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1270 챕터

제931화 다정이를 재혼시키고 싶어

“여보, 다정이 아직 젊은데 과부로 사는 건 아깝지 않아요?”심여진의 갑작스러운 한마디가 거실의 정적을 깼다.고다정은 고개를 홱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방금 뭐라 하셨어요?”“왜? 내 말이 틀렸어? 여준재가 죽어서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지금 모르는 사람이 있어? 남편이 없는 여자가 제일 불쌍해.”심여진은 입으로는 불쌍하다고 했지만 얼굴은 깨고소한 듯했다.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한동안 조용하던 고경영이 갑자기 튀어나와 말썽을 부린 것이 이런 오해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심여진은 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 불쾌해하며 쏘아보았다.“왜 웃어?”“아니에요.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고다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을랑 말랑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직감적으로 이 여자가 좋은 마음으로 자기를 불쌍해할 리 없음을 알았다.사실상 확실히 그렇다.아니나 다를까 심여진이 음흉한 속내를 드러냈다.“네가 여씨 가문을 위해 아이 둘을 낳았지만 어쨌든 여준재와 결혼하지 않았으니까 여씨 가문의 사람이라 할 수 없잖아. 그리고 여자는 옆에 남자가 없으면 물이 부족한 꽃처럼 천천히 시들고 떨어지게 돼. 그렇지 않아요? 여보.”그녀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고경영을 향해 눈을 깜박거렸다.고경영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심여진의 뜻을 깨닫고 두 눈을 반짝였다.“네 여진 이모 말이 맞아. 여자는 남자가 없으면 사는 게 고달파. 어쨌든 너는 내 딸인데, 아버지가 돼서 네가 고생하는 꼴을 어떻게 보겠니? 네가 후반생도 걱정 없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좋은 배필을 찾아볼게.”이 말이 끝나자마자 노기를 띤 비웃음 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당신들 고씨 가문은 진짜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군요. 언제부터 우리 여씨 가문의 일을 고씨 가문에서 결정했어요?”이 말과 함께 심해영이 화난 표정으로 거실 한복판에 나타났다.여진성이 따라 들어오며 위험한 눈빛으로 고씨 부부를 노려보았고 말투도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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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여준재가 살아 있어

남편 말을 듣고 그제야 어떻게 된 건지 알아차린 심해영은 분통이 터졌다.자기 아들을 저주하는데 어떤 엄마가 참을 수 있겠는가. 이들은 심지어 그녀의 손자에게서 엄마를 빼앗아 가려 한다.하지만 교양 있는 그녀는 삿대질하며 욕하는 행동은 하지 못했다.“당신들이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아들은 멀쩡하게 살아있어요. 그리고 내 아들에게 무슨 변고가 생겼다 해도 당신들이 다정이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어요.”그녀는 고다정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겨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며 고다정 앞에 섰다.보호받는 느낌이 좋기만 한 고다정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심해영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한편, 고씨 부부는 심해영의 말에 놀랐다.“여준재가 살아 있다고요?”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번에는 심해영이 대답할 필요 없이 고다정이 나섰다.“맞아요. 준재 씨는 아주 멀쩡하게 살아 있어요. 고경영, 당신의 그럴듯한 속셈이 헛수고가 됐네요.”이 말이 끝났을 때 소담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작은 사모님, 외할머니를 구해냈습니다.”소담이 종종걸음으로 고다정 앞에 다가와 보고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걱정스레 물었다.“외할머니는 괜찮으시던가요?”“큰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모르니까 병원으로 모셨습니다.”소담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그리 낮지 않은 둘의 대화를 고씨 부부도 들었다. 아직 카드가 있는 줄 알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특히 독기 서린 고다정의 얼굴을 보고 두려움이 극에 달했다.“다정아, 화내지 마. 나는 이런 방식으로 널 협박하고 싶지 않았어. 저 여자가 나를 꼬드겼어.”고경영은 책임 회피 방법을 찾았다는 듯 심여진을 가리켰다.심여진은 반응도 하기 전에 끌려 나왔고, 귓가에 남자의 무책임한 말이 들려왔다.“이 여자가 그랬어. 여준재가 외국에서 일이 생겨서 네가 의지할 곳이 없다고. 여씨 집안 어르신들도 너를 좋아하지 않으니 우리가 일을 벌여도 너를 도와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재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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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강수지 사망 실마리

