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967 챕터

제441화

“여보더러 배현수를 꼬드겨서 가입시키라고 하면 어떡해요? 저희는 배현수랑 원수 같은 사이인데, 같이 가입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배현수는 진작에 단칼에 거절했어. 그런데 드래곤 파의 원칙이 바로 어기는 자를 죽여버리는 거야. 드래곤 파에서 우리랑 배현수와의 관계를 알고 배현수를 없애려고 협조해달라고 할 거야.”정설혜는 배현수가 죽도록 미웠다.“드래곤 파의 도움으로 이번에는 꼭 배현수를 죽여야 해요!”조범은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런데 유진이를 이용해서 배현수를 끌어내라고 했어. 그리고 제물 역시 유진으로 정했고.”“제물이요?”“이것이 바로 드래곤 파 가입 조건이야. 자기 가족을 제물로 바치는 거.”정설혜 역시 독한 사람이었지만 이 가입 조건을 듣고 흠칫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드래곤 파가 그렇게 독해요? 그러면 거기 가입하게 되면 위험해지는 거 아니에요?”“이 드래곤 파는 만들어진 지 백 년 가까이 돼. 역대 최고 관리자들이 사탄을 믿고 있어 밝은 세상 속에서 가장 음흉한 짓을 하고 다녔지. 가입하기만 하면 평생 배신해서도 안 돼. 만약 지시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죽일지도 몰라. 이것이 바로 내가 전에 계속 미뤘던 이유이기도 해. 배현수는 담도 크지. 그런 조직을 거절했으니. 내가 충주 기밀로 드래곤 파에게 잘 보이지 않았다면 나를 진작에 죽였을 거야. 그런데 부귀영화를 누리려면 언제나 죽을 각오를 해야지. 지금은 무일푼이니까 거기에 가입해서 같이 싸우는 수밖에.”“...”조범이 죽었다는 소식에 조유진은 심정이 복잡미묘하기만 했다.아무리 독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급사했다는 소식에 기쁘지만은 않았다.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았고 그저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대제주시를 떠나 아름답지 않았던 기억을 멀리해서 그런지 한동안 실면하지도 않았고 최근에는 정서가 안정되어 파록세틴도 거의 먹지 않았지만 오늘 조범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실면하게 되었다.밖에 날이 밝아서야 결국 스르륵
더 보기

제442화

조유진은 중간고사에서 국어성적이 꼴찌인 이유를 물어보기로 했다.“암기를 제대로 안 했구나?”조선유는 고개를 흔들었다.“했어! 완벽하게 했다고!”조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면 왜 꼴찌 한 건데?”사실 조선유는 기억력도 좋고 지능도 높아 암기하는 속도가 다른 애들보다 현저히 빨랐다.녀석은 우물쭈물하더니 말했다.“원래는 1등 할 수 있었는데 그날 며칠 동안 아빠가 집에 없는 틈을 타 저녁 늦게까지 놀고 늦게 잤거든. 시험을 보면서 너무 졸려서 그만 자버렸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선생님께서 이미 시험지를 거둬가려고 했어.”이런 이유에 조유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러니까, 뒤에 작문은 비워두고 백지를 낸 거나 마찬가지네?”작문이 있는 시험지 뒷면에는 0점이라고 떡하니 적혀있었다.“...”조유진은 턱을 괴더니 말했다.“시험지가 왜 이렇게 꼬질꼬질해?”‘시험을 잘 못 봐서 울었나?’시험 한 번쯤 잘못 본 건 대수롭지 않다고 위로하려고 했지만 조선유가 먼저 제 발 저린지 실토하고 말았다.“엄마, 내가 말하면 웃으면 안 돼!”“응. 안 웃을게.”“사실 자면서 침 흘려서 그래.”“...”‘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조선유는 입이 삐죽 내밀더니 말했다.“선생님이 시험지를 거둘 때 나한테 막 뭐라고 했거든. 아빠랑 얘기 좀 해봐야겠다면서. 그래서 내가 아빠 출장 가셔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더니 엄마를 불러오래. 엄마, 나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돼?”“...”조유진은 어쩌다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선유야, 그러면 안 되는 거야.”조선유는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녀석이라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응, 엄마.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다음에 시험 볼 때는 시험지에 침을 떨어뜨리지 않을게.”“...”조유진은 어처구니가 없어 웃고 말았다.“다음에 시험 볼 때도 자겠다는 말이야?”“나도 자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졸려서 그만.”조선유는 평소에도 잘 잤기 때문에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더 보기

