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서.신남준은 소파에 앉아 경주에게 뜨거운 물 한 컵을 부어 직접 가져다주었다.“할아버지, 고마워요.”경주는 급히 두 손으로 컵을 받았다. 우아하고 위엄이 넘친 그에게 허약하고 병약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오른손으로 잔을 들고 왼손으로 잔의 바닥을 잡고 우아한 태도로 차를 마시며 고귀한 신사의 매너를 보여주었다.“경주야, 많이 아파?”신남준은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요. 모두 경상이에요.”사실 옛 상처까지 건드려 혈기가 쇠약해졌다. 하지만 경주는 아픔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손자가 그렇게 허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군대도 다녀온 사람인데.”“허약하지 않는 사람이 왜 저항하지 않았어? 분명 진주 그 여우가 사주하여 아버지가 널 때린 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그 채찍을 빼앗아 진주의 얼굴에 던지지 그래!”신남준은 화를 내며 불평을 털어놓았다.이번에 경주를 불러 묻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것이다.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잔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지난 후 신남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얘야, 너는 내 손자야, 우리 신씨 가문의 핏줄이야. 지금까지도 신씨 가문에 빚진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얇은 입술을 힘겹게 다물었다.다섯 살 때, 그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더러운 악취가 진동하는 빈민가에서 괴롭힘을 당해 살기 어려웠다.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날 밤, 고급 차 한 대가 그의 어두운 세계로 거세게 침입했다.낡은 단층집에는 비바람이 샜다. 장식인 듯한 다락문은 열쇠가 없어도 밖의 사람들이 쉽게 밀어서 열 수 있었다.어린 경주는 침대 옆에 앉아 거의 삼키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당시 신광구는 젊고 잘생겼다. 그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양복을 입고, 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은 Y 국 수제 가죽 구두를 신고 들어왔다.어린 경주는 신처럼 나타난 이 남자를 보고
경주의 깊고 우울한 눈은 반짝거렸다.“제 한계 내에서 참을 만큼 참았어요. 하지만 이번 한 번뿐입니다. 다음번에는 절대 참지 않을 겁니다.”신남준의 마음은 씁쓸했다. 건드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머릿속에 생생하여 고단한 얼굴에는 슬픔의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너무 거침없이 말했어요. 할아버지의 슬픈 일을 꺼내지 말아야 했어요.”경주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따뜻한 손으로 신남준의 거칠고 메마른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그 일만 아니었다면 할아버지가 선호하는 후계자는 당연히 형이었을 거예요. 형은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고, 할아버지가 가장 기대하는 손자이니까요.”“경주야…….”“할아버지, 저는 형과 할아버지에게 신세를 졌어요.”울컥한 경주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저를 진심으로 아끼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어렸을 때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에요. 다른 건, 제가 바랄 자격이 없어요.”“경주야, 할아버지 얘기를 들어 봐!”신남준은 낮은 포효를 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경주의 어깨를 잡았다. 그와 마주친 두 눈은 반짝거렸다.“할아버지 눈에는 너희는 모두 내 손자야. 난 너희를 똑같이 아끼고 사랑해. 방금 네가 한 말은 못 들은 척할게. 다시 한번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네 형이 무사하게 돌아와도, 그런 일이 모두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너를 그룹의 후계자로 선택했을 거야.”“할아버지…….”경주는 깜짝 놀랐다.“신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널 지지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할아버지가 널 응원하고 지지해 줄게!”……문밖에서 구아람은 엿듣고 있었다.그녀는 거의 온몸을 문에 대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열심히 들었다.청력이 좋지만, 별장의 문이 감동스러울 만큼 방음 효과가 좋았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들을 수 없었다.경주의 목소리는 모기와 같았다. 그러나 기력이 넘치는 신남준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신경주의 형? 그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매우 심각한 것 같은데…….”아람이 신씨 가
