 개가 되어 계속 유진이 따라다녀야지. 언젠가는 유진이가 뒤돌아봐 줄 거라 기대하면서.”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소유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하지만 조유진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배현수는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예전처럼 갑자기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 두 번 다시 그런 상황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1년 전, 조유진은 바다에 뛰어들었다.그는 조유진이 없는 시간 동안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제대로 잠이 든 적도 없었다. 매일 담배를 쉴 새 없이 피웠고 속이 메스껍고 손이 떨릴 때까지 탄산리 약을 먹었다. 하지만 그녀를 잃은 공포와 상실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배현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조유진이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는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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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조유진이 다급히 물었다. “혹시 키가 꽤 컸어요?”“아마도? 그런데 누워있어서 잘 못 봤어. 네가 쓰러져서 나는 너를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운전하고 있는 엄창민은 백미러로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조유진을 힐끗 보고는 다시 물었다.“아는 사람이야? 아니면 혹시 의심 가는...”그 말에 조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현수 씨 같아서요.”“그럼 전화해서 한 번 물어봐.”조유진은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몇 초간 망설였다.누구나 사실 매일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 사람이길 바라면서도 또 아니기를 바라는...그때 조유진이 또 물었다.“저를 구해준 사람... 많이 다쳤나요?”엄창민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꽤 심한 것 같았어. 소방대원분이 들어오셔서 나는 그분들에게 안에 사람 한 명 더 있다고 얘기했거든. 죽지는 않은 것 같았어.”엄창민의 말을 듣던 조유진은 크게 심호흡하고 배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병실에 있던 배현수는 갑자기 휴대전화 화면에 뜬 조유진의 이름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빛이 흔들렸다. 전화가 한참 울려도 배현수가 가만히 있자 옆에 있던 서정호가 오히려 안달이나 안절부절못했다.‘이러다 유진 씨가 전화를 끊으면 어떡하려고...’배현수는 천천히 휴대전화 통화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의 조유진은 배현수의 ‘여보세요’라는 단어에 순간 저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조유진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대제주시를 떠난 지 불과 일주일밖에 안 지났지만 다시 듣는 배현수의 목소리는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았다. 전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이었지만 이 떨리는 가슴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때 배현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유진을 불렀다.“유진아?”“지... 지금 통화 괜찮아요?”“응, 괜찮아.”그녀의 전화라면 언제 어디서든 항상 괜찮았다.조유진은 일부러 돌려서 물었다.“지금... 지금 어디예요?”자기를 구해준 사람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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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하지만 옆에 있는 엄창민은 조유진의 모든 감정을 그대로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자신을 위로한다고 해도 실망스러운 표정은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희 두 사람 사이는 쌓인 게 많아서 더욱 힘든 거야. 놓지 못하는 거고. 나는 현수 씨가 너와 제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쌓인 걸 어떻게 해결할지는 전부 너에게 달렸다고 생각해. 환희야, 너도 그래서 외면하는 거 아니야?