고경영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러니까 당신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다 알고 있었군요?”“맞아. 알고 있었어. 나를 놓아주기만 하면 네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줄게.”고경영은 재차 조건을 강조했다.그때에야 상황을 파악한 심여진은 당황하고 겁먹은 눈으로 고경영을 바라보았다.“고경영, 당신 뭐 하려는 거야?”하지만 고경영은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다정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고다정은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이미 답을 짐작했지만 직접 고경영의 입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그러면 말해보세요. 당신이 진실을 말한다면 놓아줄 수 있어요.”“그럼 맹세해. 아니, 각서를 써. 내가 말한 게 진실이라면 나하고 고씨 가문을 가만두겠다고.”고경영은 고다정이 놓아주겠다고 말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건 고다정 앞에서 깔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므로 반드시 이익을 최대화해야 한다.고다정도 그의 속내를 알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각서를 써 줄 수 있고 심지어 당신의 빚을 갚아줄 수도 있어요.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 진실이어야 해요.”“진실만 말하겠다고 약속할게.”고경영은 ‘이게 웬 떡이냐’며 흔쾌히 수락했다.반면, 옆에 있는 심여진은 점점 초조하고 불안해졌다.그녀는 고경영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떻게 말하려는지 모르지만 고경영의 인간성에 확신이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옆에서 비아냥댔다.“당신이 하는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다고. 그동안 당신이 다정이를 속인 게 한두 번이에요? 고다정, 이 사람 말을 믿지 마. 너한테서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야.”“이 망할 놈의 여편네, 누가 속였다고 그래?”고경영은 심여진이 훼방을 놓자 화가 치밀어 올라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녀에게 덮쳤다.심여진은 겁에 질렸지만 멍청히 그 자리에 서서 맞고 있을 사람은 아니다.그녀는 몸을 피하면서 계속 소리쳤다.“속이려 하지 않았다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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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경찰에 신고하다

고경영의 말을 듣고 고다정은 끝내 표정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다.그녀도 그 의사를 알고 있는데, 다만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고경영에게 캐물었다.“그 의사는 지금 어디 있어요?”“나는 모르는데, 이 사람은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야.”고경영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심여진을 가리켰다.심여진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동시에 눈앞의 이 남자의 본심도 알아봤다.‘이 사람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는구나.’“허튼소리 하지 마세요. 의사 같은 걸 저는 아예 몰라요.”심여진은 모른다고 잡아떼는 동시에 고경영에게 구정물을 끼얹었다.“저는 모르는 의사를 당신은 그렇게 잘 알고 있었네요. 그런데도 당신이 강수지의 죽음과 관련이 없어요?”그녀는 고경영의 표정이 얼마나 음침한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다정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너 정말 어머니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싶으면 네 어머니가 죽은 후 이 남자에게서 큰돈이 나간 적이 없는지 조사해 봐.”고다정은 쌀쌀한 표정으로 짜증을 내며 말했다.“그만해요. 두 분이 여기서 다툴 필요도 없어요. 도대체 누가 우리 어머니를 죽였는지는 경찰이 꼭 조사해 낼 거라 믿어요.”“경찰에 신고하려고?”고경영과 심여진이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심여진이 소리 질렀다.“안 돼. 경찰에 신고하면 안 돼.”고경영은 그래도 개념이 있는지라 심여진처럼 다짜고짜로 소리 지르지는 않았다.그는 옆에 서 있는 여진성과 심해영을 힐끗 쳐다보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다정아, 이건 우리 집안일이야.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면 여씨 가문이 또 풍파를 겪게 되는데,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YS그룹이 또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정말 잠깐 망설였다.그러나 이내 여진성과 심해영의 든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요만한 일에 여씨 가문은 끄떡없어.”“다정아, 네 아버님 말씀이 맞아. 여씨 가문은 요만한 일에 영향받지 않아. 그리고 네 어머니와 연관된 일인데 경찰에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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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허탕을 치다

