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희는 또 집사에게 몸보신할 보약 몇 가지를 같이 보내라고 명령하고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그 순간, 계단 어귀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이미월을 보며 말했다.“미월아, 내가 네 큰엄마로서 충고하는데, 너랑 배준우는 이제 끝이야!”“아니에요. 준우는 그냥 저한테 성질을 부리는 것 뿐이에요. 준우랑 고은영은 합의된 관계일 뿐이라고요. 위장 결혼이요!”“합의된 관계? 합의된 관계일 뿐인데 그 여자를 그렇게 감싸고 돌아?”“......”이미월은 말문이 막혔다.정원희의 말에 하얗게 질렸던 이미월의 얼굴에 슬픔이 더해졌다.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나한테 성질부리는 거라고. 나한테 복수하려고 그러는 거라고요.”이미월은 배준우가 고은영을 특별하게 대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이런 고집에 정원희도 어쩔 수 없다는 듯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그럼 앞으로 너랑 천가는 이제 아무런 관계가 없겠구나.”“그게 무슨 말이에요, 큰엄마? 저랑 인연을 끊겠다는 뜻이에요?”이미월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원희를 바라보았다. 그깟 고은영이 뭐라고 그녀마저 이런 잔인한 말을 자기에게 내뱉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정원희는 몇 년 동안 이미월의 어머니 이안을 생각하니(이미월의 부모님이 이혼 후 이미월은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진가에 돈을 요구했던 걸 말고는 집안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이런 관계를 끊으면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그동안 진 회장이 차마 못 했던 걸 정원희는 자가기 하기로 생각했다.“너희 어머니께 전해. 앞으로 네 외삼촌을 다시는 찾지 말라고. 우리가 돈 버는 게 뭐 쉬운 일인 줄 알아?!”“’.....”“예전에는 널 혼자 키우는 게 안쓰러웠는데, 이젠 아니야! 우리도 이 몇 년 동안 너희한테 할 만큼 했어.”그동안 이미월의 유학비용을 모두 진가에게 내주고 있었다.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공부시켰는데 이런 결과라니!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는, 그
그리고 이번에 진 회장이 그녀를 노가의 그 바보 같은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겠다고 했을 때 정원희는 뜻밖에도 반대하지 않았다.아마 진승연이 북성에서 돌아오기전 부터 이미 상의가 끝난 일인 것 같았다.지금 천가는 배준우에게 뭐라고 더 말하지 못하고 있다. 배준우를 더 화나게 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해결책이라도 찾아야 한다.그리고 그 해결책이......!바로 진승연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진승연은 서럽다는듯이 말했다.“엄마, 나 엄마 딸이야.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래?!”진승연은 억울한 눈으로 정원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자기 친어머니가 자기를 그런 바보 같은 남자에게 시집보내려 한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진승연의 하소연에 정원희도 굳은 표정으로 코웃음 치며 말했다.“그래. 넌 내 딸이야. 근데 왜 이렇게 멍청한거야?!”남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지금 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진승연이 대답했다.“근데, 언니가......”“앞으로는 아니야!”진승연이 말을 채 다하기도 전에 정원희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미월은 더 이상 그녀의 사촌 언니가 아니라고 말했다.진승연은 믿을 수 없었다.“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앞으로는 아니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그럼 그녀와 이모의 관계도 이제 끝인 건가?믿을 수 없다는 진승연의 눈빛에 정원희가 말했다.“무슨 뜻이냐고?”“......”“네가 생각이 있는 애라면 이런 질문은 하지 않을 거야!”진승연은 놀란 표정으로 정원희를 쳐다보았다.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정원희는 이어서 말했다.“걔들이 몇 년 동안 우리 집에서 가져간 돈이 얼마인지는 알아? 그런데 너를 이용해서 우리 집안을 이 꼴로 만들어?”“엄마, 그건 언니가 아니라 나야......”“만약 정말 너라면, 그럼 노빈이와의 결혼 준비나 잘해!”정원희는 지금까지도 이미월을 위해 변명하고 있는 진승연의 모습에 더욱 화가 치밀어
정원희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이따가 웨딩드레스 올 거니까 잘 골라!”“엄마...!”“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난 다 싫어!” 진승연은 소리 지르며 말했다.그런 바보 같은 놈에게 시집가면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고르라고?이 상황에 뭘 고르겠어!정원희는 더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나가버렸다.이런 엄마의 모습을 진승연도 처음 본다.그녀는 엄마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전에 노빈에게 시집보낸다고 했을 때, 겁주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아니, 왜 다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내가 잘못했으니깐.. 나 풀어줘요!”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에 진승연은 완전히 절망했다.이전에 고은영 일에 대해서 전혀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던 그녀가 이제야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내가 틀렸어. 내가 잘못했어. 엄마......!”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멀어지는 하이힐 소리뿐이었다.정원희는 전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아니, 나한테 이러지 마, 엄마 나한테 이러지 마!” 진승연은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밖은 몹시 조용했다.........한편 하원에서, 고은영은 안지영을 만나러 가려 했지만, 배준우가 계속 집에 있는 바람에 그녀는 조급해졌다. .“띵동띵동.”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진 씨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위층에서 물을 마시러 내려온 배준우는 누가 온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제가 물 가져다드릴게요. “그녀의 이런 알랑거리는 모습에 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또 무슨 사고 친 거 있어?”배준우는 고은영이 이런 행동을 할 때는 사고 친 일이 있거나 켕기는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냥 물 가져다드리는 건데요.”또 무슨 사고를 쳤다는 말인가.이미 거짓말한 일도 아직 처리가 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감히 어찌 또 사고를 칠 수 있겠는가!이게 다 조금 전 이미월
