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배준우의 표정에, 고은영은 방금 진 씨 아주머니 말을 그대로 배준우에게 전했다.배준우가 아주머니를 탓 할까 봐 두려웠다.그 말을 들은 배준우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가볼까?”“네?”하지만 고은영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배준우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고 문밖으로 걸어갔다.“잠시만요, 저 아직 양치질 안 했어요.”배준우가 자기 손을 잡고 함께 계단을 내려가려 하자 고은영은 머리 아파 났다. 이 두 사람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지.고은영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배준우가 진짜 복수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걸! 배준우도 그녀가 자기 마음이 진짜라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만 표현했다.두 사람이 손을 잡고 아래로 내려갈 때, 이미월은 얇은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고은영은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배준우는 표정이 차가운 것 외에는 다른 감정은 없어 보였다. 그냥 이미월이 찾아온 게 못마땅한 표정처럼 보였다. 이미월은 배준우와 고은영이 함께 내려오는 걸 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 떨어졌다.순간 울컥해져 손에 힘이 빠져 들고 있던 커피를 그만 카펫에 쏟아 버렸다. 카펫은 순식간에 더러워졌다. 그녀의 발등에도 조금 쏟아졌다.“준우야.”그녀는 발등에 떨어진 커피가 뜨거운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상처 입은 눈빛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위층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아침 먹어.”“네.”배준우가 손을 놓자, 고은영은 재빨리 부엌으로 달려갔다.배준우는 이미월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러고는 차갑게 말했다.“여기는 뭐 하러 왔어?”그가 입을 연 순간, 이미월은 뼈에 사무치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그녀는 단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을 뿐인데, 그가 이렇게 차갑게 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겨우 말했다.“정말 진씨 가문을 용서해 줄 수 없는 거야?”배준우는 차갑게 그녀를
이미월은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는 들었지? 너는 내가 너한테 복수한다고 생각하는거야?”배준우가 물었다.“그럼 아니야?”복수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녀에게 이렇게 모질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배준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넌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이미월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죽을 먹고 있던 고은영도 그의 이 날카로운 질문에 거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복, 복수가 아니면...?“복수? 하하하!”그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생각이 가소롭다는 걸 의미하는 웃음이다.이미월은 멍해진 채로 배준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돌아가. 다신 여기 오지말고.”"......”무슨 뜻이야?그녀가 묻기도 전에 배준아가 이어서 말했다.“ 내 눈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어.”“내가 그렇게 미워?”이렇게 잔인하게 굴 만큼 그녀가 미운 걸까?만약 그가 진짜 복수를 위해서 그러는 거라면, 이미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그녀가 집에서 마저 쫓겨났으니 말이다!그녀는 이미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또 한 번 비웃었다.“너는 내가 그런 지루한 일에 시간낭비 할 사람처럼 보여?”“......”이 말을 들은 고은영도 멈칫했다.그가 복수는 지루한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미월의 계속되는 착각에 배준우는 아주 정확히 말해주었다. 복수 같은 건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이다.이미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복수가 아니라면?정말 복수 때문이 아니라고?!아니, 그럴 리가 없어!그럼, 왜 요 몇 년 동안 진영그룹이랑 잘 협력하다가, 갑자기 그러는 건데?“만약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거였다면, 넌 이미 성공했어.”“아주머니, 손님 배웅해 주세요.”이미월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준우가 말을 끊었다. 더는 그녀와 얽히고 싶지 않아 보였다.고은영의 뒤에 서 있던 진 씨 아주머니도 이미월이 계속
이미월이 자리를 떴다.고은영은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고, 배준우도 식탁 앞에 앉았다.“쾅!”의자 당기는 소리가 전보다 크게 들렸다.고은영은 두 사람의 싸움이 결국 자기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고 두려워 두 눈을 질끈 감았다.배준우는 움직이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봤다.고은영은 계속해서 죽을 먹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어제 대표님이 처리하라고 하셨잖아요...”그 말은, 그녀를 탓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어제 자기가 했던 말들이 이미월에게 많은 자극이 됐을 거라 생각했다.그런 얇은 옷차림으로 밖에서 배준우를 온 밤 기다리다니!고은영은 일부러 여리여리 한 척, 약한 척하는 그녀의 태도에 더욱더 혐오감을 느꼈다.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이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자 미세한 미소를 머금은 배준우의 얼굴이 보였다.고은영은 놀랐다......!“대표님, 괜찮으세요?”뭔가 큰 자극을 받았나? 이 와중에 웃음이 나오나?배준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잘했어!”“네?”“진 회장 아내가 너한테 주려고 한 물건들, 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들이야.”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이미월씨가 쫓겨난 게 그 분한테 영향이 있어요?”방금 이미월은 자기가 외숙모네 집에서 곧 쫓겨날 거라고 말했다.그럼, 그녀의 집은?고은영은 이미월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다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티가 나는 그녀의 모습에 당연히 부잣집 딸이려니 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곧 진가에서 쫓겨난다고 심각하게 말하는 걸 보니, 아마 그녀에게 매우 큰 일인 듯했다.배준우가 대답했다.“그게 너랑 상관이야?”“......”차갑기 그지없는 질문이다!“상관은 없지만, 제가 너무 심하게 자극하는게 아닌지 해서요.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요?”“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그래요. 아니...... 대표님, 정말 이미월씨한테 복수하는 거 아니였어요?”고은영은 여전히 의문이었다.조금 전 이미월이 배준우가 그녀에게
