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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약속한 시간이 다 되면 그녀는 냉정한 마음으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다.

배현수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내가 왜 깜빡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가 너를 강요하고 있었는데...”

“현수 씨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오늘은 몸도 성치 않은 데 빨리 쉬세요.”

그녀는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었다. 배현수는 그런 잔잔함을 당장이라도 깨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녀는 평화로운 얼굴이 싫었다.

배현수가 조유진더러 선유 방에서 자라고 하자 그녀는 진짜로 베개를 들고 방을 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방문을 닫으면서 인사까지 했다.

“잘 자요.”

문이 닫히자 배현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가까스로 마음을 억누르고는 긴 다리를 들어 올려 방 안의 나무 책상을 힘껏 걷어찼다.

그가 침대 옆에 앉아 한창 열을 식히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송지연’이라는 세글자가 떠 있었다.

그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 송지연이 물었다.

“요즘 기분은 어때?”

“그냥 그래.”

대충 내뱉은 딱딱한 네 글자에 그의 기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했다.

확실히 많이 언짢은 게 분명했다.

“유진 씨와 또 싸웠어?”

“시리 알아?”

“시리?”

배현수는 피식 웃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시리는 물으면 바로 대답하잖아. 동문서답할 때도 많은데 어쨌든 대답은 하잖아. 조유진이 지금 딱 시리 같아. 내가 물으면 바로 대답하는 시리.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

그녀는 정말 기계같이 딱 하라는 만큼만 하고 있었다.

배현수가 주동적이면 그녀는 그에게 맞게 행동했고 배현수가 그러지 않으면 그녀도 별 움직임이 없었다.

송지연은 몇 초 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했다.

“그게 바로 가짜 친밀성이야. 네가 멈추면 이 관계는 끝나.”

하... 가짜 친밀성.

확실히 그들은 지금 친한 척만 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면 그녀도 확실히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했지만 이런 접근은 단지 육체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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