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아람이 다시 한번 그에게 알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을 주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가 의료 키트에서 호 의사가 남긴 소독약과 연고를 꺼내 능숙하게 그의 상처를 처리했다.“아람아.”경주는 그녀를 부드럽게 불렀다.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색을 했다. 경고하듯 손놀림의 힘도 세졌다.경주는 아픔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지만 여전히 말을 이어갔다.“아람아, 너를 보면 누군가가 생각이 나. 나의 옛 지인.”아람은 그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처리해 주며 무심코 물었다.“누구?”“몰라.”“모른다고? 왜 몰라.”“그러게. 왜 모르지. 그냥 모르겠어.”경주는 얼굴을 옆으로 하고 엎드려 있었다. 아득한 기억에 사로잡힌 듯 눈을 반짝이며 창밖의 달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의연하고 고집스러웠던 가냘픈 모습이 떠올랐다.“내가 위해 부대에 입대했을 때 전쟁터에서 그 여인을 알게 되었어.”의료용 솜을 집고 있던 아람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방이 너무 고요해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이상한 반응을 하여 정체가 드러날까 봐 걱정했다.다행히 경주는 아람을 등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허점투성이 표정을 볼 수 없었다.“그때 우리 팀은 성공할 수 없는 미션을 받았어. L 국의 테러 조직에 갇힌 인질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해 안전 지역으로 옮긴 후 D 국의 대사관으로 호송해야 했어. 우리 대원 수는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많은 탄약과 무기를 가진 테러 조직을 상대하는 것은, 사실상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 당시 나는 아무런 욕심도, 걱정도 없었어. 그래서 살아서 돌아올 생각도 하지 않았어.”경주는 자조 섞인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비둘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를 수용소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격려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아.”“비…
아람은 입을 살짝 벌렸다. 가슴이 쿵쾅거리더니 잠시 멍한 채로 굳어졌다.그해 전쟁에서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겪은 고통은 오직 자신만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주도 잊지 않았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심지어 그녀를 향한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다.다른 여자라면, 경주의 능력으로는 바로 찾았을 것이다.아쉽게도 그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 찾던 ‘비둘기’는 그와 결혼했던 백소아이자 구씨 가문의 아가씨이다.아람은 L 국에서 경주와 작별을 고한 후 모든 행적을 지웠다. 구만복이 그녀의 행방을 찾고 해문으로 데려갈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국경 없는 의사를 할 때 거짓 신분과 거짓 이름을 사용했었다.기발하고 똑똑한 그녀는 경주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찾지 못할 것이다.“아람아, 왜 말이 없어? 내 말투가…… 많이 심했어?”경주는 그녀가 다시 침묵한 것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부드럽게 말했다.“미안해. 혼낼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내 태도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야. 비둘기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나는 정말 그녀에게 나쁜 의도가 없어!”이 말을 듣자 아람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 당시 김은주와의 사랑이 뜨거웠잖아. 김은주와 함께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싸우고, 심지어 굶으면서 의기소침했어. 그때 네가 어떻게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겠어. 목숨을 구해준 비둘기조차도 여자로 보이지 않았겠지.”귀에 거슬리고 가시가 돋친 말들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경주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자 아람은 놀라서 낮게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경주의 눈빛은 그녀와 뜨겁게 얽혀 있었다.아람은 숨이 막혔다. 손에 쥐고 있던 솜이 떨어지는 김에 경주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너무 세게 잡아서 다섯 손가락이 서서히 빨갛게 달아올랐다.“신경주! 너, 너 뭐 하는 거야……. 아파!”“구아람, 내가 예전에 잘못한 게 너무 많아. 나도 후회되고 뉘우치고 있고, 너에게 속죄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
