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로 변신한 나의 아내의 모든 챕터: 챕터 581 - 챕터 590

1102 챕터

제581화

이유희는 신효정을 안고 차에 태웠다. 정연이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고 관해 정원을 떠났다.차 안에서 신효정을 안고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는 이유희는 마음이 아프고 씁쓸했다.오늘 밤 신경주를 찾아 술을 마시려고 관해 정원으로 간 것이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이런 떠들썩거리는 현장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이유희는 영이가 고통스럽게 말한 말들과 신효정의 팔에 있는 끔찍한 흉터를 떠올렸다. 그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몸에 피가 날카로운 칼날로 되어 가슴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아픔이 느껴졌다.이런 강한 아픔은 처음으로 느껴봤다.구아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도 가슴이 아팠었다. 하지만 그런 아픔은 지금 이 순간과 비교할 수 없었다.이유희는 숨을 깊이 내쉬고 날카로운 턱을 소녀의 머리에 기대었다. 그리고 분노로 빨갛게 충혈된 눈을 천천히 감았다.‘프리지아, 내가 평생 지켜줄게. 나 이유희는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야.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게.’“도련님, 저희…… 이제 어디로 갈까요?”정연이 백미러를 통해 이유희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이유희는 그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신효린 앞에서 신효정을 데려가겠다고 말했지만, 다 큰 소녀를 집으로 데려갈 수는 없었다.‘신경주가 알면, 날 죽이겠지?’“프리지아, 둘째 오빠에게 데려다줄게. 아니면 새언니에게 데려다줄 테니, 오늘 밤 거기서 잘래?”이유희는 눈을 내리깔고 다정하게 물었다.그러나 신효정은 고통스러워 눈썹을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왼쪽 귀를 가린 채 대답하지 않았다.“효정아, 효정아?”이유희가 몇 번 더 불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귀를 막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중얼거리기만 했다.“아파…… 아파…….”“어디가 아파?”신효정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얼굴에는 여전히 신효린이 때린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눈물에 젖어 초롱초롱하고 반짝이는 눈과 마주치자 이유희는 가슴이 설레었다.“유희 오빠…… 미안해요…… 저한테 말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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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아람은 고요한 분위기를 참지 못했다. 눈썹을 찌푸리더니 할아버지 앞에서 경주를 명령했다.“뭘 봐, 얼마나 다쳤는지 몰라? 빨리 옷을 벗어!”“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경주는 망설이며 물었다.“왜? 상남자가 뭐가 두려워? 네 몸에는 다른 남자가 없는 것이 있어? 아니면 다른 남자가 있는 것이 너에게 없는 거야?”경주가 머뭇거리자 아람은 점점 짜증이 났다.옆에서 듣고 있던 한무는 소름이 돋았다.‘사모님의 말이 너무 야…… 아니, 너무 빠르네. 예전에 사모님이 사장님에게 말할 때 다정하고 부드럽게 소곤거렸는데, 지금은 말에 가시가 돋쳤네.’경주는 창백하지만 준수한 얼굴을 들고 다정하게 아람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그 뜻이 아니라…… 약을 바르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필요가 없어.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충분해.”아람은 눈을 부릅뜨더니 짜증을 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뻔뻔한 문파가 있다면 신경주가 바로 그 문파의 창시자겠네!’“에헴……. 경주 말이 맞아. 우리가 여기서 걱정해도 아무 도움도 안 돼. 호 선생과 소아만 있어. 소아가 의술을 알아서 호 의사에게 도움이 될 거야. 우리는 이만 나가자!”눈치가 빠른 신남준은 경주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맞아요. 소아도 의술을 알아요. 요 며칠 계속 제 곁에서 돌봐주었거든요.”경주는 아람을 깊이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호 선생님은 약을 두고 먼저 퇴근하세요. 아람이만 있으면 돼요.”사람들은 저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바라보았다.‘짜증 나, 때리고 싶네!’결국 사람들은 모두 나가버렸고, 아람과 경주만 남았다.방은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옷 벗어.”아람은 심호흡을 하더니 냉정하게 명령했다.“그래.”경주는 얌전하게 아무 말 없이 옷을 벗었다.채찍에 맞아 찢어진 셔츠를 벗으려 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너무 커서 등에 난 상처를 건드렸다. 통증이 느껴진 그는 나지막하게 소리를 질렀다.