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설혜가 쇼핑몰에서 사람을 칼로 찌른 동영상을 삭제하고 댓글도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인기 검색어에서 내려오지를 않았다.댓글 비공개 태세로 오히려 반감을 샀던 것이다.어떤 네티즌들은 조햇살 계정에 입에 담지도 못할 악성 댓글을 달았다.그로 인해 이틀에 한번 업데이트하던 계정은 연속 며칠 동안 업데이트하지도 못했다.요 며칠 조유진은 최선을 다해 배현수를 돌봐주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적었다. 조선유도 낮에는 등교해야 했기 때문에 커다란 별장은 썰렁하기만 했다.조유진은 소파에 앉아 일기책을 보고 있었다. 배현수와 약속한 시간은 한 달이었지만 그가 팔을 다치는 바람에 6일이 더 추가되었다.그래도 눈 깜짝할 사이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었다.예정대로라면 배현수는 다음 주 금요일에 실밥을 제거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아직 6일이 남아있었다.조유진은 오늘 날짜를 지워버리더니 일기장을 닫았다.배현수는 2층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점심때 아무것도 먹지 않아 조유진이 과일을 준비해서 올라갔다.2층 서재.배현수는 송지연과 통화하고 있었다.“저녁에 친구 몇몇이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 건데 너도 같이 와.”전화기 너머의 송지연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갑자기 저녁 식사 초대를 한다고? 무슨 꿍꿍인데?”배현수는 4년 동안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준 송지연의 병원만 다녔어도 단 한 번이라도 그녀를 집으로 초대한 적이 없었다.그러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도움이 필요해.”“조유진 씨와 관련된 일이야?”“응. 오늘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유진이를 좀 봐줘. 저번에 유진이가 나한테 PTSD 있는 것 같다고 했잖아. 그래서 말인데, 오늘 좀 봐줘.”“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유진 씨를 봐주는 거 유진 씨는 알아? 환자마다 정신과의사한테 털어놓고 말하는 건 아니야. 그리고 오늘은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좋아하실까...”“정신과 의사인 거 숨겨줘.”송지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뭐라고?”“몰래 관찰하고 진료해 줘.”“그러면 내가
「현수 씨는 지율 씨 파를 안 먹는 거 알더라고.」그리고 뒤에 강아지 이모티콘을 달았다.남초윤: 「오~ 대단한데? 아예 그냥 둘이 살지? 오늘 저녁 볼만하겠군!」조유진:「기대돼.」...오후 4시쯤, 조유진은 조선유 하교 픽업을 다녀왔다.5시쯤 되었을 때, 육지율이 과일바구니와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다.만나자마자 육지율은 카네이션 한 송이를 배현수에게 건네주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빨리 회복해!”배현수는 그 한 송이를 육지율한테 던지며 말했다.“남자 사이에 꽃은 왜 선물하는데!”“너 건강이 걱정되어서 빨리 회복하라고. 그래야 조유진도 빨리 성남으로 돌아가지.”“...”육지율은 염장 지르면서 또 한마디 추가했다.“조유진, 내 말 맞아?”조유진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육 변호사님, 초윤이 곧 올 거예요. 이혼과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은가 봐요. 요 며칠 계속 피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육지율은 입을 움찔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언성을 높였다.“누가 피했다고 그래! 무서워할 줄 알아? 내가 만나보지 못한 세상 물정이 어디 있는데!”배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이혼은 당해보지 못했지.”육지율은 할 말이 없었다.“...”‘제기랄, 할 말이 없게 만드네.’장 셰프가 식전 음료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마당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조유진은 남초윤인 줄 알고 고개를 쳐들었다가 한 낯선 여자가 흰색 BMW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육지율이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더니 말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너의 새로운 여자친구?”육지율은 구경거리가 났다는 듯이 말했다.“현수 너 이 자식. 구 여친 현 여친을 한 자리에 불렀어? 대환장 파티로군!”배현수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말했다.“현 여친 좋아하고 있네. 너를 말하는 거야?”“난 새로운 여친 없거든?”송지연은 과일바구니와 선물을 들고 들어오면서 인사했다.“조유진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사진보다 실물이 낫네요.”그녀가 먼저