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아람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귀가 빨개졌다. 손을 떼는 것조차 잊어버렸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헛소리를 너무 많이 했어. 한 번만 봐줘. 응?”경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의 촉촉한 눈을 바라보며 진신 어린 사과를 했다.‘세상에! 이게 성주에서 위엄 있는 신 사장님이 맞아? 그룹의 사람들을 부들부들 떨게 하는 위풍당당한 신 사장님이 맞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놀라서 쓰러지겠네!’“켁켁…….”귀 끝이 빨개진 아람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용서한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눈을 내리깔고 앞에 무릎을 꿇은 강하고 아름다운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오늘 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찌질이처럼 아버지에게 맞고만 있었어?”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화가 치밀러 오르자 참지 못하고 그의 이마를 찌르며 사납게 말했다.“너 서른 살이야. 반격을 못하면 저항도 못해? 아버지와 부자지간이야, 아니면 노예와 주인이야?”“마음 아팠어?”경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넌 내 목숨을 구해줬어. 내 환자이기도 해. 의사로서 네 건강을 관심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아람은 억지로 우겼다.“그래서 마음이 아팠네.”경주가 부드럽게 웃는 모습은 뼛속까지 다정했다.“네가 걱정해 준 대가로 한 대 맞았으니, 이득 봤네.”“뭐?”아람은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이놈이 병원에 가봐야겠네. 머리에 문제 생긴 거 아니야?’……한편.이유희는 가장 빠른 속도로 신효정을 가장 가까운 병원에 데려갔다.차에서 내려 의사를 만날 때까지 신효정을 꼭 껴안았다. 그의 눈은 붉게 물들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항상 사회를 거닐고 산이 무너지기 전에도 침착하던 이유희는 처음으로 여자 때문에 겁을 먹었다.정연은 그의 뒤를 따랐다. 이유희의 바위처럼 팽팽한 등을 보자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 소녀는 정말 천사네. 무자비하고 매정한 도련님에게 정과 사랑을 주
이유희의 화는 소용이 있었다.10분 후, 그는 신효정을 안고 이비인후과로 갔다.의사는 전전긍긍하며 그녀를 진찰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유희와 정연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선생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이유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외부 충격으로 인한 고막 천공입니다.”의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이런 상황의 환자를 일주일에 몇 명씩 접합니다. 대부분 뺨을 맞아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심각한 경우 이명과 같은 후유증이 평생 남을 수 있습니다.”이유희와 정연은 충격을 받았다. 후유증이 평생 남을 거라는 말을 들자 가슴이 내려앉았다.“그, 그럼 선생님, 완치할 수 있나요?”정연은 급히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친언니처럼 신효정을 걱정해 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의 고막 천공이 크지 않아요. 게다가 두 분이 제때 병원으로 데려와서 아마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엄숙하게 말했다.“아마?”“아, 아니, 무조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수술하고 약을 제때에 바르면 됩니다. 회복 기간 동안 무리하거나 귀가 젖지 않는 한 반드시 완치됩니다!”의사는 이유희의 눈빛을 보고 겁을 먹었다. 그래서 감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그래야죠.”이유희는 신효정의 앞에 서서 떨고 있는 그녀의 작은 몸을 팔고 감싸 안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의사를 보았다.“그렇지 않으면 오늘이 이번 생에서의 마지막 내진일 겁니다.”의사는 고분고분 머리를 끄덕였다.이유희는 몸을 숙여 신효정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녀가 다치지 않은 오른쪽 귀에 입술을 대고 부드럽게 안심시켰다.“걱정 마, 유희 오빠가 있으니 괜찮아. 반드시 무사히 둘째 오빠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줄게.”정연은 이 애매하고 따뜻한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항상 차갑고 무덤덤했던 여자 경호원의 눈이 살짝 붉어졌다.“유희 오빠…… 방금 들었는데, 제가 수술을 받아요?”신효정은 조금 적응해서 어렴풋이 단어의 일부분을 들을 수 있었다.겁에 질린 그녀는 가
