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4화

배현수는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대제주시로 돌아왔다.

아빠가 집에 없는 사이 잔소리할 사람이 없자 선유는 자유의 시간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밤낮이 거의 뒤바뀌다시피 생활한 녀석은 마당에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듣고 큰 눈으로 창밖을 두리번거리며 애니메이션을 껐다.

아뿔싸!

아빠가 갑자기?

선유는 황급히 테이블에서 먹다 남은 밀크티, 에그타르트, 치킨을 치웠다. 하지만 양이 너무 많아 미처 다 치우기도 전에 배현수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선유는 테이블에서 수거한 군것질을 작은 몸으로 가리며 소리쳤다.

“아빠! 왜 갑자기 돌아왔어요!”

깜짝이야!

“밤늦게까지 안 자고 뭐 해? 내가 며칠 집에 없는 사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선유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최대한 몸 뒤에 숨긴 것들을 배현수에게 안 보여 주려 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마시려고 내려온 거예요!”

쓰레기통에 버려진 밀크티를 힐끗 본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밀크티를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목이 말라?”

선유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작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뿔싸, 몰래 먹다가 들켜 버렸다! 아빠가 또 반성문을 쓰라고 하겠지?’

지난번에도 선유가 우유 맛 사탕을 몰래 먹은 게 들켜버려 배현수는 선유 더러 ‘우유 맛’을 손이 아플 때까지 백 번 넘게 쓰게 했다. 나중에 선유는 우유 맛 사탕만 보면 두려워 저절로 손을 움츠렸다.

‘아마 이번에는 밀크티를 백 번 쓰라고 할까?’

어린 선유는 용기를 내어 아빠의 꾸지람을 들을 준비를 했다.

아빠 잘못했어요!

하지만 선유가 말하기도 전에 배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으니 양치하고 빨리 자.”

“네.”

선유는 눈만 멀뚱멀뚱 깜빡이며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상냥해졌지?

영리한 선유는 아빠가 발견하기 전에 얼른 쓰레기통을 집어 테이블 위의 쓰레기를 모두 쓸어 넣었다.

“놔둬, 내일 아침 은숙 이모더러 치우라고 해.”

“네.”

선유는 쓰레기통을 내려놓고 태블릿을 안고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