옆에 기대어 구경하고 있던 육지율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현수랑 오래 알고 지내면서 이렇게 예쁜 여사친이 있는 줄 몰랐네요. 현수가 워낙 꽁꽁 숨겨서요.”그는 조유진에게 들려주기라도 하는 듯 여사친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말했다.송지연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아주 태연하게 대답했다.“과찬입니다.”그녀는 일부러 여사친이라는 호칭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 미션은 조유진을 자극시켜 그 반응을 잘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배현수도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조선유가 호기심에 조유진한테 물었다.“엄마, 여사친이라는 게 뭐야?”조유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설명했다.“너랑 퉁퉁이 같은 아주 친한 친구를 말하는 거야.”“우와! 나도 아빠 여사친 할래!”조유진이 말했다.“선유는 원래 아빠의 친한 친구잖아.”다만, 가끔 말대꾸하는 친구이지만 말이다.옆에 서 있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얼굴에서 실망감이나 슬픈 표정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한참을 봐도 그런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그야말로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차가울 정도로 냉정해 질투는커녕 표정 변화마저 없었다.‘이것이 바로 라이벌을 대하는 태도인가?’송지연은 그런 조유진을 더 유심히 관찰했다.‘조유진... 정상적이진 않아. 열정적으로 주변의 일과 사람을 대하면서 무리에 끼어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웃음기가 하나도 없어.’잠시 후 남초윤이 도착하고, 조유진이 말했다.“다 오셨네요. 요리가 준비되었는지 확인해 보고 올게요.”남초윤은 별장에 도착해서 모든 사람과 인사했지만 유독 육지율만은 모른 척했다. 거실에 남아 육지율을 마주하기 싫었는지 조유진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나랑 같이 가.”두 사람은 그렇게 부엌으로 들어갔다.남초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육지율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내가 여기 서 있는 거 안 보이나?’주방에 있는 장 셰프는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사모님, 이제 몇 가지 요리만 남기고 다 되어갑
조선유는 자연적으로 조유진의 옆에 앉게 되었고 남초윤도 뺏길세라 조유진의 옆을 차지했다.배현수의 차가운 눈빛에 남초윤은 섬뜩하긴 했지만, 자리를 비켜주는 대신 맞은편을 짚으면서 중얼거렸다.“친구 옆에 가서 앉으세요.”어차피 배현수와 육지율은 끈끈한 형제애로 맺어진 사이였다.배현수는 조유진을 힐끔 쳐다보았지만, 이 자리 배치에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모양이었다.그는 이를 꽉 깨물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육지율의 옆에 가서 앉았다.육지율도 질세라 의자를 들어 한끝으로 가더니 팔꿈치로 배현수를 찔렀다.“지연 씨는 너의 여사친인데 내가 옆에 앉기는 좀 그렇잖아.”배현수는 센터로 밀려나 좌 육지율, 우 송지연이 되어버렸다.조유진도 센터에 앉아있었다.그러고 보니 조선유와 송지연, 남초윤과 육지율, 센터에 앉은 배현수와 조유진이 마주 보게 되었다...제대로 짝을 만난 것이었다.오른손을 다친 배현수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질할 수가 없어 그동안은 조유진이 먹여주거나 왼손으로 젓가락질했다.왼손으로 젓가락을 잡을 수는 있었지만, 오른손처럼 편하지는 않았다.요 며칠 조유진도 습관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배현수에게 음식을 짚어주려다 송지연이 먼저 공용 젓가락으로 배현수에게 새우 한 마리를 집어주는 것을 보았다.수육 하나를 짚은 조유진은 결국 옆에 있던 조선유에게 건네주게 되었다.아주 자연스럽게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하지만 이때, 조선유가 입을 삐쭉 내밀더니 말했다.“엄마, 잊었어? 나 수육 안 좋아하잖아!”수육에는 비계가 있어 먹기 싫어했다.조선유의 입맛을 모를 리가 없는 조유진은 멈칫하더니 다시 수육을 자기 그릇에 넣었다.“그러면 갈비 먹어.”그러고는 또 조선유에게 갈비를 집어주었다.“새우 먹을래!”조유진은 조선유를 위해 새우 한 마리를 집어와 손수 껍질을 까주었다.조선유는 배현수 그릇에 있는 새우를 보더니 말했다.“아빠는 새우 껍질 바르지 못하니까 엄마가 발라줘.”조유진은 껍질을 바른 새우를 조선유에게 먹여주더니 또 새우 한 마리를 집어와 배현