구아람이 신경주에게 약을 다 바르자마자 서 비서가 들어왔다.“도련님,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좋아요. 아람이 덕분입니다.”말을 하면서 경주는 아람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아람은 옆으로 피했다.‘한없이 냉정하던 남자가 지금은 왜 틈만 나면 끼를 부리는 거야. 점점 느끼해지네.’“구아람 씨, 정말 감사합니다.”비서가 허리를 숙여 아람에게 인사를 하려는데, 그녀는 재빠르게 다가가 두 손으로 일으켜 세웠다.“아저씨, 너무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구아람 씨, 우리 도련님에게…… 여전히 잘해주시네요.”서 비서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을 엮어주고 싶었다.“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신 사장님을 챙겨주는 건, 신 사장님의 할아버지가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아람은 담담하게 웃었다.“제가 하는 모든 일은 할아버지를 위한 것입니다.”서 비서는 무안해하며 웃었다. 반면 경주는 달게 여기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가시가 박힌 말만 하는 아람이 익숙해졌다.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몸과 입술은 항상 성실했다.“도련님, 괜찮으시면 저랑 서재로 가요. 신 선생께서 할 말씀이 있다네요.”경주는 잠시 멍해졌다.“알겠어요.”그리고 아람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좀만 기다려. 금방 갔다 올게.”“흥, 누가 널 기다린대? 지금 갈 거야, 안녕!”아람은 도도하게 턱을 살짝 치켜들고 경주를 스쳐 지나갔다.마음이 급해난 경주는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꼭 다물고 아람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이 장면을 본 서 비서는 경주의 영혼이 아람을 따라가는 것 같았다. 뜨거운 눈빛은 아람의 몸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고 기뻐하면서도 아쉬워했다.“아저씨, 지금의 저의 모습이 우습지 않아요?”경주는 자조 섞인 쓴웃음을 지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 비서를 가족처럼 여겼기에 대놓고 말했다.“그렇지 않아요, 도련님.”서 비서의 눈빛에는 어른의 온화함이 묻어
서재에서.신남준은 소파에 앉아 경주에게 뜨거운 물 한 컵을 부어 직접 가져다주었다.“할아버지, 고마워요.”경주는 급히 두 손으로 컵을 받았다. 우아하고 위엄이 넘친 그에게 허약하고 병약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오른손으로 잔을 들고 왼손으로 잔의 바닥을 잡고 우아한 태도로 차를 마시며 고귀한 신사의 매너를 보여주었다.“경주야, 많이 아파?”신남준은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요. 모두 경상이에요.”사실 옛 상처까지 건드려 혈기가 쇠약해졌다. 하지만 경주는 아픔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손자가 그렇게 허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군대도 다녀온 사람인데.”“허약하지 않는 사람이 왜 저항하지 않았어? 분명 진주 그 여우가 사주하여 아버지가 널 때린 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그 채찍을 빼앗아 진주의 얼굴에 던지지 그래!”신남준은 화를 내며 불평을 털어놓았다.이번에 경주를 불러 묻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것이다.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잔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지난 후 신남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얘야, 너는 내 손자야, 우리 신씨 가문의 핏줄이야. 지금까지도 신씨 가문에 빚진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얇은 입술을 힘겹게 다물었다.다섯 살 때, 그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더러운 악취가 진동하는 빈민가에서 괴롭힘을 당해 살기 어려웠다.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날 밤, 고급 차 한 대가 그의 어두운 세계로 거세게 침입했다.낡은 단층집에는 비바람이 샜다. 장식인 듯한 다락문은 열쇠가 없어도 밖의 사람들이 쉽게 밀어서 열 수 있었다.어린 경주는 침대 옆에 앉아 거의 삼키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당시 신광구는 젊고 잘생겼다. 그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양복을 입고, 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은 Y 국 수제 가죽 구두를 신고 들어왔다.어린 경주는 신처럼 나타난 이 남자를 보고
경주의 깊고 우울한 눈은 반짝거렸다.“제 한계 내에서 참을 만큼 참았어요. 하지만 이번 한 번뿐입니다. 다음번에는 절대 참지 않을 겁니다.”신남준의 마음은 씁쓸했다. 건드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머릿속에 생생하여 고단한 얼굴에는 슬픔의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너무 거침없이 말했어요. 할아버지의 슬픈 일을 꺼내지 말아야 했어요.”경주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따뜻한 손으로 신남준의 거칠고 메마른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그 일만 아니었다면 할아버지가 선호하는 후계자는 당연히 형이었을 거예요. 형은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고, 할아버지가 가장 기대하는 손자이니까요.”“경주야…….”“할아버지, 저는 형과 할아버지에게 신세를 졌어요.”울컥한 경주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저를 진심으로 아끼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어렸을 때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에요. 다른 건, 제가 바랄 자격이 없어요.”“경주야, 할아버지 얘기를 들어 봐!”신남준은 낮은 포효를 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경주의 어깨를 잡았다. 