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웅은 이런 배준우의 태도가 놀라웠다.그도 방금 자신이 본 그 장면이 분명 자신의 착각이라고, 배준우는 절대 누구를 위로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은영은 억울한 듯한 목소리도 말했다.“대표님..““애교부리면 20만원이야.”“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고은영은 멍해졌다.이러다간 이번 달 월급을 다 벌금으로 날릴 판이었다.배준우는 억울하지만, 감히 뭐라고 대꾸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코웃음 쳤다.“앞으로 또 울거야?”“안 울게요!”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 운 대가가 이렇게 큰데 감히 어떻게 또 울겠는가.나태웅은 점점 부드러워지는 배준우의 말투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도대체 벌금을 시키는 건지 아니면 연인 사이에 서로 티격태격하는 건지?“지금 바로 일하러 갈게요.”배준우가 아무 말 없자 고은영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계속 얘기하다간 월급을 다 날릴까 봐 무서웠다.사무실에는 나태웅과 배준우 두 사람만 남았다.“진짜로 벌금시킬거야?”“그것 때문에 울면 네가 달랠 거야?”나태웅은 말문이 막혔다.“......”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근데 그걸로 겁줬잖아?”이젠 그녀가 우는 걸 두려워하다니. 단순히 계약된 사이가 아니라 생각했다.나태웅은 배준우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주 오랫동안, 나태웅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배준우가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왜?”“너 진짜 고은영 좋아하는 거야?”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방금 고은영에 대한 배준우의 남다른 태도를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네가 보기엔 어떤데?”배준우가 되물었다.그는 나태웅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애매모호함에 그를 잘 알고 있던 나태웅도 지금은 그가 도대체 어떤 생각인지 알지 못했다.나태웅이 다시 물었다.“그럼, 그날 밤 남성사건 여자는 계속 찾을 거야?”그는 일부러 그날 밤 얘기를 꺼냈다.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찾았
배준우는 잠시 멈칫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나태웅을 쳐다보았다.나태웅이 이어서 말했다.“안지영 아니면 고은영이야.”두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만약 정말로 안지영의 짓이라면, 그녀 자신 아니면 고은영이 뭔가를 숨기기 위해 한 짓이 틀림없었다.나태웅의 말을 들으며 배준우도 이 점에 대해 생각했다.순간 배준우의 눈에 한기가 스쳤다.“안지영을 집중적으로 조사해!”배준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안지영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라고 말은 했지만, 그는 사실 안지영이 아니길 바랐다.만약 정말 두 사람 중에 범인이 있다면, 배준우는 오히려 고은영이길 바랐다.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지금, 이 시각 안지영과 고은영은 나태웅이 자신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근무 시간에 몰래 만났다.안지영은 지금 출근하지 않는다.그녀는 사직한 후 한 달간 휴가 시간을 가졌다.“아저씨가 어떻게 허락하셨어?”고은영이 의아한 듯 물었다.안진섭은 그동안 안지영이 회사를 그만두는 걸 견결히 반대해 왔다.그런데, 이번엔 대체 왜 허락하셨는지! 안지영이 대답했다.“허락 안 해 주면 나 죽는다고 협박했어.”“설마, 아니지...?”고은영은 안지영의 말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안지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으로 협박하는 건 조보은 같은 사람이나 할 짓이라고 생각했다.안지영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에이, 나도 어쩔 수 없잖아.”“그럼 나 실장님이 너한테 3일 시간을 주겠다고 한 건? 너...?”“당연히 안 만났지. 사직한 마당에 내가 왜 만나!”안지영은 당당히 말은 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사직했다고 그녀가 한 짓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만약 나태웅이 결정적 증거를 손에 쥐게 되면, 사직했든 안 했든 잘못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단지 회사에 있으면 숨이 막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도망을 친 거다.고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나 실장님이 더 의심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또 한참을 의논했다. 