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3화

순간 조유진은 목이 턱 메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눈도 시릴 정도로 아팠다.

배현수는 조유진의 용기를 거절했다.

조유진은 목구멍에서 맴돌던 ‘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결국 내뱉지 못했다.

그의 대답에 조유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미안해요, 방해해서.”

배현수의 확실한 거절 앞에 그녀는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다.

말을 마친 조유진은 전화를 끊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렇게 하얀색 차는 어둠 속을 뚫고 배현수와 점점 더 멀어졌다.

기분이 극도로 안 좋은 조유진은 갑자기 밟은 브레이크에 저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쏠렸다.

조유진은 배현수가 자기를 포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단지 그녀의 추측일 뿐이었다.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은 조유진은 머리를 핸들 위에 묻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심장이 너무 아파 온몸이 차가워졌고 손발이 저렸다.

사람은 괴로움이 극에 달할 때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게 된다.

조유진은 스스로 자신을 계속 진정시켰다. 그녀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늘 이렇게 해왔었다.

어렸을 때 로맨틱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이 서로 말하지 않을 때면 그렇게 답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녀가 이런 상황이 되어보니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사실 말을 해도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침묵 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을... 오직 침묵만이 답이라는 것을...

배현수는 진짜로 그녀의 뜻을 몰랐을까?

사실 배현수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의 만남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한 번의 만남으로 서로에게 상처만 깊어질 거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조유진은 배현수에게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할 자격도 자기를 기다려 달라고 할 자격도 없었다.

그들 사이에는 피로 얽힌 원한이 있다. 그것은 단지 몇 마디 설명으로 무마할 수 있는 작은 오해가 아니었다.

그때 조유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