그와 마주친 두 눈은 반짝거렸다.“할아버지 눈에는 너희는 모두 내 손자야. 난 너희를 똑같이 아끼고 사랑해. 방금 네가 한 말은 못 들은 척할게. 다시 한번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네 형이 무사하게 돌아와도, 그런 일이 모두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너를 그룹의 후계자로 선택했을 거야.”“할아버지…….”경주는 깜짝 놀랐다.“신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널 지지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할아버지가 널 응원하고 지지해 줄게!”……문밖에서 구아람은 엿듣고 있었다.그녀는 거의 온몸을 문에 대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열심히 들었다.청력이 좋지만, 별장의 문이 감동스러울 만큼 방음 효과가 좋았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들을 수 없었다.경주의 목소리는 모기와 같았다. 그러나 기력이 넘치는 신남준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신경주의 형? 그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매우 심각한 것 같은데…….”아람이 신씨 가
서서히 열이 오르는 경주와 아람의 몸은 단단히 밀착되어 있었다.그들은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걸렸다는 것을 깨달은 아람은 부끄럽고 짜증이 나 귀 끝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빨개졌다. 그녀는 경주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다.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핏줄이 팽팽한 큰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 그녀의 허리춤에서 가장 얇고 부드러운 곳을 잡았다.“대답해, 응?”“나, 나는 할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드리러 왔어, 누가 비밀을 엿들었대! 놔, 이제 갈 거야!”아람은 얼굴을 붉히며 허리를 비틀었다.경주는 눈 깜짝하지 않고 아람을 쳐다보았다. 마음속은 가벼운 깃털이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얼굴을 붉히며 열심히 변명하는 아람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보면 볼수록 눈을 떼어낼 수 없었고, 볼수록 사랑스러웠다.“비밀이 없어.”경주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어?”아람은 눈을 부릅떴다.“너에게 비밀이 없어.”경주는 갑자기 몸을 숙여 뜨거운 입김이 나오는 얇은 입술을 그녀의 촉촉한 입술로 다가갔다. 하마터면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주체하지 못했다.“네가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대답해 줄게. 네가 듣고 싶으면, 나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줄게.”“좋아, 그럼 알려줘, 형과 무슨 일이 있었어?”아람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경주는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쯧, 역시 남자들의 말은 믿으면 안 돼.”아람은 조롱하듯 코웃음을 쳤다.“방금 한 말들은 다 헛소리지?”“일이 끝나면 적당한 때를 찾아서 얘기해줄게. 오늘은 네가 피곤하니 돌아가서 쉬어.”경주는 그녀가 방심하지 않는 틈을 타서 이마에 부드럽고 절제된 키스를 했다.그 순간 아람의 호흡이 흐트러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아람아, 잘 자.”……만월교 별장 밖.오늘 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자 아람은 서둘러 떠났다. 임수해는 그녀가 추울까 봐 데리러 올 때 두툼한 패딩을 가져왔다.한참을 기다리자 추위에 발이 마비되었다. 그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회견 당일이 되었다. 5시부터 호텔 연회장 모인 여러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들고 윤민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근데 저는 윤정용이나 윤성우가 나설 줄 알았어요. 윤민주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여자 참 대단하네요. 남편이 잡혀갔는데 잠이 오나요? 기자회견 할 힘도 있나 보네요.”“허, 윤씨 가문 남자들이 얼마나 똑똑해요. 이건 윤민주를 이용하여 내세우는 거예요!”“쯧, 명문가 집안은 참 인정이 없네요. 윤민주도 참 비참하게 사네요.”“비참하다고?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받은 뇌물만 수천억이에요.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이런 더러운 돈이 윤민주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누가 믿어요? 그저 문제가 생기니 부부가 갈라서는 문제일 뿐이에요!”곧 시간이 7시가 되었다. 윤민주는 쌩얼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가시덤불 같은 모습으로 마이크 앞 무대로 걸어들어왔다. 눈부신 플래시가 윤민주의 초췌한 얼굴을 뒤덮었고, 눈시울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윤민주 씨. 주성택 씨의 갑작스러운 체포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결국 주성택 씨는 이번 성주 시장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주성택 씨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몰랐어요.”