경찰서에 도착한 후, 고다정은 참고인 조사를 받고 복도에서 고경영과 심여진의 취조 결과를 기다렸다.그 사이 여진성은 몇 번이나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그가 또 한 번 통화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고다정은 회사에 나가볼 것을 권했다.“아버님, 회사에 일이 있으면 먼저 회사에 돌아가서 일 보세요. 어차피 이쪽은 이제 별일 없고 어머님이 옆에 계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다정이 말이 맞아요. 회사 일이 바쁘면 당신은 먼저 회사에 돌아가세요. 이쪽에는 제가 있으니 다정이를 잘 챙길게요.”심해영도 옆에서 거들자, 여진성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정말 많은 회사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떠나기 전에 그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한마디 당부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바로 뛰어올게.”“알겠어요.”고다정이 다소곳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복도에는 그녀와 심해영만 남았다.심해영은 고다정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말이 새어 나갔으니 경찰은 그것을 근거로 끝까지 파헤쳐서 네 어머니의 사망 원인을 밝혀낼 거야.”“그랬으면 좋겠어요.”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그녀는 고경영과 심여진이 무심결에 말하긴 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사실상 그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취조실에서 경찰은 고다정이 제공한 녹취 파일을 가지고 고경영한테 거듭 캐물었다.심여진 쪽에서도 똑같은 화면이 상연되고 있었다.그러나 고경영과 심여진은 모두 자기가 삐딱해서 헛소리한 것이라고 잡아뗐다.그리고 그때도 고다정이 경찰에 신고했었는데, 정말 자기들이 강수지를 죽였다면 경찰이 왜 자기들을 체포하지 않았겠냐며 자기들은 죄가 없다고 변명했다.물론 경찰은 이 말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녹취 파일에서 고경영이 어떤 의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그 의사는 뭔가요?”경찰은 의사를 취조의 돌파구로 삼으려 했다.고경영은 유감이라는 듯 장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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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고다정의 혼수

“고경영, 당신은 모든 사람을 바보로 간주해요? 어느 집에서 사람을 초대하는데 경호원을 보내서 억지로 데려가요?”고다정이 체면을 봐주지 않고 고경영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경영은 침착하게 다시 설명했다.“누가 경호원이 위협이 된다고 그랬어? 보호하려고 보낸 거야. 너는 한 번도 나한테 너의 신변에 일어난 일들을 말한 적이 없지만 최근 여씨 집안의 상황만 봐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경호원을 보냈어.”“...”고다정은 말문이 막혔고, 분통이 터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경영은 역시 예전과 똑같이 교활하다.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낀 심해영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으로 위로를 표시했다.그러고 나서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고경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다정이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어르신의 따님을 살해한 혐의가 있어 어르신과도 물과 불처럼 상극인데 모셔 와서 뭘 하려고 했어요?”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도 그쪽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처음에 고경영을 찾아갔을 때 녹음하지 않은 것이 다소 후회됐다.‘그랬다면 이 남자가 나를 협박하기 위해 외할머니를 납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를 확보했을 텐데.’고경영은 심해영의 질문에도 침착하게 대응했다.“관계를 개선하려고 어르신을 찾은 거죠. 그리고 좀 더 있으면 강수지의 기일이에요. 일단 부부가 되면 깊은 정이 생기게 마련인데, 전 남편으로서 보러 가는 게 당연하죠.”“됐어요. 어머니는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가서 어머니 묘지를 더럽히지 마세요.”고다정은 더 이상 고경영의 헛소리를 듣고 있을 수 없어 성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그녀는 독기 서린 눈으로 고경영을 노려보며 오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밝혀내기는 글렀다는 것을 알았다.“오늘은 잘 넘어갔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당신들이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꼭 찾아낼 거예요.”고다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이 말을 남기고 심해영과 함께 떠나려 했다.이때 고경영이 급히 그녀를 막아서며 붙잡았다.“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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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외할머니가 뇌암 의심돼