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쌓였던 게 한순간에 다 없어지면 그때는 정말 끝날까 봐.”조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허탈하게 웃었다.“창민 오빠, 오빠 대학교 때 심리학 전공했어요?”“내가 연애 경험은 별로 없지만 남녀의 감정이라는 게 그렇잖아. 누군가와 함께하려면 두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헤어지는 건 한쪽만 모질게 마음만 먹으면 되는 거니까. 너와 현수 씨가 지금까지 이렇게 있는 건 아무도 진짜로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던 거지. 만약 진짜로 끝난 사이였다면 네가 현수 씨에게 전화하지도 않았을 거고.”“저희 두 사람, 이렇게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나아요. 다른 사람들은 헤어져도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저와 현수 씨는 이런 사이로 지낼 수밖에 없어요. 그동안 있었던 일들 우리 둘 다 피하려고만 하고 있었어요. 대제주시에 있는 동안, 저희는 겉보기에만 괜찮아 보였지 사실 과거의 원한들은 절대 잊을 수도 잊히지도 않거든요.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서로의 얼굴을 보면 바로 예전의 생각들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너 방금 그 사람에게 이미 한 번 기회를 준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현수 씨가 원하지 않는 걸 어떡하겠어.”조유진은 코를 훌쩍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잘 됐어요. 잠깐이었으니까 저도 바로 제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고. 만약 현수 씨가 진짜로 성남에 왔더라면 제 과민반응이 또 심해졌을 거예요. 그러면 오히려 더 골치 아파졌을 거고.”이렇게 말하는 조유진은 자신이 정말 무책임해 보였다. 만약 진짜로 배현수에게 신세를 져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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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강이진이 심미경 얼굴의 산소마스크를 건드리려는 순간, 중환자실의 문이 열렸다.강이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뭐 하는 거야?”“오빠, 왔어? 새언니 얼굴의 산소마스크가 삐뚤어져 있는 것 같아서. 제대로 해주느라고.”강이진은 억울한 척하며 말했다.심미경의 병상 옆으로 간 강이찬은 별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나가 있어. 그리고 앞으로 여기 오지 마.”“어차피 나중에 오빠와 결혼할 건데 내가 와서 새언니 보는 게 어때서? 심미경도 우리 가족이야. 오빠, 심미경이 교통사고 난 이후로 나에게 너무 쌀쌀맞은 거 아니야?”강이진은 뾰로통한 얼굴로 한마디 불평을 토로했다.요즘 모든 일에 예민한 강이찬도 그녀의 말이 기분 좋게 들릴 리가 없었다.“너 예전에 미경 씨를 그렇게 괴롭혀 놓고 미경 씨가 너를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굳이 여기까지 들어온 이유가 뭐야? 일부러 미경 씨 자극하려는 거야?”“내가 뭘 괴롭혔다고 그래? 그냥 말로만 몇 마디 한 거지.”“됐어, 나가. 그만 떠들어. 미경 씨 쉬어야 하니까.”강이진은 입술을 깨물며 가까스로 화를 억눌렀다.심미경의 사고 이후, 그녀도 오빠의 태도가 돌변한 것을 느꼈다.예전에는 심미경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으면서 여기에 누워서 깨어나지도 못하니까 그제야 관심하고 있으니 말이다. 강이진은 중환자실을 나오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나갈게. 그래 다들 나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하나밖에 없는 친오빠까지도 나에게 이러고 있으니.”그 말에 강이찬은 눈살을 찌푸렸다. 여동생에 대해 어느 정도 실망은 했지만 어쨌든 그의 친동생이기 때문에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매일 술집이나 다니지 말고 시간이 나면 책이라도 좀 봐. 일도 좀 알아보고.”“알겠다고. 일은 알아보는 중이라고.”강이진이 중환자실을 나간 후, 심미경의 옆에 있던 강이찬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심미경이 사고가 난 후, 강이찬은 예전보다 부쩍 예민해졌다. 매일 병원과 회사 두 곳을 하루도 빠짐없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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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이건 분명 강이찬의 가족 카드를 사용하여 자동인출기에서 4천만 원을 꺼낸 것이다.순간 강이찬은 눈썹을 찡그리며 전화를 걸었다.“내 신용카드로 4천만 원을 꺼냈어?”강이찬은 차가운 말투로 바로 물었다.그 말에 전화기 너머의 강이진은 간이 콩알만 해졌다. “오빠, 오빠가 집에서 나를 쫓아냈잖아. 