윤민주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척했다. 무고하고 순진한 여성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연기했다.“전 그저 무지한 여성이에요. 집에서 매일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요. 일에 대해 많이 묻지 않아요. 사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횡령하는 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전 윤씨 그룹 출신이에요. 4대 가문 중 하나라고요. 제 혼수는 아주 값져요. 그런 사소한 돈 때문에 명예를 잃을 수 없잖아요!”“정말 주 의원님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갑자기 한 남자 기자가 나타나 큰 목소리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그리고 이런 시원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행위가 신경주답지 않아. 아람 그 계집에의 방법 같은데.”유민지는 눈을 깜빡이며 구만복의 팔짱을 꼈다.“만복아, 너무 늦었어. 이제 자러가야지.”...요즘 아람은 구만복이 성주의 집에 찾아올까 봐 걱정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도 불편하여 경주와 함께 유희와 효정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 순간 효정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없다. 효정은 아람을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이번에 기회를 잡아 효정은 아람의 곁에 딱 붙으며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경주는 저녁 잘 때만 아람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경주는 매일 침대에 누워 아람을 괴롭혔다. 아람이 지쳐 자비를 구걸할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낮에 잃어버린 스킨십 기회를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아람은 어이가 없었다. 인색한 사람은 봤어도 이런 일을 따지는 사람은 처음 본다.지난번 효정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을 때 갑자기 방문한 신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오늘 밤 모두가 모인 드물 날이라 효정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비볐다. 실력을 발휘하여 아람과 경주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아람은 일찍이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며 케이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었고 배가 슬슬 고파도 효정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아람은 참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살펴보았다.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도착하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유희가 효정의 작은 몸을 식탁에 눌렀다. 한 손으로 아람의 머리를 감싸고 격렬하게 효정의 붉은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효정은 유희의 행동을 따르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나른한 신음을 냈다. 이때 점점 사랑에 빠진 유희는 효정의 얇은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아아아! 이 변태. 순진한 소녀를 괴롭혀?’아람은 입술을 벌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쩔 줄 몰라 할 사이에 뜨거운 포옹이 느껴졌다. 순간 경주의 강한 호르몬 향기가 아람을 감쌌다.“놀라지 마, 아람아. 여기선 이런
윤민주는 원래 술에 취해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바로 넘어져 치마가 들렸다. 그 모습은 너무 비참하고 추악했다. 집사는 눈을 더럽힐까 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더러운 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윤민주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곧바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팔을 들어 냄새를 맡자 저녁밥까지 토할 뻔했다. 악취가 나는 냄새가 지독해서 너무 역겨웠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 누구야!”윤민주는 마치 성난 개처럼 하늘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허, 누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며 휴식을 방해하라고 했어?”강소연은 턱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집에서 나섰다.“봐, 하느님도 네가 짜증이 나서 물을 뿌려 술을 깨워주잖아. 더러운 입을 다물고 빨리 꺼져!”“너, 네가 나한테 물을 뿌렸어?”윤민주는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추워서 입을 부들부들 떨었다.“허, 왜 내가 했다고 그래? 