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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선유는 영상에서 쉴 새 없이 말하고 있었지만 조유진의 귀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배현수는 분명히 대제주시 없는데 그날 그에게 전화했을 때 왜 굳이 대제주시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조유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선유가 아무리 말해도 조유진이 대답하지 않자 녀석은 소리 높여 그녀를 불렀다.

“엄마!”

“어?”

“엄마, 아빠, 다들 대체 왜 그래? 아빠와 통화해도 계속 넋이 나가 있고 엄마도 내 말 안 듣고!”

조유진은 뽀로통한 녀석의 얼굴을 보고 한마디 달랬다.

“밀크티 안 마실래?”

‘밀크티’라는 말에 순간 선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양치했는데 마셔도 돼?”

“내가 시켜줄게. 금방 도착할 거야. 도착하면 할머니보고 문 앞에서 받아달라고 해.”

그 말에 선유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응, 응! 요 며칠 아빠가 집에 없으니까 엄마가 매일 한 잔씩 주문해 주면 안 돼?”

단 것을 좋아하는 선유는 밀크티를 제일 좋아했다. 하지만 요즘 유치 교환 시기라 충치 때문에 치과도 자주 가고 있었다.

늘 아이에게 엄격한 배현수는 선유에게까지 칼같이 요구했다.

그래서 배현수와 선유는 군것질 문제, 고양이 문제로 자주 싸우곤 했다.

배현수가 집에 없자 선유는 꼬마 다람쥐처럼 입을 내밀며 조유진에게 부탁했다.

“엄마, 나에게 밀크티 시켜준 거 아빠에게 말하지 마.”

아빠가 집에 있을 때면 양치 후에는 아무것도 못 먹게 했다.

아무리 배고프다고 해도 배현수는 절대 선유의 말을 듣지 않고 엄격하게 가르쳤다.

“저녁 잘 먹었으면 지금 배가 안 고프지. 그러니까 밥을 먹을 때 딴청 피우는 습관 좀 고쳐!”

조유진은 선유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또 먹고 싶은 거 없어? 같이 주문해 줄게.”

“진짜? 그래도 돼? 그럼 엄마, 나는 에그타르트와 치킨! 둘 다 먹고 싶어.”

“알았어. 다른 간식은?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엄마가 좀 이따 인터넷으로 사서 택배로 보내줄게. 침대 밑에 숨겨 놓고 먹어. 아빠에게 들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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