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처는 살이 뒤집힐 정도로 깊게 파여있었다.피범벅 된 상처를 보고 있자니 조유진은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한숨을 들이마시더니 재빨리 솜에 소독약을 묻혀 핀셋으로 상처를 닦았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배현수가 억지로 고통을 참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개 들어 쳐다보려고 했을 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두 눈을 막아버렸고 기다란 눈초리가 깜빡이면서 배현수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분명 비수에 찔린 것은 배현수였고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도 배현수였지만 정작 조유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지면서 핀셋을 쥐고 있던 손을 떨고 있었다.배현수는 그제야 그녀에게 피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말했다.“바로 거즈로 덮어.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마무리해달라고 하면 되니까.”조유진은 더는 억지를 부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배현수가 손을 거두었을 때 피범벅 된 상처가 눈앞에 보이자 또다시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래도 재빠르게 깨끗한 거즈로 상처를 한 겹 또 한 겹 감쌌다. 하지만 혼이 나갔는지 계속 거즈를 둘렀다.배현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더니 말했다.“나를 미라로 만들고 싶어?”“피가 또다시 흘러내릴까 봐서요.”그때 온정희가 조유진의 품에서 점점 체온을 잃어갔을 때도, 뒤통수에서 흐르던 따뜻하고도 진득한 피를 아무리 막아보려고 해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렇게 상처를 감싸고 난 뒤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어 거즈를 고정시키고는 휴지를 여러 장 빼내 차 안에 묻은 피를 닦았다.눈을 자극하든 피 흔적을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피 흔적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고집스레 닦고 있었다.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배현수는 가슴이 아파져 왔다....제일 병원 응급실.의사 선생님은 배현수 오른팔에 생긴 상처를 보더니 혀를 끌끌 찼다.“어떻게 된 거예요? 원수라도 만난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깊은 상처를 낼 수가 있죠? 인대마저 끊어졌어요. 이 팔을 들 수 있겠어요? 한번 들어보실래요?”배현수는
조유진은 배현수를 부축하고 의사 선생님 따라 상처 치료실로 들어갔다.의사 선생님이 상처를 치료하려고 하자 배현수가 갑자기 옆에 있던 조유진에게 말했다.“나가서 기다려.”이 상처는 그녀 대신 칼 맞아서 생겨난 상처이기 때문에 조유진이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맞았다.“정말 옆에 안 있어 줘도 돼요?”조유진은 살짝 허리를 숙이고 관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배현수는 마음이 사르륵 내려 녹는 느낌을 받았다.‘이따 피를 보고 쓰러지면, 봉합을 진행할 수나 있겠어?’상처 치료는 빨랐다.이때 배현수가 갑자기 말했다.“담배 좀 사다 줘. 오늘 집을 나서면서 담배를 안 챙겼어.”조유진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지금이 어느 때라고 담배 생각을 해요?”배현수는 놀란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더니 거짓말했다.“니코틴은 진통제 역할을 하기도 해.”“...”조유진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니코틴이 이런 작용을 하는지도 몰랐다.진짜인 줄 알고 그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상처 치료실을 떠나려고 하자 배현수가 갑자기 왼손으로 그녀를 덥석 잡았다.조유진이 물었다.“또 뭐 살 거 있어요?”“안전 조심해.”그렇게 한마디 당부했다.“네.”조유진이 떠나고, 의사 선생님은 과산화수소로 상처를 소독하면서 물었다.“아프세요?”배현수는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괜찮아요, 별로 아프지 않아요.”처음에는 아팠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한쪽 팔이 마비되어 아픈 줄 몰랐다.그리고 배현수는 원래 고통을 잘 참는 사람이었다.이때 의사 선생님이 심심풀이로 물었다.“와이프 분한테 담배를 사 오라고 한 건 정말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였어요?”배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설명했다.“유진이는 피 공포증이 있어 이런 거 못 봐요.”그래서 담배를 사 오라고 심부름시켰던 것이다.반 시간 뒤, 12바늘을 꿰매고 파상풍 주사도 맞았을 때 조유진이 담배를 사 들고 왔다.너무 급하게 걸어서인지 헐떡거리고 있었다.“부근을 다 뒤져서야 평소
