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보스의 품격 / 챕터 911 - 챕터 920

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911 - 챕터 920

1270 챕터

제911화 경찰서로 가다

간호사의 말을 듣고 고다정은 한 시도 지체할 수가 없어 재빠르게 사인을 하고 나서 건네주었다.“그럼, 제 친구 좀 잘 부탁드릴게요.”“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간호사는 책임 면제 통지서를 들고 다시 응급실로 돌아갔다.다시 굳게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고다정은 애간장이 타들어 갔다.뒤에서 사색이 된 그녀를 지켜보던 소담은 걱정되는 마음에 앞으로 다가가 타일렀다.“채 원장님께서 총알을 7발이나 맞으셨음에도 아직 숨이 붙어있는 걸 보면 오래 살 팔자일 것입니다.”“맞아요! 꼭 무사하실 거예요.”고다정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으나 미친 듯이 떨리는 손은 불안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그러한 모습을 보고 소담은 다른 일로 주의를 끌 수밖에 없었다.“사모님, 실험실 일을 스승님께 알리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리고 임은미 씨에게도 알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두 분 사이에…”소담은 말을 채 하지 않았지만, 고다정은 그 뜻을 알고 있다.임은미와 채성휘 사이의 관계는 애매모호한 감정으로 뒤엉켰다. 이렇게 큰일이 났으니 임은미에게도 알리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말하고 나서 고다정은 휴대전화를 들고 나가 임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연결이 되자 활기가 넘치는 임은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정아, 웬일로 전화를 다 하고? 내가 뭐 좀 도와줘?”“은미야, 채 원장님께서 사고를 좀 당하셨어. 지금 병원에서 응급 치료 중인데, 조금 전에 위험하다고 내가 통지서에 사인까지 했어. 오지 않을래?”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다정은 무엇인가 땅에 뚝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듣게 되었고 임은미는 내내 반응이 없었다.하여 걱정되는 마음에 고다정은 소리내어 그녀를 불렀다.“은미야! 은미야! 너 괜찮아?”임은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 너 지금 병원이야?”“그래. 나 지금 병원이야. 채 원장님께서는 아직도 치료 중이신데, 운산에 가족분들이 안계셔서 내가 지금 어딜 가지
더 보기

제912화 하동훈 권력 탈취

고다정도 자연히 경찰 수사에 협조하며 경찰서로 따라갔다.그리고 채성휘는 임은미와 김창석에게 맡겼다.고다정이 경찰서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가 불법으로 인체실험을 했다는 기사가 온라인에 퍼지고 말았다.일시에 터진 기사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네티즌들은 고다정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대박! 불법 인체 실험?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우리 신변에도 이런 일이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근데 너무 악독한 거 아님?][지금 가장 관건이 되는 내용은 경찰에서 고다정을 체포했어? 그리고 그 인체 실험인가 뭔가 하는 거 말이야, 우리한테까지 영향을 끼치는 거 아니야?][사안이 사안인 만큼 공개 수사를 부탁드립니다.]심지어 이 일로 YS 그룹까지 영향을 받아 주식이 바닥을 쳤다.하지만 이 또한 가장 엄중한 것이 아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흥분한 나머지 판단력을 잃고 YS 그룹으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YS 그룹 회장 또한 범인이나 다름없다! 운산에는 YS 그룹과 같은 쓰레기 기업이 필요 없다! 운산에서 꺼져라!”“YS 그룹 망해라!”“운산에서 꺼져라!”호호탕탕한 한 무리의 사람이 YS 그룹 건물 아래서 시위까지 하고 있다.여범준과 여진성은 사무실의 창문을 통해 이러한 광경을 보고 얼굴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다정이하고는 연락했어?”여범준은 시위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여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러자 여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우리 보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온라인에서 떠돌고 있는 기사는 모두 모함이라고 덧붙였어요. 그리고 준재 말에 따르면, 그 배후에 있는 사람들의 작품으로 보인다며, 나중에 나서서 설명하겠다고 했어요.”“그래, 일단은 가만히 기다리자. 그리고 경호원들에게 문 잘 지키라고 지시 내려.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회사 사람들도 나가지 못하게 해.”여범준은 진지한 모습으로 지시를 내렸다.하지만 때론 계획은 변화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다.여범준은 일
더 보기