서서히 열이 오르는 경주와 아람의 몸은 단단히 밀착되어 있었다.그들은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걸렸다는 것을 깨달은 아람은 부끄럽고 짜증이 나 귀 끝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빨개졌다. 그녀는 경주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다.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핏줄이 팽팽한 큰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 그녀의 허리춤에서 가장 얇고 부드러운 곳을 잡았다.“대답해, 응?”“나, 나는 할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드리러 왔어, 누가 비밀을 엿들었대! 놔, 이제 갈 거야!”아람은 얼굴을 붉히며 허리를 비틀었다.경주는 눈 깜짝하지 않고 아람을 쳐다보았다. 마음속은 가벼운 깃털이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얼굴을 붉히며 열심히 변명하는 아람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보면 볼수록 눈을 떼어낼 수 없었고, 볼수록 사랑스러웠다.“비밀이 없어.”경주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어?”아람은 눈을 부릅떴다.“너에게 비밀이 없어.”경주는 갑자기 몸을 숙여 뜨거운 입김이 나오는 얇은 입술을 그녀의 촉촉한 입술로 다가갔다. 하마터면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주체하지 못했다.“네가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대답해 줄게. 네가 듣고 싶으면, 나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줄게.”“좋아, 그럼 알려줘, 형과 무슨 일이 있었어?”아람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경주는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쯧, 역시 남자들의 말은 믿으면 안 돼.”아람은 조롱하듯 코웃음을 쳤다.“방금 한 말들은 다 헛소리지?”“일이 끝나면 적당한 때를 찾아서 얘기해줄게. 오늘은 네가 피곤하니 돌아가서 쉬어.”경주는 그녀가 방심하지 않는 틈을 타서 이마에 부드럽고 절제된 키스를 했다.그 순간 아람의 호흡이 흐트러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아람아, 잘 자.”……만월교 별장 밖.오늘 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자 아람은 서둘러 떠났다. 임수해는 그녀가 추울까 봐 데리러 올 때 두툼한 패딩을 가져왔다.한참을 기다리자 추위에 발이 마비되었다. 그
고막 수술은 예약을 잡아야 했다. 하지만 이유희가 정말 병원을 클럽으로 만들까 봐 두려워 다음날 아침 일찍 신효정을 수술실로 보냈다.이유희는 어젯밤 잠을 자지 않았다. 아침 식사까지 거르며 복도에 서서 씁쓸하게 지켰다.사장이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자 정연은 부하로서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지난 10년 동안 이 아름답고 섹시한 여인은 이유희의 그림자이자 비밀 호위처럼 살아왔다. 바람둥이인 이유희는 여자 친구를 옷 갈아입듯 바꾸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바꾸지 않은 것이 바로 여비서였다.매번 중요한 행사에 참석할 때 여성 동반자가 필요하면, 그는 다른 여성이 아닌 정연과 함께 간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매번 다가와서 아첨을 했다.“이 도련님, 여자 친구가 정말 미인이네요. 너무 잘 어울려요!”이유희는 매번 해명하기 귀찮아서 크게 웃곤 한다.“보는 눈이 있네!”그러나 정연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이유희와의 사이는 물처럼 깨끗하여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그녀는 이유희를 잘 안다. 아무리 풍류스러운 사람이라도 여자를 만날 때 처음부터 명확하게 말했다.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혼하더라도 네 명의 아내를 둔 해문의 구만복을 롤 모델로 삼겠다고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신씨 가문 넷째 아가씨에 대한 이유희의 태도는 정말 정연의 생각을 뛰어넘었다.“도련님, 수술은 시간이 좀 걸려요. 앉아서 쉬세요.”정연이 옆에서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피곤해.”이유희는 불안한 마음에 눈을 깜빡이지 않고 수술실 문을 바라보았다.“작은 수술이에요. 실패율이 거의 없어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어? 청력을 잃으면 어떡해? 후유증이 생기면 어떡해? 늙어서 다른 할머니들보다 청력이 더 나쁘면 어떡해?”이유희는 엄숙하게 연이어 질문을 내뱉었다. 정연은 그저 너무 오버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젠장! 신효린 이년이!”이유희는 눈을 부릅떴다. 주먹을 벽에 세차게 내리쳤고 눈에 원망이 가득 찼다.“이번
