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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서재에서.

신남준은 소파에 앉아 경주에게 뜨거운 물 한 컵을 부어 직접 가져다주었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경주는 급히 두 손으로 컵을 받았다. 우아하고 위엄이 넘친 그에게 허약하고 병약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른손으로 잔을 들고 왼손으로 잔의 바닥을 잡고 우아한 태도로 차를 마시며 고귀한 신사의 매너를 보여주었다.

“경주야, 많이 아파?”

신남준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모두 경상이에요.”

사실 옛 상처까지 건드려 혈기가 쇠약해졌다. 하지만 경주는 아픔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손자가 그렇게 허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군대도 다녀온 사람인데.”

“허약하지 않는 사람이 왜 저항하지 않았어? 분명 진주 그 여우가 사주하여 아버지가 널 때린 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그 채찍을 빼앗아 진주의 얼굴에 던지지 그래!”

신남준은 화를 내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이번에 경주를 불러 묻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것이다.

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잔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지난 후 신남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

“얘야, 너는 내 손자야, 우리 신씨 가문의 핏줄이야. 지금까지도 신씨 가문에 빚진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얇은 입술을 힘겹게 다물었다.

다섯 살 때, 그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더러운 악취가 진동하는 빈민가에서 괴롭힘을 당해 살기 어려웠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날 밤, 고급 차 한 대가 그의 어두운 세계로 거세게 침입했다.

낡은 단층집에는 비바람이 샜다. 장식인 듯한 다락문은 열쇠가 없어도 밖의 사람들이 쉽게 밀어서 열 수 있었다.

어린 경주는 침대 옆에 앉아 거의 삼키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당시 신광구는 젊고 잘생겼다. 그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양복을 입고, 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은 Y 국 수제 가죽 구두를 신고 들어왔다.

어린 경주는 신처럼 나타난 이 남자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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