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이란 소리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이미월은 순간적으로 이를 악물었다.그동안 참았던 모든 감정들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무너진것만 같았다. 전화에 대고 고은영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 없는 자신이 한스럽게 느껴졌다.정원희는 그녀의 손등에 손을 얹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원희의 날카로운 눈빛에 이미월은 순간 정신을 차렸고, 정원희는 그녀를 보며 소리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이미월에게 지금 고은영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신호였다.이미월은 내키진 않았지만 억지로 화를 참으며 말했다.“무슨 일 있어요? 고은영 씨?”“저를 사모님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월 씨?”매우 차가운 말투였다.이미월에게 주도권을 자기가 쥐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이미 하얗게 질려있던 이미월의 얼굴이 고은영의 말에 더욱 굳어졌다.숨이 막혔고 눈시울이 빨개졌다.“네, 사모님.”이를 악물며 말했다.사모님?얼마나 가소로운 호칭인가! 만약 그때 그녀가 외국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 자리는 그녀의 것일 것이다. 이미월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고은영에게서 배준우를 뺏어오지 못한 게 한스럽게 느껴졌다.전화기 너머의 고은영도 이미월이 이를 악물며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조금 뭔가 켕기는 느낌이었다...배준우가 이렇게까지 하라곤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말을 다 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별일 아니고, 앞으로 내 남편한테 그만 매달렸으면 좋겠어요. 우린 이미 결혼했고, 이미월씨랑 제 남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이젠 다 지난 일이니까, 인제 그만 포기해요.”“그렇게 못 하겠다면요?”이미월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다 지난 일이니 배준우를 그만 포기하라고?!이미월의 살기 가득한 말투에 고은영도 살짝 긴장됐다.“이미월 씨에 대한 제 남편 태도, 잘 봤잖아요. 포기 안 하면 어쩔 건데요?”“......”“아니면,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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