“진주의 딸이라서 그런 건가요?”정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응.”이유희의 목소리는 엄숙했다.“하지만 진심으로 신효정 씨를 좋아한다면, 한번 노력해 봐야죠.”정연은 마음이 급했다. 이유희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건 처음이었다. 신효정도 너무 귀여운 여인이라 이유희가 놓치지 말았으면 했다.“넷째 아가씨와 함께 있으면 그녀가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넷째 아가씨의 남자가 되면 신효린은 목숨이 열 개라도 감히 무모한 짓을 할 수 없을 거예요.”“신효린은 지금도 무모한 짓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어.”이유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하지만 항상 곁에 두고 함께 살면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것만 못하죠! 생각해 보세요. 만약 넷째 아가씨가 이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된다면, 이 신분만으로도 신효린에 대한 가장 큰 복수가 될 거예요. 신효정은 도련님의 여자이니까요! 사모님의 털끝이라도 건드린다면 이씨 가문 전체와 맞서는 거예요! 그땐 도련님보다 제가 먼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정연은 벌써 신효정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들을 엮어주고 싶었다.“하지만 생각해 봤어? 내가 효정이랑 만나면, 이씨 가문과 신씨 가문이 혼인 관계를 맺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그럼 두 가문의 세력 구도가 어떻게 될까?”눈시울이 붉은 이유희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는 유난이 이성적이었다.“난 아직 둘째 어르신과 싸우고 있어. 아직 힘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어. 경주의 신씨 가문에서의 상황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어. 이 시점에 진주의 딸과 결혼하면 경주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사고뭉치 둘째 삼촌이 이 기회를 틈타 진주와 힘을 합쳐 권력을 장악할 수도 있어. 그럼 내가 이길 확률은 더 낮아져. 심지어…… 경주까지 끌어내릴 수 있어.”정연은 울컥했다.“도련님…….”“연아, 난 아버지의 죽음을 절대 잊을 수 없어.”이유희는 죽어가는 노인처럼 천천히 벤치에 앉더니 두 손으로 고통스럽게 머리를 잡았다.“아버지의 비행기 추락 소식을 어머니와 함께 알게 된 그날 밤을
“아람아, 유희는 나와 함께 자라서 잘 알아. 여자를 좋아하지만 아무 여자나 좋아하지는 않아.”경주는 아람을 위로하며 친구를 위해 해명해 주었다.“효정은 내 동생이야. 유희는 효정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동생이라고 해서 뭐? 이유희는 겁이 없어. 어머니와 딸이 아니라면 다 건드릴 거야!”아람은 다시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지금부터라도 효정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기를 빌어. 효정이를 건드린다면, 내가 그놈의 손을 부러뜨리겠어. 나 구아람은 말한 대로 할 거야!”“그래.”경주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어?”아람은 깜짝 놀랐다.“나도 동의해.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왼손을 부러뜨리고 난 오른손을 부러뜨릴게.”경주는 아람을 말문이 막히게 했다.‘역시 절친 맞네!’……신효정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다.침대에 누워있는 그녀는 너무 허약해 보였다. 창백한 얼굴은 침대 시트의 색과 비슷했다. 그 모습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좀 어때? 아직도 아파?”이유희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신효정은 부드럽게 고개를 흔들었다.“소리는 들려?”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이유희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둘째 오빠와 새언니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효린은 당황했다. 그녀는 이유희의 팔을 덥석 잡았다.“유, 유희 오빠! 저, 저 배고파요…….”“네가 배고플 줄 알았어, 연이 언니가 너를 위해 음식을 사러 갔어. 곧 돌아올 거야.”이때, 병실 문이 열렸다. 정연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들고 들어왔다.“도련님, 음식이 왔어요. 말씀하신 대로 모두 담백한 음식들이에요.”“이리 가져와.”정연은 식판을 들고 있었다. 이유희는 죽 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한 숟가락 떠서 불다가 천천히 신효정의 입술에 건넸다.“자, 프리지아, 오빠가 먹여줄게.”이유희의 다