제913화 제명

하동훈은 어르신의 말을 다 듣고 표정이 굳어버렸다.“우리 하씨 가문이 다른 사람과 손을 잡았다는 증거가 있습니까?”“증거, 당연히 있죠. 하지만 준재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여범준은 하동훈과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얘기했다.하동훈은 갑자기 웃었다.“어르신, 여준재가 이렇게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은 걸 보면 해외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여준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라니요. 이건 시간을 끄는 게 아닙니까?”“내가 시간을 끌 필요가 있습니까? 준재가 가지고 있는 증거가 없다고 해도 당신은 내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여범준이 경멸의 시선으로 하동훈을 쳐다보다가 사무실 책상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하동훈의 발밑에 던지며 차갑게 얘기했다.“내 아버지와 약속했었습니다. 하씨 가문이 선을 넘지 않는다면 이 계약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여씨 가문이 건재한 이상 하씨 가문에도 콩고물이 떨어질 것이니. 하지만 하씨 가문은 이제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그러면 준재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릴 필요 없이 우리끼리 깨끗이 처리해 보죠.”그 말에 하동훈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그의 머릿속에는 아버지가 돌아가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확실하지 않으면 절대로 여씨 가문을 건드리지 말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씨 가문은 YS그룹 이사회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말이다.그 생각에 하동훈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돋았다.그때 당시 하동훈은 이유를 캐물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돌아간 후, 하동훈은 점차 이 일을 잊어버리고 말았다.발밑의 서류를 보며 하동훈은 그 서류를 주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여범준도 그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씨 가문의 그 늙은이들이 죽기 전에 하동훈한테 얘기를 잘해주지 않은 모양이었다.“왜요. 아까는 기세등등하더니, 지금은 왜 굳어있죠? 두려워요?”“누가 두려워한다고요!”하동훈은 도발에 넘어가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그 말을 뱉자마자 바로 후
더 보기

제914화 죽을 고비

상부로부터 고다정의 연구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형사는 고다정에게 사근사근한 태도로 물었다.고다정은 형사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직 떠도는 소문을 정정할 생각은 없어요.”“왜요? 이렇게 두다가는 고다정 씨한테만 불리할 겁니다.”형사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누명을 쓰지 않기를 바랐다.이는 그의 직업윤리 의식에 맞지 않았다.고다정은 형사가 그녀를 생각해서 얘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미안함에 고개를 저었다.“원인은 아직 말할 수 없어요. 형사님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네요.”그러자 형사는 더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혹시 나중에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요.”“고맙습니다.”고다정은 감사 인사를 마친 후 떠나려고 했다. 그러다가 여진성이 급하게 밖에서 뛰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고다정은 약간 놀랐지만 이내 무슨 일인지 알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다정이 한발 다가가 입을 열었다.“여 회장님.”“일은 다 해결됐어요? 내가 도와줄 게 있어요?”여진성이 부드럽게 고다정을 쳐다보았다.고다정은 살짝 웃으며 얘기했다.“일은 다 해결됐어요. 이제 돌아가면 돼요.”두 사람이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몰려왔다.“고다정 씨, 고다정 씨가 인체실험을 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실험실에 문제가 생긴 건 고다정 씨가 불법 실험을 하는 것을 아는 누군가가 망친 거라고 하던데요, 맞습니까?”“여 회장님도 있을 줄은 몰랐네요. YS그룹은 지금 고다정 씨 실험실의 일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폭격을 당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 회장님이 며느리를 데리러 오다니, 사이가 참 각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여 대표님은 왜 나타나지 않는 겁니까?”“요즘 여 대표님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라도 난 겁니까?”기자들은 미친 듯이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며 기삿거리를 찾으려고 했다.만약
더 보기