조유진은 평소에 설명을 늘려놓는 것을 싫어했지만 오늘은 그래도 설명해보기로 했다.“그 뜻이 아니에요.”배현수가 자신을 위해 칼을 막아줬고 12바늘이나 꿰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잠깐깐 침묵을 지켰다.배현수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조유진은 진심으로 말했다.“며칠 더 늘려도 상관없어요. 상처가 나을 때까지 옆에 있어 줄 수 있어요.”배현수는 멈칫하더니 잘 못 들은 줄 알고 조유진을 쳐다보았다.“뭐라고?”“...”‘분명 다친 건 팔인데 왜 듣지를 못해?’조유진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못 들었으면 됐어요.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하죠.”‘괜히 오지랖을 피운 거지.’반 시간이 지나고, 조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수술 후에 조심해야 해는 부분이 있는지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고 올게요.”조유진이 의사 사무실로 향하려고 하자 옆에 앉아있던 배현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유진아.”배현수는 고개를 쳐들더니 불확실한지 웃을 듯 말 듯하면서 물었다.“내 상처가 나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 주겠다고 한 거, 진심이야?”‘아니면, 기분이 좋아지라고 그냥 해본 소린가?’조유진이 되물었다.“진심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진심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당연히 진심이었으면 하는 거지.”“그러면 누구보다 더 진심이었던 거로 하죠.”조유진은 이 한마디를 내뱉고 의사 사무실로 향했다.배현수는 앉아서 계속 이 한마디를 곱씹었다.그리고 거즈를 칭칭 감긴 오른팔을 보더니 12바늘이나 꿰맨 것이 갚지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상처, 보름이면 회복할 수 있다고? 정설혜 그 사람, 더 깊이 찔렀어야 했어.’정설혜를 떠올린 배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까 쇼핑몰에서는 급히 조유진을 피신시키느라고 아직 정설혜를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다.그가 왼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서정호한테 전화하려고 했을 때 육지율이 카톡을 보내왔다.「자식, 멋있는 척은 다 했네. 조유진 감동하였겠는데?」육지율이 인터넷에서 돌아
“조햇살은 연예계에서 퇴출하라!”“이보세요, 조햇살은 연예계 데뷔도 안 했어요. 연예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퇴출이에요!”“그러면 틱톡 계정을 아예 없애버려야 해요! 아무나 인터넷 가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사람이 기본은 갖춰야죠! 행동이 올바르지 못한 것들은 아예 매장해 버려야 한다니까요!”...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누리꾼들을 본 배현수는 댓글 창을 나왔다.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욕하든 상관없었다. 인생에서 자주 스치는 사람들조차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는데 하물며 일면식도 없는 네티즌들의 말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다만 그들이 7년 전 조유진이 위증한 일을 또 들춰내 기사화하면 또 한 번 피바람이 불까 봐 그게 조금 걱정될 뿐이었다.이 사회는 결국 남자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사회이다.여자가 잘못한 것은 남자들이 잘못한 것보다 대중들에게 용서받기 훨씬 더 어렵다.당사자인 배현수가 일찌감치 조유진을 용서했다 하더라도 전혀 일면식이 없는 대중들은 다시 조유진을 도마 위에 올려 재미를 보려 할 것이다. 이때 육지율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영상을 보니 피가 많이 난 것 같네? 다음에 과일 바구니와 영양제 좀 챙겨서 환자 보러 갈게. 솔직히 정설혜가 뭘 좀 모르네. 칼을 바로 너의 가슴을 찔렀어야지. 그래서 네가 한 열흘쯤 혼수상태에 빠지면 혹시 알아? 조유진이 감동해서 너와 결혼하겠다고 할지.」그의 문자에 배현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답장했다.「내가 그렇게 죽기를 바라면 직접 한 번 찔러보시지 그래?」「내가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 너를 찔렀다가는 변호사 자격증도 다시 반납해야 할 수 있는데. 내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야.」그 말에 배현수는 일부러 육지율의 약을 올렸다.「몸으로 칼을 대신 맞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어떤 사람은 당장 죽는다고 해도 아마 아무도 보러오지 않을걸?」「너... 너 지금 누구 얘기하는 거야?」그의 물음에 배현수는 두 글자만 보냈다.「짐승.」육지율은 기가 막혀 더 이상 답장을