“풉!”항상 시크한 이미지였던 정연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도련님이 넷째 아가씨를 위해 애를 쓰시네.’이유희가 여자를 꼬실 때 쓰던 방법이 신효정에게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점점 개그로 되고 있었다.신효정은 몸을 숙이고 입을 열어 음식을 먹었다. 이유희가 한 말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릇을 들고 있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다.이유희는 그녀가 얌전하게 먹자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켁…… 켁켁.”너무 급하게 먹어 신효정은 사레가 들었다.“천천히 먹어, 배고파도 천천히 먹어.”이유희는 손을 뻗어 신효정의 등을 토닥거렸다. 갑자기 그녀의 입에서 하얀 액체가 흘러내린 것을 보더니 눈을 부릅떴다. 잘생긴 얼굴은 갑자기 목까지 붉어졌다.신효정의 입에서 죽이 흘러내렸다.‘젠장,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유희 오빠, 죽이 맛있어요. 더 먹고 싶어요.”그가 멍해 있는 것을 보자 신효정은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이유희의 목소리도 쉬었다.이때, 병실 문이 격렬하게 열렸다.“이유희! 담도 크네!”가슴이 쿵쾅거리며 공포에 휩싸인 신효정은 황급히 이유희의 품에 안겼다.약한 팔이 그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는 이 소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깊이 느껴졌다.“괜찮아, 새언니와 둘째 오빠가 널 데리러 왔어.”이유희는 그녀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말하는 사이에 전 신씨 부부가 부랴부랴 병실에 들어왔다.두 사람 사이의 애매모호한 장면을 보자 그들은 표정이 굳어졌다.“이유희! 너…… 너 효정에게 손대지 마!”이유희의 품에 안긴 신효정을 본 구아람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어?”원래 이유희는 손을 대지 않았었다. 아람의 우렁찬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신효린을 팔로 감싸 안았다.숨을 홀딱이는 아람은 멘탈이 나갈 뻔했다.‘꼬박 하룻밤에 이유희가 신효정을 가만히 놔두었겠어? 이유희가 여자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돼!’안색이 어두운 신경주가 차갑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효
특히 이유희는 더 놀랐다. 그는 신효정의 눈물이 고인 사슴 같은 눈을 바라보자 갑자기 울컥하더니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함께 있고 싶어.’“효정아, 너, 너 이유희와…….”아람은 너무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유희 오빠……”신효정은 그의 따뜻한 품에 머리를 파묻었다. 떨리는 숨결은 그의 검은 셔츠 사이를 지나 피부에 가볍게 쓸어내렸다.“같이 집으로 가고 싶어요.”……신효정의 거듭된 요구에 아람과 신경주는 할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경주는 이유희를 불러냈다. 두 사람은 병원 내 흡연 구역으로 갔다.“유희야, 효정의 귀가 왜 다쳤어?”그는 담배 두 대를 꺼내 하나는 입에 물고 다른 하나는 이유희에게 건네주었다.“왜 다쳤겠어?”이유희의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은 원망이 가득 찼다.“네 사랑스러운 동생 신효린이 한 짓이지!”“신효린은 내 동생 아니야. 내 동생은 효정뿐이야.”신효린의 이름만 들어도 귀를 더럽혔다고 생각했다. 경주는 싸늘하게 말했다.“효정을 다치게 한 게 신효린이라고?”이유희는 화가 나서 치를 떨었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도 부러뜨렸다.“경주야, 내가 신효린에게 손을 쓰면, 네가 신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날 막을 거야?”경주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더니 바로 대답했다.“네가 오늘 한 말을 듣지 않았던 거로 할게.”그의 태도는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없었다.“허, 친구야. 고마워.”이유희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혼내는 건 괜찮아. 하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짓은 하지 마. 널 위해서 말하는 거야.”경주는 의미심장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네가 정말 효정을 좋아하고, 미래를 함께할 계획이라면 내 말 잘 들어. 주변 여자들을 정리해. 몸과 마음도 정화하고. 그리고 손에 피를 묻히지 마. 너는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지 깡패가 아니야. 지금 네 상태로 효정을 네게 보내는 건, 너무 걱정돼.”“경주야, 효정은 그냥 동생이야. 네가 말한 그런 사이가 아니야.