제443화

“매번 꼴찌 한 건 아니잖아! 전에는 잘 봤는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1학년이 되더니 속담까지 할 줄 아네.”조선유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하지.”조선유는 테이블 위에 턱을 기대고 불쌍한 표정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더니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엄마, 나랑 놀면 뭐 어때. 성남에 간 이후로 선유 보러 온 지도 오래됐잖아. 아빠는 말도 없고 정말 심심하다고.”녀석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기만 했다.늘 조선유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녀석의 애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조유진은 바로 저녁에 대제주시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엄창민이 물었다.“내가 같이 가줄까? 저번에 대극장에서 너를 총으로 죽이려고 한 사람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또 널 찾으러 갈지도 모르겠어.”“창민 오빠, 저 공항까지만 데려다줘요. 비행기 타고 대제주시에 도착하면 괜찮을 거예요.”엄창민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배현수가 나랑 있는 거 보고 우리 사이를 의심할까 봐?”“아니요, 이번에는 선유 학부 모회의 참석하러 가는 거예요. 다음 주 월요일이면 출근할거예요. 대제주시에 오래 머물지 않아 아무 말도 없을 거예요.”백소미는 1층에서 대화하고 있는 이 둘을 힐끔 내려다보더니 방으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보스님, 조유진이 오늘 저녁 대제주시로 간답니다.”...저녁 8시, 불야성 바.배현수가 자리에 앉자마자 육지율이 블루 칵테일을 들고 오면서 말했다.“새로운 술이야, 한번 맛봐.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새로 오픈한 이 술집 배후 투자인은 바로 육지율이었다.그는 몰래 이런 부업을 하기 좋아했다.육지율의 할아버지인 육성일은 늘 이런 짓이나 하고 다니는 그를 탐탁지 않아 했지만 배현수는 자기 친손주보다도 더 맘에 들어 해 육지율은 속상하기만 했다.배현수는 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처음에는 조유진에 대한 배신감으로 정신을 못 차려 다른 사람들이 때리고 욕해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하지만 조범의
더 보기

제444화

육지율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혀를 끌끌 찼다.“무슨 말이야! 내가 너한테 독을 왜 타.”육지율은 여자를 좋아했지, 남자는 좋아하지 않았다.이때 머릿속에 갑자기 이 둘을 실제 주인공으로 쓴 소설이 떠올랐다. ‘작가 이름이 막쓴이라고 했나?’묘사가 생동한 야한 내용도 곁들여져 있는 이 소설은 심지어 N 포털사이트에까지 업로드되기도 했다.육지율은 화가 났지만, 궁금한 마음에 인지도를 확인해 보았더니 조회수가 꽤 괜찮아 수입도 짭짤한 것 같았다.‘나중에 작가가 누군지 확인되면 고소해 버릴 거야! 쓰면 썼지 왜 나를 귀요미로 구사한건데!’마치 더러운 신발 바닥으로 얼굴이 뭉개진 듯이 자존심이 와장창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생각하기만 하면 어질어질해 날 정도로 화가 났다.배현수는 칵테일이 맛없다는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여기에 메탄올 섞었어?”“원래 그 맛이야. 75도짜리를 마셔야 제맛이지. 이 술의 이름은 브레이브이고 우리 가게에서 제일 핫한 칵테일이야.”배현수가 비웃듯이 말했다.“브레이브? 이름이 왜 이래?”육지율도 지지 않고 말했다.“너랑 조유진한테서 받은 영감이야.”“...”배현수는 사생활이 침범되었다는 생각에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나랑 유진이의 스토리로 돈을 벌어?”“이 술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듣고 싶지 않아?”배현수는 어두운 표정을 하더니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한 잔의 술 따위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겠어.”“그러니까 너한테 문화적 세포가 없다는 거야. 너 지금 얼음 잔을 들고 있지?”배현수는 바보 취급하듯이 육지율을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잔 표면에 얼음이 붙어있는 이 술을 겨울에 손님들한테 팔면 동상이 걸리겠네.”육지율은 어이가 없었다.“... 이 술의 숨은 뜻은 왜 얼음 잔을 잡고 있어야 하냐 그 말이야. 행복은 얼음표면을 걷는 것과도 같으니까. 용기 있는 자만이 이 75도짜리 술을 마실 수 있는 거야. 마치 너랑 조유진의 감정처럼 차가웠다 뜨거웠다. 어때, 괜찮지?”“... 그건 잘 모르겠고,
더 보기