아직 취직도 못 했는데 그럼 내가 노숙자들과 같이 길바닥에서 잘까? 나 매일 친구 집에서 잔단 말이야. 그렇다고 언제까지 친구 집에 있을 수는 없잖아? 나에게 일단 빌려줬다고 생각해. 취직하면 갚을 테니까.”사실 강이찬이 신경 쓰는 것은 이 4천만 원이 아니었다.예전부터 강이찬이 너무 오냐오냐한 탓에 여동생의 버릇은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어디 이 4천만 원뿐이겠는가? 예전의 강이진은 2억을 쓴 적도 있었다. 부모님이 일찍 세상을 뜬 후, 강이찬은 그녀가 가여운 마음에 적어도 물질적인 부분에서만은 하나뿐인 여동생을 푸대접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사달라는 건 뭐든 아낌없이 다 사줬다.그러나 인제 와서 보니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한 탓인지 강이진은 누구에게나 버릇없이 함부로 대했다. 강이찬은 다시 그녀를 바른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이미 배인 나쁜 습관들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밖에서 세를 맡는 게 한꺼번에 4천만 원씩이나 필요하지 않잖아? 도대체 어디에 이렇게 큰돈이 필요한 건데?” “오빠, 내가 4천만 원 쓴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소비 습관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고쳐? 돈을 잘 안 쓰던 사람에게 쓰라고 하는 건 쉽겠지만 나 같이 펑펑 쓰던 사람더러 갑자기 아껴 쓰라고 하면 그게 어디 그리 말처럼 쉽냐고? 아무리 내 생활비를 끊는다고 해도 내가 적응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어? 게다가 고작 4천만 원이야. 예전에 4억 쓸 때도 별말 안 했으면서 지금은 왜 갑자기 이렇게 따지는 건데? 이제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고 이 친동생은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야?”강이진은 강이찬의 약점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기가 이 말을 하면 강이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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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한편 전화를 끊은 강이진은 즉시 현금 4천만 원을 가방에 넣었다.사고를 낸 운전기사는 감옥에 수감 중이었지만 그 기사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 강이진의 정보와 전화번호를 자기 아내에게 알려줬다. 그래서 운전기사의 아내는 매일이다시피 강이진에게 전화해 돈을 요구하며 귀찮게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돈을 안 주면 강이진을 당장 고소하겠다고 했다. 그녀의 협박에 강이진은 어쩔 수 없이 돈을 들고 기사의 가족을 찾아갔다.돈만 주고 나면 그들은 이제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다.‘절대 나까지 끌어들일 생각하지 마!’ ...모자와 선글라스를 푹 눌러쓴 강이진은 돈 가방을 들고 그 집의 대문을 두드렸다.운전자 가족은 시내 중심의 어느 한 달동네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이 일대는 더럽고 지저분하며 대부분 2층짜리 낮은 건물들이라 집안에 화장실도 없어 주민들은 길 어귀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문 앞을 지키던 진돗개는 낯선 얼굴을 보고 ‘멍멍’ 짖어댔다.곧바로 허름한 대문이 열리더니 잠옷 차림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한 중년 여성이 나왔다.이 중년 여성이 바로 사고를 낸 운전자의 아내였다.강이진을 보자마자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바로 물었다.“돈은?”“가방 안에.”중년 여성은 강이진 더러 들어오라는 듯 몸을 옆으로 비켰다. 뒤로 흘끔 돌아본 강이진은 뒤따라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가방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가방 안에 있던 돈을 낡고 허름한 작은 소파에 전부 쏟아 내더니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4천만 원이야. 일전 한 푼 모자라지 않으니 앞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마!”“너 때문에 내 남편이 2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생겼어! 당연히 네가 줘야 할 돈이야! 이거 고작 4천만 원이잖아! 그동안 일도 못 할 텐데 그 비용도 네가 책임져!”그 말에 강이진이 씩 웃더니 대답했다.“무슨 비용? 일개 기사가 하루에 벌면 얼마나 번다고! 4천만 원이면 감사한 줄 알아! 경고하는데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마! 