사실 많은 전쟁과 어려움을 겪은 군인인 그에게 이 정도 통증은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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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갑자기 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아람이 다시 한번 그에게 알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을 주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가 의료 키트에서 호 의사가 남긴 소독약과 연고를 꺼내 능숙하게 그의 상처를 처리했다.“아람아.”경주는 그녀를 부드럽게 불렀다.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색을 했다. 경고하듯 손놀림의 힘도 세졌다.경주는 아픔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지만 여전히 말을 이어갔다.“아람아, 너를 보면 누군가가 생각이 나. 나의 옛 지인.”아람은 그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처리해 주며 무심코 물었다.“누구?”“몰라.”“모른다고? 왜 몰라.”“그러게. 왜 모르지. 그냥 모르겠어.”경주는 얼굴을 옆으로 하고 엎드려 있었다. 아득한 기억에 사로잡힌 듯 눈을 반짝이며 창밖의 달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의연하고 고집스러웠던 가냘픈 모습이 떠올랐다.“내가 위해 부대에 입대했을 때 전쟁터에서 그 여인을 알게 되었어.”의료용 솜을 집고 있던 아람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방이 너무 고요해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이상한 반응을 하여 정체가 드러날까 봐 걱정했다.다행히 경주는 아람을 등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허점투성이 표정을 볼 수 없었다.“그때 우리 팀은 성공할 수 없는 미션을 받았어. L 국의 테러 조직에 갇힌 인질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해 안전 지역으로 옮긴 후 D 국의 대사관으로 호송해야 했어. 우리 대원 수는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많은 탄약과 무기를 가진 테러 조직을 상대하는 것은, 사실상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 당시 나는 아무런 욕심도, 걱정도 없었어. 그래서 살아서 돌아올 생각도 하지 않았어.”경주는 자조 섞인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비둘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를 수용소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격려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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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아람은 입을 살짝 벌렸다. 가슴이 쿵쾅거리더니 잠시 멍한 채로 굳어졌다.그해 전쟁에서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겪은 고통은 오직 자신만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주도 잊지 않았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심지어 그녀를 향한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다.다른 여자라면, 경주의 능력으로는 바로 찾았을 것이다.아쉽게도 그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 찾던 ‘비둘기’는 그와 결혼했던 백소아이자 구씨 가문의 아가씨이다.아람은 L 국에서 경주와 작별을 고한 후 모든 행적을 지웠다. 구만복이 그녀의 행방을 찾고 해문으로 데려갈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국경 없는 의사를 할 때 거짓 신분과 거짓 이름을 사용했었다.기발하고 똑똑한 그녀는 경주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찾지 못할 것이다.“아람아, 왜 말이 없어? 내 말투가…… 많이 심했어?”경주는 그녀가 다시 침묵한 것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부드럽게 말했다.“미안해. 혼낼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내 태도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야. 비둘기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나는 정말 그녀에게 나쁜 의도가 없어!”이 말을 듣자 아람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 당시 김은주와의 사랑이 뜨거웠잖아. 김은주와 함께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싸우고, 심지어 굶으면서 의기소침했어. 그때 네가 어떻게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겠어. 목숨을 구해준 비둘기조차도 여자로 보이지 않았겠지.”귀에 거슬리고 가시가 돋친 말들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경주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자 아람은 놀라서 낮게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경주의 눈빛은 그녀와 뜨겁게 얽혀 있었다.아람은 숨이 막혔다. 손에 쥐고 있던 솜이 떨어지는 김에 경주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너무 세게 잡아서 다섯 손가락이 서서히 빨갛게 달아올랐다.“신경주! 너, 너 뭐 하는 거야……. 아파!”“구아람, 내가 예전에 잘못한 게 너무 많아. 