하늘에서 비도 오는 데 더러운 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살 수 없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친 천둥번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강소연은 현지 사람이 아니다. 비록 해문에 시집을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지하실에서 김치를 담그기 좋아한다. 작년에 발효된 김치 물을 다룰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이 소용이 있었다. 원래 하수구 물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집 정원이고, 윤민주 때문에 더럽힐 수 없어 참았다.“하, 하수구 물? 우웩.”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주고 구역질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우린 따지지 않았어. 그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어서 살아야지. 우리 구 선생은 네 아버지도 만나기 싫어하는데, 네가 뭔데 찾아와? 빨리 꺼져, 멍청한 짓을 하지말고.”강소연은 코를 막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민주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밤에 구만복도 만나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여 화가 나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나를 위해 살지 않았어. 우리 아이들이, 특히 아람이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날 닮지 말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자신만의 행복. 도연아, 우리 딸의 선택한 것이 정말 자신만의 행복일까? 나 이제 어떡해? 만약 듣고 있다면 꿈에서 알려줘, 응?’이때, 서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구만복이 대답하기 전에 강소연이 문을 밀고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만복아, 언니. 윤씨 가문 그 미친 여자가 찾아와서 만복과 연서 언니를 만나려고 해! 내가 들여보내지 않아서 정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술 냄새가 나는데 많이 취하고 주정을 부리는 것 같아!”“윤 회장님 딸 윤민주를 말하는 거야? 왜 왔어?”구만복은 화를 내며 말했다.“윤씨 가문은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여자아이가 감히 미리 인사도 안 하고 밤에 찾아와? 구씨 가문이 무슨 시장이야? 교양도 없어?”강소연은 화가 나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왜 찾아왔는지 물었는데, 너무 취해서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허, 상관없다고? 참 뻔뻔하기도 하네.”유민지는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벌떡 일어서더니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연서를 만나려고 하는 건 연서가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야. 변명하면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만복은 깜짝 놀랐다.“민지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날 연회에서 아린이 윤진수에게 당해서 큰일 날 뻔했어. 여기서 윤민주 아가씨가 많은 힘을 했거든.”유민지는 화가 나서 눈이 충혈되었다.“그 당시 수해가 들어가서 아린을 찾으려고 했어. 윤민주가 사람을 데리고 수해를 막고 때려서 중상을 입힌 것도 윤민주야. 왼쪽 어깨 상처가 악화되었고, 왼쪽 눈도 거의 실명할 뻔했어!”“실, 실명?”구만복과 강소연은 믿을 수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수해가 왼쪽 눈을 거즈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윤민주는 유성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역시 술 취한 상태로 밤새 해문으로 달려갔다. 오늘 밤 구만복이 집에 있었다. 기 비서는 구만복에게 약을 먹이고 유민지는 곁에서 혈압을 재주었다. 구만복은 지난 며칠 동안 아람에게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올랐다. 하지만 당당한 KS 재단 회장님이고 비즈니스 거물이 아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며칠이 지났다. 구만복은 화가 났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아 그저 아람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구만복은 항상 구윤에게 아람의 소식을 캐물었지만, 형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구윤과 신우는 잘 알고 있다. 구만복이 무어니 해도 모두 아람을 너무 사랑하여 그런 것이다.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과 행동은 아람이 너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구만복이 아람을 생각하고 걱정하게 하면 경주에 대한 원망은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만복아,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제 몸을 잘 관리해야 해.”유민지는 혈압계를 치우면서 눈썹을 찌푸렸다.“죽는다는 얘기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아도 난 너를 잘 알아. 