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34화

배준우가 그렇게 말하니 고은영도 한시름 놓았다.

만약 배준우가 그녀에게 배항준의 비위를 맞춰줘서 결혼 승낙을 받아내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그녀가 해내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참을 필요도 없다고 하니 마음이 그나마 조금은 가벼워졌다.

전에 배준우와 고은영이 결혼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회사 사람들 모두 배준우 같은 사람이 시골에서 올라온 이 평범한 여자와 결혼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꼬는 소리도 많았지만, 두 사람이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온 뒤로는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지금 비서직에는 고은영, 한희, 진청아, 민초희, 그리고 정유비가 있다.

민초희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한희는 꽤 능력이 있고, 진청아는 조용한 스타일이고, 정유비는 가장 오래된 직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나태웅이 곧 이직하면 정유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거라 생각했다.

정유비도 자신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

물론 지난번 사무실에서 고은영과 배준우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뒤부터는 배준우 앞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고은영을 향한 혐오감도 완벽히 숨기고 있었다.

"은영 씨 일은 잠시 한희 씨랑 청아 씨한테 나눠 줬어요. 은영 씨는 대표님 곁에서 대표님 지시를 따르면 되요.”

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고은영을 사모님 취급하는 말투도 아니었다.

고은영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줬다는 말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나 실장님이 그러라고 하신 거에요?”

전에 휴가를 낸 비서가 있었을 때도 다들 그 업무를 조금씩 맡아서 처리한 적이 있었다. 고은영은 지금 정유비가 하는 말이 그것과는 다른 의미라는 걸 눈치챘다.

정유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은영을 쳐다봤다.

“내가 그런 거에요.”

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

“......”

자기가 그런 거라고?

정유비는 부하직원을 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기에 고은영은 불쾌한 기분을 느껴 입을 삐죽거렸다.

아직 나 실장님 자리를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러니 황당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