“사장님, 저한테 뭘 보상해 주실 거예요?”[보상? 비서로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경주의 목소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들렸다. 한무가 생각하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 그럼 사모님도 보상해 주셨는데, 부창부수라는 말을 모르세요? 사모님이 사장님을 쪼잔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너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아니요, 아니요! 제가 감히 그러겠어요!”한무는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이마에 땀을 흘렸다.[오랫동안 쉬지 못했잖아. 연차를 열흘 더 줄게. 가고 싶은데 가서 재밌게 놀다 와.]“사장님, 모태 솔로에게 연차를 줘요? 출산 휴가를 줘도 제가 할 일이 없어요!”한무는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보너스를 조금 주시는 건 어때요? 이제 연차도 쓰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장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예가 될게요!”한무는 돈을 탐냈다. [수백만의 연봉도 만족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보면 주주 외에 너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이 몇 명이나 돼?]경주는 피식 웃었다.[네가 무슨 노예야, 참 뻔뻔하네.]“사장님, 비록 지금 아내가 없더라도, 장가갈 돈은 많이 모아두어야 하잖아요. 제가 매일 사장님을 위해 뛰어다니고, 수사하는 일까지 했어요.”“바빠서 지금 연애할 시간도 없어요. 제 청춘을 신씨 그룹에 바쳤어요. 사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 늙은 총각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주셔야죠!”한무는 경주가 지금 아람과 화해를 하여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경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았다. 이때가 바로 월급 얘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까지 자세하게 들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신 사장님,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 한 비서가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그냥 들어줘.]‘세상에, 사모님이 지금 사장님께 애교를 부리는 거야?’아람의 말투를 듣자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애교에 녹을 것 같았다. 역시 경주의 호
윤씨 가문은 정말 구더기 떼를 키우는 가문 같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윤민주는 순식간에 목 밑까지 붉어졌다. 마치 온몸의 피가 얼굴에 쏘인 듯 히스테리하게 외쳤다.“이 녹음은 가짜예요. 모두 가짜예요! 전 무당을 몰라요. 안에 말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모두 가짜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는 거예요!”“해쳐요? 윤민주 씨 이거 보세요.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기자는 핸드폰을 높이 들었다.바로 이때,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고 진동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았다. SNS에서 푸시한 뉴스이다. 이건 바로 윤민주가 사적으로 무당과 만나 돈을 주는 장면이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윤민주의 악행이 완전히 폭로되었다.“아가씨!”이때 경호원이 달려와 온몸이 뻣뻣해진 윤민주를 무대 아래로 끌어당겼다.“저는 윤 사장님께서 보낸 경호원이에요. 상황이 안 좋아요. 빨리 가요!”말을 마치자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도현은 사복 경찰 몇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표정이 엄숙하며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경찰이에요!”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람들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윤민주, 당신은 뇌물 수수, 성매매, 불법 구금으로 공식적으로 체포되었어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지만, 당신이 말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에요. 데려가!”뒤에 있던 경찰 두 명이 다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민주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두 경찰은 양쪽 팔을 잡고 겁에 질려 멍해진 윤민주를 끌어나갔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라이브를 켰다. 이 순간 라이브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반응이 뜨거웠다.[세상에! 명문가 집안에서 살기 이렇게 힘들어? 명문가 집안 아가씨가 인간 관계를 끌어모으며 돈을 벌어야 해? 참 신기하네!][윤씨 가문이 명문가 가문이 아니지? 구씨 가문과 친한 척하더니, 참 잘난 척을 해!][하하하, 꼴 좋네. 보복이야. 윤민주의 물개 같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그리고 이런 시원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행위가 신경주답지 않아. 아람 그 계집에의 방법 같은데.”유민지는 눈을 깜빡이며 구만복의 팔짱을 꼈다.“만복아, 너무 늦었어. 이제 자러가야지.”...요즘 아람은 구만복이 성주의 집에 찾아올까 봐 걱정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도 불편하여 경주와 함께 유희와 효정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 순간 효정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없다. 효정은 아람을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이번에 기회를 잡아 효정은 아람의 곁에 딱 붙으며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경주는 저녁 잘 때만 아람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경주는 매일 침대에 누워 아람을 괴롭혔다. 아람이 지쳐 자비를 구걸할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낮에 잃어버린 스킨십 기회를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아람은 어이가 없었다. 인색한 사람은 봤어도 이런 일을 따지는 사람은 처음 본다.지난번 효정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을 때 갑자기 방문한 신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오늘 밤 모두가 모인 드물 날이라 효정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비볐다. 