송지연은 이곳에 혼자 운전해서 왔고 이 부근은 대리 부르기도 쉽지 않았다.더군다나 배현수는 팔을 상해서 운전하지도 못했다.취하면 집까지 데려다줄 사람이 없기는 했지만...송지연은 조유진을 쳐다보더니 물었다.“제가 취하면 유진 씨가 저를 데려다주실래요?”남초윤은 할 말이 없었다.“...”‘이년이 얼굴도 두껍네?’식사 자리는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조유진만은 덤덤했다.“그래요, 제가 데려다줄게요.”남초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조유진을 쳐다보았다.“...”“취하면 여기서 자고 가. 남는 것이 방이야!”배현수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송지연마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자식이 이런 초강수를 둔다고?’배현수는 어두운 눈빛으로 조유진을 쳐다보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장 아주머니, 술 냉장고에 있는 40도짜리 보드카를 가져다주세요!”“대표님, 몇 병을 가져다드릴까요?”“다섯 명이니까 다섯 병 가져다주세요!”장은숙은 한숨을 들이마셨다.“...”‘사람이 죽어 나갈 일은 없겠지?’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낀 장은숙은 무의식적으로 이 집의 여주인인 조유진을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대표님 정상이 아니신 것 같은데 사모님이 좀 말려주실래요?’하지만 조유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아주머니, 가져다주세요.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기쁘신가 봐요.”육지율은 옆에서 수박 한 조각을 먹으면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말했다.“나는 안 마셔. 마셔도 와인이나 마시지. 복분자주 같은 건 어릴 때 많이 마셔서 냄새만 맡아도 싫어.”남초윤이 말했다.“기사 아저씨가 술은 무슨. 와인도 마시지 마세요.”육지율마저 술을 마시면 자신을 데려다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건방지게 의자에 기대어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며칠 전에는 이혼하자고 그러더니. 왜 와인도 마시지 못하게 해? 와이프 노릇이나 하려고?’남초윤은 그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피했다.그러자 육지율이 운을 뗐다.“그래요. 마시지 않을게요. 수박이나
조유진이 갑자기 말했다.“마시고 싶으면 마셔요. 어차피 배 대표님 별장에는 방도 많은데. 한 사람이 자든 세 사람이 자든 상관없어요.”조유진은 아까처럼 냉정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감정이 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그녀를 계속 관찰하던 송지연은 이 표정 변화를 포착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잔을 들면서 말했다.“유진 씨도 좀 마시지 그러세요?”취중 진담이라는 말대로 술을 마시면 감정도, 마음도 읽히기 쉬웠다.배현수가 말렸다.“유진이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 마시지 못해.”“그럼 말고.”송지연도 이대로 포기하려고 했지만, 이때 조유진이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못 마실 거 뭐 있어요. 지연 씨가 저랑 한잔 마시고 싶다는데 같이 마셔드려야죠.”예전에 조유진은 심한 알코올 알레르기를 앓은 적이 있었다.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몇 번 술을 마셨더니 알레르기 반응은 있어도 예전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한잔 마시면 기껏해 두드러기가 나서 며칠 가려울 뿐이었다.조유진이 자신에게 한 잔 따르려고 하자 배현수가 일어나 그녀의 손목을 잡으면서 말렸다.“조유진.”하지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조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손에 쥐고 있던 보드카 한잔을 그대로 쭉 들이켰다.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시고는 술잔을 머리 위에 올려놓더니 송지연을 쳐다보았다.“지연 씨, 저는 다 마셨어요. 이제 지연 씨 차례에요.”송지연은 눈앞에 있는 조유진한테서 흥미를 느꼈다.‘조유진 씨도 정말 현수처럼 죽을 각오까지 하는 성격이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면서 40도짜리 보드카를 들이켜? 이제야 현수가 왜 수년간 잊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네. 독해, 너무나도 독해. 자신한테도, 현수한테도 너무 독해. 겉으론 약해 보여도 현수랑 같은 성격이야.’조유진이 통쾌하게 한잔 마셔버리자, 송지연도 잔에 술을 가득 담더니 한 번에 들이켰다.이때 남초윤이 말했다.“저기요, 저랑 마시자고 하더니 왜 유진이랑 마시고 있어요? 유진이 알코올 알레르기 있다니까 만만해 보여요?”송지연