안지영은 이미 고은영에게 병원을 찾아주었고 마침 의사는 안지영의 친구였다.지금 그녀의 신분은 동영그룹의 안주인이자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다. 그러니 뭘 하든 신중해야 한다.만약 외부에 알려지면 그녀 본인은 물론 배준우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은영은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지영아, 너 진짜 너무 최고야.”안지영의 모든 준비에 고은영은 고맙기 그지 없었다.그런데 안지영은 오히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가 아니면 누가 너 챙겨줄 것 같애?”이건 사실이였다.비록 고은영도 엄마가 있지만 그 엄마라는 작자는 차라리 없는 쪽이 훨씬 낫다.두 사람은 오래도록 수다를 떨었고, 배준우의 연락을 받은 뒤에야 고은영은 안지영과 헤어졌다.안지영은 고은영에게 내일 점심 병원에 가야하니 핑계를 미리 준비하라고 했다.두 사람이 카페를 나서는 순간, 옆 테이블의 여자가 푹 눌러 쓴 모자를 벗었다.이미월은 창백한 얼굴로 고은영과 안지영의 대화를 되뇌였고 그녀의 눈가에는 한기가 스쳤다.‘고은영 이 천박한 년...... 대체 어떻게 조사했던 거지? 감히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준우와 결혼하다니? 정말 겁도 없구나?’고은영은 다급히 회사로 돌아갔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배준우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쳤다.“대표님~”아마 방금 안지영과의 대화로 인해 배준우를 보는 순간 고은영은 괜히 마음이 켕겼다.배준우는 싸늘하게 그녀를 노려보더니 시선을 점점 아래로 향했다.결국 그의 시선은 그녀의 아랫배에서 멈췄다.그 예리한 눈빛은 당장이라도 고은영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 고은영은 괜히 심장이 철렁했다.그녀는 다급히 아랫배를 감싸며 말했다.“대, 대표님!”배준우가 싸늘하게 웃었다.“어디 다녀왔어?”고은영이 말했다.“화장실이요!”그녀는 감히 안지영을 만났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역시 나태웅의 말처럼 두 여자는 수시로 만남을 가졌다.배준우는 어쩌면 이 두 여인에게 나쁜 속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
두 사람이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그때, 갑자기 고은영의 휴대폰이 울렸다.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였지만 고은영에게는 일종의 구원이었기에 바로 휴대폰으로 화제를 돌렸다.“저, 전화 좀 받을게요.”배준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고은영은 부리나케 휴대폰을 들고 사무실에서 나왔다.배준우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겁도 없네......’비록 나태웅에게 빠른 시일 내에 안지영을 조사하라고 시켰지만, 사실 배준우는 이미 대략 정황을 확신하고 있었다.고은영은 다급히 사무실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은영 씨.”전화기 저편에서 육명호의 촉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에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 비록 뭐가 두려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혹시 그날 밤 북성에서 육명호와 스킨십이 아닌 스킨십을 했을 때, 배준우가 화를 내서일까?하여 육명호만 떠올려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비록 두 회사의 협력은 실패했지만 한 때는 고객이었으니 고은영은 깍듯이 인사했다.“육 대표님, 안녕하세요.”“나 지금 동영그룹 입구야. 내려올래, 아니면 내가 올라갈까?”육시준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분명히 고은영의 의견을 묻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은 억압도 들어있었다.고은영이 말했다.“둘 다 싫은데요?”육명호 때문에 직원 수칙도 외웠는데 또 회사로 찾아왔다고?어떤 의미로 왔든 모두 그녀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낼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내려가 육명호를 만나는 것도 고은영은 두려웠다.배준우는 아주 무서운 상사다. 직원 수칙에는 분명 여직원은 사적으로 고객을 만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게다가 그녀는 마케팅 부문이 아니라 육명호와 만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또, 마케팅 부문의 직원이라도 반드시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고객과 만날 수 있다. 그 말인즉슨, 고은영이 육명호와 만나려면 반드시 배준우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배준우에게 육명호와의 만남을 허락받는다? 차라리 지옥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안 돼.