제915화 붕대 위의 글자

친구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본 고다정은 얼른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채 선생님은 괜찮을 거야.”“하지만 간호사가 나와서 말, 말할 때는...”임은미는 울먹이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그래도 고다정은 그녀가 하려는 말을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임은미의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를 건넸다.“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채 선생님이 그렇게 많이 다쳐도 결국 병원까지 왔잖아. 그러니 이제는 괜찮을 거야.”고다정의 말투에서 위로를 느낀 건지, 아니면 울다가 지친 건지, 임은미는 차차 진정했다.이때 굳게 닫힌 응급실의 문이 갑자기 안에서 열리더니 의사가 간호사와 같이 걸어 나왔다.마침 응급 수술이 끝나 잠시 안전한 채성휘도 있었다.“선생님, 어떻게 됐어요?”고다정과 임은미는 살짝 놀랐다가 얼른 다가가 의사한테 물으며 침대 위의 채성휘를 쳐다보았다.채성휘의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미약한 호흡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숨을 제대로 쉬기는 하는지, 가슴 쪽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얼굴은 이미 죽은 사람처럼 혈색이 하나도 없었다.임은미는 그를 보면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가슴 속에서 치밀었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채성휘는 항상 깔끔하고 신사적인 사람이었다. 결벽증과 강박증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허약한 모습은 처음이었다.눈물이 또 임은미의 눈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채성휘를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채성휘 씨가 만들어주는 스파게티를 먹고 싶어요. 내가 먹고 싶어 하면 만들어 준다고 했잖아요... 얼른 일어나서 만들어줘요. 지금 먹고 싶으니까.”임은미의 말에도 채성휘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침대에 누워있었다.고다정은 두 사람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약간 놀랐지만 임은미를 안고 위로를 건넸다.“은미야, 걱정하지 마. 의사 선생님이 얘기했잖아. 총알은 이미 다 꺼냈다고. 채성휘 씨가 3일만 버틸 수 있으면 곧 안정기에 접어든대. 그러
더 보기

제916화 의심되는 사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김창석은 후회가 되었다.김창석 혼자만 살아남으면 의심을 살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채성휘도 진작 죽일걸, 하는 생각이었다.그는 원래 채성휘가 총을 많이 맞아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성휘의 명줄은 생각보다 길었다.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문제까지 생겼다.채성휘가 쓰다만 ‘김’자를 보며 김창석은 머리를 굴렸다.결국 그는 글자를 인정하기로 했다.“아가씨,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제가 스승님을 몇십 년 동안 따르다가 지금은 아가씨를 돕고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세요.”말을 마친 김창석은 붕대를 다시 고다정에게 건네며 얘기했다.“붕대의 글자가 다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김’일 수도 있죠. 그럼 저를 가리키는 거죠. 하지만 저는 아가씨와 스승님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그의 말에 고다정은 약간 놀랐다.‘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고다정은 자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김창석이 말을 이었다.“제가 의심되면 전 일단 모든 일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채 선생님이 깨어나고, 혹은 경찰 쪽에서 사건을 종결하면 그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그렇게 얘기하지 마세요. 확실히 채 선생님이 남긴 글자를 보고 아저씨를 의심했어요. 하지만 아저씨 말대로, 아저씨는 스승님 곁에서 몇십 년이나 있었으니 배신하려거든 진작 했겠죠. 그러니 아까의 제 말을 너무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아저씨가 저와 스승님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고다정은 확신하는 표정으로 김창석을 쳐다보았다.생각보다 쉽게 넘어가는 고다정을 보며 김창석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그가 미소를 드러내기 전에 고다정이 또 말을 이었다.“그래도 아저씨의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아직 진실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마침 아저씨는 돌아온 후 쉬지 못했으니 이기회에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아가씨의 말은, 지금의 일에서 손을 떼라는 거죠?”김창석은
더 보기