육지율은 평소에는 껄렁거려 보여도 진지해지면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사람이었다.남초윤은 술에 취해도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휘청거리면서 조유진을 찾아가려고 했다.육지율은 그런 그녀의 손목을 확 잡더니 말했다.“저랑 이혼하려고 한다면서요?”“...”‘제기랄, 취했는데 무슨 이혼 소리야.’“술 깨면 다시 얘기해요.”남초윤이 손을 뿌리치자 육지율은 벌떡 일어나 그녀의 앞을 가로막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저번 주 김성혁 씨와 인터뷰 끝나고 같이 밥 먹는 모습이 찍힌 거 할아버지가 보셨어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설명?’남초윤은 인터뷰 전날에야 인터뷰 대상이 김성혁이라는 것을 알았다.밥을 먹은 것은 그저 우연한 쫑파티 자리였을 뿐이었다!남초윤은 실실 웃더니 많이 취했는지 육지율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이성과 밥 먹은 것도 설명해야 한다면 육 변호사님은 천번 만번 해야겠어요!”‘설명은 무슨. 어차피 이 결혼생활 더는 이어가고 싶지도 않은데.’남초윤은 결혼생활 2년 동안 육지율한테 잘못한 것이 없었다. 바람을 피우지도 않았고, 육지율과의 잠자리를 거절한 외에 그한테 잘못한 부분이 없었다.“남! 초! 윤!”육지율은 화났는지 한 글자 한 글자 그녀의 이름을 내뱉었다.남초윤이 피식 웃었다.“육씨 가문이 워낙 대단해서 지율 씨가 이혼을 원하지 않으면 이혼할 수 없다는 거 알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뭐 더 말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냥 대충 사는 거죠.”그냥 이대로 포기하기로 했다.‘이혼하든 말든.’남초윤은 육지율에게 가까이 가더니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런데 지율 씨는 원하는 것이 뭐예요? 어차피 달지도 않은 수박일 텐데.”육지율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다.“달지 않으면 달지 않은 대로 먹으면 되죠! 달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요! 저는 원래 단거 안 좋아해요!”남초윤은 할 말이 없었다.“...”장은숙이 뒤에서 애타게 불렀다.“육 변호사
“잘 봐요! 나는 그 빈털터리가 아니라고요!”남초윤은 헤벌쭉 웃기만 했다.‘빈털터리이든 말든.’“잘생기면 된 거죠... 거기 잘생기신 분, 오늘 밤 재워드릴까요?”“...”남초윤은 가까이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저한테 카드 있어요!”남초윤은 가방 안에 있는 카드를 꺼내려고 물건을 모조리 꺼냈다.‘내 카드로 나를 재워주겠다고?’육지율은 화가 나 단호한 말투로 물었다.“아가씨, 진심이세요?”“진심이고 말고요. 저희 남편 돈 엄청 많아요. 하룻밤 재워주는 비용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을 거예요!”“...”육지율은 이가 빠질 정도로 바득바득 갈았다.“남. 초. 윤!”그는 마치 숨을 끊어놓을 듯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목을 꽉 잡았다.남초윤은 숨쉬기 어려운지 본능적으로 입을 벌렸다.‘나를 죽이려고 하는 건가?’남초윤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하지만 이때, 육지율은 고개를 숙여 자기 입술로 술 냄새가 풍기는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김성혁만 강제 키스를 할 줄 아는 것이 아니야! 내가 못 할 줄 알았어? 일부러 가만히 놔줬더니 정말 동의를 거쳐야 터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렇게 이 둘은 뒤엉켜 붙고 말았다.육지율이 제대로 힘을 쓰면 남초윤은 밑에 깔려서 울 수밖에 없었다.이때 육지율은 그녀의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더니 차갑게 말했다.“이름을 다시 잘 못 불렀다간 차에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요!”남초윤은 전혀 두렵지 않다는 표정으로 그의 넥타이를 힘껏 잡아당겼다.취기가 올라와 두려운 것이 없었다.‘누군데 이래. 그냥 술집 호스트인 주제에 겁도 없이! 죽을래?’남초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의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더니 말했다.“이봐요, 내가 경고하는데. 이 바닥에서 계속 지내고 싶다면 말을 잘 듣는 것이 좋을 거예요!”그러고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두드렸다.그리고... 블랙 카드를 꺼내더니 그의 얼굴에 던졌다!술만 취했지 멍청하지는 않았다.‘누가 잔대? 무슨 성병이 있는지도 모르는데!’남초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