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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마당에는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조윤미는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강이찬의 발 옆에 검은 우산을 놓고 당당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

“이만 가봐요. 미경이는 이찬 씨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는 강이찬의 시야마저 흐릿하게 했다.

그는 커튼이 닫힌 2층을 천천히 올려다보며 힘이 다 빠진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미경 씨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제 아이예요. 미경이 혼자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어요? 어머님, 제가 꼭 미경 씨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책임질 건데요? 미경이에게 양육비를 줄 거예요? 아니면 계속 대제주시로 데려가 이찬 씨 가사도우미로 쓸 거예요?”

조윤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

가사도우미라는 단어에 강이찬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저 한 번도 미경 씨를 가사도우미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러자 조윤미는 코웃음을 한 번 치더니 계속 말했다.

“그러면 우리 미경이 사랑해요? 미경이에게 듣기로는 이찬 씨가 먼저 고백했다고 들었어요. 맞나요?”

“네.”

먼저 고백한 건 사실이다.

처음에 강이찬이 심미경을 따라다녔고 지금 그녀에게 미안한 사람도 강이찬이었다.

“이찬 씨 집이 잘산다는 거 알아요. 대제주시에서 일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가 사는 이곳은 대제주시에 비하면 한없이 작아요. 미경이 아버지도 돌아갔고 우리 집안 형편도 그냥 그렇죠. 하지만 미경이도 우리 집안의 귀한 딸이에요! 우리가 아껴 먹고 아껴 써서 겨우 대학까지 보낸 이유가 갖은 수모를 견디며 누구 뒷바라지나 하라고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 미경이 바보 같아서 그저 잠시 데리고 노는 거라면 여기서 이럴 필요 없어요. 배 속의 아이를 없앨지 아니면 그냥 나을지는 이제 이찬 씨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조윤미가 독설을 퍼붓고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강이찬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조윤미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이찬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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