나도 후회되고 뉘우치고 있고, 너에게 속죄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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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아람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귀가 빨개졌다. 손을 떼는 것조차 잊어버렸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헛소리를 너무 많이 했어. 한 번만 봐줘. 응?”경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의 촉촉한 눈을 바라보며 진신 어린 사과를 했다.‘세상에! 이게 성주에서 위엄 있는 신 사장님이 맞아? 그룹의 사람들을 부들부들 떨게 하는 위풍당당한 신 사장님이 맞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놀라서 쓰러지겠네!’“켁켁…….”귀 끝이 빨개진 아람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용서한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눈을 내리깔고 앞에 무릎을 꿇은 강하고 아름다운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오늘 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찌질이처럼 아버지에게 맞고만 있었어?”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화가 치밀러 오르자 참지 못하고 그의 이마를 찌르며 사납게 말했다.“너 서른 살이야. 반격을 못하면 저항도 못해? 아버지와 부자지간이야, 아니면 노예와 주인이야?”“마음 아팠어?”경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넌 내 목숨을 구해줬어. 내 환자이기도 해. 의사로서 네 건강을 관심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아람은 억지로 우겼다.“그래서 마음이 아팠네.”경주가 부드럽게 웃는 모습은 뼛속까지 다정했다.“네가 걱정해 준 대가로 한 대 맞았으니, 이득 봤네.”“뭐?”아람은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이놈이 병원에 가봐야겠네. 머리에 문제 생긴 거 아니야?’……한편.이유희는 가장 빠른 속도로 신효정을 가장 가까운 병원에 데려갔다.차에서 내려 의사를 만날 때까지 신효정을 꼭 껴안았다. 그의 눈은 붉게 물들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항상 사회를 거닐고 산이 무너지기 전에도 침착하던 이유희는 처음으로 여자 때문에 겁을 먹었다.정연은 그의 뒤를 따랐다. 이유희의 바위처럼 팽팽한 등을 보자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 소녀는 정말 천사네. 무자비하고 매정한 도련님에게 정과 사랑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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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이유희의 화는 소용이 있었다.10분 후, 그는 신효정을 안고 이비인후과로 갔다.의사는 전전긍긍하며 그녀를 진찰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유희와 정연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선생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이유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외부 충격으로 인한 고막 천공입니다.”의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이런 상황의 환자를 일주일에 몇 명씩 접합니다. 대부분 뺨을 맞아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심각한 경우 이명과 같은 후유증이 평생 남을 수 있습니다.”이유희와 정연은 충격을 받았다. 후유증이 평생 남을 거라는 말을 들자 가슴이 내려앉았다.“그, 그럼 선생님, 완치할 수 있나요?”정연은 급히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친언니처럼 신효정을 걱정해 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의 고막 천공이 크지 않아요. 게다가 두 분이 제때 병원으로 데려와서 아마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엄숙하게 말했다.“아마?”“아, 아니, 무조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수술하고 약을 제때에 바르면 됩니다. 회복 기간 동안 무리하거나 귀가 젖지 않는 한 반드시 완치됩니다!”의사는 이유희의 눈빛을 보고 겁을 먹었다. 그래서 감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그래야죠.”이유희는 신효정의 앞에 서서 떨고 있는 그녀의 작은 몸을 팔고 감싸 안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의사를 보았다.“그렇지 않으면 오늘이 이번 생에서의 마지막 내진일 겁니다.”의사는 고분고분 머리를 끄덕였다.이유희는 몸을 숙여 신효정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녀가 다치지 않은 오른쪽 귀에 입술을 대고 부드럽게 안심시켰다.“걱정 마, 유희 오빠가 있으니 괜찮아. 반드시 무사히 둘째 오빠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줄게.”정연은 이 애매하고 따뜻한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항상 차갑고 무덤덤했던 여자 경호원의 눈이 살짝 붉어졌다.“유희 오빠…… 방금 들었는데, 제가 수술을 받아요?”신효정은 조금 적응해서 어렴풋이 단어의 일부분을 들을 수 있었다.겁에 질린 그녀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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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구아람이 신경주에게 약을 다 바르자마자 서 비서가 들어왔다.