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1214 챕터

제231화

이미월이 자리를 떴다.고은영은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고, 배준우도 식탁 앞에 앉았다.“쾅!”의자 당기는 소리가 전보다 크게 들렸다.고은영은 두 사람의 싸움이 결국 자기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고 두려워 두 눈을 질끈 감았다.배준우는 움직이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봤다.고은영은 계속해서 죽을 먹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어제 대표님이 처리하라고 하셨잖아요...”그 말은, 그녀를 탓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어제 자기가 했던 말들이 이미월에게 많은 자극이 됐을 거라 생각했다.그런 얇은 옷차림으로 밖에서 배준우를 온 밤 기다리다니!고은영은 일부러 여리여리 한 척, 약한 척하는 그녀의 태도에 더욱더 혐오감을 느꼈다.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이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자 미세한 미소를 머금은 배준우의 얼굴이 보였다.고은영은 놀랐다......!“대표님, 괜찮으세요?”뭔가 큰 자극을 받았나? 이 와중에 웃음이 나오나?배준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잘했어!”“네?”“진 회장 아내가 너한테 주려고 한 물건들, 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들이야.”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이미월씨가 쫓겨난 게 그 분한테 영향이 있어요?”방금 이미월은 자기가 외숙모네 집에서 곧 쫓겨날 거라고 말했다.그럼, 그녀의 집은?고은영은 이미월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다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티가 나는 그녀의 모습에 당연히 부잣집 딸이려니 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곧 진가에서 쫓겨난다고 심각하게 말하는 걸 보니, 아마 그녀에게 매우 큰 일인 듯했다.배준우가 대답했다.“그게 너랑 상관이야?”“......”차갑기 그지없는 질문이다!“상관은 없지만, 제가 너무 심하게 자극하는게 아닌지 해서요.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요?”“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그래요. 아니...... 대표님, 정말 이미월씨한테 복수하는 거 아니였어요?”고은영은 여전히 의문이었다.조금 전 이미월이 배준우가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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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지금 이 순간, 이미월은 질투심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그녀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짜증이 섞인 말투였다.“나야!”수화기 너머에서는 량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미월의 정신이 순간 또렷해졌다!순간 자신이 돌아온 목적이 무엇이고 왜 돌아왔는지가 생각났다.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배준우 때문이다....! 이젠 그녀의 것이 아니다. 그와 고은영을 갈라놓는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여전히 그의 옆자리에 서지 못하는데....!“너 북성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근데 왜 준우랑 고은영의 결혼식이 아직도 취소가 안 됐어?”량천옥은 지금 진영 그룹의 상황이 배준우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이미월이 전화를 받자마자 량천옥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그런 량천옥에게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결혼식이 취소되면 뭐가 달라져요? 두 사람 이미 혼인신고 했단 걸 잊으신 건 아니죠?”그녀가 소리를 질렀다.이미월의 목적은 그들의 결혼식을 취소시키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문제는 바로 그들의 혼인신고서였다!두 사람이 이미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리에 량천옥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그러고는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다.“그럼, 어떻게든 이혼시켜!”량천옥은 이미월의 말에 화가 치밀었다.이미월은 여전히 찬바람을 맞으며 통화하고 있었다.조금 전 위층에서 배준우의 태도를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에 분노가 들끓었다.“배준우 성격은 사모님이 더 잘 알잖아요.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그래서 널 돌아오게 한 거야. 아니면 네가 지금 강성에 있는 이유가 뭔데?”량천옥의 말투가 더 격해졌다.이미월은 할 말이 없었다.“......”원래 창백했던 얼굴이 량천옥의 말에 더 창백해졌다.이미월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량천옥은 이어서 말했다.“내가 다시 널 강성에서 쫓아내게 하지 마!”“당신......”“그리고 전에 네가 강성을 떠날 때 진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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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그녀는 량천옥의 말을 들으며 생각하고 있었다.고은영을 없앤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배준우, 왜 하필 그 여자야?이렇게 한다면 배준우와 그녀의 사이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량천옥은 여전히 협박 섞인 말을 그녀에게 퍼붓고 있었다.“이미월, 잘 들어, 만약 이번 일 망치면 네 발레 커리어도 끝날 줄 알아!”량천옥이 뱉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잔인함이 묻어났다!이젠 자신의 커리어까지 가지고 협박하는 량천옥의 말에 이미월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배준우를 갖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 보였다! 량천옥의 말과는 상관없이 배준우 곁에서 배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꼭 차지하고 말겠다고 말이다. 지금 자기를 협박하고 이용해 먹는 사람들을 철저히 짓밟아 버리겠다고 다짐했다.“알아들었어?”이미월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량천옥은 더욱 화를 내며 물었다.이미월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알았어요!”살기가 가득한 말투였다.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것 같아 량천옥이 더 뭐라고 하기 전에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배준우와 고은영은 함께 회사에 갔다.