넌 누구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고 있어. 누구보다도 자식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자식들이 결혼하여 가족이 생기며 4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구만복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른에게 혼나는 남자 아이 같았다. 기 비서는 곁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집에 있는 여자들 중 구만복은 유독 유민지의 말만 들을 수 있다. 그건 아마 카리스마에 제압당하여 그럴 것이다.“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이게 다 아람이 그 계집애 덕분이야! 내가 화가 나서 죽으면 아람은 속 시원해하겠지! 신경주 그 자식과 맨날 붙어있고 아이를 막 낳겠어.”화가 나서 막말했다. 구만복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으며 말문이 막혔다. 조용한 서재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만복아, 이런 말은 절대 아람이 앞에서 하지 마
구진의 손에는 상세하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었다. 그래서 주성택이 검찰청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시 나올 수 없었다. 윤민주는 평소 싸가지없고 오만하여 지금 이 순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모두 피했다. 윤민주는 윤정용과 윤성우의 말대로 전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하고, 윤씨 그룹에게 이용당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창피한 일을 왜 딸을 시키는 거야! 난 친딸인데, 남자들은 중요한 시기에 나를 내세우고 모두 내 뒤에 숨어 있어? 이게 인간이야?’기자회견은 내일모레이다. 요즘 윤민주는 하루가 일 년 같다고 느낀다. 거식증, 불면증이 오며 화도 많고 매 순간 고통스러웠다. 오후 내내 윤민주는 와인 창고에서 술을 마셨다. 수년간 힘들게 만든 성과들이 무너진다는 것을 생각하자 사람이 없는 와인 창고에서 대성통곡했다.“여기서 우는 대신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좀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때?”윤민주는 순간 울음을 멈추었다. 유성이 놀리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윤민주를 향해 다가왔다.“왜, 왜지?”“그래, 도대체 왜일까?”유성은 여유롭게 윤민지의 맞은편에 앉아 와인잔을 내려놓고 와인 한 잔을 들이켰다.“넌 항상 주 의원님을 잘 지켜주었어. 주 의원님은 그동안 은밀하고 횡령하고 수뢰하며 다른 사람이 보내준 미녀를 즐기면서 보내왔어. 하지만 한 번도 들킨 적이 없고 늘 무사히 살아왔어. 왜 갑자기 모든 것이 폭로되었을까? 왜 하필 지금일까?”“그래, 왜일까?”윤민주는 술에 취해서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아무 생각도 없었다.“요즘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이 말이 윤민주를 깨닫게 했다. “구, 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건드린 거야?”“아주 멍청한 건 아니네.”유성은 기분 좋게 술을 들이마셨다.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막 놀아도 구씨 가문은 주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도 없어. 왜 굳이 주 의원님을 건드리겠어? 분명히 그들은 처음부터 주 의원님이 목표가 아니었어.”“구씨 가문의 목표가 나였어?”윤민주는 얼굴에는 공포가
“잘했어.”아람은 경주의 볼에 뽀뽀를 크게 해주었다. 보상을 받은 경주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한 가지 더 있어. 윤씨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어? 그래?”아람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 “지난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어.”“해명? 풋, 그냥 관계를 끊으려는 거 아니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경주의 가슴에 하트를 그렸다. “주성택이 무너졌어. 윤씨 그룹이 애써 키운 도구가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들이 그들을 괴롭힐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경주의 눈빛에는 약간의 냉기가 감돌았다.“성의를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윤씨 가문은 반드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기자회견을 열어야 할 거야. 아마 요즘 진행할 것 같아.”“흥, 부패한 주성택을 용서할 수 없지만, 일이 터지니 바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윤씨 가문도 참 짜증이 나네.”“걱정 마, 아람아. 내가 말했잖아. 아린을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와 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면 천배 만배로 갚게 할 거야.”경주는 사납게 이를 악물더니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아람은 경주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미소를 들었다. 