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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안개가 자욱한 욕실에서 배현수는 그녀의 입술까지 깨물 정도로 진하게 키스했고 서로의 입안에는 희미한 피비린내까지 퍼졌다.

조유진은 그가 어떻게 ‘공격’해도 저항하지 않았고 마치 그가 무엇을 하든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분명히 아픔을 느꼈을 텐데도 그녀는 눈살만 찌푸릴 뿐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이 키스에서 배현수는 그녀의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데 무슨 사랑을 논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조유진은 또렷한 말투로 한 마디 물었다.

“침대로 가면 안 돼요?”

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배현수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큰 손으로 그녀의 뒷덜미를 더 꽉 움켜쥐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해도 그냥 다 덤덤히 받아들이기로 한 거야?”

약속한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상 배현수는 채권자이고 그녀는 빚쟁이이다.

“빚을 갚는 동안은 현수 씨가 갑이니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는 그녀를 조였던 팔을 풀며 말했다.

“나가.”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하듯 말했다.

안개로 뒤덮인 그의 얼굴은 부드러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의 주위에는 한기가 맴돌고 있었다.

조유진은 아무 말 없이 욕실을 나갔고 욕실 문을 나서기 전에 심지어 배현수에게 당부의 말까지 했다.

“너무 오래 담그지 마세요. 의사가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상처 회복에 좋지 않다고 했어요.”

이런 그녀의 관심은 배현수의 귀에 오히려 다른 뜻으로 들렸다.

하... 조유진은 배현수가 상처가 악화된 걸 핑계로 그녀가 성남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걸까?

만약 이 상처가 평생 낫지 않으면 이 여자를 계속 옆에 둘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치없는 생각이 순간 배현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욕실을 나온 조유진은 엄창민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창민 오빠?”

“요즘 대제주시에서 어떻게 지내? 배현수가 괴롭히지는 않아? 지난번에 전화했을 때 휴대전화가 꺼져있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엄창민은 전화에서 그녀 걱정만 잔뜩 늘어놓았다.

조유진은 걱정을 끼치기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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