차 안에서, 배준우는 배항준이 자기를 만나려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그러고는 차갑게 한마디 던졌다.“아직 상황 파악 못 하셨대?”“도련님!” 수화기 너머의 집사는 다소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대표님과 고은영 씨의 결혼식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상관없는 일이라고 전해요!”“도련님......”“끊어요!” 배준우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조수석에 앉은 고은영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배준우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배씨 가문 일이라면 그녀 역시 머리가 아팠다.배준우의 새어머니를 보면 그들 사이가 왜 이 지경인지 알 수 있다.고은영도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일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는다.배준우가 그녀를 쳐다봤다.“점심에 너 우리 집에 좀 갔다 와.”“네?”고은영을 집에 보낸다고?”고은영은 난감한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봤다.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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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배준우가 그렇게 말하니 고은영도 한시름 놓았다. 만약 배준우가 그녀에게 배항준의 비위를 맞춰줘서 결혼 승낙을 받아내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그녀가 해내지 못할 일이다.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참을 필요도 없다고 하니 마음이 그나마 조금은 가벼워졌다.전에 배준우와 고은영이 결혼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회사 사람들 모두 배준우 같은 사람이 시골에서 올라온 이 평범한 여자와 결혼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비꼬는 소리도 많았지만, 두 사람이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온 뒤로는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지금 비서직에는 고은영, 한희, 진청아, 민초희, 그리고 정유비가 있다.민초희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한희는 꽤 능력이 있고, 진청아는 조용한 스타일이고, 정유비는 가장 오래된 직원이다.그렇기에 사람들은 나태웅이 곧 이직하면 정유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거라 생각했다.정유비도 자신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물론 지난번 사무실에서 고은영과 배준우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뒤부터는 배준우 앞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고은영을 향한 혐오감도 완벽히 숨기고 있었다."은영 씨 일은 잠시 한희 씨랑 청아 씨한테 나눠 줬어요. 은영 씨는 대표님 곁에서 대표님 지시를 따르면 되요.”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고은영을 사모님 취급하는 말투도 아니었다.고은영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줬다는 말이 의아한 듯 물었다.“나 실장님이 그러라고 하신 거에요?”전에 휴가를 낸 비서가 있었을 때도 다들 그 업무를 조금씩 맡아서 처리한 적이 있었다. 고은영은 지금 정유비가 하는 말이 그것과는 다른 의미라는 걸 눈치챘다.정유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은영을 쳐다봤다.“내가 그런 거에요.”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자기가 그런 거라고?정유비는 부하직원을 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기에 고은영은 불쾌한 기분을 느껴 입을 삐죽거렸다. 아직 나 실장님 자리를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러니 황당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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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고은영은 배준우가 화내고 있다는 말에 자신이 또 뭘 잘못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는 서둘러 하던 일을 멈췄다.앞을 보니 나태웅은 이미 회의실로 몸을 돌려 있었고, 고은영도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대표님이 왜 화가 나신 거예요?”나태웅은 걸음을 멈추고 고은영을 쳐다봤다.“정말 몰라서 물어?”나태웅의 심각한 얼굴에 고은영도 입술이 떨렸다.상황을 보니, 배준우가 단단히 화난듯했다.고은영은 긴장감에 침을 삼키며 나태웅을 따라갔다.회의실 문이 열리자, 안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닥엔 서류들이 흩어져 있었고, 정유비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걸 줍고 있었다.배준우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살기 가득한 눈빛에 고은영은 심장이 떨렸다."대, 대표님.”화가 많이 난 모습이었다. 또 뭐가 뜻대로 되지 않는 건지.나태웅은 고개를 돌려 고은영은 보며 말했다.“대표님 쪽으로 가!”“네!”고은영은 재빨리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배준우 곁으로 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왜 화나셨어요?”심장이 떨리다 못해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도대체 성질이 왜 이 모양인지,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고 있으니!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그의 모습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됐다.이때 나태웅이 서류를 줍고 있는 정유비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유비 씨는 나가있어.”“네, 알겠습니다.”정유비는 온몸을 떨며 고은영을 쳐다보았다. 바닥에서 주운 서류를 고은영의 손에 쥐여주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서둘러 회의실을 뛰쳐나갔다.고은영이 회의실에 들어선 순간 배준우의 살기도 조금 사그라들었다.나태웅이 배준우에게 물었다.“회의 시작할까요?”“그래.”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도 재빨리 서류를 정리하고 배준우의 뒷자리에 앉았다.