경주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강직하고 권력에 영합할 줄 모르며 겁이 없는 정의감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같았고 모두 정의감이 넘치고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다. 경주는 아람의 부드러운 손을 만지자 마비된 새끼손가락이 만져졌다. 순간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으로 가득 채워졌고 살짝 울컥했다.“아람아, 새끼손가락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괜찮아.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다쳤어. 별거 아니야.”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새끼손가락일 뿐이야. 생활과 일에 지장이 없어. 나도 이미 어른이야. 내 곁에서 계속 이것저것 걱정하지 말고 긴장 풀어. 아직 시간이 많잖아. 네가 계속 이렇게 긴장하면 나야말로 심장병에 걸리겠
달빛은 부드러웠고 방 안에는 은은한 향기가 가득했다. 경주의 좁은 허리에 복근은 팽팽했다. 눈에는 굵고 뜨거운 욕망이 굴러갔다. 위아래로 몸 위에 앉은 아람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그 다정함은 이 조용한 밤을 산산조각 낼 만큼 강렬했다. 경주는 자신이 극도로 사랑하는 아람과 한 몸이 되어 떨어지기 싫어했다.“음, 해본 적이 없어. 잘 못 해도 실망하지 마.”아람의 고양이처럼 작은 손이 경주의 물결치는 가슴 사이를 누르며 부끄러움에 입술을 오물거렸다. 경주는 두 손으로 아람의 가늘고 부드러운 종아리를 잡았다. 감히 과도한 흥분을 드러내지 못하여 참느라 아람의 종아리를 빨갛게 달아오르게 했다.경주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람이 말한 보상은 자세를 바꾸는 것이었다. 비록 많은 사랑을 나누었지만, 매번 경주가 주동적으로 했다. 몸의 모든 힘을 사용하여 아람에게 완벽한 밤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항상 경주가 주동적으로 하며 아람은 즐기기만 했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그러자 경주는 더욱더 흥분하고 기분이 좋았다.“이, 이게 맞아?”아람은 얼굴을 붉히며 부드럽게 물었다. 경주의 숨소리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허리 근육의 떨림과 정열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반응으로 이미 답을 해주었다.“아람아, 무리하지 않아도 돼.”경주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허스키하게 들렸다. 아람은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평소와 다르게 바뀐 게 싫어?”“좋아, 그냥, 네가 힘들까 봐 그래.”아람은 목이 막히고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바보.”아람은 몸을 숙여 검지로 경주의 아름다운 얇은 입술에 대해 부드럽고 만졌다.“이 점에서 우린 비슷해. 내가 못하면 바로 말해주고 가르쳐줘.”...온밤 사랑을 나누자 아람은 목숨이 끊길 것 같았다. ‘너무 힘드네. 그냥 누워 있는 게 제일 편해!’점점 아람은 졸려서 눈을 뜰 수 없었다. 경주는 아람을 후에 계속 매달렸으며 아람의 몸까지 닦아주었다.‘무슨 기계야? 정말 힘도 좋고 혈기가 왕성하네.’다음날. 아람은 해가 중천에 뜰
윤정용은 눈썹을 찌푸리며 화가 나서 머리가 아팠다.“누가 이렇게 상세한 증거를 수집했지? 그 증거를 공개하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지? 도대체 누가 이렇게 대단해?”“누구겠어요, 송씨 가문 사람이겠죠! 주성택은 송 시장의 라이벌이잖아요. 선거가 다가오니 죽도록 라이벌을 망가뜨리겠죠!”윤진수는 화를 내며 중얼거렸다.“아니, 송씨 가문 아니에요.”윤성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송씨 가문은 이런 짓을 할 능력이 없어요. 설사 증거가 있다고 해도 오늘 같은 중요한 연회에서 폭로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러면 송씨 가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위에서 책임을 물을 수도 있어요.”순간 윤성우는 깨달은 듯 이를 악물었다.“이런 교묘하고 무자비한 수단이 왜 구아람의 수법과 비슷한 것 같지?”“구아람? 정말 그 계집애야?”윤정용은 깜짝 놀랐다.“형, 증거 있어요?”유성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설마 지난번 구씨 가문에서 윤진수의 일 때문에 아람과 싸운 거로 지금 여자아이에게 누명을 씌우는 거예요? 당당한 그룹 사장이 그것밖에 안 되요?”“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절대 근거가 없는 게 아니야. 지난번 진수의 일 때문에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과의 감정이 틀어졌어. 당시 구아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못 들었어? 그 계집애는 반드시 복수하는 성격이야. 우리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잖아. 봐, 그게 지금이야.”윤성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유성을 훑어보았다.“유성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구씨 가문의 사위가 되는 꿈을 꾸고 있지는 않겠지? 왜 그렇게 못났어? 지금 구씨 가문이 우리 머리 위로 기어올랐어.”“사람들을 데리고 주성택을 잡으러 온 사람이 구아람의 둘째 오빠 구진이야. 모든 것이 폭로된 순간 구진이 검찰을 데리고 왔어. 이게 우연이겠어?”유성은 순간 말문이 막혀 화가 나서 주먹을 쥐었다.“구아람이 손을 댄다고 해도 왜 주성택을 건드려?”이 말을 한 순간 윤진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