배준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보자, 고은영은 더욱 갈등했다.소파에 앉아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다가갔다.그녀에게 가까워질수록 뭔가 억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그 모습에 고은영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대표님!”배준우는 몸에 흰색 목욕수건을 둘렀다. 그런데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고은영은 그의 선명한 복근에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그의 허리에 있는 목욕수건이 떨어질까 봐 걱정됐다.......!배준우는 들고 있던 수건을 고은영의 손에 던지며 말했다.“머리카락 좀 말려줘요!"말하면서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어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의 업무는 끝이 없다!바쁜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머뭇거리고 있었다.하지만 배준우의 진지한 얼굴에 자기가 뭔가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정말......!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머리카락 물이 휴대전화 화면에 떨어지자, 배준우는 고은영을 올려다보았다.“왜 가만히 있어?”고은영은 재빨리 움직이며 말했다.“네. 지금 할게요.”바로 일어나 준우에게 다가갔다.그러나 막 발을 떼는 순간, 카펫에 걸려 준우의 품속에 넘어졌다.고은영은 깜짝 놀랐다.그녀가 반응할 새도 없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준우의 품속에 넘어졌다.순간, 공기마저도 조용하게 느껴졌다.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 남자의 몸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여자보다 더 섬세한 그의 피부를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고은영 자기가 넘어진 자세를 보고는 서둘러 변명했다.“대표님, 이게 오해라면 믿으시겠어요?”“글쎄, 네가 일을 참 많이 벌리니까 잘 모르겠네.”오해라는 걸 믿지 않는 단 뜻이다.그러자 고은영이 말했다.“카펫에 걸려 넘어진거예요. 정말 맹세해요.....!”고은영은 자기 마음을 꺼내서라도 정말 오해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왜 아직도 안 일어나?”“일어나요. 일어날게요!”고은영은 말을 더듬으며 일어났다.그녀는 얼굴뿐
배준우가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가 마치 번데기처럼 이불로 자기 몸을 돌돌 감싸고 있는 걸 보았다.“이렇게 자면 편해?”배준우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중요한 것은 서로의 안전이었다.항상 잠결에 배준우의 침대에 기어 올라가는 것도 모자라, 다리를 그의 몸에 올려놓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배준우가 별로 개의치 않아 하니 다행이지, 아니면 무슨 대가를 치르게 될지 그녀는 전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상상조차 못 했다. 다음 날 아침, 고은영이 또.......!그녀는 자기 행동에 대해 배준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차마 몰랐다.미안하단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팔다리를 분질러 버리지 못하는 걸 한스럽게 생각했다.“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예요!”그녀도 정말 억울했다.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서 옷장 앞으로 걸어갔다.“됐고, 일어나서 옷 좀 골라줘.”고은영은 배준우가 달랑 반바지만 걸치고 있는 모습에 온몸이 더워지기 시작했다.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었나?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자신이 또 오버하고 있음을 느꼈다.그녀는 계속 이러다간 언젠가 큰일이 일어날까 두려웠다.“네. 알겠어요.”고은영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사실 처음에 배준우의 옷을 매칭할때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안지영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조금씩 배워 나갔다.간단히 말하면, 회사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는 배준우의 24시간을 전담하는 비서였다.회사일 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그를 케어해주기 때문이다.“오늘은 이 파란색 셔츠를 입는 게 어때요?”그에게 물었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얼른 그에 맞는 넥타이도 찾아주었다.오랜 시간 그의 곁에 있었지만, 넥타이를 매는 솜씨는 여전히 서툴렀다.배준우는 그녀의 곱슬한 속눈썹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전혀 용산 사람 같지 않았다. 섬세한 피부도 그렇고 키가 큰 것도 그렇고.“다 됐어
어두운 배준우의 표정에, 고은영은 방금 진 씨 아주머니 말을 그대로 배준우에게 전했다.배준우가 아주머니를 탓 할까 봐 두려웠다.그 말을 들은 배준우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가볼까?”“네?”하지만 고은영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배준우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고 문밖으로 걸어갔다.“잠시만요, 저 아직 양치질 안 했어요.”배준우가 자기 손을 잡고 함께 계단을 내려가려 하자 고은영은 머리 아파 났다. 이 두 사람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지.고은영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배준우가 진짜 복수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걸! 배준우도 그녀가 자기 마음이 진짜라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만 표현했다.두 사람이 손을 잡고 아래로 내려갈 때, 이미월은 얇은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고은영은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배준우는 표정이 차가운 것 외에는 다른 감정은 없어 보였다. 그냥 이미월이 찾아온 게 못마땅한 표정처럼 보였다. 