제917화 쓸 수 있는 카드를 늘이

그 경찰들도 고다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일을 계속했다. 고다정도 바로 지하실로 갔다. 지하실 장면은 거실보다 더 엉망이었다. 곳곳에 폭파 흔적과 깨진 유리 조각이 널려 있었다."아가씨, 무엇을 찾으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찾겠습니다.”소담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탁자를 만지작거리는 고다정을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앞으로 나가 가로막았다.여기저기에 유리 조각들이 널려 있었고 이 테이블들은 특수 재료로 만들어져서 부러진 부분이 매우 날카로웠다. 만약 고다정이 실수로 베였다면 대표님이 알게 된 후 보너스를 깎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소담의 말을 듣고 고다정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말했다."구체적으로 어디에 두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상 중 한 서랍 위쪽에 붙어 있다고만 했어요.”그러자 소담은 다른 실험 테이블로 걸어가서 찾기 시작했다. 물론 고다정도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소담은 책상 밑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아가씨, 찾은 것 같습니다.”말하는 사이에 그녀는 테이프가 가득 붙은 얇은 서류 봉투를 꺼냈다. 소담은 엉겁결에 들고 흔들더니 물었다."이 안에 뭐가 들었습니까? 왜 이렇게 가벼워요?”"물건이 들어있지 않으면 제가 와서 뭐하겠어요.”고다정은 웃으면서 소담을 쳐다보고는 이내 서류에 시선을 돌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있어서 다행이네.'누군가가 특효약을 얻고 싶어 했고 또 곁에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그녀와 채성휘가 사적으로 상의한 결과 그들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들은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진정한 특효약 자료는 한 번 보면 잊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특효약 자료를 숨기기로 하고 반은 진짜고 반은 거짓인 자료를 진짜인 것처럼 숨겨놓았다. 스파이를 잡아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다만 상대방이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문서를 빼앗을 줄은 몰랐을 뿐이었다.고다정은 소담으로부터 서류를 건네받았지만 볼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는 소담과 함께 지하실을 빠져나갔다.그녀는 즉시 간 것이 아니라 별장으
더 보기

제918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전화를 끊은 후 고다정의 얼굴빛은 피곤하고 보기 흉했다. 그녀는 아이러니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아저씨, 허."소담은 희미하게 소리를 들었지만 그다지 잘 들리지는 않았다."아가씨, 무슨 말씀입니까?”"아무것도 아닙니다.”고다정은 고개를 가로저은 뒤 휴대전화를 들고 연구소 측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부터 연구소는 휴식입니다. 쉬라고 공지를 내려 주세요.”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안에서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장님, 마침 연락을 드리려고 했어요. 연구소 밖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우리에게 연구실의 연구를 설명하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소를 부숴버린다고 합니다.”그 말에 고다정의 얼굴은 금방 차가워졌다."아저씨는요? 이 일을 처리하러 가지 않았나요?”"지금 휴직한 사람이라고 이 일을 처리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한테 방법을 찾아보거나 원장님에게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비서의 말에 고다정은 화가 나서 웃었다. 분명히 내일부터 휴직시키라고 했는데 이 교활한 여우 놈이 오늘부터 계산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 늙은 여우 놈은 아직 쓸 가치가 있고 혼자 사 수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갈게요.”전화를 끊고 고다정은 운전 기사에게 길을 바꾸라고 분부했다. 십여 분이 지나서 차가 연구소 근처에 도착했다. 근처였기 때문에 시위하러 온 사람들에 의해 앞의 길이 막혔다. 기자들도 꽤 많이 와있었다. 차창 너머로 이들을 바라보는 고다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나타나면 분명히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었다.소담은 그녀의 어려움을 간파한 듯 건의했다."아가씨, 차의 선루프를 열어 기자들로 하여금 아가씨를 발견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할 수 있고요.”그 말을 듣고 고다정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선루프를 열어.”"네.”운전사의 말과 함께 선루프가 열리고 주황빛 석양이 비쳤다. 고다정은 의자를 밟고 일어섰다. 그
더 보기