고은영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싫어서 결국 배준우에게 찾아갔다.혹시라도 사적으로 육명호를 만났다가 들키는 날엔, 후과느 아주 엄중할 것이다.사무실에 들어선 고은영은 배준우의 그윽한 눈빛과 시선을 마주쳤다.배준우가 물었다.“누구 전화야?”고은영은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육 대표님요.”“육명호가 너한테?”배준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둘이 사적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았어?’어두워진 배준우의 표정에 고은영은 바로 그의 기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지금 배준우 앞에서 육명호라는 세 세글자는 완전히 금기어가 된 듯싶다.이것은 육명호가 배준우를 보통의 남자처럼 생각하고 접대한 잘못이다. 그러게 비즈니스 자리에 왜 여자를 불러서는?그날 밤 그들의 비즈니스는 그 여자 때문에 끝났다.하지만 일하는 스타일을 보니 육명호도 그리 반듯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육명호 씨 맞아요.”고은영은 전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너한텐 왜 전화했대?”“저를 만나겠대요.”‘사적으로 연락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적으로 만나겠다고?’“만나기만 해 봐.”배준우의 쐐기에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그러고는 심호흡하고 말했다.“나한테 두 가지 선택 기회를 주겠대요. 내가 내려가서 만나든, 본인이 나 찾으러 올라오든 선택하라네요. 완전 위협적이지 않아요?”고은영의 진지한 말에 배준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널 위협했어?”“네, 위협처럼 들렸어요.”고은영은 더 진지하게 말했고 배준우의 눈가에는 한기가 스쳤다.‘육명호, 이 자식, 배짱 좋네? 감히 내 사람을 협박해?’배준우는 차가운 눈초리로 고은영을 쏘아보았고, 고은영은 순간 심장이 철렁하는 것 같은 기분에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나 협박하는 데 내가 뭐 별수가 있겠어요?”그녀는 혹시라도 불똥이 자기한테 튈까 봐 바로 육명호와의 관계에 선을 그어버렸다. 배준우는 잔뜩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에 차갑게 웃으
고은영에게서 전화만 걸려 오면 안지영은 불안한 마음부터 생겼다.왜냐하면 고은영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는 분명 무슨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고은영이 말했다.“지영아, 나 오후에 건강검진 있어!”“뭐라고?”“아까 대표님이 직접 말하셨어. 오늘 오후에 전 직원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건강검진이야?”오늘 오후면 건강검진을 한다는 말에 안지영은 깜짝 놀랐다.건강검진은 고은영에게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당연히 고은영도 건강검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조바심이 났다.“내가 어떻게 알아.”두 사람은 배준우가 왜 이 시점에서 건강검진을 배치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면 건강검진은 마땅히 다음 달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다.안지영이 말했다.“건강검진 절대 하면 안 돼!”동영그룹의 건강검진은 항상 전면적이라 만약 고은영이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면 임신 사실은 절대 숨길 수가 없게 된다.“나도 알아. 근데 대표님이 나한테 직접 말했어.. 나 도망 못 갈 것 같아.”“안 돼도 되게 하라고!”안지영이 쐐기를 박았다.고은영은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왜 생각한 대로 상황이 굴러가지 않는지......안지영은 비록 그녀에게 쉽게 도망가라고 말했지만 배준우가 특별히 그녀에게 이 일을 전해주었으니 안 가면 안 될 것 같았다.“너 건강검진 받게 되면 어떤 결과인지 잘 알고 있지?”고은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안지영은 조바심이 났다.안지영은 이미 병원 측에 연락했고 만약 내일 진찰이 순조롭다면 바로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건강검진이라니? 이걸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고은영 본인은 더더욱 조바심이 났다.“그럼, 알지.”“너 그러면 점심에 배씨 저택 가지 마. 점심에 당장 수술대에 오르는 거야.”곰곰이 생각하던 안지영은 결심한 듯 이를 악물고 말했다.두 사람은 이미 배준우에 의해 궁지에 몰렸다.“오늘 점심?”“아니면 어떡