이 집사의 말을 듣고 강말숙은 끝내 조용해졌다.잠시 후 그녀는 이 집사에게 분부했다.“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내 상태를 다정이에게 알리지 마세요. 그 계집애도 같이 마음 졸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당연하죠.”이 집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이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원인은 이 일을 작은 사모님에게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르신의 비위를 맞춰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심해영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고다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들어갈까?”“의사 선생님한테 외할머니의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지 물어보고 올게요.”고다정이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하자, 심해영은 그녀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말했다.“그럼, 나랑 같이 가자.”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들은 간호사한테 물어서 의사 사무실을 찾아갔다.고다정은 노크하고 들어서면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1202호 병실 환자 보호자입니다.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려고 찾아왔습니다.”“마침 저도 환자분 보호자와 연락을 취하려던 참이에요.”의사는 고다정의 말을 듣고 손에 들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놓았다.고다정은 의사의 무거운 표정과 병실 밖에서 들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저의 외할머니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네. 검사 결과, 환자분의 뇌에서 검은 점이 발견됐어요. 아직은 매우 작은데, 종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의사는 옆 벽에 걸려 있는 필름에서 작은 점을 가리키며 고다정에게 설명했다.고다정은 그걸 보며 표정이 굳어졌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제가 얼마 전 진맥했을 때는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는데요.”“진맥이요? 한의학을 배우셨나요?”의사는 다소 의외라는 듯 고다정을 쳐다보았다.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는 한의학을 공부했습니다. 선생님, 먼저 외할머니 병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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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그녀 곁으로 날아가고파

심해영은 잠깐 강말숙과 얘기를 나눈 후 쌍둥이를 데리러 갔다.병실에는 고다정과 강말숙만 남았다.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척하는 외할머니를 보며 속상하고 서글펐다.“외할머니, 저한테 하실 말씀이 없으세요?”고다정은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외할머니의 성격으로 볼 때, 마지막에 확진되더라도 그녀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사실상 그녀는 강말숙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맞혔다.강말숙은 정말 확진되면 숨기고 조용히 치료하려 했다.‘병세가 안정되면 외손녀 곁에서 좀 더 살고, 악화되면... 그건 그때 가서 보지 뭐.’그래서 강말숙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뜨끔했다.“무슨 말? 할 말 없는데.”강말숙은 눈을 깜박거리며 TV만 보았고, 고다정에게 들킬까 봐 그녀를 쳐다보지 못했다.고다정은 그런 외할머니를 보며 무력감을 느꼈지만 몰아붙일 생각도 없었다.어쨌든 의사도 아직 확실한 진단을 내린 것이 아니니 확진되면 그때 가서 보자고 생각했다.병실에는 또다시 적막이 흘렀다.고다정과 강말숙은 사실 둘 다 마음이 무거웠다.다행히 잠시 후 휴대전화 벨소리가 굳어진 분위기를 풀어주었다.여준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심해영이 병원을 떠난 후, 여준재에게 연락해 국내에서 발생한 일을 알려줬던 것이다.이때 다정이는 준재가 옆에 있어 주기를 가장 바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준재가 돌아오지 못하면 얘기를 나눠도 좋지 않을까.그리하여 방금의 광경이 나타난 것이다.하지만 고다정은 휴대전화를 이내 받지 않았다.그녀는 자기가 여준재의 목소리를 들으면 참지 못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것을 알았다.그 말들을 외할머니가 들으면 안 된다.“외할머니, 저 나가서 전화 받을게요.”그러고 나서 고다정은 휴대전화를 들고 병실에서 나와 복도 끝에 있는 베란다로 갔다.큰 베란다에는 아무도 없었다.고다정은 석양을 보면서 전화를 받았고, 귓가에 미안해하는 여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당신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미안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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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고경영과 심여진이 이혼한다