“이제 10월이 다 돼 가고 날씨도 별로 덥지도 않아서 운동만 안 하면 보름 동안 샤워 안 해도 되지 않아요? 몸만 좀 닦고 하면 별로 더러울 거 없을 것 같은데.”조유진은 그저 생각하는 대로 객관적인 사실을 그에게 말했다.하지만 배현수는 전혀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상처에 물이 묻을지언정 보름 동안 샤워하지 않는 것은 절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름은 고사하고 이틀 동안 목욕하지 않아도 배현수는 견디지 못했다.그는 단단히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해, 샤워 못 하는 건 안 돼.”“좀 참아요...”“못 참아.”조유진은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병원을 나선 배현수는 서정호에게 다른 차를 몰고 오라고 했다.배현수는 정장 바지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내 서정호에게 던지며 말했다.“저 차 좀 서비스 센터에 몰고 가서 세차 좀 해줘”차 열쇠를 건네받은 서정호는 미처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되레 그에게 한마디 했다.“배 대표님, 저 차 그저께 금방 세차했어요.”“차 안이 더러워졌어. 차 시트에 피가 묻었어.”순간 서정호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배 대표님, 조유진 씨와 같이 있을 때 조심 좀 하시죠. 젖 먹던 힘까지 다 끌어내면 건강에 좋지 않아요...”배현수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내 팔에 난 상처 때문에 피가 나서 시트에 묻은 거라고!”“아!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네요!”서정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차 키를 들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빨리 가지 않으면 배현수의 성격상 바로 가까이 걸어와서 발로 찰 것이 분명했다. 옆에 있던 조유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서정호 씨가 이렇게 점잖지 못한 사람이었어요?”그녀의 기억 속에 서정호는 명문대를 졸업한 젠틀하고 공손한 사람으로 조금 전과 같은 말들을 쉽게 입에 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배현수는 새 차 열쇠를 들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차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이상해? 남자들 원래
알림음은 차 안에서 끊임없이 계속 울렸다. 조수석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운이 안 좋을 때는 경찰 아저씨에게 잡혀 한바탕 교육을 들어야 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한 조유진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배현수에게 안전벨트를 매 주기 위해 몸을 숙였다.그녀는 배현수처럼 다리와 손이 길지 않아 안전벨트까지 손이 닿는 데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제 막 손이 안전벨트에 거의 다다르려 할 때 배현수는 갑자기 한쪽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그녀의 가녀린 몸을 조수석으로 끌어당겼다. 순간 그의 품에 안긴 조유진은 미처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입술이 그에게 막혀버렸다.맞닿은 코 사이로 그의 시원한 남자 향수 냄새가 은은한 담배 냄새와 섞여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역겹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손목 마디가 뚜렷한 배현수의 큰 손이 그녀의 허리춤에서 점점 올라오더니 그녀의 풍성한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며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마구잡이로 키스를 퍼부었다.조유진의 두 팔은 그의 다리에 강제로 눌려 있었다. 그녀의 하반신은 아직 운전석에 있었지만 상반신은 이미 배현수에게 이끌려 조수석까지 왔다. 그녀는 매우 불편한 자세로 배현수에게 이끌려 키스하고 있었다. 배현수도 그걸 느꼈는지 왼팔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 살짝 안은 뒤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 통째로 조수석으로 옮겼다.그의 품에 안긴 조유진은 그를 밀쳐내고 싶었다. 이 남자는 분명 한쪽 팔을 못 쓰고 있었음에도, 조금 전만 해도 안전벨트조차 스스로 채우지 못할 정도로 나약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뒤통수를 꽉 잡고 있어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외출하기 전 파록세틴 알약 두 알을 미리 삼킨 그녀는 이 순간 너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이런 친근한 스킨십을 절대 감당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혀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의 키스에 조유진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배현수는 사실 차 안에서 그녀와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앞 유리