제445화

하지만 어떤 말은 계속 속에 넣어뒀다간 자신만 불쾌해지고 상대방과 더 이상 친구 사이로도 남을 수 없었다.배현수는 감정에 둔한 사람도 아니었고,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하는 사람도 아니었다.감정에 대해서는 사랑이든 우정이든 깔끔한 것을 좋아했다.육지율은 그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지 몰랐다.강이찬은 더욱 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줄 몰랐다.“걱정하지 마. 나랑 유진이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썸 자체도 없었어. 이 점에 대해서는 날 믿어줘야 해. 그리고 유진이는 더욱...”“나는 네가 유진이를 좋아했는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물어본 거야. 이찬아, 난 사실대로 듣고 싶어.”배현수가 얼을 잔을 꽉 쥐자 표면에 붙어있던 얼음 몇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말았다. 결국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말았다.강이찬은 손에 쥐고 있는 술을 쭉 들이키더니 바텐더에게 말했다.“75도짜리 한 잔 더 주세요.”예전에는 감정이 상할 정도로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배현수가 이렇게까지 물었는데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같은 대학교에서 친구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조유진한테 마음이 흔들린 적은 있었지만 이 둘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짓도 하지 않았고 친구의 여친을 빼앗아 올 마음도 전혀 없었다는 것을 모두 다 사실대로 말했다.육지율은 다 듣고 나서 한숨을 들이마시게 되었다.더욱이 배현수는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때리고 싶으면 때려.”말이 끝나기 바쁘게 배현수는 주먹으로 강이찬의 얼굴을 때렸다.힘이 가득 실린 한방에 강이찬은 아예 바닥에 쓰러져 입안이 온통 피범벅 되고 말았다.“맞은 거 별로 억울하진 않지?”배현수는 어두운 표정에 말투마저 차가웠다.오랫동안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했는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강이찬은 피를 쓱 닦더니 말했다.“하나도 안 억울해. 맞을 짓을 했으니까. 더 때리고 싶으면 때려.”배현수가 주먹을 꽉 쥐자 관절 마디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강이찬은 눈앞이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명까지 들
더 보기

제446화

바텐더는 배현수의 팔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배 대표님, 전화 왔어요.”배현수와 육지율은 칵테일도 모자라 폭탄주까지 섞어 마셔 이미 쓰러진 상태였다.바텐더는 계속 울리는 전화가 중요한 전화인 줄 알고 자기 멋대로 받게 되었다.두 술주정뱅이 중에 한 명은 더군다나 사장님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이곳에 쓰러져있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얼른 가족한테 연락하기로 했다.바텐더는 전화를 받더니 이렇게 말했다.“혹시 배 대표님 가족분 되세요? 저희 육 사장님이랑 바에서 술 드시다 취하셨는데 혹시 데려가실 수 있을까요?”“주소 주세요.”“시흥로에 있는 불야성 바요.”...조유진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내일 조선유의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려고 대제주시에 도착했다고 배현수에게 알리려던 참이었다가 바텐더한테서 빨리 데리고 가라는 말을 들을 줄 몰랐다.혼자서 두 남자를 들 수 없어 남초윤에게도 전화했다.육지율이 사는 소정 별장과 산성 별장은 아예 다른 방향이기도 했기 때문이다.조유진이 바에 도착하자마자 남초윤도 바로 도착했다.남초윤은 허리에 손을 얹더니 바텐더에게 물었다.“얼마나 마셨길래 이 정도로 취해요?”배현수와 육지율은 주량이 꽤 괜찮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취하기도 어려웠다.바텐더: “75도짜리 술을 거의 각 250ml씩 마셨고 폭탄주도 섞어 마셨어요. 내일 깨시면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알코올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조유진은 술의 도수가 많아 봤자 56도일 줄 알았지만, 소독용 알코올 빼고는 이런 독한 술은 처음 보았다.‘이런 알코올은 냄새를 맡기만 해도 독해 보이는데 이런 걸 마셨으니 위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조유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런 독한 술을 마셔서 무슨 일 있으면 누구 책임이에요? 여기 바에서는 감당이나 할 수 있겠어요?”“...”바텐더는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저는 직원일 뿐입니다. 이 술은 제가 만든 것도 아니고요.”그는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저기 엎드려져 있는 육지율을 가리키더니 말했다.“저분이
더 보기