이전에 서류를 정리할 때는 자주 실수를 저질렀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절대 오차가 생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니 아주 꼼꼼히 정리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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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정유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뻔뻔하게 말했다.그녀는 배준우에게 고은영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 했다.고작 고은영 대신 회의에 들어갔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나태웅은 차갑게 그녀를 흘겨보았다.“정말 그것 때문이야?”날카로운 질문이다!순간 정유비는 멈칫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녀의 진짜 목적은 배준우의 비서 일을 완전히 자기 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고은영이 없었을 때는 분명히 배준우도 그녀의 업무능력에 만족했는데 이번에는 대체 왜....?그녀는 고은영의 업무능력이 별로라고 생각했기에 배준우는 왜 그녀를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정유비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나태웅은 코웃음을 쳤다.“난 유비 씨가 연화 씨보다는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나 실장님!”나태웅의 말에 정유비는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태웅을 쳐다보고 있었다.나태웅이 이어서 말했다.“만약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있으면 그땐 더 이상 동영그룹에 있을 수 없을 거야. 알겠지?”나태웅의 말투에는 한기가 감돌았다.이미 불만이 가득했던 정유비는 나태웅의 말에 더욱 심장이 떨렸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마음으로는 납득이 안갔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하는 수 밖에 없었다.그녀는 고은영의 존재를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은영과 배준우의 사이가 어쩌면 단순히 계약 관계만은 아닌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가봐.”나태웅은 정유비가 멍청하다 생각했다.정유비는 김연화에 비해 성숙한 편이었다. 하지만 경쟁자였던 김연화가 해고 된 후부터 계속해서 배준우의 옆에 있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배준우가 전에 말했듯 남자 비서를 두는 게 더 나을듯싶다. 여비서가 남자 비서보다 더 섬세하다고 생각해서 여비서를 뽑았는데, 그 섬세함이 너무 과도했다.배준우가 피곤하다고 느낄 정도의 섬세함이었다.정유비는 창백한 얼굴로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나왔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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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고은영은 배준우의 차가운 말투에 억울한듯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그녀가 말한 건 다 사실인데!그의 개인 휴게실은 고은영 외에 다른 사람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니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전에는 괜찮았는데 이제 와서 문제가 되다니.생각할수록 억울했다.배준우의 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내가 보기에 넌 그러고도 남을 애야.”고은영이 억울해하는 모습에 배준우는 코웃음을 쳤다.하지마 고은영은 감히 뭐라고 반박할 용기가 없었다.배준우가 더 화낼까 두려웠다.가뜩이나 화나 있는 데다 거기에 또 반박하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뻔한 일이다.배준우는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네 신분을 똑바로 기억해!”자신의 신분을 기억하라고?뭔가를 암시하는 말인 것 같았다.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생겨났다.고은영은 고개를 들고, 눈시울을 붉히며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제가 대표님 계약 아내라는 걸 절대 잊지 않을게요!”배준우는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대화를 끝내려 할 때, 고은영이 이런 말을 하자배준우는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뭐라고?”“저도 알아요. 저는 대표님한테 돈을 받고 아내 행세를 해야 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걸. 대표님 일이 다 끝나면 바로 이혼해야 한다는 걸.”“............”“항상 기억하고 있다고요. 제가 모욕감을 느끼도록 저한테 계속 안 알려주셔도 돼요.”그냥 돈을 받고 일하는 것 뿐인데, 이런 모욕감까지 느끼고 싶지 않았다.배준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갑자기 강경하게 말하는 고은영의 태도에 배준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젠 진짜로 말대꾸를 하네!예전엔 감히 그럴 엄두도 못 냈는데 이젠 많이 용감해졌다.이젠 자기 할말은 다하네!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배준우가 물었다.“왜? 나한테 좀 혼나니까 억울해?”배준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화가 난 아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리고 분위기 속에 약간의 설렘도 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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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그렇기에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그녀가 숨이 찰 정도로 울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의 커다란 품속이 그녀를 감쌌다.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빼려고 애썼다. 그때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만히 있어.”그의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그녀를 온전히 감싸고 있었다.익숙하면서도 낯선 그의 향기에 고은영은 몇 번이고 숨을 들이쉬었다.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고의 손등에 떨어졌다.그는 여태껏 사람의 눈물에도 온기가 있다는 걸 몰랐다. 지금 그의 손등에 떨어진 그녀의 눈물에 처음으로 그걸 깨달았다.그리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다.그가 탄식하며 말했다.“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이렇게 울어.”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의 억울함이 밀려왔다.‘꼭 출세하고, 꼭 잘 살아.“할머니가 하셨던 이 말 때문에 열심히 살았는데.