제919화 제일 큰 기밀은 이미 도난당했

최종적으로 10명의 대표를 선출했다. 그중 8명은 일반 대중, 즉 인터넷을 보고 온 사람들이었다. 나머지 2명은 기자였다.고다정이 이들을 연구소로 데려고 들어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막혔던 사람들이 차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내주었다.잠시 후, 고다정은 그들을 데리고 무사히 연구소 정문에 도착했다.현관문은 닫혀 있었고 그 안에는 전기충격기를 든 경비원이 줄지어 서 있었다. 군중들이 문을 넘어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분명했다."원장님 오셨습니다."경비원들도 고다정을 보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곧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열린 틈으로 고다정이 차를 타고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고디정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뒤에서 실랑이하는 소리가 들렸다."왜 못 들어가게 합니까?!""원장님께서 들어오는 걸 허락하셨습니다.""비키세요, 빨리."경비원들과 눈싸움을 벌이려는 사람들을 보고 고다정이 말했다."들어오라고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 명만 들어올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그렇게 말한 고다정은 군중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차에서 내렸다. 소담은 그녀의 뒤를 따라 그녀 주위를 경호했다. 결국 열 명을 들여보냈으나 그녀는 이 사람 중에 숨겨진 스파이가 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다행히 연구소에 들어갈 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소담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이들은 고다정을 따라 연구서로 들어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원래 연구소 안이 이렇죠. TV에서 찍던 장면이랑 다 달라요.""제법 그럴듯한데 진짜 연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뭘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맞든 아니든 어차피 들어왔으니 무슨 일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겁니다."여덟 명의 군중이 흥분해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두 기자는 그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사진을 찍느라 매우 바빴다. 고다정은 그들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았고 그들을 데려오기로 한 이상 대충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고다정은 주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이쪽은 1층 로비입니다. 손님
더 보기

제920화 실험 내용을 공개하다

다른 사람들은 고다정의 태도를 보고 싸움에 이긴 수탉처럼 연구자들 앞을 당당하게 지나갔다. 연구원들이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는데 떠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들은 김창석과 마찬가지로 성시원이 보낸 기술자들이었다.고다정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사람들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어쩐지 연구소에서 고다정의 위상이 좀 별로인 것 같더라니. 아까 봤던 영감만도 못한 것 같아요.”"뭐가 이상해요, 고다정이 연구소의 주인이긴 하지만 평소 여씨 집안의 아가씨로서 연구소에 잘 오지 않았을 텐데 대권을 넘겨줬으니 누가 그녀의 말을 들어주겠어요.”"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집에서 가정주부 노릇이나 할 것이지 밖에서 일하면서 하루도 쉴 새 없이 다른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것 좀 봐요.”사람들이 일부러 그런 것인지 고다정이 듣지 못할까 봐 매우 큰 소리로 말했다.고다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방금 일이 불편해서 일부러 말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녀도 성깔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바로 정중하게 대꾸했다."당신들이 이렇게 여자를 무시한다면 차라리 죽으러 가세요. 당신들은 모두 여자가 낳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하면 당신들의 기개가 완성될 수도 있고요.”"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한 남자가 불만스러운 듯 고다정을 노려보며 주먹을 쥐고 손찌검을 하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고다정은 그를 개미 보듯 쳐다보았다. 소담도 고다정 앞에 서서 그녀를 감싸며 그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2층에서 내던져지고 싶지 않으면 모두 좀 진정해.”말을 마친 소담은 무력으로 위협하려고 엘리베이터 안의 손잡이에 발을 차서 그대로 움푹 들어가 버리게 했다. 이것을 보고 분노하던 사람들이 얌전해졌다.비록 그들 쪽에 사람이 더 많았지만 앞에 있는 이 여자는 딱 봐도 건드리기 어려워 보였다. 정말 싸우려고 하면 그들이 되려 살해당하여 시체를 훼손당할 가능성이 컸다.이 사람들이 모두 태도를 바꾸자 만류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더 보기
이전
1
...
9091929394
...
127
DMCA.com Protection Status