그리고 앞으로 연락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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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있는 집사람들에게는 체면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돈도 많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인색하지?’강이진은 마음을 가라앉힌 후, 길게 한 번 심호흡하고 말했다.“얼마나 원하는데? 한 번에 끝내! 구질구질하게 시간이나 끌지 말고!”“이봐 아가씨, 나도 당신과 시간 끌고 싶지 않아. 당신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도 않고. 이렇게 해, 2년간 일을 못 한 비용 1억. 그리고 우리 남편 출소하면 전과자 신분이니까 일자리 찾기도 어려울 거야. 그 정신적 피해 보상으로 1억. 그러면 총... 2억. 2억 주면 될 것 같아.”2억?!강이진은 그 중년 여성을 노려보며 말했다.“차라리 은행을 털지 그래?”중년 여성은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나라고 안 그러고 싶겠어? 할 수만 있다면 진작 털었겠지. 하지만 내가 은행을 털 때까지 경찰이 가만히 있을까? 이런 말 다 필요 없고 돈은 줄 거야 말 거야? 그것부터 말해.”“못 줘! 이 4천만 원이 전부니까 받든 말든 맘대로 해.”말하자마자 강이진은 바로 돌아섰다.그때 중년 여성이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남편에게 들었는데 너에게 돈 많은 친오빠가 있다지? 네가 돈을 안 주면 너의 친오빠를 찾아가서 달라고 하면 되겠네. 어차피 나는 돈만 받으면 되니까 누가 주든 다 상관없어!”순간 강이진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두 주먹을 불끈 쥔 강이진은 뒤돌아서 매서운 눈빛으로 중년 여성을 노려보며 말했다.“뭐라고? 그러기만 해봐 어디! 경고하는데 만약 우리 오빠를 찾아가면 이 줬던 돈도 다시 뺏을 거야! 알아서 해!”“그러면 너라도 2억을 줘야 할 거 아니야?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빨리 행동하는 게 좋을 거야!”협박을 당한 강이진은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약점이 잡힌 이상 맞설 수도 없었다.“알았어. 2억, 약속 지켜. 그때 가서 또 더 달라고 귀찮게 하지 말고!”“아가씨, 그건 걱정하지 마. 돈만 받으면 내가 우리 가족들 데리고 여길 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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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선유는 영상에서 쉴 새 없이 말하고 있었지만 조유진의 귀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배현수는 분명히 대제주시 없는데 그날 그에게 전화했을 때 왜 굳이 대제주시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을까?조유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하다고 느껴졌다.선유가 아무리 말해도 조유진이 대답하지 않자 녀석은 소리 높여 그녀를 불렀다.“엄마!”“어?”“엄마, 아빠, 다들 대체 왜 그래? 아빠와 통화해도 계속 넋이 나가 있고 엄마도 내 말 안 듣고!”조유진은 뽀로통한 녀석의 얼굴을 보고 한마디 달랬다.“밀크티 안 마실래?”‘밀크티’라는 말에 순간 선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방금 양치했는데 마셔도 돼?”“내가 시켜줄게. 금방 도착할 거야. 도착하면 할머니보고 문 앞에서 받아달라고 해.”그 말에 선유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응, 응! 요 며칠 아빠가 집에 없으니까 엄마가 매일 한 잔씩 주문해 주면 안 돼?”단 것을 좋아하는 선유는 밀크티를 제일 좋아했다. 하지만 요즘 유치 교환 시기라 충치 때문에 치과도 자주 가고 있었다.늘 아이에게 엄격한 배현수는 선유에게까지 칼같이 요구했다. 그래서 배현수와 선유는 군것질 문제, 고양이 문제로 자주 싸우곤 했다.배현수가 집에 없자 선유는 꼬마 다람쥐처럼 입을 내밀며 조유진에게 부탁했다.“엄마, 나에게 밀크티 시켜준 거 아빠에게 말하지 마.”아빠가 집에 있을 때면 양치 후에는 아무것도 못 먹게 했다.아무리 배고프다고 해도 배현수는 절대 선유의 말을 듣지 않고 엄격하게 가르쳤다.“저녁 잘 먹었으면 지금 배가 안 고프지. 그러니까 밥을 먹을 때 딴청 피우는 습관 좀 고쳐!”조유진은 선유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또 먹고 싶은 거 없어? 같이 주문해 줄게.”“진짜? 그래도 돼? 그럼 엄마, 나는 에그타르트와 치킨! 둘 다 먹고 싶어.”“알았어. 다른 간식은?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엄마가 좀 이따 인터넷으로 사서 택배로 보내줄게. 침대 밑에 숨겨 놓고 먹어. 아빠에게 들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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