“도련님,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좋아요. 아람이 덕분입니다.”말을 하면서 경주는 아람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아람은 옆으로 피했다.‘한없이 냉정하던 남자가 지금은 왜 틈만 나면 끼를 부리는 거야. 점점 느끼해지네.’“구아람 씨, 정말 감사합니다.”비서가 허리를 숙여 아람에게 인사를 하려는데, 그녀는 재빠르게 다가가 두 손으로 일으켜 세웠다.“아저씨, 너무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구아람 씨, 우리 도련님에게…… 여전히 잘해주시네요.”서 비서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을 엮어주고 싶었다.“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신 사장님을 챙겨주는 건, 신 사장님의 할아버지가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아람은 담담하게 웃었다.“제가 하는 모든 일은 할아버지를 위한 것입니다.”서 비서는 무안해하며 웃었다. 반면 경주는 달게 여기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가시가 박힌 말만 하는 아람이 익숙해졌다.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몸과 입술은 항상 성실했다.“도련님, 괜찮으시면 저랑 서재로 가요. 신 선생께서 할 말씀이 있다네요.”경주는 잠시 멍해졌다.“알겠어요.”그리고 아람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좀만 기다려. 금방 갔다 올게.”“흥, 누가 널 기다린대? 지금 갈 거야, 안녕!”아람은 도도하게 턱을 살짝 치켜들고 경주를 스쳐 지나갔다.마음이 급해난 경주는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꼭 다물고 아람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이 장면을 본 서 비서는 경주의 영혼이 아람을 따라가는 것 같았다. 뜨거운 눈빛은 아람의 몸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고 기뻐하면서도 아쉬워했다.“아저씨, 지금의 저의 모습이 우습지 않아요?”경주는 자조 섞인 쓴웃음을 지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 비서를 가족처럼 여겼기에 대놓고 말했다.“그렇지 않아요, 도련님.”서 비서의 눈빛에는 어른의 온화함이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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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서재에서.신남준은 소파에 앉아 경주에게 뜨거운 물 한 컵을 부어 직접 가져다주었다.“할아버지, 고마워요.”경주는 급히 두 손으로 컵을 받았다. 우아하고 위엄이 넘친 그에게 허약하고 병약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오른손으로 잔을 들고 왼손으로 잔의 바닥을 잡고 우아한 태도로 차를 마시며 고귀한 신사의 매너를 보여주었다.“경주야, 많이 아파?”신남준은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요. 모두 경상이에요.”사실 옛 상처까지 건드려 혈기가 쇠약해졌다. 하지만 경주는 아픔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손자가 그렇게 허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군대도 다녀온 사람인데.”“허약하지 않는 사람이 왜 저항하지 않았어? 분명 진주 그 여우가 사주하여 아버지가 널 때린 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그 채찍을 빼앗아 진주의 얼굴에 던지지 그래!”신남준은 화를 내며 불평을 털어놓았다.이번에 경주를 불러 묻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것이다.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잔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지난 후 신남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얘야, 너는 내 손자야, 우리 신씨 가문의 핏줄이야. 지금까지도 신씨 가문에 빚진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얇은 입술을 힘겹게 다물었다.다섯 살 때, 그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더러운 악취가 진동하는 빈민가에서 괴롭힘을 당해 살기 어려웠다.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날 밤, 고급 차 한 대가 그의 어두운 세계로 거세게 침입했다.낡은 단층집에는 비바람이 샜다. 장식인 듯한 다락문은 열쇠가 없어도 밖의 사람들이 쉽게 밀어서 열 수 있었다.어린 경주는 침대 옆에 앉아 거의 삼키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당시 신광구는 젊고 잘생겼다. 그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양복을 입고, 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은 Y 국 수제 가죽 구두를 신고 들어왔다.어린 경주는 신처럼 나타난 이 남자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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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경주의 깊고 우울한 눈은 반짝거렸다.“제 한계 내에서 참을 만큼 참았어요. 하지만 이번 한 번뿐입니다. 다음번에는 절대 참지 않을 겁니다.”신남준의 마음은 씁쓸했다. 