제447화

조유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브레이브가 뭔데요?”“75도짜리 칵테일.”“...”‘이름도 참. 역시 육지율답네.’‘아까 바텐더분이 75도짜리 술을 250m나 마시고 또 폭탄주도 마셨다고 했는데.’조유진이 물었다.“위 안 아파요? 차 키 줘요, 집으로 데려다줄게요.”하지만 이 말은 배현수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그는 왼쪽 팔을 창문에 기대더니 태양혈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너같이 양심 없는 여자 많이 만나봤어. 알아서 꺼져줄래 아니면 내가 버려줄까?”‘나를 집까지 데려다줘? 내가 제정신이 아닐 때 침대에 눕혀서 모험이나 하려고?’배현수가 자신이 조유진이라는 것을 믿지 않자, 화를 억누르고 다르게 말하기로 했다.“고객님,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은데 저는 육사장님께서 불러주신 대리기사입니다.”배현수는 술에 취했다고 해도 경계심이 가득했다.조유진은 한참이나 공을 들여서야 자신이 육지율이 부른 대리기사라는 것을 설득시켰다.“차 키는 외투 주머니에 있어요.”‘글쎄 바지 주머니에 없다 했네.’배현수가 바에 벗어두었던 외투를 조유진이 챙겼던 것이다.차 키를 찾아내고, 그가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아 생수를 건네면서 말했다.“물 좀 마셔요.”그는 눈도 안 뜨고 경계심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물에 독 탔어요?”“...”‘아니, 왜 나를 이렇게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조유진은 일부러 그를 자극시켰다.“네. 독 탄 거 맞아요. 흥분제 좀 탔는데 마실 수 있겠어요?”배현수는 병따개를 따 바로 벌컥벌컥 마셨다.‘이 사람이...’조유진이 웃더니 말했다.“제가 독 탔는지 의심하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배현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생수를 꿀꺽 삼키더니 술에 취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욱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성욕 촉진제를 먹으면 감당이 안 되긴 하는데 흥분제 정도는 괜찮아요.”“... 현수 씨, 지금 저랑 농담하는 거예요?”조유진이 차 키를 들고 운전석으로 향하려고 하자 배현수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방금 저를 뭐라
더 보기

제448화

“조유진,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이렇게 갑자기?’“40만 원.”그는 가격이 더 올렸다.“...??”배현수는 상대가 더 높은 가격을 원하는 줄 알고 무표정으로 또 가격을 올렸다.“100만 원.”그냥 한마디만 해주면 쉽게 100만 원 벌 수 있는 거였다.바보가 아닌 이상 이 기회를 놓치려는 사람은 없었지만 핸들을 붙잡고 있는 조유진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사실 배현수는 지금 취해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이 한마디 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어째서인지 조유진은 한참이나 우물쭈물하면서도 원하는 말을 해줄 수가 없었다.“저...”“200만 원.”“...사랑해요.”“누구를?”귀가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진 조유진은 이를 악물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현수 씨, 이건 추가 비용이죠?”배현수는 협상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평온하기만 했다.“400만 원.”조유진은 심호흡하더니 애써 진정하면서 말했다.“... 현수 씨, 사랑해요.”‘이 정도면 됐겠지?’조유진은 백미러로 뒷좌석에 눈 감고 있는 그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정말 대리기사인 줄 아나 봐.’...산성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1시가 넘었다.조유진은 그를 안방으로 끌고 가기까지 큰 애를 먹었다.그러고는 꿀물을 타 배현수에게 건네면서 말했다.“마시면 속이 좀 편할 거예요. 독 안 탔어요.”배현수는 침대에 기대에 앉아 한참이나 지나서야 무거운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 올리게 되었다. 어두운 불빛 아래, 눈앞에 있는 이 여자의 모습이 기억 속 익숙한 모습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75도짜리 브레이브가 역시 소문대로 대단하군. 착각이 생길 정도라니.’사실 배현수는 이 정도로 취한 것이 처음이었다.그는 팔로 몸을 지탱하여 그윽하고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보았는지 눈에 충혈되고 말았다.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게 되었다.
더 보기