간단히 씻은 후 고다정은 거울 속에서 울었던 흔적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외할머니가 계시는 병실로 돌아갔다.언제 왔는지 준이, 윤이가 외할머니를 둘러싸고 살갑게 보살피고 있었다.심해영이 옆에 서서 빙그레 웃으며 세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고다정은 심해영 곁에 다가가 감사를 표시했다.“감사해요, 어머님.”“얘는 참, 가족끼리 무슨 그렇게 예의를 차리니?”심해영은 짐짓 불만스러운 듯 그녀를 노려보다가 다시 두 아이의 재롱에 즐거워하는 어르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어르신이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면 상황도 나쁘지 않을 거야. 의학계에 긍정 치료라는 말도 있잖아. 앞으로 틈만 나면 두 아이가 어르신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줘. 기분이 좋아지면 병세도 호전될 수도 있잖아.”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한편, 고씨 저택에서 고경영과 심여진은 경찰서에서 돌아온 후 냉전이 시작됐다.한 사람은 뭐 하는지 서재에 박혀 있고, 한 사람은 침실에 돌아간 후 고다빈에게 전화해 울며불며 하소연했다.“다빈아, 네 아버지가 나에게 죄를 덮어씌워 감옥에 보내려 하고 있어. 너무 모질어.”“아버지는 모든 걸 알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모른 척했던 거예요?”고다빈은 고경영이 자기와 심여진이 강수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안다고 들은 때부터 충격과 공포에 빠져 그 생각만 했다.심여진은 계속 하소연했다.“다빈아, 나 어떡하면 좋아? 이번에는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지만 고다정 그년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캐고 다닐 것 같아. 그년이 조그마한 증거라도 찾으면 나는 끝장이야.”“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엄마, 진정해요. 스스로 겁먹지 말고.”정신이 돌아온 고다빈은 엄마의 말투가 이미 멘붕 상태에 가까운 것을 발견하고 급히 소리쳤다.그녀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고다정이 이미 자기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으니 고씨 집안 사람들을 회유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심여진에게 경고했다.“앞으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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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고다빈이 억울해하다

하지만 진시목은 고다빈의 말을 무시한 채 태연하게 앉아있었다.고다빈은 자기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시목, 내 말 못 들었어요? 내려요!”그녀가 이렇게 단호히 진시목을 떼놓으려는 원인은, 진시목이 갔다가 부모님이 싸우면서 내뱉는 무슨 큰일날 말이라도 들을까 봐 걱정돼서였다.이 남자는 워낙 고씨 집안에 바라는 게 있는데, 집안 비밀까지 알게 된다면 역으로 이용해 고씨 집안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신비한 인물이 그녀를 뒤에서 돕는다 해도 이 남자는 반드시 그녀를 버릴 것이다.그녀의 생각을 진시목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왜? 내가 가는 게 겁나?”“겁날 게 뭐가 있어요? 우리는 조만간 이혼할 것이고, 지금은 잠시 이익 때문에 같이 있는 것이니 고씨 집안일에 신경 꺼주세요.”고다빈은 이 남자와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직설적으로 분명히 말했다.그래도 진시목은 여전히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었다.그는 더 편안한 자세로 바꾼 후 상반신을 등받이에 기대고 차분하게 말했다.“내 손에 너희 GS그룹 주식이 있다는 걸 잊었어. 장인, 장모가 이혼하는 건 고씨 가문의 집안일인 동시에 회사 일이기도 해. 나는 이사회 대표로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안 그래?”“...”고다빈은 철저히 할 말을 잃었고, 속으로 ‘될 대로 되라지’ 했다.‘시간을 끌자는 거 아닌가? 그럼 그렇게 하지 뭐.”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었는지 진시목이 천천히 말했다.“너 여기서 나랑 이러고 있다가 장인, 장모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지 않아? 내가 아는 장인어른은 성격이 좋은 사람은 아닌데.”“비열하고 치사한 놈!”고다빈은 참다못해 한마디 욕한 후 결국 엄마가 걱정돼서 차에 시동을 걸어 고씨 저택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시간 반 뒤였다.집에 들어서니 난잡하게 어질러진 거실을 가정부들이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주변에서 가정부들의 소리만 들리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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