건드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머릿속에 생생하여 고단한 얼굴에는 슬픔의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너무 거침없이 말했어요. 할아버지의 슬픈 일을 꺼내지 말아야 했어요.”경주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따뜻한 손으로 신남준의 거칠고 메마른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그 일만 아니었다면 할아버지가 선호하는 후계자는 당연히 형이었을 거예요. 형은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고, 할아버지가 가장 기대하는 손자이니까요.”“경주야…….”“할아버지, 저는 형과 할아버지에게 신세를 졌어요.”울컥한 경주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저를 진심으로 아끼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어렸을 때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에요. 다른 건, 제가 바랄 자격이 없어요.”“경주야, 할아버지 얘기를 들어 봐!”신남준은 낮은 포효를 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경주의 어깨를 잡았다. 그와 마주친 두 눈은 반짝거렸다.“할아버지 눈에는 너희는 모두 내 손자야. 난 너희를 똑같이 아끼고 사랑해. 방금 네가 한 말은 못 들은 척할게. 다시 한번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네 형이 무사하게 돌아와도, 그런 일이 모두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너를 그룹의 후계자로 선택했을 거야.”“할아버지…….”경주는 깜짝 놀랐다.“신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널 지지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할아버지가 널 응원하고 지지해 줄게!”……문밖에서 구아람은 엿듣고 있었다.그녀는 거의 온몸을 문에 대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열심히 들었다.청력이 좋지만, 별장의 문이 감동스러울 만큼 방음 효과가 좋았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들을 수 없었다.경주의 목소리는 모기와 같았다. 그러나 기력이 넘치는 신남준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신경주의 형? 그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매우 심각한 것 같은데…….”아람이 신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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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서서히 열이 오르는 경주와 아람의 몸은 단단히 밀착되어 있었다.그들은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걸렸다는 것을 깨달은 아람은 부끄럽고 짜증이 나 귀 끝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빨개졌다. 그녀는 경주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다.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핏줄이 팽팽한 큰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 그녀의 허리춤에서 가장 얇고 부드러운 곳을 잡았다.“대답해, 응?”“나, 나는 할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드리러 왔어, 누가 비밀을 엿들었대! 놔, 이제 갈 거야!”아람은 얼굴을 붉히며 허리를 비틀었다.경주는 눈 깜짝하지 않고 아람을 쳐다보았다. 마음속은 가벼운 깃털이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얼굴을 붉히며 열심히 변명하는 아람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보면 볼수록 눈을 떼어낼 수 없었고, 볼수록 사랑스러웠다.“비밀이 없어.”경주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어?”아람은 눈을 부릅떴다.“너에게 비밀이 없어.”경주는 갑자기 몸을 숙여 뜨거운 입김이 나오는 얇은 입술을 그녀의 촉촉한 입술로 다가갔다. 하마터면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주체하지 못했다.“네가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대답해 줄게. 네가 듣고 싶으면, 나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줄게.”“좋아, 그럼 알려줘, 형과 무슨 일이 있었어?”아람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경주는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쯧, 역시 남자들의 말은 믿으면 안 돼.”아람은 조롱하듯 코웃음을 쳤다.“방금 한 말들은 다 헛소리지?”“일이 끝나면 적당한 때를 찾아서 얘기해줄게. 오늘은 네가 피곤하니 돌아가서 쉬어.”경주는 그녀가 방심하지 않는 틈을 타서 이마에 부드럽고 절제된 키스를 했다.그 순간 아람의 호흡이 흐트러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아람아, 잘 자.”……만월교 별장 밖.오늘 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자 아람은 서둘러 떠났다. 임수해는 그녀가 추울까 봐 데리러 올 때 두툼한 패딩을 가져왔다.한참을 기다리자 추위에 발이 마비되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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