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그렇게 살았는데!그녀는 사람은 돈만 많으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강성에 자기 집 하나 장만하기 위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몇 년간 그렇게 살아온 걸 생각하니 고은영은 억울함이 밀려왔다.“흑흑… ”배준우의 위로에 고은영의 감정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북받쳤다.배준우는 조금 어리둥절해졌다.그녀의 이런 약한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래, 그만 울어, 응?”이때 나태웅은 서류를 가지러 배준우 사무실로 찾아왔지만, 배준우를 찾지 못해 급해하고 있었다.그러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휴게실 문을 열었는데, 고은영을 감싸 안고 있는 배준우의 모습을 보았다.그가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고은영을 달래고 있는 모습에 나태웅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는 다시 조용히 휴게실 문을 닫았다.“후!”나태웅은 자신의 가슴팍을 탁탁 치며 자신이 잘못 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배준우는 여자가 우는 걸 혐오하는데, 지금 울고 있는 여자를 달래고 있을 리가 없다고, 해고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다.나태웅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지만 문을 다시 열 용기가 없었다.한편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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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나태웅은 이런 배준우의 태도가 놀라웠다.그도 방금 자신이 본 그 장면이 분명 자신의 착각이라고, 배준우는 절대 누구를 위로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은영은 억울한 듯한 목소리도 말했다.“대표님..““애교부리면 20만원이야.”“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고은영은 멍해졌다.이러다간 이번 달 월급을 다 벌금으로 날릴 판이었다.배준우는 억울하지만, 감히 뭐라고 대꾸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코웃음 쳤다.“앞으로 또 울거야?”“안 울게요!”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 운 대가가 이렇게 큰데 감히 어떻게 또 울겠는가.나태웅은 점점 부드러워지는 배준우의 말투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도대체 벌금을 시키는 건지 아니면 연인 사이에 서로 티격태격하는 건지?“지금 바로 일하러 갈게요.”배준우가 아무 말 없자 고은영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계속 얘기하다간 월급을 다 날릴까 봐 무서웠다.사무실에는 나태웅과 배준우 두 사람만 남았다.“진짜로 벌금시킬거야?”“그것 때문에 울면 네가 달랠 거야?”나태웅은 말문이 막혔다.“......”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근데 그걸로 겁줬잖아?”이젠 그녀가 우는 걸 두려워하다니. 단순히 계약된 사이가 아니라 생각했다.나태웅은 배준우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주 오랫동안, 나태웅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배준우가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왜?”“너 진짜 고은영 좋아하는 거야?”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방금 고은영에 대한 배준우의 남다른 태도를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네가 보기엔 어떤데?”배준우가 되물었다.그는 나태웅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애매모호함에 그를 잘 알고 있던 나태웅도 지금은 그가 도대체 어떤 생각인지 알지 못했다.나태웅이 다시 물었다.“그럼, 그날 밤 남성사건 여자는 계속 찾을 거야?”그는 일부러 그날 밤 얘기를 꺼냈다.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찾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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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배준우는 잠시 멈칫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나태웅을 쳐다보았다.나태웅이 이어서 말했다.“안지영 아니면 고은영이야.”두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만약 정말로 안지영의 짓이라면, 그녀 자신 아니면 고은영이 뭔가를 숨기기 위해 한 짓이 틀림없었다.나태웅의 말을 들으며 배준우도 이 점에 대해 생각했다.순간 배준우의 눈에 한기가 스쳤다.“안지영을 집중적으로 조사해!”배준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안지영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라고 말은 했지만, 그는 사실 안지영이 아니길 바랐다.만약 정말 두 사람 중에 범인이 있다면, 배준우는 오히려 고은영이길 바랐다.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지금, 이 시각 안지영과 고은영은 나태웅이 자신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근무 시간에 몰래 만났다.안지영은 지금 출근하지 않는다.그녀는 사직한 후 한 달간 휴가 시간을 가졌다.“아저씨가 어떻게 허락하셨어?”고은영이 의아한 듯 물었다.안진섭은 그동안 안지영이 회사를 그만두는 걸 견결히 반대해 왔다.그런데, 이번엔 대체 왜 허락하셨는지! 안지영이 대답했다.“허락 안 해 주면 나 죽는다고 협박했어.”“설마, 아니지...?”고은영은 안지영의 말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안지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으로 협박하는 건 조보은 같은 사람이나 할 짓이라고 생각했다.안지영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에이, 나도 어쩔 수 없잖아.”“그럼 나 실장님이 너한테 3일 시간을 주겠다고 한 건? 너...?”“당연히 안 만났지. 사직한 마당에 내가 왜 만나!”안지영은 당당히 말은 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사직했다고 그녀가 한 짓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만약 나태웅이 결정적 증거를 손에 쥐게 되면, 사직했든 안 했든 잘못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단지 회사에 있으면 숨이 막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도망을 친 거다.고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나 실장님이 더 의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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