지금 이 순간, 이미월은 질투심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그녀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짜증이 섞인 말투였다.“나야!”수화기 너머에서는 량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미월의 정신이 순간 또렷해졌다!순간 자신이 돌아온 목적이 무엇이고 왜 돌아왔는지가 생각났다.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배준우 때문이다....! 이젠 그녀의 것이 아니다. 그와 고은영을 갈라놓는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여전히 그의 옆자리에 서지 못하는데....!“너 북성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근데 왜 준우랑 고은영의 결혼식이 아직도 취소가 안 됐어?”량천옥은 지금 진영 그룹의 상황이 배준우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이미월이 전화를 받자마자 량천옥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그런 량천옥에게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결혼식이 취소되면 뭐가 달라져요? 두 사람 이미 혼인신고 했단 걸 잊으신 건 아니죠?”그녀가 소리를 질렀다.이미월의 목적은 그들의 결혼식을 취소시키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문제는 바로 그들의 혼인신고서였다!두 사람이 이미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리에 량천옥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그러고는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다.“그럼, 어떻게든 이혼시켜!”량천옥은 이미월의 말에 화가 치밀었다.이미월은 여전히 찬바람을 맞으며 통화하고 있었다.조금 전 위층에서 배준우의 태도를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에 분노가 들끓었다.“배준우 성격은 사모님이 더 잘 알잖아요.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그래서 널 돌아오게 한 거야. 아니면 네가 지금 강성에 있는 이유가 뭔데?”량천옥의 말투가 더 격해졌다.이미월은 할 말이 없었다.“......”원래 창백했던 얼굴이 량천옥의 말에 더 창백해졌다.이미월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량천옥은 이어서 말했다.“내가 다시 널 강성에서 쫓아내게 하지 마!”“당신......”“그리고 전에 네가 강성을 떠날 때 진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
그녀는 량천옥의 말을 들으며 생각하고 있었다.고은영을 없앤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배준우, 왜 하필 그 여자야?이렇게 한다면 배준우와 그녀의 사이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량천옥은 여전히 협박 섞인 말을 그녀에게 퍼붓고 있었다.“이미월, 잘 들어, 만약 이번 일 망치면 네 발레 커리어도 끝날 줄 알아!”량천옥이 뱉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잔인함이 묻어났다!이젠 자신의 커리어까지 가지고 협박하는 량천옥의 말에 이미월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배준우를 갖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 보였다! 량천옥의 말과는 상관없이 배준우 곁에서 배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꼭 차지하고 말겠다고 말이다. 지금 자기를 협박하고 이용해 먹는 사람들을 철저히 짓밟아 버리겠다고 다짐했다.“알아들었어?”이미월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량천옥은 더욱 화를 내며 물었다.이미월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알았어요!”살기가 가득한 말투였다.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것 같아 량천옥이 더 뭐라고 하기 전에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배준우와 고은영은 함께 회사에 갔다.차 안에서, 배준우는 배항준이 자기를 만나려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그러고는 차갑게 한마디 던졌다.“아직 상황 파악 못 하셨대?”“도련님!” 수화기 너머의 집사는 다소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대표님과 고은영 씨의 결혼식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상관없는 일이라고 전해요!”“도련님......”“끊어요!” 배준우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조수석에 앉은 고은영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배준우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배씨 가문 일이라면 그녀 역시 머리가 아팠다.배준우의 새어머니를 보면 그들 사이가 왜 이 지경인지 알 수 있다.고은영도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일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는다.배준우가 그녀를 쳐다봤다.“점심에 너 우리 집에 좀 갔다 와.”“네?”고은영을 집에 보낸다고?”고은영은 난감한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봤다. 그녀도
