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42화

조유진은 중간고사에서 국어성적이 꼴찌인 이유를 물어보기로 했다.

“암기를 제대로 안 했구나?”

조선유는 고개를 흔들었다.

“했어! 완벽하게 했다고!”

조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면 왜 꼴찌 한 건데?”

사실 조선유는 기억력도 좋고 지능도 높아 암기하는 속도가 다른 애들보다 현저히 빨랐다.

녀석은 우물쭈물하더니 말했다.

“원래는 1등 할 수 있었는데 그날 며칠 동안 아빠가 집에 없는 틈을 타 저녁 늦게까지 놀고 늦게 잤거든. 시험을 보면서 너무 졸려서 그만 자버렸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선생님께서 이미 시험지를 거둬가려고 했어.”

이런 이유에 조유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뒤에 작문은 비워두고 백지를 낸 거나 마찬가지네?”

작문이 있는 시험지 뒷면에는 0점이라고 떡하니 적혀있었다.

“...”

조유진은 턱을 괴더니 말했다.

“시험지가 왜 이렇게 꼬질꼬질해?”

‘시험을 잘 못 봐서 울었나?’

시험 한 번쯤 잘못 본 건 대수롭지 않다고 위로하려고 했지만 조선유가 먼저 제 발 저린지 실토하고 말았다.

“엄마, 내가 말하면 웃으면 안 돼!”

“응. 안 웃을게.”

“사실 자면서 침 흘려서 그래.”

“...”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조선유는 입이 삐죽 내밀더니 말했다.

“선생님이 시험지를 거둘 때 나한테 막 뭐라고 했거든. 아빠랑 얘기 좀 해봐야겠다면서. 그래서 내가 아빠 출장 가셔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더니 엄마를 불러오래. 엄마, 나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돼?”

“...”

조유진은 어쩌다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선유야,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조선유는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녀석이라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응, 엄마.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다음에 시험 볼 때는 시험지에 침을 떨어뜨리지 않을게.”

“...”

조유진은 어처구니가 없어 웃고 말았다.

“다음에 시험 볼 때도 자겠다는 말이야?”

“나도 자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졸려서 그만.”

조선유는 평소에도 잘 잤기 때문에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