실력을 발휘하여 아람과 경주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아람은 일찍이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며 케이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었고 배가 슬슬 고파도 효정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아람은 참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았다.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도착하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유희가 효정의 작은 몸을 식탁에 눌렀다. 한 손으로 아람의 머리를 감싸고 격렬하게 효정의 붉은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효정은 유희의 행동을 따르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나른한 신음을 냈다. 이때 점점 사랑에 빠진 유희는 효정의 얇은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아아아! 이 변태. 순진한 소녀를 괴롭혀?’아람은 입술을 벌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쩔 줄 몰라 할 사이에 뜨거운 포옹이 느껴졌다. 순간 경주의 강한 호르몬 향기가 아람을 감쌌다.“놀라지 마, 아람아. 여기선 이런
윤민주는 원래 술에 취해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바로 넘어져 치마가 들렸다. 그 모습은 너무 비참하고 추악했다. 집사는 눈을 더럽힐까 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더러운 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윤민주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곧바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팔을 들어 냄새를 맡자 저녁밥까지 토할 뻔했다. 악취가 나는 냄새가 지독해서 너무 역겨웠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 누구야!”윤민주는 마치 성난 개처럼 하늘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허, 누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며 휴식을 방해하라고 했어?”강소연은 턱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집에서 나섰다.“봐, 하느님도 네가 짜증이 나서 물을 뿌려 술을 깨워주잖아. 더러운 입을 다물고 빨리 꺼져!”“너, 네가 나한테 물을 뿌렸어?”윤민주는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추워서 입을 부들부들 떨었다.“허, 왜 내가 했다고 그래? 하늘에서 비도 오는 데 더러운 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살 수 없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친 천둥번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강소연은 현지 사람이 아니다. 비록 해문에 시집을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지하실에서 김치를 담그기 좋아한다. 작년에 발효된 김치 물을 다룰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이 소용이 있었다. 원래 하수구 물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집 정원이고, 윤민주 때문에 더럽힐 수 없어 참았다.“하, 하수구 물? 우웩.”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주고 구역질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우린 따지지 않았어. 그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어서 살아야지. 우리 구 선생은 네 아버지도 만나기 싫어하는데, 네가 뭔데 찾아와? 빨리 꺼져, 멍청한 짓을 하지말고.”강소연은 코를 막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민주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밤에 구만복도 만나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여 화가 나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나를 위해 살지 않았어. 우리 아이들이, 특히 아람이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날 닮지 말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자신만의 행복. 도연아, 우리 딸의 선택한 것이 정말 자신만의 행복일까? 나 이제 어떡해? 만약 듣고 있다면 꿈에서 알려줘, 응?’이때, 서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구만복이 대답하기 전에 강소연이 문을 밀고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만복아, 언니. 윤씨 가문 그 미친 여자가 찾아와서 만복과 연서 언니를 만나려고 해! 내가 들여보내지 않아서 정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술 냄새가 나는데 많이 취하고 주정을 부리는 것 같아!”“윤 회장님 딸 윤민주를 말하는 거야? 왜 왔어?”구만복은 화를 내며 말했다.“윤씨 가문은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여자아이가 감히 미리 인사도 안 하고 밤에 찾아와? 구씨 가문이 무슨 시장이야? 교양도 없어?”강소연은 화가 나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왜 찾아왔는지 물었는데, 너무 취해서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허, 상관없다고? 참 뻔뻔하기도 하네.”유민지는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벌떡 일어서더니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연서를 만나려고 하는 건 연서가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야. 변명하면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만복은 깜짝 놀랐다.“민지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날 연회에서 아린이 윤진수에게 당해서 큰일 날 뻔했어. 여기서 윤민주 아가씨가 많은 힘을 했거든.”유민지는 화가 나서 눈이 충혈되었다.“그 당시 수해가 들어가서 아린을 찾으려고 했어. 윤민주가 사람을 데리고 수해를 막고 때려서 중상을 입힌 것도 윤민주야. 왼쪽 어깨 상처가 악화되었고, 왼쪽 눈도 거의 실명할 뻔했어!”“실, 실명?”구만복과 강소연은 믿을 수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수해가 왼쪽 눈을 거즈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윤민주는 유성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역시 술 취한 상태로 밤새 해문으로 달려갔다. 오늘 밤 구만복이 집에 있었다. 기 비서는 구만복에게 약을 먹이고 유민지는 곁에서 혈압을 재주었다. 구만복은 지난 며칠 동안 아람에게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올랐다. 하지만 당당한 KS 재단 회장님이고 비즈니스 거물이 아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며칠이 지났다. 구만복은 화가 났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아 그저 아람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구만복은 항상 구윤에게 아람의 소식을 캐물었지만, 형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구윤과 신우는 잘 알고 있다. 