배준우가 그렇게 말하니 고은영도 한시름 놓았다. 만약 배준우가 그녀에게 배항준의 비위를 맞춰줘서 결혼 승낙을 받아내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그녀가 해내지 못할 일이다.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참을 필요도 없다고 하니 마음이 그나마 조금은 가벼워졌다.전에 배준우와 고은영이 결혼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회사 사람들 모두 배준우 같은 사람이 시골에서 올라온 이 평범한 여자와 결혼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비꼬는 소리도 많았지만, 두 사람이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온 뒤로는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지금 비서직에는 고은영, 한희, 진청아, 민초희, 그리고 정유비가 있다.민초희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한희는 꽤 능력이 있고, 진청아는 조용한 스타일이고, 정유비는 가장 오래된 직원이다.그렇기에 사람들은 나태웅이 곧 이직하면 정유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거라 생각했다.정유비도 자신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물론 지난번 사무실에서 고은영과 배준우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뒤부터는 배준우 앞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고은영을 향한 혐오감도 완벽히 숨기고 있었다."은영 씨 일은 잠시 한희 씨랑 청아 씨한테 나눠 줬어요. 은영 씨는 대표님 곁에서 대표님 지시를 따르면 되요.”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고은영을 사모님 취급하는 말투도 아니었다.고은영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줬다는 말이 의아한 듯 물었다.“나 실장님이 그러라고 하신 거에요?”전에 휴가를 낸 비서가 있었을 때도 다들 그 업무를 조금씩 맡아서 처리한 적이 있었다. 고은영은 지금 정유비가 하는 말이 그것과는 다른 의미라는 걸 눈치챘다.정유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은영을 쳐다봤다.“내가 그런 거에요.”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자기가 그런 거라고?정유비는 부하직원을 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기에 고은영은 불쾌한 기분을 느껴 입을 삐죽거렸다. 아직 나 실장님 자리를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러니 황당할
고은영은 배준우가 화내고 있다는 말에 자신이 또 뭘 잘못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는 서둘러 하던 일을 멈췄다.앞을 보니 나태웅은 이미 회의실로 몸을 돌려 있었고, 고은영도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대표님이 왜 화가 나신 거예요?”나태웅은 걸음을 멈추고 고은영을 쳐다봤다.“정말 몰라서 물어?”나태웅의 심각한 얼굴에 고은영도 입술이 떨렸다.상황을 보니, 배준우가 단단히 화난듯했다.고은영은 긴장감에 침을 삼키며 나태웅을 따라갔다.회의실 문이 열리자, 안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닥엔 서류들이 흩어져 있었고, 정유비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걸 줍고 있었다.배준우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살기 가득한 눈빛에 고은영은 심장이 떨렸다."대, 대표님.”화가 많이 난 모습이었다. 또 뭐가 뜻대로 되지 않는 건지.나태웅은 고개를 돌려 고은영은 보며 말했다.“대표님 쪽으로 가!”“네!”고은영은 재빨리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배준우 곁으로 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왜 화나셨어요?”심장이 떨리다 못해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도대체 성질이 왜 이 모양인지,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고 있으니!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그의 모습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됐다.이때 나태웅이 서류를 줍고 있는 정유비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유비 씨는 나가있어.”“네, 알겠습니다.”정유비는 온몸을 떨며 고은영을 쳐다보았다. 바닥에서 주운 서류를 고은영의 손에 쥐여주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서둘러 회의실을 뛰쳐나갔다.고은영이 회의실에 들어선 순간 배준우의 살기도 조금 사그라들었다.나태웅이 배준우에게 물었다.“회의 시작할까요?”“그래.”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도 재빨리 서류를 정리하고 배준우의 뒷자리에 앉았다.이전에 서류를 정리할 때는 자주 실수를 저질렀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절대 오차가 생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니 아주 꼼꼼히 정리했다.그
정유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뻔뻔하게 말했다.그녀는 배준우에게 고은영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 했다.고작 고은영 대신 회의에 들어갔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나태웅은 차갑게 그녀를 흘겨보았다.“정말 그것 때문이야?”날카로운 질문이다!순간 정유비는 멈칫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녀의 진짜 목적은 배준우의 비서 일을 완전히 자기 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고은영이 없었을 때는 분명히 배준우도 그녀의 업무능력에 만족했는데 이번에는 대체 왜....?그녀는 고은영의 업무능력이 별로라고 생각했기에 배준우는 왜 그녀를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정유비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나태웅은 코웃음을 쳤다.“난 유비 씨가 연화 씨보다는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나 실장님!”나태웅의 말에 정유비는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태웅을 쳐다보고 있었다.나태웅이 이어서 말했다.“만약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있으면 그땐 더 이상 동영그룹에 있을 수 없을 거야. 알겠지?”나태웅의 말투에는 한기가 감돌았다.이미 불만이 가득했던 정유비는 나태웅의 말에 더욱 심장이 떨렸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마음으로는 납득이 안갔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하는 수 밖에 없었다.그녀는 고은영의 존재를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은영과 배준우의 사이가 어쩌면 단순히 계약 관계만은 아닌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가봐.”나태웅은 정유비가 멍청하다 생각했다.정유비는 김연화에 비해 성숙한 편이었다. 하지만 경쟁자였던 김연화가 해고 된 후부터 계속해서 배준우의 옆에 있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배준우가 전에 말했듯 남자 비서를 두는 게 더 나을듯싶다. 여비서가 남자 비서보다 더 섬세하다고 생각해서 여비서를 뽑았는데, 그 섬세함이 너무 과도했다.배준우가 피곤하다고 느낄 정도의 섬세함이었다.정유비는 창백한 얼굴로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나왔다.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