이미월은 배준우와 고은영이 함께 내려오는 걸 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 떨어졌다.순간 울컥해져 손에 힘이 빠져 들고 있던 커피를 그만 카펫에 쏟아 버렸다. 카펫은 순식간에 더러워졌다. 그녀의 발등에도 조금 쏟아졌다.“준우야.”그녀는 발등에 떨어진 커피가 뜨거운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상처 입은 눈빛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위층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아침 먹어.”“네.”배준우가 손을 놓자, 고은영은 재빨리 부엌으로 달려갔다.배준우는 이미월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러고는 차갑게 말했다.“여기는 뭐 하러 왔어?”그가 입을 연 순간, 이미월은 뼈에 사무치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그녀는 단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을 뿐인데, 그가 이렇게 차갑게 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겨우 말했다.“정말 진씨 가문을 용서해 줄 수 없는 거야?”배준우는 차갑게 그녀를
이미월은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는 들었지? 너는 내가 너한테 복수한다고 생각하는거야?”배준우가 물었다.“그럼 아니야?”복수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녀에게 이렇게 모질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배준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넌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이미월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죽을 먹고 있던 고은영도 그의 이 날카로운 질문에 거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복, 복수가 아니면...?“복수? 하하하!”그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생각이 가소롭다는 걸 의미하는 웃음이다.이미월은 멍해진 채로 배준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돌아가. 다신 여기 오지말고.”"......”무슨 뜻이야?그녀가 묻기도 전에 배준아가 이어서 말했다.“ 내 눈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어.”“내가 그렇게 미워?”이렇게 잔인하게 굴 만큼 그녀가 미운 걸까?만약 그가 진짜 복수를 위해서 그러는 거라면, 이미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그녀가 집에서 마저 쫓겨났으니 말이다!그녀는 이미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또 한 번 비웃었다.“너는 내가 그런 지루한 일에 시간낭비 할 사람처럼 보여?”“......”이 말을 들은 고은영도 멈칫했다.그가 복수는 지루한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미월의 계속되는 착각에 배준우는 아주 정확히 말해주었다. 복수 같은 건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이다.이미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복수가 아니라면?정말 복수 때문이 아니라고?!아니, 그럴 리가 없어!그럼, 왜 요 몇 년 동안 진영그룹이랑 잘 협력하다가, 갑자기 그러는 건데?“만약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거였다면, 넌 이미 성공했어.”“아주머니, 손님 배웅해 주세요.”이미월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준우가 말을 끊었다. 더는 그녀와 얽히고 싶지 않아 보였다.고은영의 뒤에 서 있던 진 씨 아주머니도 이미월이 계속
이미월이 자리를 떴다.고은영은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고, 배준우도 식탁 앞에 앉았다.“쾅!”의자 당기는 소리가 전보다 크게 들렸다.고은영은 두 사람의 싸움이 결국 자기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고 두려워 두 눈을 질끈 감았다.배준우는 움직이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봤다.고은영은 계속해서 죽을 먹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어제 대표님이 처리하라고 하셨잖아요...”그 말은, 그녀를 탓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어제 자기가 했던 말들이 이미월에게 많은 자극이 됐을 거라 생각했다.그런 얇은 옷차림으로 밖에서 배준우를 온 밤 기다리다니!고은영은 일부러 여리여리 한 척, 약한 척하는 그녀의 태도에 더욱더 혐오감을 느꼈다.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이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자 미세한 미소를 머금은 배준우의 얼굴이 보였다.고은영은 놀랐다......!“대표님, 괜찮으세요?”뭔가 큰 자극을 받았나? 이 와중에 웃음이 나오나?배준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잘했어!”“네?”“진 회장 아내가 너한테 주려고 한 물건들, 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들이야.”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이미월씨가 쫓겨난 게 그 분한테 영향이 있어요?”방금 이미월은 자기가 외숙모네 집에서 곧 쫓겨날 거라고 말했다.그럼, 그녀의 집은?고은영은 이미월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다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티가 나는 그녀의 모습에 당연히 부잣집 딸이려니 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곧 진가에서 쫓겨난다고 심각하게 말하는 걸 보니, 아마 그녀에게 매우 큰 일인 듯했다.배준우가 대답했다.“그게 너랑 상관이야?”“......”차갑기 그지없는 질문이다!“상관은 없지만, 제가 너무 심하게 자극하는게 아닌지 해서요.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요?”“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그래요. 아니...... 대표님, 정말 이미월씨한테 복수하는 거 아니였어요?”고은영은 여전히 의문이었다.조금 전 이미월이 배준우가 그녀에게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전화 너머의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전에는 네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어.” 그 순간, 진성택은 자신이 고은영에게 대했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은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큰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반응이 무뎌지는 법이잖아. 