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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은 서로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헤어지는 것은 한 사람의 일이에요. 상대방의 동의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런데 임신한 건 왜 일부러 계속 숨겼어요?”

“아이를 핑계로 억지로 이찬 씨 발목 잡고 싶지 않아요. 나도 한때는 이찬 씨와 정말 결혼하고 싶었죠. 순진하기도 하지... 이찬 씨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줄 알았으니까... 이찬 씨 마음속에 조유진이 얼마나 큰 존재인지도 모르고. 이찬 씨, 그거 알아요? 당신은 자면서까지 조유진 이름 부른다는 거? 이런 것까지 신경이 안 쓰이지는 않아요. 나는 이찬 씨 옆에만 있으면 만족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나도 생각보다 꽤 욕심이 있더라고요. 나 혼자 좋아하는 거 이제 못하겠어요.”

욕심이 많은 그녀는 사랑받기를 바랐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바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침대 머리맡에 앉아있는 심미경은 얼굴을 살짝 숙인 채 자기 기분을 최대한 감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서 어느새 그녀의 흐느낌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울고 싶지 않았다.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억울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그녀 혼자 강이찬을 좋아한 것일 뿐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강이찬은 그 자리에 선 채 그녀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 몸을 굽혀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미경 씨, 우리 결혼해요. 진짜로 결혼해요. 날짜는 변함없이 월말 그대로 해요. 나 꼭 아이와 미경 씨에게 좋은 가정 만들어 주고 싶어요. 나를... 나를 한 번만 더 믿어주면 안 될까요?”

그의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

심미경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코를 훌쩍이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찬 씨, 나와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그냥 내가 임신했기 때문에 그저 나 책임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거예요?”

‘그것도 아니면 그는 조유진의 그림자와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하지만 이 말을 그녀는 차마 물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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