구만복이 무어니 해도 모두 아람을 너무 사랑하여 그런 것이다.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과 행동은 아람이 너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구만복이 아람을 생각하고 걱정하게 하면 경주에 대한 원망은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만복아,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제 몸을 잘 관리해야 해.”유민지는 혈압계를 치우면서 눈썹을 찌푸렸다.“죽는다는 얘기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아도 난 너를 잘 알아. 넌 누구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고 있어. 누구보다도 자식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자식들이 결혼하여 가족이 생기며 4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구만복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른에게 혼나는 남자 아이 같았다. 기 비서는 곁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집에 있는 여자들 중 구만복은 유독 유민지의 말만 들을 수 있다. 그건 아마 카리스마에 제압당하여 그럴 것이다.“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이게 다 아람이 그 계집애 덕분이야! 내가 화가 나서 죽으면 아람은 속 시원해하겠지! 신경주 그 자식과 맨날 붙어있고 아이를 막 낳겠어.”화가 나서 막말했다. 구만복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으며 말문이 막혔다. 조용한 서재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만복아, 이런 말은 절대 아람이 앞에서 하지 마
구진의 손에는 상세하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었다. 그래서 주성택이 검찰청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시 나올 수 없었다. 윤민주는 평소 싸가지없고 오만하여 지금 이 순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모두 피했다. 윤민주는 윤정용과 윤성우의 말대로 전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하고, 윤씨 그룹에게 이용당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창피한 일을 왜 딸을 시키는 거야! 난 친딸인데, 남자들은 중요한 시기에 나를 내세우고 모두 내 뒤에 숨어 있어? 이게 인간이야?’기자회견은 내일모레이다. 요즘 윤민주는 하루가 일 년 같다고 느낀다. 거식증, 불면증이 오며 화도 많고 매 순간 고통스러웠다. 오후 내내 윤민주는 와인 창고에서 술을 마셨다. 수년간 힘들게 만든 성과들이 무너진다는 것을 생각하자 사람이 없는 와인 창고에서 대성통곡했다.“여기서 우는 대신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좀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때?”윤민주는 순간 울음을 멈추었다. 유성이 놀리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윤민주를 향해 다가왔다.“왜, 왜지?”“그래, 도대체 왜일까?”유성은 여유롭게 윤민지의 맞은편에 앉아 와인잔을 내려놓고 와인 한 잔을 들이켰다.“넌 항상 주 의원님을 잘 지켜주었어. 주 의원님은 그동안 은밀하고 횡령하고 수뢰하며 다른 사람이 보내준 미녀를 즐기면서 보내왔어. 하지만 한 번도 들킨 적이 없고 늘 무사히 살아왔어. 왜 갑자기 모든 것이 폭로되었을까? 왜 하필 지금일까?”“그래, 왜일까?”윤민주는 술에 취해서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아무 생각도 없었다.“요즘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이 말이 윤민주를 깨닫게 했다. “구, 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건드린 거야?”“아주 멍청한 건 아니네.”유성은 기분 좋게 술을 들이마셨다.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막 놀아도 구씨 가문은 주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도 없어. 왜 굳이 주 의원님을 건드리겠어? 분명히 그들은 처음부터 주 의원님이 목표가 아니었어.”“구씨 가문의 목표가 나였어?”윤민주는 얼굴에는 공포가
“잘했어.”아람은 경주의 볼에 뽀뽀를 크게 해주었다. 보상을 받은 경주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한 가지 더 있어. 윤씨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어? 그래?”아람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 “지난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어.”“해명? 풋, 그냥 관계를 끊으려는 거 아니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경주의 가슴에 하트를 그렸다. “주성택이 무너졌어. 윤씨 그룹이 애써 키운 도구가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들이 그들을 괴롭힐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경주의 눈빛에는 약간의 냉기가 감돌았다.“성의를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윤씨 가문은 반드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기자회견을 열어야 할 거야. 아마 요즘 진행할 것 같아.”“흥, 부패한 주성택을 용서할 수 없지만, 일이 터지니 바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윤씨 가문도 참 짜증이 나네.”“걱정 마, 아람아. 내가 말했잖아. 아린을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와 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면 천배 만배로 갚게 할 거야.”경주는 사납게 이를 악물더니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아람은 경주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미소를 들었다. 경주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강직하고 권력에 영합할 줄 모르며 겁이 없는 정의감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같았고 모두 정의감이 넘치고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다. 경주는 아람의 부드러운 손을 만지자 마비된 새끼손가락이 만져졌다. 순간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으로 가득 채워졌고 살짝 울컥했다.“아람아, 새끼손가락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괜찮아.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다쳤어. 별거 아니야.”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새끼손가락일 뿐이야. 생활과 일에 지장이 없어. 나도 이미 어른이야. 내 곁에서 계속 이것저것 걱정하지 말고 긴장 풀어. 아직 시간이 많잖아. 네가 계속 이렇게 긴장하면 나야말로 심장병에 걸리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