정유비는 바로 몸을 돌려 배준우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마침 고개를 든 이미월이 고은영과 눈이 마주쳤다.순간 이미월의 눈동자에는 음침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고은영은 이미월이 왜 이렇게 웃는지 알 수 없었다.고은영이 생각하기도 전에 정유비는 배준우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확연히 굳어졌다.“왜 그래, 유비야?”이유비의 안색이 좋지 않으니 이미월은 다급히 물었다.정유비는 이미월을 힐끗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너한테 화 단단히 났나 봐.”이미월은 당연히 배준우가 화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잃은 대로 잃었고, 심지어 외삼촌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지금 그녀는 호텔 비용도 부담하기 힘들어 여인숙에서 지내고 있었다.정유비는 한숨을 내쉬었다.“너 먼저 돌아갈래?”“나 만나기 싫대?”고은영이 두 여자를 스쳐 지나가는 그때, 정유비는 삽시에 눈빛이 차가워지며 이미월을 향해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대표님 옆에서 누군가 입을 함부로 놀리고 있잖아. 그러니 어떻게 쉽게 화가 풀리겠어?”‘누군가’라는 세 글자, 모두 정유비가 누구를 말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고은영은 정유비가 김연화보다 성숙하고 진중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하지만 배준우는 이미월에 대한 태도가 확고했고, 고은영은 배준우가 화나면 어떤 후과를 초래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치러야 할 대가는 이미월보다 더 끔찍할 것이다.정유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무 대답도 없는 이미월에게 말했다.“일단 돌아가, 응?”이미월이 단호하게 말했다.“중요한 말이 있다고 전해줘.”그녀는 이대로 떠나기 싫었다.고은영은 내일 병원에 갈 것이며, 이미월은 오늘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하지만 대표님이......”“내가 직접 들어가서 말할게.”“안돼!”정유비는 단호하게 말했다.정유비는 이미 배준우에게 이미월이 찾아왔다고 전했지만 배준우는 생
배준우는 홀로 사무실에 있었다.막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인 그는 갑자기 들어온 사람이 이미월이라는 사실에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녀를 내쫓기 위해 차가운 표정으로 인터폰을 누르려는 그때, 이미월이 다급히 다가와 그의 손을 막았다.“내가 일방적으로 들어왔어.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야.”이미월은 부드럽지만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배준우는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이거 놔.”배준우의 더없이 차가운 말투에 그녀는 심장이 떨려왔지만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내 얼굴 보는 게 그렇게 싫어?”이미월은 울먹이더니 눈시울을 붉혔다.배준우에 대한 지난 몇 년간의 그리움을 떠올리니...... 그녀는 그가 서럽기도 하면서 원망스럽기도 했다.배준우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뺐다.인터폰에서 손을 떼는 순간까지도 그의 눈빛에는 혐오로 가득했다.하지만 배준우도 더는 그녀를 쫓아내지 않았고 이미월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동영그룹의 모든 사람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그중에는 량천옥의 사람도 적지 않았다.만약 이대로 쫓아낸다면 량천옥이 또 쉴 새 없이 입을 나불거릴 것이다.“나 원망하는 거 알아. 하지만...... 나 너 많이 보고 싶었어.”이미월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애처로운 마음을 표현했다.하지만 애절한 그녀의 고백에도 배준우의 차가운 얼굴은 전혀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날카롭게 이미월을 노려보았다.그 눈빛에는 경고가 들어있었다.이미월은 저도 몰래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준우야.”“그 말 하려고 들어왔어? 그런 거라면 당장 나가!”배준우가 차갑게 경고했다.지금 배준우는 이미월의 감정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다.무뚝뚝한 배준우의 태도에 이미월은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배준우가 이렇게까지 매정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는 다 잊은 걸까?지나간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린 걸까?이미월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배준우의 쌀쌀맞은 태도에 더는 말을 이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애써 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