조유진이 하는 것과 배현수가 하는 것, 차이가 있긴 할까? 순간 조유진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방금 의사가 한 말이 계속 생각났다.“조금 전 남편이요. 성격이 좀 오만하고 고집이 있어 보여서 뭐라 말은 못 했지만 팔에 난 상처를 아내분도 보셨을 거예요. 너무 깊게 난 상처라 어쩌면 나중에 작은 장애가 생길 수도 있어요. 농담 아닙니다. 절대 허투루 들으시면 안 돼요. 상처가 회복되더라도 1년 안에 무거운 물건은 안 드는 게 좋아요. 팔의 근육과 뼈가 좀 많이 다쳐서 오랫동안 치료해야 합니다.”배현수처럼 오만한 사람은 돈 한 푼 없을 때도 그는 몸뚱어리 하나로 버텨냈고 아무도 그를 쉽게 넘어뜨릴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단단한 강철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오른팔에 앞으로 진짜 장애가 있게 되면 행동이 서툴어질 수도 있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유진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목을 껴안았고 눈시울은 점점 붉게 물들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조금 전 그가 듣기 싫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배현수는 왼쪽 손가락으로 그녀의 살짝 붉어진 눈가를 쓰다듬으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왜 울어? 싫으면 뽀뽀 안 하고 잠깐 안고 있어도 돼. 응?”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유진은 그의 목을 껴안고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다친 오른팔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목을 껴안았던 그녀의 두 팔은 점점 위로 올라가 그의 얼굴을 감쌌다.조유진이 위에 배현수가 아래에 있었고 그의 흩어진 긴 머리카락은 그녀의 움직임과 함께 아래로 축 흘러내렸다. 큰 웨이브 펌을 한 그녀의 머릿결은 매우 부드러웠다.배현수는 손을 뻗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의 손바닥에 닿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비단결같이 느껴졌다.조유진은 어색한지 키스하다가도 가끔 그의 입술에 이를 부딪쳤다.그는 입술이 조금 아팠지만 이 작은 통증은 그녀와 더 깊은 키스를 나누고 싶다는 생
강이진은 안승호를 보며 말했다.“저 위스키는 네가 계산해!”“저 쩨쩨한 꼴 좀 보게나!”“만약 우리 오빠가 진짜로 원주에서 그 여자를 데려온다면 내 생활도 힘들어질 거야. 오늘 밤의 드래곤 세트는 내 마지막 즐거움이야.”안승호는 동정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순간, 주머니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아니, 내 지갑 못 봤어?”강이진은 다리를 흔들며 물었다.“네 지갑이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정말 못 찾겠으면 CCTV를 확인해 보던가!”“아오, 정말 짜증 나.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다 그 안에 있는데. 내가 일단 여기 매니저 찾아서 CCTV 확인하고 올게.”안승호는 매니저를 찾으러 돌아다니며 혼자 중얼거렸다.“CCTV가 있으니 다행이지 안 그러면 삼일이 아니라 삼 년이 지나도 못 찾겠네.”강이진은 그런 안승호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더니 금빛 칵테일을 들고 한 모금 들이켰다. 순간 그녀는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CCTV...”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천장에 있는 카메라를 찾았다.이런 CCTV는 정말 사각지대가 없이 사람을 완전히 다 찍을 수 있을까?1년 전, 그 낡고 작은 요양원에서... 그녀는 자기가 찍혔는지 아닌지 잘 몰랐다.하지만 이 일은 이미 1년이나 지났고 현수 오빠가 그녀를 찾아와 따지지 않은 걸 보면 분명 발견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만약 찍히기라도 했다면... 이런 공공장소의 CCTV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을까?순간 강이진은 심장이 심하게 요동쳤고 등 뒤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얼굴을 힘껏 문지르며 마음속으로 되새겼다.교외에 있는 그 요양원은 낡고 낡아서 카메라가 몇 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안정희와 다투고 있었던 그곳은 작은 숲이라 그렇게 구석진 곳까지 절대 카메라가 있을 리가 없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지갑을 찾은 안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