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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갑자기 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람이 다시 한번 그에게 알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을 주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의료 키트에서 호 의사가 남긴 소독약과 연고를 꺼내 능숙하게 그의 상처를 처리했다.

“아람아.”

경주는 그녀를 부드럽게 불렀다.

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색을 했다. 경고하듯 손놀림의 힘도 세졌다.

경주는 아픔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지만 여전히 말을 이어갔다.

“아람아, 너를 보면 누군가가 생각이 나. 나의 옛 지인.”

아람은 그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처리해 주며 무심코 물었다.

“누구?”

“몰라.”

“모른다고? 왜 몰라.”

“그러게. 왜 모르지. 그냥 모르겠어.”

경주는 얼굴을 옆으로 하고 엎드려 있었다. 아득한 기억에 사로잡힌 듯 눈을 반짝이며 창밖의 달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의연하고 고집스러웠던 가냘픈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위해 부대에 입대했을 때 전쟁터에서 그 여인을 알게 되었어.”

의료용 솜을 집고 있던 아람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방이 너무 고요해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이상한 반응을 하여 정체가 드러날까 봐 걱정했다.

다행히 경주는 아람을 등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허점투성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때 우리 팀은 성공할 수 없는 미션을 받았어. L 국의 테러 조직에 갇힌 인질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해 안전 지역으로 옮긴 후 D 국의 대사관으로 호송해야 했어. 우리 대원 수는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많은 탄약과 무기를 가진 테러 조직을 상대하는 것은, 사실상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 당시 나는 아무런 욕심도, 걱정도 없었어. 그래서 살아서 돌아올 생각도 하지 않았어.”

경주는 자조 섞인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둘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를 수용소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격려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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