제449화

이것은 바로 조유진의 향기였다.눈꽃이 섞인 은은한 장미 향기, 가까운 듯 멀어 손에 잡히지 않는, 아무리 맡아도 질리지않는 그런 유혹적인 냄새였다.75도짜리 술의 여파도 가시지 않았는지 그의 입술은 불덩이처럼 뜨겁기만 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조유진은 그를 밀쳐내려고 했다.하지만 이때 배현수가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유진아, 어쩌다 내 꿈에 나타났는데 어차피 가짜인 거 나 거절하지 않으면 안 돼?”“...”조유진은 그만 멈칫하고 말았다.‘정말 취했네. 이게 꿈인 줄 아는 걸 보면.’“현수 씨, 저는...”이것이 꿈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려던 말을 그만 삼키고 말았다.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더니 폭신한 침대로 눕혔다.그의 밑에 깔린 조유진은 어두운 불빛 속에서 술에 취해 평소보다 더욱 깊은 그의 두 눈을 바라보니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배현수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릿결을 정리해 주면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두려워할 필요 없어. 이건 꿈이야. 아프지 않을 거야.”“...”하지만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조유진은 몰래 조선유랑 만날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제주시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미리 파록세틴을 먹었던 것이다.두렵다고 해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술에 취한 남성에게 이성과 자제력을 기대하면 안 되었다.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침대 위에 꾹 눌렀다.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현수는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서서히 진입하기 시작했다.‘어떻게 이렇게 거칠고도 부드러울 수가 있지?’조유진은 그의 눈빛이 더없이 부드럽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내바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온몸이 깨질 것만 같았다.배현수는 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거칠었다.조유진은 아파서 울 것만 같았다.“현수 씨, 살살...!”“이미 살살한 건데, 유진아.”배현수는 그녀의 귓불을 깨물더니 뜨
더 보기

제450화

배현수는 계속 캐물으면서 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그는 커다란 손으로 조유진의 목덜미를 잡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말해, 듣고 싶어.”꿈속에서 배현수는 부드럽기도 하고 거칠기도 했다.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더욱 거칠어지기도 했다.마지막, 조유진은 숨 막혀 겨우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현수 씨 거예요.”“누구 거라고?”“...현수 씨요.”“누가 나 배현수 거라고?”배현수는 조유진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계속 질문했다.꿈이라서 이렇게 아무렇게나 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저 조유진은... 현수 씨 거예요. 웁...”말이 끝나자마자 배현수는 더욱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조유진은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말했다.“현수 씨... 왜 약속 안 지켜요!”‘내가 이 말만 하면 놓아줄 거라고 했잖아.’배현수가 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 믿어보기로 했지만 이렇게 약속을 지키지 않을 줄 몰랐던 것이다.그는 조유진의 뒷목을 잡더니 더욱 거칠게 대했다.서로 이마를 맞대고, 배현수는 촉촉해진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더니 말했다.“혈기 왕성한 남자가 7년 동안 14번만 했다는 게 얼마나 참기 어려운 일인지 알아?”“...”“유진아, 난 정말 참느라고 미칠 것 같아.”조유진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자기 심장 소리를 듣게 되었다.눈앞에는 별빛마저 보이는 것만 같았다.결국, 배현수는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고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는 낮은 목소리로 애원하게 되었다.“유진아, 다음에도 내 꿈에 찾아오면 안 돼?”배현수는 오늘 저녁에 일어난 모든 일이 현실이었으면 했다.만약 꿈속에서 평생 조유진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조유진은 열네 번째 관계 때문에 새벽까지 시달리다 겨우 해방되었다.4시간 가까이 두 번이나 했던 것이다.샤워하러 갔을 때 온몸 구석구석 성한 곳이 없었다.대충 샤워를 마치고 힘들었는지 몸을 이끌고 침대 한쪽 편에 몸을 뉘게 되었다.
더 보기
이전
1
...
4344454647
...
9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