나는 그동안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네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네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건 알지만 나도 그런 감정이 싫다.” 감정과 이해라.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쳐도 그럼 그 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아이러니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너를 찾은 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그게 진유경의 일 때문인가요?”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무슨 일이든 그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설명하든 고은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네 어머니 때문이야.” 이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상에서도 고은영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그녀는 더 비웃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이 준 기회야. 빼앗은 기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가 너를 만날 기회도 얼마 안 남았지.” 그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고은영은 눈썹을 찌푸렸고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진성택이 마치 도덕적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자신이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예요?” “병원 맞은편의 밀크티 가게에 있어.”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의사들이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안지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안열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서 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태웅을 죽여야겠어요!” ‘아,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어.’ 나태웅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으로 그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직 근육도 제대로 안 키우셨잖아요. 나태웅을 찢어낼 힘이 있을까요?” 원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안열의 말에 더 화가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안열은 안지영이 방향을 잃고 분노만 가득한 상태를 보고 바로 말했다. “이건 결국 넷째 도련님께 말씀드려야 할 문제예요.” “또 장선명 씨더러 처리하라고요?” 장선명의 수법은 이미 잘 봤다. 그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써서 그녀조차도 반응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이 문제를 장선명이 처리하면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돼요!” 안지영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장선명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왜요?” “그거 기억 안 나요? 지난번에 장선명 씨가 그렇게 처리했을 때 그 몇 억을 가지고 나태웅을 미쳐버리게 만들었잖아요. 이제 나태웅은 진짜 미친 사람이에요.” 특히 지금 그의 행동들은 안지영 마음속에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 이 이유가 참 적합하네.’ 안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강하게 나가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칠거예요. 그럼 우리 모두 큰일 난다니까요!” “혹시 대표님은 무서운 건가요?” “무섭지 않아요. 그런 문제는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태웅의 집안까지 욕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미 화가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정말이야?” 다시 입을 열었고 그의 말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화가 아니라 만약 눈앞에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신을 바로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안지영!” “난 장선명 씨와 약혼한 상태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네 사촌 걱정이나 해. 내가 너희 나씨 가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여자는 불여우처럼 순수한 척, 남자는 정신병자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그 뿌리가 다 썩었어!” 그녀는 작은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안열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 아까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안지영은 정말로 미친 듯이 화가 난 상태였다. “사과하라고? 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데! 내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고 네 사촌은 와서 날 때렸는데 나더러 사과하라고? 너희 나씨 가문 집안 교육이 이 모양이야? 다 멍청이들이야?” 이제는 나태웅의 조상까지 욕을 먹었다. 안지영의 이 폭발적인 성격에 안열은 이제야 제대로 실감했다. 안지영은 욕하는 건 진짜 잘했다. 이제는 나씨 가문이나 하씨 가문, 심지어 그들의 조상까지도 욕을 먹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욕설을 들으며 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리고 안지영의 입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폭풍처럼 계속 퍼부어졌다. 한참 동안 욕을 쏟아내고 겨우 숨을 골랐다. “더 욕할 거야?” 그의 말투는 안지영의 폭발적인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차갑고 차분했다. “하, 왜? 더 듣고 싶은 거야? 너...” “더 욕할 거 없으면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냉랭했다. ‘젠장, 이 사람은 정말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나더러 사과하라고? 생각도 하지 마! 꿈도 꾸지 마!” 꿈속에서도 사과할 일 없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